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여
그대, 나를 어찌 생각하시나
해가 지고
달이 지고
때가 되어 꽃이 지듯이
그렇게 내 삶이 지고 나서
네가 사는 하루 중에
문득
어느 때, 어느 순간이라도
한 몇 초나 몇 분이라도
너와 내가
우리가 살아간 시간을
아침에 맡는 밥 냄새만큼 만
정감 있는 기억으로 추억한다면
내 마지막 숨이야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나
바람에 쓸려가는 먼지 따위나
저기 까만 하늘 별빛의 한 조각이나
그 어떤
사소하고 지루한
단지 세상의 그 무엇이 되던지
내 삶의 자욱이 어디엔가
꽝
꽝
하고
네 자욱 옆에 찍혀질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