
마을을 떠나와 호숫가를 지나던 그림자는
소녀를 만났다
호숫가의 나무에 기댄 채
자유롭게 쉬고 있는 소녀
그러나 그 소녀의 한가로움과는 달리
이제 소녀는 더 이상 행복할 수 없었다
소녀가 마지막으로 존재할 시간이 남지 않았으니까
소녀는 그림자를 보았고
그림자도 소녀를 보았다
그림자는 소녀를 위해
조용히 류트를 뜯어 노래를 들려주었고
소녀는 조용히 노래를 들으며
서서히 눈을 감았다
노래가 끝난 후
그림자는 눈을 감은 그녀를 나무맡에 눕혀주고
떨어진 그녀의 머리카락 한 올을
류트속에 넣은 후
조용히 호숫가를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