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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에리얼 파크에선 제일 처음 썼던 파트입니다. (왜 이걸 먼저 썼는지는 저도 모르게씀;;)


 


그나저나 매번 조회수는 신기하게도 100이 넘어가는데, 손톱때만큼도 관심을 못받고 있다는 거슨...


다시말해 소설이 영 재미없고 흥미도 전혀 안생긴다는 얘기...인듯? |||OTL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은 그렇죠, 머.. 애효....T_T


그래도 기왕 쓴거 써 지는데 까진 써 보렵니다. ㅜㅡ


 



공의경계_가람의동 01


==================================================================================================


sere1. 아귀가 맞지 않을 때의 행동 지침서(12)


 


 


"세라반스라고?!"


짧은 외침과 함께 안나는 놀랄 정도의 높이로 의자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그녀의 과장된 행동에 되려 놀란 제시는 움찔하며 본능적으로 안나의 손에 들려 있는 당근주스가 반쯤 든 유리잔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곧 그녀가 주스를 다 마시기 전에는 지진이 일어나도 컵은 무사할 것을 깨달은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무슨 짓이야? 내가 더 놀랬잖아!"


그의 항의를 가볍게 흘려듣고서, 안나는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며 카운터 맞은편에 있는 제시를 향해 정신없이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게 세라반스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피해자라면 어떻게 여기까지 떠내려 온 거야? 그냥 떠내려 온 걸까? 그 먼 데서 여기까지 시체가 떠내려 오는 게 정말 가능한 거야? 아니면 혹시 살인범이 시체를 이 근처에 버린 거 아냐? 그럼 혹시 범인이 이 근처에 있을 지도 모르겠네? 세상에 끔찍하다. 그래. 범인은 아직 안 잡혔구? 하긴 국경을 넘었다니까 잡긴 글렀다. 그래서, 그 다음은?"


"저기, 안나..."


"응? 응? 그래서? 어떻게 됐어? 계속 얘기 해 봐."


제시는 자신을 향해 눈을 빛내고 있는 안나를 보며 더 얘기를 해 줘도 좋을지 망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한 번 말을 꺼낸 이상, 여기서 중단했다간 사건의 진상이 마을 내에서 어떤 이상한 소문으로 퍼지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은 겨우 해변에 밀려온 시체가 세라반스에서 죽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순식간에 살인범을 국경까지 넘게 만든 그녀의 놀라운 상상력에 경이를 표하며 제시는 그녀의 사고가 더 이상 폭주하는 것을 막을 방법을 열심히 궁리하기 시작했다.


"국경을 넘은 범인 같은 건 없어. 살인사건이란 것도 아직은 그냥 추정일 뿐이라고. 요점은 시체가 거기서 여기까지 먼 거리를 떠내려 왔다는 거야. 하지만 그냥 그렇게 단정하기엔 의문점이 많다는 군."


"의문점? 혹시 동업자나 배후 세력이 있는 거 아냐? 내가 전에 읽은 책에선...."


"엉뚱한 추측은 그만 해. 또 티젯시네 집에서 이상한 소설이나 주워 읽은 거겠지?"


"아냐, 아냐. 그건 얼마 전에 내가 산거야. [파스타]라는 책인데..."


안나가 막 책 자랑을 끄집어내려던 바로 그 때 문밖에서 구원의 소리-적어도 제시에게는-가 들려왔다.


짜르릉-


동시에 안나는 가지고 있던 당근주스를 한 모금에 들이켜고 외쳤다.


"앗, 티젯시다!!"


그녀가 카운터에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친 컵이 균형을 잡는 것을 도와주며 제시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봐... 보통은 그 반대로 행동해야 하는 것 아냐? 소리를 듣고 앗 티젯시다! 하고 외친 다음에 서둘러 주스를 마시는 게 정상적인 행동 순서지..'


그러나 행동의 순서야 어쨌든 안나는 이미 가게 밖으로 쪼르르 달려 나가 버렸고, 그 번개와도 같은 행동에 채 적응을 못해 잠시 혼란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그녀가 지나간 길을 쳐다보던 제시는 곧 머리를 긁적이며 좀 더 얌전한 수다 상대를 찾아, 가게 안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한편, 티젯시는 조금 성가시다는 얼굴이 되어 뒤쪽을 흘깃 쳐다보았다.
아까 길가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 때문에 잠시 자전거를 멈춘 사이 어디선가 쏜살같이 튀어나와 뒷좌석에 뛰어오른 무모한 행동의 주인공- 이 염치없는 소녀는 이미 안장 옆에 두 발까지 척하니 올리고 완벽하게 안정적인 무임승차의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왼발로 발통을 툭툭 차며, 티젯시는 되도록 부드러운 목소리를 유지하려 애쓰며 입을 열었다.


"내려."


물론 안나가 들은 척도 하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시내에 나가는 거지?"


티젯시는 자전거를 버리고 가야 할지를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안나를 끌어내리는 것도, 자전거를 버리는 것도 무리라고 판단한 그녀는 곧 포기하기로 결심하고 발통을 굴려 자전거를 몰기 시작했다.


"무슨 일로 가는 거야?"


빠른 속력과 얼굴을 때리는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안나가 기분 좋게 물었다. 그녀의 기분이 좋은 것이 꽤나 불만인 듯 티젯시는 퉁명스레 대꾸했다.


"볼일이 있어서..."


제대로 된 답변이 결코 아니었으나, 안나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자전거가 잔니아를 벗어나는 구불구불한 고개 길로 접어들자 안나가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수다를 시작했다.


"그 사람이 오늘 너희 집엔 왜 간 거래?"


"누구?"


"애드워드 킴. 헤노바의 대 지주이자 자작. 비번스의 창시자. 유명한 사람. 요즘 우리 마을에서 시체 사건 다음으로 관심 끄는 화제의 주인공 말야-"


안나는 장황하게 설명하며 두 팔을 한껏 옆으로 벌리고 과장된 몸짓을 해 보였다. 물론 뒷좌석에서 한 행동을 줄곧 뚱한 얼굴로 앞만 쳐다보고 있던 티젯시가 볼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흠..."


티젯시가 중얼거렸다. 좀 전보다 한층 성의 없어진 반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안나는 개의치 않고 얘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그냥 일 때문에 온 건 아니지?"


"글쎄..."


"그 사람 아무래도 너 때문에 여기 온 것 같다고 사람들이 수군대던걸?"


"그래?"


“무슨 사이야? 응? 무슨 사인데?”


“아는 사이.”


그녀가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안나는 몸을 뒤로 홱 젖히며 깔깔거리며 유쾌하게 웃어댔다. 두 손으로 안장을 꼭 잡고 있었으므로 떨어질 위험은 없었지만, 앞좌석의 티젯시는 잠시 균형을 잡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네가 운전해."


티젯시가 눈살을 찌푸리며 항의하자 안나는 냉큼 몸을 다시 앞으로 숙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굉장한 사람이랑 친하다니, 너 다시 봐야겠다?"


"허어..."


안나의 말을 듣고 있는지 안 듣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울 정도로 성의도 의미도 없는 한마디였다. 그러나 역시 안나는 이해했다는 모양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안나가 혼자 납득하든 이해하든 오해하든 간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전거를 몰던 티젯시도 다음 질문에는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티젯시, 너 실은 숨겨진 국왕의 사생아라는 소문이 사실이야?"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호.. 세라반스에서 여기까지?”


킴은 놀라워하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고, 제시는 그의 반응이 매우 만족스럽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띠우며 말을 이었다.


“불가사이한 일이 아닐 수 없죠. 하지만 미스터리한 점은 거기서 끝이 아니랍니다.”


잠시 말을 끊고, 제시는 들고 있던 접시에 놓아진 양고기 스테이크에 후추를 뿌리기 시작했다. 아직 점심을 먹기는 조금 이른 시간이라 식당 안은 비교적 한산한 풍경이었다.
점심 손님들이 몰려올 시간이 되긴 전에 좀 더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를 떠들고 싶었던 제시에게 때마침 오전 내 어디론가 -티젯시네 집에 있는걸 보았다는 얘길 듣긴 했지만- 나가있었던 킴이 돌아온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킴을 향해 ‘잠시만요’라고 말한 뒤 스테이크를 주문한 손님의 자리에 가져다놓고 다시 쪼르르 달려와 제시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불과 두어 달 만에 그 거리를 흘러왔다는 것도 물론 신기하긴 하지만. 더 우스운 건 여기 쿠르트해와 그 쪽 말콕해엽 사이를 흐르는 해류의 방향과 지형, 수압의 영항 등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할 때, 거기서 여기까지 그냥 떠내려 온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는군요. 그러니 누가 고의적으로 옮겨왔다고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 죽은 J씨의 시신 상태가 말입니다.”


제시는 이야기 중간 중간 짬짬이 닦아내던 접시를 잠시 내려놓고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이게 재밌는 부분입니다’라고 하는 듯한 표정을 취했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바다를 오래 떠다닌 것 같은 상태라 이겁니다.”


“흠... 그거 정말 이상한 일이군.”


그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다는 듯 킴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고개를 들며 제시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누군가 인위적으로 그렇게 조작했을 가능성은?”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좀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누구든 완전범죄를 노렸다면 그냥 근처 바다에 던져버리는 쪽이 훨씬 간단했을 것을 어째서 시신이 바다를 돌아다닌 것처럼 꾸민 다음 이곳까지 가져오는 그런 수고를 해가면서 일부러 발견되게 하는가 말이죠.”


“그래. 일리가 있군.”


킴이 맞장구를 치자, 제시가 더욱 신이 난 듯한 표정을 하며 덧붙였다.


“하지만.. 사망 원인도 단순 자살이나 사고사인 것 같진 않다고 하고, 여기까지 우연히 떠내려 왔다는 가설보다는 누군가의 고의적인 소행이라는 쪽이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까요. 지금으로썬 그 부분에 가장 큰 가능성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아직 용의자도, 동기도 모두 뜬구름잡기나 다름없어서 경찰들도 골머리가 아픈 모양이더군요.”


“정확한 사인은 뭐라고 하던가?”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한 듯 뿌듯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제시가 대답했다.


“익사입니다.”


미간을 조금 찌푸리며 킴이 다시 물었다.


“익사? 그렇다면 자살이 아닌가?”


“그런데 경찰의 말로는 물에 빠지기 전 누군가에게 심하게 맞았던 흔적이 있다는 겁니다. 타살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지요.”


‘타살이라..’라고 중얼거리며 찬찬히 사건 내용을 곱씹어보던 킴이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나저나 그렇게 먼 곳에 살던 사람의 신원을 빨리도 알아냈군 그래. 이유라도 있는가?”


정말 적절한 때에 적절한 질문이 아닌가, 역시 명망 높은 사람과의 대화는 수준이 달라도 뭐가 다르다니까...
약간의 과장을 섞은 감탄을 표시하며, 제시가 설명을 계속했다.


“과연, 날카로우시군요. 물론 이유가 있습니다. J씨는 원래 그랑게일 쪽으로 사업차 왕래가 잦았던 사람이라더군요. 그랑게일이라면 에튼시와 바로 인접해 있는 도시라서요. 그래서 얼마 전 세라반스에서 실종신고가 접수되었을 때,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이 근방에도 전단지가 뿌려졌었고, 더불어 실종자 명단에도 올라 있었던 거구요.”


“그렇다면 죽은 장소가 세라반스가 아닌 이 근방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라는데요. 그 이유는.. 이건 실종된 당시에 조사했던 내용이지만, 승선기록을 아무리 찾아봐도 세라반스를 떠난 흔적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그게 첫 번째고요. 두 번째는...”


제시는 부지런히 닦아대던 접시들을 옆으로 밀어놓고 말을 이었다.


“시체가 발견될 당시에 다리에 수초들을 감고 있었다는 것 알고 계신가요?”


“아니. 모르네. 실은 아직 신문을 읽지 못했거든.”


후후 웃으며 제시가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였다.


“나중에 신문을 보신다면 아마 놀라실 겁니다. 지금 제가 해드리는 얘기들 중엔 아직 신문에도 나지 않은 사실들도 많거든요. 그렇지만 절대 근거 없는 소리가 아닙니다. 여기 자주 오시는 단골 경찰분께 좀 전에 직접 들은 정보니까요. 정확하다는 건 제가 확실히 보증하죠. 아무튼 그 경찰분이 직접 전문가에게 가져가서 알아본 결과, 그 수초들이 이 근방에서 볼 수 있는 종이 아니라고 했다는 겁니다.”


‘경찰이 수사한 내용을 단골 식당에 가서 떠들고 다니다니, 누군지는 몰라도 입이 참 가벼운 사람이군.’


킴은 속으로 혀를 끌끌 찼지만, 제시는 어쨌거나 자신의 정보력이 신문 기사를 앞섰다는 사실에 대한 자랑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해서, 오늘 아침에 세라반스 쪽으로 연락해서 조사를 의뢰했다는데, 세라반스를 끼고 흐르는 틴즈강 하구에 같은 종류의 수초가 있는지 또 있으면 어느 구역에서 많이 자라는지 하는 것들을요.”


다시 고개를 끄덕거리며 킴이 말했다.


“흐음... 그렇다면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사망 장소가 세라반스라는 것도 아직 확실히 장담할 수는 없다는 거로군.”


“예. 하지만 이 근방이 아니라면...어, 스티너씨? 이제 오시는 겁니까?”


이야기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레릴을 미처 보지 못한 제시는 그가 가까이 다가와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자, 그제야 화다닥 고개를 들고 답했다. 킴도 고개를 뒤쪽으로 돌렸다. 안 그래도 지금까지 줄곧 코빼기도 비치지 않던 레릴의 행방이 슬슬 궁금해지려던 참이었다. 두 사람을 향해 레릴이 반갑게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재밌는 얘기 나누시는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만, 지금 세면장을 쓸 수 있을까요?”


킴은 머리와 옷에 온통 버석버석한 흙모래를 덮어쓰고 뭔가 기분 나쁜 악취까지 풍기고 있는 레릴의 모습을 어처구니없다는 듯 쳐다보았다.
대체 어디서 뭘 하다 온 거냐, 이 녀석은?
보고 있으면 있을수록 점점 골치가 아파지는 기분에 킴이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말했다.


“갯벌에서 흙장난이라도 하고 왔나? 애도 아니고 뭐 하는 짓인지, 정말...”


레릴이 하핫-하고 웃더니 대답했다.


“그런 깜찍한 게 아니라, 실은 매우 끔찍한 일입니다. 또 시체를 발견했거든요.”


파리똥만큼의 진지함도 보이지 않는 레릴의 표정 탓에 그의 말을 듣고 있던 킴과 제시는 한동안 귀를 의심해야 했다.


“뭐? 시체를 또?”
“시체라고요?!”


몇 초간을 굳어있던 두 사람이 동시에 소리쳤다. 점심을 먹고 있던 가게 안의 몇몇 사람들도 그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예’하고 고개를 끄덕인 후, 레릴이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래서 사장님,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이 오늘 또 경찰청까지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자세히 한 번 말해 보게.”


킴이 다그쳐 묻자, 레릴이 조금 우물쭈물 거리다 곧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세히 말할 만한 것도 없이, 지난번처럼 그냥 떠내려 온 걸 발견한 것뿐인데요. 저 혼자 옮기려다 옷도 다 버리고 뭐.. 그렇게....아무튼 다행히 그때 마침 주위에 있던 분들이 보고 도와주러 오셔서요.”


‘죽을 뻔 했던걸 살았죠.’
레릴은 잠시 말을 끊고 그렇게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아무튼 경찰서에서 사람이 올 동안 샤워나 좀 하고.. 옷도 갈아입고.. 그러고 다시 가겠다고 말했죠. 시내까지 이대로 가긴 좀 뭣하니까요. 이해해 주시더군요.”


아직 놀라움이 가시지 않은 듯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하고 제시가 말했다.


“거 참..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씩이나 그런 일이 생기다니 정말 이상하군요.”


묵묵히 고개를 끄덕거리며 긍정을 표하던 레릴이 갑자기 고개를 들고 제시를 향해 말했다.


“참, 기왕 온 김에 뭐라도 먹고 가야할 것 같은데, 지금 배가 너무 고파서 말이죠.”


“시체 만지고 왔다면서 밥 생각이 나던가? 비위도 좋네 그래.”


황당하다는 얼굴로 킴이 혀를 내두르며 말하자, 레릴이 실실 웃으며 대꾸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인 저는 먹고 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씻고 오실 동안 준비하죠. 뭐로 드시겠어요?”


제시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레릴이 눈을 반짝 빛냈다.


“오믈렛! 오믈렛이 굉장히 먹고 싶은데, 될까요? 토마토소스 뿌린 거요.”


“헤에에?”


다소 뜬금없이 들리는 레릴의 주문에 제시가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떴고, 킴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하며 레릴을 쳐다보았다.


“오믈렛? 자네가 그걸 그리 좋아하는 줄은 몰랐는데?”


한손을 들어 목 뒤에 얹으며 레릴이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러게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는데, 아까부터 이상하게 자꾸 생각이 나더라고요.”


“예. 예에... 오믈렛.... 무, 물론 됩니다. 금방 만들어 드리죠.”


왠지 눈에 띄게 당황한 얼굴로 더듬거리며 대답하고, 제시는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제시가 가고 난 뒤, 심각하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던 킴이 중얼거렸다.


“정말.. 이게 또 대체 무슨 일인지.. 당황스럽군.”


“그러게 말입니다.”


지금으로선 가장 당황해야 할 장본인일 레릴이 그렇게 싱긋 웃으며 맞장구를 치자, 킴은 어이가 없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 녀석아... 지금 그렇게 웃음이 나오나? 이 상황에 웃음이 나와? 헤노바에서 있었던 일이 기억 안나나?”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레릴이 대답했다.


“물론 기억합니다. 잊어버릴 리가 없죠.”


“그 때랑 같은 일이 또 벌어지는 것 아닌가 말일세. 이걸로 이제 세 번째야. 똑같은 일이 벌써 세 번째라고.. 난 이제는 자네가 뭔가의 저주라도 받은 건 아닌가 하는 기분까지 드는데 말야.”


킴은 그렇게 말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잠시 입을 다물고 뭔가를 생각하던 레릴이 이윽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다릅니다. 그때와 똑같은 일은 아닌데요.”


“다르다니 대체 무슨 소린가, 그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레릴의 말에 킴이 되물었다.


“그 때는 죽은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었고.. 이번엔 몇 달씩 지난 사람들이죠.”


정말 이 무슨 어처구니가 없는 논리란 말인가. 킴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레릴을 쳐다보았다.


“그게... 뭐가 어쨌단 말인가.”


“적어도 그때처럼 용의자 선상에 오르진 않을 거라는 게 얼마나 다행입니까.”


“이 녀석 보게... 지금 그런 게 문제인가?!”


킴이 황당해하며 따졌지만 레릴은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띤 채 말을 이었다.


“뭐.. 실은 생각해보면 그때 있었던 일은 그렇게 나쁘게 볼 일만은 아닌 것이.. 시신을 일찍 발견할수록 유가족들에게 빨리 인도해 줄 수도 있고, 사건 수사도 더 빨리 진행될 수 있으니까요. 비록 범인을 잡는 것 까진 무리였지만, 어쨌든 전 제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범죄 현장을 자꾸 맞닥뜨리게 된다던가 질 나쁜 사건과 조우하게 된다면 누구라도 자신이 살이 끼었거나 저주받은 거라고 생각하고 걱정하게 되는 것이 정상적인 사고 패턴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레릴 녀석은 절대 정상이 아니다. 머리 나사가 몇 군데 왕창 풀린 곳이 있는 게 분명하다.
킴의 입에서 저절로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자네의 그 지나치게 낙천적이랄지, 희한한 사고방식에는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겠네. 대체 뇌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으면 그 일을 그런 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원...”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주방 한편에 서서 제시는 조금 복잡한 얼굴을 하고 계란을 풀기 시작했다.


저 사람들이 오고부터는 이상하게 자꾸 죽은 카니스를 떠올리게 하는 일이 생긴단 말야..
킴 자작은 카니스가 살던 주소가 적힌 편지를 보여주질 않나, 그 비서란 사람은 오믈렛에 토마토소스 운운하며 그 애랑 똑같은 소릴 하질 않나...


휘휘 계란을 젓고 있던 제시가 일순 움직임을 멈추었다.


하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카니스를 떠올리는 내 쪽이 비정상인 지도 몰라. 그 주소는 아마 잘못 적혔거나 바뀐 주소일 거고, 아까 저 사람이 한 말은 그냥 우연의 일치일 뿐이잖아? 오믈렛이야 뭐 흔하디흔한 음식인데 말야. 그걸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건 지나친 과민반응이야. 애초에 저 사람들이 카니스랑 뭔가 관계있을 사람들도 아니고...


나직하게 한숨을 쉬고서 다시 제시는 바쁘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마을에 또 시체가 떠내려 오다니, 우연일지 어떨지 기분이 영 이상하네 이거...’

?
  • profile
    윤주[尹主] 2009.07.26 22:20
    오늘 처음 읽었습니다. 첫화부터 읽으려면 시간 좀 걸릴 듯. 계속 올려주시길 바랄께요.
  • ?
    베넘 2009.07.27 09:15
    우왕~ 댓글 구걸에 성공...! 캄샤합니다. >_<
    뭐 무리해서 읽으실 필요는 없....

    .......다고는생각안하고있었으면좋겠다고마음속깊은어딘가에서는매우초큼큰소리로외치고있습니다. 0ㅂ0)/
    (비굴함의 끝은 과연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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