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의자 위에 늘어진 자존심
볼기짝을 자존심으로
의자에 풀칠을 해놨더니 그만
어째 글을 써야 하긴 하지 않습니까아
하고
자판 위에 늘어진 게으름
손가락을 게으름으로
자판에 본드질을 해놨더니 그만
어째 글을 써야 하긴 하지 않습니까아
하고
하루는 스물 네 시간이고
일주일은 하루 곱하기 칠일인데
왜 쓰지를 못하나
그래 날이 많은데 왜 못하나
쫀심 그까이꺼
게을름 그까이꺼
그래 별 거 아닌데 왜 못하나
그러면서도 글은 말고 밥만 잘 먹습디다
오늘은 어째
글을 써야 하긴 하지 않습니까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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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라는 주제에 관련된 것 치고는 매우 좁아터진 이야기라 송구스럽습니다.
+ 다시 읽어보니 어째 심기가 불편해지는 부분이 있어 고쳐보았습니다.
조금은 일상적인 소재인지 대체적으로 평범한 느낌, 공감을 호소하는 쪽인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독특한 소재였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군요. 하지만 표현자체는 좋았습니다. ‘자존심을 풀칠’던가, ‘게이름으로 본드질’. 억지로라도 글을 쓰려는 글쓴이의 발버둥을 재미있게 표현했습니다. 다만 역시 상황자체가 조금은 진부하다는게 흠이라면 흠이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참 마음에 드는 시입니다. 보면서 웃고 있던 자신을 발견했거든요.
특히, 글은 말고 밥만 잘먹습니다. 이 표현, 정말 좋았어요.
이번 이벤트를 계기로 시게시판에 자주 놀러오시길 바랍니다.ㅠㅠ
좋은 시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