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저녁은 내가 만들었다. 확실히 말하자면 점심 때 남은 것을 데우는 정도였지만 양이약간 적은 것 같아 내 입맛대로 고기를 약간 넣었다. 잠시 후 다 익자 식고 있을 동안 에이브 부르러 갔다. 방 앞에 도착해 문을 열려는데 문이 잠겨있다.
“에이브!”
불러봤지만 대답이 없다. 그러고 보니 대낮부터 잠을 자던데 혹시 병이라도 생긴 것이 아닐까 싶어 힘을 줘 밀어봤더니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며 문틈이 살짝 벌어져 에이브가 침대위에서 누워있는 것이 보인다. 더 힘을 줘서 밀었더니 문의 위쪽은 그대로 있고 아래쪽만 벌려진다.
“에이브.”
문을 부술 생각은 없기에 거기서 멈추고 에이브를 불러본다. 그랬더니 에이브가 움직인다.
“일어나서 저녁 먹어.”
설마 굶을 생각은 아니겠지. 내일부터 나라를 한 바퀴 돌아한다. 다이어트 같은 것은 해서는 안 되고 할 수도 없다.
“출발해야 하잖아. 굶으면 안 된다고.”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내일 이후로는 살이 빠졌다면 다이어트를 했다가 아닌 힘든 여행 이였다가 된다.
“먹었는데.”
길게 늘어트리며 말한다. 내가 엄청 귀찮은가 보다.
“언제?”
내가 장비들을 손질하고 있을 때 먹었나?
“같이 먹었잖아.”
점심 먹은 것을 저녁으로 착각하고 지금이 아침이라고 생각하고 있나 보다.
“아직 저녁이다.”
어이가 없다.
“빨리 나와. 문은 왜 잠가 둔 거야.”
돌아보기 전에 문을 밀던 것을 멈추고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나갈 이유가 없으니까.”
먹을 생각이 정말로 없나보다. 화가나 문을 부숴 들어가 억지로 끌어낼까 했지만 참고 부엌으로 돌아갔다. 내일 아침이 되기 전에는 혼자서 있어야 한다. 내일 준비해야 할 것도 모르고 지도에는 4개의 직선만 그어있고 길을 따라 그리고 싶지만 짐마차가 갈 수 없는 길에 대한 표시가 나와 있지 않고 거기다가 미리 말을 하지 않아 그릇 하나가 식어가고 있다.
“쳇.”
화가나 그릇을 그대로 두고 밖으로 나갔다. 태양이 안보인지 한참 됐지만 아직은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아 앞이 보여서 아직 밖에 사람들이 있다. 말을 걸어오기 전에 발걸음을 빨리해 광장을 지나 마을 밖으로 나갔다. 내가 들어온 곳과 반대쪽이다. 창고가 있고 문을 열어보니 안에 말과 짐마차가 있다. 어두워 옆의 등불을 켠 뒤 마차위에 두툼한 천이 묶여 놓여있다. 주위에는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하아.”
한숨이 나온다. 창고를 나오니 이제는 완전히 어두워졌고 길가에 달아둔 등불을 확인하는 사람들만 있을 뿐 다들 집안으로 들어가 있다. 다시 발을 재촉해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저 고요할 뿐이다. 여기에 도착해 이렇게 있을 줄은 몰랐다. 내 방으로 올라갈려다가 식탁위에 있는 그릇이 생각났다. 산책을 하면서 가라앉았던 기분이 다시 차오른다. 집 뒤쪽으로 가서 남은 음식을 버리고 설거지를 한 다음 내방으로 올라가 입었던 옷들을 가지고 내려와 대충 물에 빨래를 했다. 일단은 이 옷들도 들고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해서다. 방안에 있는 특이한 등불들을 모아 위에 옷 올려 말리고 닦아 놓은 장비들과 함께 가방 안에 넣었다. 더 이상 할 일이 생각나지 않아 침대에 누워 있다가 집안을 둘러보았다. 내일 아침이 지나면 1년 후에 볼 수 있다. 2층은 방이 2개라 방의 크기가 비교적 크다. 내가 있는 방에는 침대 하나와 옷걸이 하나가 전부인데 등불이 많이 걸려 있는 것을 보면 누군가가 마을에 와서 묶어야 할 때에도 방을 내어 줬는지도 모른다. 증거로 잠금장치가 방 밖에 있다. 집의 왼쪽에 있는 앞에 방을 열어 보았더니 남은 식기나 이불만 있을 뿐 등불조차 없다. 1층에는 에이브의 방과 화장실 부엌이 끝이다. 화로는 부엌에만 있을 뿐이지만 다른 방에는 다수의 등불이 열을 내서 온도가 내려가는 것을 막는다. 등불이 꾀나 뜨거워 아까 옷을 말릴 때에도 금방 말랐다. 침대에 누워 생각해 보니 마차에 앉아 지루한 여행이 될 것 같다. 걷다 힘들어 쉬다 갈일도 없고 내가 말을 걸기 전에는 아무 말도 안할 에이브와 마차위에 앉아 말려둔 음식들을 뜯어 먹으며 가끔 말이 잘 다듬어진 길을 따라 똑바로 걷는지 확인만 하면 끝이다. 그렇게 허무할지도 모를 1년을 지낼 생각을 하니 가던 도중 동료를 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브처럼 붙임성 없는 사람 보다 정반대로 좀 시끄러워서 귀찮더라도 지루하지는 않은 동료 말이다. 가능성은 적지만 그 동료가 여자라 여행을 하면서 친해져 끝날 때쯤에는.
“쳇.”
그러고 보니 이런 생각은 에이브와 만난 지 얼마 안됐을 때에도 했었다. 사실상 차여버렸고 이번 여행 때문이 아니면 에이브가 본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다시는 얼굴을 안 봤을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이 도달하자 갑자기 여행을 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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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 반쯤 쓰다가 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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