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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 K E L E T O N K I N G                     
= T h e   L o r d   o f   F l a m i n g   G u s t =

 

 

 

  마는 내용물이 다 떨어진 식분낭(食粉囊)하나를 던져 버리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내심 기가 막히는 그였다. 비록 그가 이 쪽에서 경력이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은 이름을 날리는 명인이었다. 명인이라는 호칭은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경력이 오래 되지도 않았다면 더더욱.


 그만큼 마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준비하는 데에 있어 매우 꼼꼼했고, 충분하다고 생각될 만큼 준비가 되지 않는다면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분명 그런 마 자신이 확신을 하고 시작했건만, 목표한 것을 찾지도 못하고 지참한 식량의 반이 떨어진 상황이 찾아온 것이다.


 "말하면 좀 들어줘! 계속 무시하지 말고!"


 고개를 돌린 마의 눈에는 식량을 배불리 주지 않는다며 뾰로통해진 여자가 있었다.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단발이 여우 같은 얼굴에 묘하게 어울리는 매력적인 여자 수.


 근래에 마가 새로 사귄 애인이었는데, 이번 일의 의뢰자였다.


 마는 수에게 의뢰를 받으면서 반드시 혼자 다녀오겠다는 의견을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수는 막무가내로 같이 가겠다고 우겼고, 남자와 여자의 싸움이 으레 그렇듯 결국엔 마가 졌다.


 물론 마로서도 혼자 하는 여행보다는 상큼한 여성과 같이 하는 편이 여러 모로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게다가 그 때 당시로선 이런 상황이 닥칠 줄은 꿈도 꾸지 않았으니까. 마는 지금 그냥 후회만 하고 있었다.


 "마, 화났어?"


 "아니."


 수의 눈에 비친 마는 떫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다 헤진 채로 펄럭이는 망토에 둘러싸여 이상한 보안경을 이마에 걸친 채 서 있었다. 마의 긴 머리가 다시 가라앉아 눈을 가리려 할 때 뜨거운 바람 한 줄기가 그들 사이를 가르고 지나갔다.

 

 


 마는 애초부터 처음부터 전인류의 유물을 노리는 도굴꾼은 아니었다. 그가 전인류의 유물을 찾아 다니기 훨씬 전부터 세상에는 많은 수의 도굴꾼들이 있었지만 마는 전인류 따위, 현재를 살아갈 자신이 없는 겁쟁이들의 허무맹랑한 헛소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던 부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마가 사는 시절의 사람들은 대부분 전인류라는 집단을 보지도 못했으니까.


 "전인류란 말이다……."


 여러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던 할아버지가 전인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꺼내 들곤 하는, 책이라는 것 역시 전인류의 소산이라고 했지만 마로서는 믿을 수가 없었다. 물론, 오래 된 데다가 특이하긴 했다. 뭣보다 알아먹지 못할 수많은 도형들이 있는 종이 뭉치였으니까.


 하지만 그것 외에 더 무엇이 있다는 말인지. 마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어떤 괘씸한 무리들에 의해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물론 재미있었다. 마가 살고 있는 세상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수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있노라면 정말 그런 별세계가 있을 것만 같았다.


 사실 상상만 해도 멋졌다. 무언가가 끌지 않아도 움직이는 수레나 엄청난 힘을 내어 짐을 들어올릴 수 있는 기중기, 알록달록 색깔이 들어가 있고 튼튼한 옷. 그야말로 가져보고 싶은 것들이 아닐 수 없었다.


 "바보같이! 세상에 그런 건 없어!"


 하지만 현실은 그런 꿈의 세계와는 달랐다. 지독하게 뜨겁고 마른 바람들은 곡물을 제대로 키울 수도 없게 만들었다. 덕택에 마가 사는 마을은 그다지 살기 좋은 곳은 아니었다. 여느 곳에서나 다 살기 어려웠기에 푸념거리는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어려운 것은 어려운 것.


 마가 전인류라는 것을 현실에서 도망칠 뿐인, 비겁한 놈들이 지껄이는 헛소리라고 생각했던 것 역시 여기에 원인이 있었다.


 다음에 살아갈 후손들만 바라보며 힘든 삶을 살아가는 마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헛되어 보이는 꿈에 부풀어 전인류를 부르짖으며 뛰쳐나가선 다신 돌아오지 않았다.


 당연히 마을은 더더욱 살기 어려워졌고 마는 더더욱 전인류라는 것을 헛소리로 취급하곤 했다.


 당시의 마는 할아버지를 제외한 누구라도 전인류라는 말을 꺼내기만 하면 쓰레기 취급을 하곤 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영원히 변치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마는 인생에 결정적인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어떤 놈들인지는 당연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평범한 상인이나 떠돌이들이 아니었다는 건 분명했다. 번쩍번쩍하는 고급의 가죽옷은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이었으니까.


 마의 마을은 특별히 외부인을 배척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그 날은 그런 마을의 특성이 도리어 화를 불렀다.


 그들은 강도 떼였고, 마을은 약탈당했다. 마을을 지키기 위한 자경단이 돌칼이나 귀한 창을 들고 달려들었지만 상대는 되지 않았다.


 믿을 수 없었지만 기세 등등했던 자경단원들은 마의 눈앞에서 산산이 조각나 흩날렸다. 이제껏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던,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소리와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섬광이 일더니 눈을 뜬 순간 자경단원들은 전부 피투성이가 되어 나뒹굴었다.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피를 뿌리는 자경단을 향해 무언가 검은 것을 던졌다. 그 검은 것은 마가 처음 들었던 소리보다 더 큰 소리를 냈다. 더 밝은 빛을 냈다. 그리고 엄청나게 뜨거운 바람을 내뿜었던 것이다.


 멍청하게 서 있던 마는 그 순간 볼 수 있었다. 검은 돌멩이 같은 것에서 피어 오르는 불바람- 자경단을 모두 휩쓸어 한낱 고깃덩어리로 만들어 버린 가공할 불바람을!


 엄청난 소리를 내며 폭발하듯 불어온 불바람은 지금껏 마가 보았던 어떤 것보다도 무서웠다.


 마는 도망쳤다. 난생 처음으로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을 만났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마는 무작정 뛰어서 할아버지가 있는 집에 숨어들었고 할아버지에게 정신 없이 떠들어댔다. 할아버지는 마를 천천히 진정시키며 차근차근 들었고 이내 안색을 굳혔다.


 그 때였다. 문이 과격한 소리를 내며 거칠게 열렸다. 마는 기절할 듯이 놀랐다. 가공할 불바람을 이용해 마을의 자경단을 고깃덩어리로 만들어버린 그들이었다. 번쩍번쩍하는 가죽옷을 입은 자들!


 비명을 지르면서 자지러지는 마를 내팽개치며 할아버지에게 다가간 그들은 거친 말투로 뭔가를 요구했다. 할아버지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할아버지를 한껏 비웃고는 천둥을 뿜는 쇠뭉치로 할아버지의 왼팔을 앗아갔다!


 신음을 흘리며 피를 쏟는 할아버지를 내버려 둔 채로, 그들은 집을 뒤지다가 할아버지가 곧잘 꺼내보던 그 책이라는 종이 뭉치만을 가지고 사라졌다.


 마는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두려움에 질려 꼼짝할 수가 없었다. 공포의 이면으로 수치심이 몰려왔다.


 그들이 모두 집을 나선 후, 마는 울부짖으며 할아버지에게 다가갔다. 피를 너무 흘려 창백한 안색의 할아버지는 서럽게 우는 마에게 여러 가지를 말해주기 시작했다. 마는 울면서도 그 말을 모두 들었다. 하나도 빠짐 없이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점차 지쳐가는 할아버지의 표정도 새겼다. 가공할 전인류의 유산이 내보인 힘도 새겼다. 그리고 그 강도들도 새겼다. 할아버지는 눈을 감기 전에 마에게 말했다.

 

 


 "왜 그러고 가만히 있냐니까?"


 마는 감았던 눈을 떴다. 여전히 매력적인 수의 얼굴이 한 가득 보였다. 시선을 애써 뿌리쳐 고개를 돌리곤 그녀에게 말했다.


 "한숨밖에 안 나온다."


 수는 빙그레 웃었다. 마는 언제나 하고 싶은 말을 돌려 말하곤 했다. 그는 그녀에게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암묵적인 동의를 한 것이었다. 비록 그와 오랜 시간을 지내온 것은 아니지만 쉽게 마에게 적응할 수 있었던 그녀였다.


 수는 악동 같은 얼굴로 그의 허리춤에 매달려 품에서 식분낭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체념한 마는 수가 얌전히 식분낭만 챙겨가기를 바랬지만, 붙어서 자꾸 치근덕대는 수가 귀찮아 살짝 밀어냈다. 그녀가 혀를 빼물었지만 마는 상관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이 돼지 아가씨를 어쩌면 좋지?"


 "응? 마, 방금 뭐라고 했어?"


 "……."


 "마, 뭐라고 했냐니까?"


 혹시 수가 듣고는 기분 상할까 봐 내심을 작게 중얼거렸던 마는 인상을 찌푸렸다. 짜증을 참다 못해 계속 치근덕대는 그녀에게 한 마디 하려고 했던 그는 순간 행동을 멈췄다.


 수는 갑작스런 그의 모습에 약간 놀라며 입을 다물고 조용해졌다. 마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잠시 그 상태를 유지하던 마는 몸을 숙여 땅에 손을 대더니 이윽고 귀까지 가져다 댔다.


 악문 입술 사이로 바람소리를 낸 마는 고글을 내려 썼다. 그의 오른손이 본능적으로 등 뒤로 뻗어져 비죽 튀어나온 작대기를 잡았다. 왼손은 허리춤에서 늘어졌다. 마의 몸이 한껏 숙여지고 눈이 크게 뜨였다. 그가 소리쳤다!


 "왔다!"

 

 

 

 

현재 필자의 상황상, 성실연재는 힘들 수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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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깃글은 순수 창작물로써,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기반한 픽션입니다.

현실과 혼동하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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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rights by EsLu. All Rights Reserved.
Beta Ver GateWay : acoc.co.kr

Special Thx :
   읽어주시는 온라인의 여러분들.
   HANULGARAM the Amusements Creators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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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1.06.22 05:00

     이런 걸 뭐라고 하죠? 기억은 잘 안나지만 <매드 맥스>같은 세계관, 그런 느낌 맞나요??

     세계관도 그렇고 인물 표현도 멋지고, 무엇보다 여주인공이 마음에 드네요 ㅎㅎ 연재 계속해주시면 꾸준히 볼 겁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행여 연재 주기가 꾸준하지 않더라도, 완결만 내주셔도 좋아요. 그만큼 기대가 되네요^^;

  • ?
    EsLu 2011.06.22 05:45

    SF 형식의 기초설정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일단 바스타드판타지이고, 매드맥스와는 거리가 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인류의 유산이라든가 하는 설정은 기성 상품들에서 상당히 많이 써먹어 케케묵은 요소라 다른 분들도 흥미가 동할지는 의문이었는데, 일단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일단 연재를 시작한 이상, 나머지는 몰라도 1부격인 불바람의 군주 하나만이라도 연재 종결을 시키는게 목표입니다. 완결은... 음... 가능할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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