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는 인형을 만든다.
아무런 표정없는 인형을 만든다.
새하얀 얼굴에, 붉은 입술.
영원히 열리지 않을 닫힌 눈동자
자작나무를 다듬어 팔다리를 만든다.
무색의 실이 마찰하여 소름끼치는 소리를 낸다.
소녀는 인형을 만든다.
아무런 감정없는 인형을 만든다.
인형은 너무 사람과 닮아있어.
정말 사는것은 무엇일까?
수준높은 마리오네트가 만든 인형은
만져봐도 사람처럼 부드럽고
얼굴을 봐도 사람처럼 아름답고
웃고 울며 인간에게 충성하고
싸우고 춤추고 미소짓고
그렇지만- 정말 무엇이 사는것일까.
그건 모두, 의도된 것-
만들어진것은 정말 살아있는것일까.
인형은 너무 사람과 닮아있어.
인형에게 감정이 있나?
인형에게 눈물이 있나?
인형에게 사랑이 있나?
인형에게 표정이 있나?
-인형이 말해주지 않는한 우리는 영원히 모르겠지
-그렇지만 인형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곤 어떻게 알아?
-인형이 자신이 살아있는지 아닌지 알수 있다고 어떻게 알아?
결국 이건 절대로 타인이 될 수 없는 인간들은
영원히 알수 없는 문제.
우리는 남이 될수 없잖아.
그럼, 우리는 우리가 살아있다고 어떻게 알아?
인간에게 감정이 있나?
인간에게 눈물이 있나?
인간에게 사랑이 있나?
인간에게 표정이 있나?
-인간이 말해주지 않는 한 우리는 영원히 모르겠지
-그렇지만 인간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곤 어떻게 알아?
-인간이 자신이 살아있는지 아닌지 알수 있다고 어떻게 알아?
나는 영원히 알지 못할 문제.
타인이 될수 없는 나는 '우리'가 살아있는게
확실한지 알수가 없는걸.
'존재'하는것이 살아있는 거야?
무엇이 살아있는 걸까?
소녀는 인형을 만든다.
감정없는 인형의 얼굴은
소녀의 얼굴에도 묻어있다.
인형은 소녀를 만든다.
감정없는 인형은
감정없는 소녀를 만든다.
아아, 이 웃는 모습도
결국엔 가면이었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