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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찡했던 건 첫 문단이네요. 네, 감상적인 것 좋아합니다 ㅎ
전 제가 어느 작가로 인해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는지 잊어버렸습니다. 잊어버렸다면 그 작가가 제게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참이 지난 후에, 그래도 몇몇 작가 이름 정도는 기억해 보자고 생각해 지금은 한두 작가 이름은 댈 수 있게 되었지만요.
여러분은 과연 누구로 인해 글을 쓰게 되었나요? 누구로 인해 그림이나 음악, 게임 등을 창작하기 시작했나요?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명예욕을 위해서도 아니고 금전욕을 위해서도 아니라고 한다면, 왜 발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요? 그것은 - 읽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좀 더 말해볼까요? 베케트나 첼란이나 헨리밀러나 조이스나 버지니아 울프나……발레리가 없었다면 저는 여기에 없을 겁니다. 니체나 푸코나 르장드르나 들뢰즈나 라캉이 있어주어 다행입니다. 그들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을 겁니다. 무엇을 쓰면 좋을지 몰랐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좋을지 몰랐을 겁니다.
발터 벤야민이 말했습니다. “밤중에 계속 걸을 때 도움이 되는 것은 다리도 날개도 아닌 친구의 발소리다”라고요. 발소리를 들어버렸던 것입니다. 도움을 받아버린 것이지요. 그렇다면 누구의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어쩌면 아무한테도 들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발소리를 내는 것조차 거부당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도 발소리를 내지 않고는 배겨나지 못할 터입니다. 들려주려고 하지 않으면 안 될 터입니다. 한 발짝이라도 좋으니까요.
[출처] 읽는 것과 쓰는 것, 그 자체가 혁명 |작성자 한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