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무無의 세상에 존재한 유일자 아냐르가 유有의 세상을 창조하였다. 무의 세상은 유의 세상을 파괴해 나갔고 아냐르는 그를 안타깝게 여겨 무의 세상의 힘의 근원인 발타마나를 유의 세상에 부여하였다.
-창세기 제 1절
뜨거운 태양도 그 강렬한 열기를 한수 접어야 하고 밤중에는 별과 달까지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움만이 있는 그곳에도 혹한의 추위와 맞서며 살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설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곳의 사람들의 삶과 영혼도 나이를 먹어갔다. 누구라도 한번 보게 되면 거대하고 순결한 하얀색에 감탄하며 빠져나오지 못하고, 꼬리와 꼬리를 물고 동쪽 끝까지 땅을 가로질러 솟아오른, 온기와 결별한 땅에 맞이하는 첫 관문.
*시그윌레의 동남쪽 츠흐룬, 츠할린 산맥
멀리서 1년에 단 2달 동안 얼지 않는 호수인 로냐타가 보이는 위치에 까지 오르면 비로소 츠할린의 진정한 추위를 느끼게 된다. 새벽 5시, 멀리서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그 누구도 얼어 죽을 것 같은 추위 속에서도 경건함을 느끼게 된다. 로냐타가 있는 곳까지 검붉은 평원이 이어져 있고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로냐타가 드넓은 창공 아래에 박혀있다. 하늘이 붉게 타올라가고 귀를 스치는 시린 바람은 정신을 더 똑바로 차리게 만든다.
비상의 바위. 예전 츠흐룬의 사냥꾼들이 처음 그 바위를 발견했을 때, 거대한 독수리 한 마리가 바위 끝에서 날아올랐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홀로 수 백 년을 지켜온 바위를 츠흐룬 촌장의 아들이며 청년장인 츠윈 위테톨이 그 위에 서서 천천히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사냥꾼의 기도를 올렸다. 물을 바위 위에 떨어뜨리고 곧바로 얼어버린 물 위에 동물 뼈를 갈아 만든 가루를 뿌렸다. 그리고 그 위에 새의 깃털 하나를 올리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10초 정도 흐른 뒤 그가 눈을 떴을 때는 바람에 날려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깃털이 보였다. 그는 일어나서 후 하고 크게 숨을 내 쉬었다. 그리고 바위 밑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마을 출신의 사냥꾼 두 명과 멀리서 온 이방인 둘이 힘겹게 걸어 올라오고 있었다. 그는 다시 고개를 들어 이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진 깃털을 향해 숨을 들이쉬다가 바위에서 내려왔다. 비상의 바위 뒤 틈 사이로 내려온 위테톨은 곧 이어 올라온 4명의 사람들을 맞이했다. 자신과 같은 사냥꾼인 둘은 이정도 추위와 힘든 것을 참을 수 있었지만 이방인은 그러지 못했다. 산이라고 해봤자 얼마 없고, 또 2000m의 작은 산 밖에 없는 시그윌레보다 좀 더 북쪽의 비바-첵에서 온 이방인들이기 때문이다. 이방인들은 틈 사이로 들어가자마자 주저앉아서 몸을 떨었다. 두꺼운 털가죽옷을 여러 겹 입고 있었지만 *콰헬 대륙에서 유일하게 봄이 나타나는 비바-첵의 겨울 추위와 츠할린 산맥 덕으로 1년 365일 모두 굉장한 추위가 나타나는 시그윌레의 겨울은 본질적으로 달랐다. 대부의 입김으로 불리는 츠할린 산맥의 바람은 시그윌레 남부와 *스라비 대륙 북부를 나누는 확실한 경계가 되었다. 한 발자국 차이로 추위와 더위가 변하는 이 기이한 현상은 *대부의 마법적인 축복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런 마법적인 추위로 이방인들은 평생 동안 느낄 수 없었던 추위에 놀라고 또 놀랐다.
“이제 그만 내려가 보는 것이 어떻겠소?”
꾹 참고 있다지만 안쓰러워 보이는 이방인들을 향해 위테톨이 물었다. 이방인들은 한참 정신을 못 차리다가 결국 위테톨이 한번 더 말하고서야 알아들었는지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이방인들 중 한명이 더듬 더듬 거리며 그에게 말했다.
“어... 저... 우리는... 바릿을... 필요로... 합니다.”
위테톨은 더듬 거리는 이방인을 보며 쿨럭하고 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억지로 윈딜 어를 쓸 필요 없소. 나도 예전에 *비바-첵의 뤼핀룬시(市)에서 산 적이 있어서 오드 어를 알고 있소. 편하게 말하시오.”
이방인은 놀랬다는 듯이 위테톨을 뚤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렇군요. 뤼핀룬이라면 분명히 발문의 모피로 유명한 도시죠?”
“그렇소. 그보다 아까 했던 질문에 답하지 않겠소?”
이방인은 그제서야 제대로 말을 할 수 있었다.
“저희는 이곳에 있는 바릿을 관찰해야 합니다. 최근에 이 츠할린 산맥 주변에서 나타난 바릿은 비바-첵 이북에 나타나는 바릿과 그 모양과 습성이 달라 이종으로 여겨야 하는지, 또는 바릿의 아종으로 여겨야 하는지 학계에서 말이 많았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오드의 학생이겠군.”
“네. 3년 생인 모베르토 앙크라 합니다.”
위테톨은 제대로 몸을 돌려서 꽤나 놀란 표정을 짓고는 모베르토를 바라보며 말했다.
“앙크가(家)? *위세른의 퓨라문국(國)의 대 귀족이?”
모베트로 또한 놀란 표정을 지으며 위테톨에게 답했다.
“저희 집안을 아시는군요.”
“퓨라문을 세운 5씨족 중 하나이니 알고 있소.”
모베르토는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지었지만 털가죽의 후드에 쑥 하니 들어가 있는 그의 모습은 근엄하기 보다는 불쌍하기까지 했다.
“뭐, 어쨌든. 바릿이라. 책을 통해 보았소. 아마 우리가 바룽으라고 부르는 동물인가 보군.”
위테톨은 바위 밑에서 나가서 산 위쪽을 바라보았다. 눈이 가득 쌓인 산은 끝없는 오르막길 같이 보였다. 위테톨은 한참 살피다가 손을 뻗어 어느 한 쪽을 가리켰다.
“저 언덕을 넘으면 퓽윤의 땅이라는 곳이 나온다오. 꽤 넓은 평야 지역이오. 바룽으는 대부분 그곳에서 서식하오. 어쩌면 오늘 내로 돌아갈 수 있기도 하겠소.”
그러자 모베르토 뒤에서 엄청 떨고 있던 다른 이방인이 고개를 들고 위테톨과 모베르토에게 말했다.
“그..그럼. 빨리.. 가죠.. 많이.. 춥군요!”
“흐음... 추위를 많이 타는가 보군.”
위테톨은 그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왜소한 체구에 키는 174cm정도로 비바-첵의 평균 성인 키보다 10cm나 작았다.
“좋소. 그쪽이 그러하니 빨리 갑시다.”
위테톨이 한발자국 앞을 나아갔을 때 갑자기 그는 뚝하고 멈춰섰다. 그를 따르려고 움직이던 모베르토와 나머지 일행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 하며 밖으로 나오려고 하였다. 위테톨과 같은 사냥꾼 출신이던 오구 순바와 츠운 츠인테는 밖으로 나가자마자 고요한 바람에 흠칫하고 놀랬다가 곧 위테톨과 함께 눈을 감고 주위를 경계하였다. 이 사실을 모르는 모베르토와 그의 친구인 이방인은 그들에게 다가가며 말하였다.
“무슨 일이 있습...”
갑자기 위테톨은 모베르토를 향해 달려왔다. 모베르토가 허우적거리며 뒤로 물러났지만 순식간에 무서운 얼굴의 위테톨이 모베르토를 덮쳤다. 또한 순바와 츠인테 또한 바위의 밑의 굴쪽으로 이방인을 붙잡고 몸을 던졌다.
“윽!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이제 입을 열지 마시오. 폐 속 까지 얼어붙을 수 있으니 말이오.”
위테톨은 그렇게 말하고 그전까지는 쓰지도 않던 마스크에 2, 3중으로 되어있는 방한모자까지 깊게 눌러썼다. 순바와 츠인테 또한 굳게 입을 다물고는 바위 뒤로 깊숙이 들어가 몸을 웅크렸다. 모베르토와 그의 친구 또한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한 것을 느끼고는 단단히 준비했다. 순바와 츠인테가 각각 휴대에 편한 장작 5개를 꺼내고 불을 붙이고, 모베르토와 그의 친구가 그 불쪽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들의 준비를 필요 없게 만들 정도의 엄청난 추위가 닥쳐왔다. 모베르토의 친구가 가장 추위를 많이 떨기에 바위에서 가장 뒤쪽으로 들어가서 불과 가까운 곳에 앉게 하였고 나머지는 눈도 게슴츠레 뜨고는 밖을 보았다. 바깥은 봄날에 내리는 비같이 빗방울을 머금은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고 있었다. 위테톨은 가방을 뒤져 검은색의 곰가죽 여러 개를 이어 붙인 장막 같은 것을 바위 입구에 걸어두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추위가 조금씩 가시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그때 돼서야 위테톨은 마스크를 조금 내리고는 말했다.
“이것이 바로 겨울 츠할린 산의 바람이오. 물기를 머금고 있으며 매우 강하게 불고, 빗방울을 머금고 있는데도 우박으로 얼지 않아 털이 없는 인간들이나 동물들에게 잠시라도 바람을 맞게 하면 노출된 그 자리가 바로 얼어버리오. 동상도 걸리기 전에 바로 얼어버리오. 우리는 그래서 이 바람을 얼음마녀칼바람이라고 부르오.”
모베르토는 그의 말에 속으로 공포까지 느끼며 눈을 감았다. 모베르토의 친구는 추위에 떨며 말하였다.
“그.. 그럼. 오.. 오늘은... 아우!”
“걱정마시오. 다행히 이 바람은 10분정도 불고 나면 그치니 말이오.”
위테톨은 말도 제대로 못하는 그를 향해 미리 예측하여 대답해 주었다. 그리고 궁금해 하며 물었다.
“비바-첵의 오드도 우리 시그윌레의 츠흐룬만큼은 아니지만 꽤 추운 곳인데, 그쪽은 꽤 많이 추위를 타구려.”
“아, 이 친구는 원래 *발리케의 앙타강쿠스에서 왔습니다.”
위테톨은 조용히 앙타강쿠스에 대해서 생각했다. 사실 그가 츠흐룬의 사냥꾼인 것 치고는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지만 콰헬 대륙 동쪽은 자세히 알지 못했다. 비바-첵의 마법사들은 오래전부터 구미호와 학문적, 마법적 갈등이 깊었으며, 대부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동부를 기피했다. 그 결과 대륙의 대부분 정보 서적의 집필을 맡고 있는 비바-첵의 마법사들은 동부에 대해 많이 쓰지 않았다. 위테톨은 자신이 비바-첵에 있었을 때 읽었던 많은 책들을 생각해보았지만 너무나 정보가 적었다.
“앙타강쿠스라... *탈래 대륙과 교역을 한다는 대(大)항구와 대모의 등대 가르 마뮤레가 있는 곳이군. 그곳은 춥지 않소?”
“탈래 대륙의 구미호들을 비롯한 그곳의 인간들은 아시다시피 추위에 매우 약하지요. 그래서 가까운 시그윌레 지역으로 교역하지 않고 바다를 건너 발리케의 앙타강쿠스로 가는 겁니다. 앙타강쿠스는 우리 콰헬 대륙에서 유일하게 영상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지요.”
“그... 그렇습니다... 후우... 저는... 소냐... 아브로치에라고... 합니다. 후욱.”
“아브로치에라. 들어본 적 없는 가문이군.”
“그는 평민 출신입니다.”
위테톨은 모베르토를 쳐다보았다. 추위를 참고 있는 그의 모습에 어떤 다른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소냐를 향해 돌아보아도 그 또한 추위를 피해서 움츠리고 있었을 뿐이지 귀족과 평민의 신분적 차이에 대한 골은 없어 보였다. 원래 비바-첵에 있는 3개의 오드들은 어떤 곳의 귀족이었는지 평민이었는지 그런 것을 상관하지 않는다. 다만 자체 학생들이 주어진 신분을 따를 뿐이었다. 그런 점에서 귀족과 평민이 허울 없이 지내는 모습은 신선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재미있기도 하였다.
“그런가. 꽤 놀라게 만드는군.”
위테톨은 나지막하게 속삭였고 모베르토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안되겠습니다. 소냐가 너무 추워하는 군요.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겠습니다. 내일, 소냐는 마을에서 쉬게 하고 우리끼리 올라오죠.”
위테톨은 고개를 끄덕였고 고개를 털가죽 옷에 깊게 파묻었다.
“괜...찮아? 너... 바릿도... 제대로 모르잖아...”
소냐는 걱정스럽게 물어왔다. 모베르토는 이제 조금 풀린 추위에 밖으로 얼굴을 살짝 내밀어 보고는 말했다.
“걱정마. 우리는 이미,”
잠시 말을 멈춘 모베르토는 소냐를 돌아보았다. 위테톨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갑자기 멈추자 의아해 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더 이상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위테톨은 그저 조용히 몸을 움직였다.
“이제 내려가죠. 밖에 바람도 그쳤나 봅니다.”
츠인테가 곰 가죽을 거둬들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바깥을 향해있던 곰 가죽은 바람에 완전히 얼어붙어서 더 이상 쓸 수 없어 보였다. 츠인테는 땅바닥에 내려놓고 그 위에 뼛가루를 뿌리자 뒤에 있던 위테톨과 순바 또한 일어나서 츠인테와 같이 묵념을 하였다. 모베르토와 소냐도 일어났지만 뒤에 멀뚱멀뚱 서있으며 그들을 지켜보았다. 잠시 뒤 고개를 들면서 츠인테가 말하였다.
“빌린 것을 감사하며.”
그리고는 밖으로 나가 태양을 향해 높게 던졌다. 모베르토와 소냐도 밖으로 나왔고 산 아래로 점이 되어 사라지는 곰 가죽을 보았다. 소냐는 그 곰 가죽에 눈을 떼지 못하며 츠인테에게 물어보았다.
“누구에게 빌렸다는 건가요?”
“가죽을 준 것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우리의 필요에 의해 곰을 사냥했고 가죽을 얻었지. 곰은 우리에게 죽었고 가죽은 우리에게 들어왔어. 지금, 이제 죽은 곰에게서 얻은 가죽을 하늘로 갔을지도 모르는 곰에게 돌려주는 것이지.”
“사냥꾼은 사냥을 감사하며 사냥물을 존경하고 마지막으로 기도를 올리지.”
위테톨은 양가죽으로 만든 수통을 꺼내들어 마셨다. 움크라는 뱀의 피와 따뜻한 물 그리고 설탕이 섞여 있는 그 물은 움캉귀라고 부르며 추위를 가시게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위테톨은 그렇게 말하며 소냐에게 권했고 소냐는 허겁지겁 마셨다. 물론 역겨운 맛에 많이 마시지 못하고 기침을 하며 입을 뗐다. 순간 그들이 있는 자리가 검은 그림자로 뒤 덥혔다. 사냥꾼들은 오랜 사냥 경험으로 하늘을 확인하기 전에 재빨리 몸을 숙였지만 소냐와 모베르토는 그러지 못했다. 주춤주춤 엎어져서 매우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매우 거대한 검은 그림자를 보았다.
“맙소사. 에살쿠라이로군.”
위테톨은 진심으로 놀라며 말하였고 말은 하지 않았지 순바와 츠인테 또한 하늘을 경악하면서 바라보았다. 소냐와 모베르토는 검은 물체가 무엇인지 보다가 꽤 멀리 떨어졌을 때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대한 몸집, 회색빛 몸, 쭉 뻗은 강인한 날개, 기다랗고 단단해 보이는 꼬리, 그리고 바위도 씹을 듯한 이빨.
“저게... 무엇입니까?”
“*용이라네. 비바-첵의 마법사들은 인정하지 않는 생물이지. 이곳 시그윌레의 최고의 포식자이며 츠할린 산맥의 진정한 주인이라네.”
“마법사들은 대모 미리내의 자식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대녀 가리온이 낳은 씨앗에서 나온 많은 생물들을 자신의 아래로 보고 있다는 건 자네들도 알고 있을 거라네. 용이라는 건, 그 아래로 보고 있는 가리온의 씨앗 중에서 가장 강한 씨앗이지. 우리 인간 보다 강하기에, 그들은 용을 인정하지 않아.”
거대한 포효가 멀리서 들려왔다. 모베르토는 멀리 날아가는 그 용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뭔가 벅차오르는 것을 꾹 진정시켰고 소냐는 그저 포효에 깜짝 놀라며 몸을 움찔거렸다.
“그나저나 에살쿠라이가 저 먼 서쪽으로 날아간지 이제 2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돌아오다니. 빠르군.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 보여.”
모두 용이 멀리 간 것을 확인하자 일어났다. 위테톨은 몸을 툭툭 털고 일어나 서쪽을 향해 바라보며 말하였다. 그의 눈에는 걱정스러움이 묻어났다.
“우리 사냥꾼은, 후우. 작은 것 하나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는 걸 알고 있지. 과연 왜 용이 1년이나 빨리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왔는가. 왜 1년 씩이나 빨리 왔는가.”
그는 조금씩 말소리를 줄이며 끝말을 되 새겼다. 순바는 모베르토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툭 치고 웃으며 말하였다.
“걱정 말게. 사냥꾼은 미신을 잘 믿으니 말이야.”
츠인테는 순바의 말에 푸하하 하고 웃었고 내려갈 길을 잡았다. 위테톨은 잠시 뻐끈한 몸을 달래기 위해 움직이다가 순바의 말에 대한 답을 내렸다.
“그렇다고 무당은 아니라네.”
그들은 산을 내려갔다. 험한 지형은 올라온 것이 힘든 만큼 내려가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멀리 퓽윤의 땅에서 들려오는 새끼 바룽으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곳곳에서 숨을 죽였던 새들도 돌아와 지저귀기 시작하여 용이 언제 왔냐는 듯이 다시 시끌벅적한 곳이 되어버렸다. 비상의 바위 밑에 천천히 연기를 뿜는 검은 장작은 그 자리에 바람이 휙 하고 불자 천천히 밖으로 굴러 나갔고 그 위에 용 보다는 작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독수리. 새의 왕 독수리는 비상의 바위 위에서 찬란한 태양을 받으며 당당한 모습으로 바위 끝에 내려앉았다. 그 곳에 언제 인간이 있었냐는 듯이, 너무나 평화로웠다. 독수리는 날개를 펴서 날아올랐다. 로냐타 호수를 향해 날아가는 독수리의 눈에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5명의 모습이 비쳤고 독수리는 크게 울음을 토해냈다. 인간과 독수리 모두가 사라진 비상의 바위에서는 시린 바람이 부드럽게 불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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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윌레 : 콰헬 대륙의 남부에 해당되는 지역으로 츠할린 산맥 북쪽, 비바-첵 남쪽 까지로 대륙에서 2번째로 큰 땅이다.
비바-첵 : 춘지 아디딘 땅 전체를 비바-첵 이라고 부른다. 춘지 아디딘의 최서단의 도시 비바노에서 최동단 도시 펠리노첵까지 이어진 이곳에 에져오드, 벤오드, 스팔오드 이 3개의 마탑이 있으며 콰헬 대륙의 가장 중심 지역이다.
오드 : 에져오드, 벤오드, 에아센오드, 이 세 마탑을 뜻한다.
대부(대모)의 축복 : 오르누와 마야사가 하나의 땅이었을때 대모와 대부가 자신이 만든 땅에 여러가지 축복을 내렸는데 그 축복에 의해 여러가지 이상한 힘을 지닌 땅이 있다. 대표적으로 오르누 콰헬 대륙의 츠할린 산맥, 오아게 대륙의 용의 산맥이 있다.
위세른 : 큐린 평원이 있는 곳으로서 비바-첵을 중심으로 서남부에 해당한다.
발리케 : 콰헬 대륙에서 유일하게 영상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구미호와의 교류가 가장 활발한 땅이다.
스라비 대륙 : 오르누의 중앙에 해당하는 대륙으로 넓은 평원과 적당한 산지, 적당한 기온 등으로 사람이 살기 가장 좋은 곳이나 4명의 현자들이 아무도 선택하지 않아 다른 대륙에 비해 덜 발달된 곳이다. 인간 이전의 이종족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콰헬 대륙 : 오르누의 북쪽에 해당되는 대륙으로 마법사들의 현자 오르제 볼라소가 에져오드를 세우면서 마법사들의 땅으로 인식되는 땅이다. 오르제 볼라소가 갑자기 사라진 이후, 지속적으로 인간의 영토를 확장하며 콰헬 대륙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이종족을 서북쪽으로 몰아넣었다.
탈래 대륙 : 오르누의 동쪽에 해당되는 대륙으로 평화의 현자 모 살로시오 피알이 말자림을 세우고 주위의 구미호와 도깨비들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종족도 전 대륙 중에서 가장 적기 때문에 가장 평화스러운 대륙이기도 하다.
용 : 대 탈주 시대 이전의 노예 시대 때 오르누에서 대녀 가리온이 뿌린 생명의 씨앗 중 가장 마지막에 태어난 생물로 거대하고 강하며 존재 자체가 신비로운 생물이다. 5년에 한번씩 오아게 대륙의 용의 산맥으로 모든 용들이 집합하고 다시 원래 보금자리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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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ecat
예, 그렇습니다.
미라탈 연대기 연재하는겁니다.
물론 이건 작년에 올렸던 부분을 오타나 틀린점을 수정해서 주석과 함께 다시 올린거죠.
2화는 내일 쯤에 올리겠습니다.
현재 한글2007기준으로 3장 정도 썼는데
아무래도 4장까지 쓰지 않으면 글이 글이 아닌것 같아서 말이죠.
기대해 주십시오. 신화를 만들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