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4 03:03

쉽게 글을 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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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다주의(七多主義)를 실천하라

어떻게 하면 문장을 쉽게 쓸 수 있을까?

이 는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본 문제일 겁니다. 중국 송(宋)나라 문인이며 정치가인 구양수(歐陽修)는 문장 숙달에 필요한 것으로 삼다주의(三多主義)를 주장했습니다. 약 900년 동안 그의 삼다주의는 동․서양의 문장론에서 많이 인용돼 왔습니다. 실상 많은 작가․기자 등 문필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구양수의 삼다주의를 문장 숙달의 길잡이로 삼고 있습니다.

중 국어의 ‘칸둬(看多)’는 많이 읽는다는 뜻입니다. ‘쭤둬(做多)’는 많이 쓰고 많이 짓는다는 뜻이고요. ‘상량둬(商量多)’는 많이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이 셋을 삼다주의라고 하는데, 오늘날에는 여기에 넷을 덧붙여 칠다주의(七多主義)를 내세웁니다.


다독(多讀 : 多觀察․많이 읽고)

다작(多作 : 多習作․많이 짓고)

다상(多想 : 多思索․많이 생각하고)

다험(多驗 : 多體驗․많이 체험하고)

다용(多用 : 多應用․많이 활용하고)

다약(多約 : 多壓縮․많이 줄이고)

다감(多感 : 多情感․많이 느끼고)


많이 읽는다(다독․多讀)

먼 저 많이 읽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닥치는 대로 무턱대고 많이 읽는 것은 위험합니다. 좋은 책을 골라서 읽어야 합니다. 나쁜 책은 오히려 영양실조를 일으킵니다. 좋은 문장을 읽으면 스스로 동화됩니다. 그러기에 문장을 익히는 것은 친구 관계를 이루는 것과 비슷합니다. 좋은 친구를 사귀면 자기도 좋아지듯, 나쁜 문장을 자주 대하면 어느새 자기의 문장도 나쁜 데로 빠져들게 됩니다.

무 엇을 관찰할 때는 앞뒤 양면을 모두 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편견에 빠지게 됩니다. 또 현장 속에 발을 디디되, 현장 속으로 말려들어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보아야 합니다. 깊이 있는 관찰은 자신을 가누고 마음을 가라앉혀야 가능합니다.

미 국의 뛰어난 문필가요 정치가인 B. 프랭클린은 어렸을 때 권위 있는 영국의 잡지 <스펙테이터>를 읽으며 글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그는 잘 쓴 글 가운데서 마음에 드는 문구를 몇 개 간단히 적어두었다가, 며칠 지난 뒤 그 글의 문장을 잊어버리게 되었을 때, 간단히 적어두었던 문구만을 보며 글을 썼습니다. 그러고 나서 잡지에 실린 글과 대조해 보고, 자기 글의 잘못된 곳을 고쳤습니다. 때로는 발췌한 문구를 여러 개 뒤섞었다가, 며칠 뒤 그것을 순서대로 골라 놓고 문장을 지어보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방법을 써 보세요.


많이 짓는다(다작․多作)

수영을 아무리 이론적으로 배웠다고 해도 물에 뛰어들면 허우적거리며 물을 들이켜기 마련입니다. 문장 습작도 똑같습니다.

겁 내지 말고 뛰어드는 게 중요합니다. 써보는 게 제일입니다. 성공은 생각하지도 말고 실패를 각오하세요. 잘 쓰려고 생각하지 말고 수수하게 쓰려고 생각하세요.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듯 그대로 써 보는 겁니다. ‘글은 문필가나 국어선생 등 전문인이 쓰는 특수한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세요.

프랑스의 소설가 E. 졸라는 습작시대에 쓴 원고용지가 자기의 키로 한 길이 되었다고 합니다.

문 장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장춘(禹長春) 박사는 그의 유언에서 “창의(創意․지금까지 없었던 일을 처음으로 생각해 내는 것)의 열쇠는 실험의 연속”이라고 했습니다. 믿음 속에서 신앙이 생기듯, 수없는 습작 속에서 좋은 글이 나옵니다.


많이 생각한다(다상․多想)

많 이 읽음으로써 스스로 많은 연상(聯想․어떤 사물을 보거나 듣거나 생각하거나 할 때, 그와 관련 있는 다른 사물이 머리에 떠오르는 일) 작용을 일으킵니다. 많이 생각한다는 것은, 머릿속의 정보와 지식을 거르고 정돈하는 일입니다. 머릿속의 정보와 지식을 정돈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연상작용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사 색(思索)한다는 것은 에센스(essence․불필요하거나 불순한 것을 없앤 가장 순수한 것. 어떤 것이 지니고 있는 가장 중요한 근본적인 요소)를 찾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끊임없이 사색하는 가운데서 아이디어가 불쑥불쑥 떠오릅니다.


경험을 쌓는다(다험․多驗)

경험과 체험보다 확실한 지식은 없습니다. 남에게 100 번 듣는 것보다도 자기가 한 번 답사하는 게 정확하고 실감적입니다.

세계적 저널리스트 J. 레스턴의 기자철학은 간단합니다. 튼튼한 두 다리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끊임없이 뛰어다니는 것입니다.

1835 년 다윈은 비글호(號)의 세계 일주에 동승했습니다. 영국을 떠난 지 3년 9개월, 26세의 다윈은 지칠 줄 몰랐습니다. 그는 아르헨티나의 바이어 부랑카 변두리 초원에서 많은 화석(化石)을 발견했습니다. 거대한 동물의 화석에서 그는 선사(先史) 동물의 생존을 연상했습니다. 갈라파고스 여러 섬에서는 같은 종류의 동물일지라도 섬에 따라 약간씩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5년의 조사여행을 마친 다윈은 표본을 정리하고 여행 중의 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그 후 그는 재배식물․가축 등을 면밀히 조사했습니다. 탐험조사에서 돌아온 지 23년 되던 해 그는 진화(進化)에 관한 <종(種)의 기원(起源)>을 발표했습니다. 다윈의 답사정신은 곧 현장 속으로 깊숙이 파고든 체험정신이기도 합니다.

30년 답사 끝에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를 완성한 김정호(金正浩)의 현장정신(現場精神)은 다윈보다도 끈질깁니다.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의 <관찰기록>도 그의 답사정신이 낳은 산물입니다.

온실에서 자란 식물은 시들기 쉽습니다. 비바람과 눈보라와 대기(大氣) 속에서 자란 야생식물은 생명력이 강합니다.

러시아의 작가 M. 고리키한테 문학청년이 찾아왔습니다. 젊은이는 고리키에게 문장 숙달법을 물었습니다. 고리키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쓰는 것을 서두르지 말고, 먼저 여행이라도 하면서 천천히 체험적 관찰을 하는 게 좋겠다.”

“자식이 귀엽거든 여행을 보내라”는 격언도 일종의 현실체험을 말하는 것입니다.


많이 활용한다(다용․多用)

보 고 읽고 체험한 것을 활용하는 버릇을 길러야 합니다. 응용도 좋고 가공(加工)도 좋습니다. 남의 좋은 것을 어느 정도 모방해서 소화시키면 또 다른 응용의 길이 열리기도 합니다. 다만 모방을 모방으로 끝내지 말고 한 걸음 더 내디뎌야 합니다.

모 방한 것을 여러 차례 점검해 보세요. 기계에 비유하면, 모방해서 만든 기계를 모두 분해하고, 분해한 것을 다시 짜맞추는 겁니다. 이러는 동안에 기계의 내막을 샅샅이 알게 됩니다. 알게 된 뒤에는 이를 응용해 새 기계를 만들 수 있겠죠. 글을 쓰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압축하는 습성을 길러라(다약․多約)

복 잡한 것을 간단하게 압축해 보는 습성과 간추려 보는 버릇을 길러야 합니다. 압축해서 보고, 압축해서 생각하고, 압축해서 쓰는 것입니다. 문제에 대한 대의(大意․전체의 큰 뜻)를 파악하는 것이죠. 결론을 간추려 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많이 압축하면 할수록 알맹이가 빛나게 됩니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우주의 블랙홀처럼, 줄여 쓴 글은 독자의 마음을 끌어들입니다. 요약(要約)하는 버릇은 다른 공부를 할 때도 큰 도움이 됩니다.


많이 느낀다(다감․多感)

글 을 잘 쓰기 위해서는 느낌이 많아야 합니다. 아무리 많이 보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해도 느낌이 없으면 헛된 일이 됩니다. 다감은 소질에서도 오지만, 관심도에 따라 좌우됩니다. 흥미와 관심을 가지는 습성이 생기면 공감(共感)과 이해의 힘은 저절로 마련됩니다. 평범한 것을 평범하게 그냥 보아 넘기지 말고, 평범한 속에서 비범(非凡)한 것을 날카롭게 느껴야 합니다.


단문으로 써라

칠다(七多)를 기틀로 하여 우선 단문(短文)부터 쓰는 게 좋습니다. 아무리 긴 문장도 단문을 쌓아올려서 됩니다. 먼저 문장의 장거리 선수보다 단거리 선수가 되어야 합니다. 문장의 단거리 선수만 되면 장거리 선수는 저절로 됩니다.

그렇다면 단문이란 무엇일까요?

쉽 게 말하면 소화제(小話題․작은 이야깃거리)를 담은 문장입니다. 즉 한 단락을 이루는 문장을 말합니다. 한 단락, 한 단락의 문장만 어김없이 써내면 기초는 훌륭해집니다. 단락은 기계의 부품과 같습니다. 완전한 부품을 만드는 연습을 제대로 하면 다른 것은 문제가 안 됩니다.

또 단문은 200자 원고지 5∼6장의 짧은 글을 말하기도 합니다. 신문의 칼럼이나 생활수필 같은 것에 단문이 많습니다.

헤밍웨이는 신문 문장을 통해 문체를 배웠습니다. 그는 <스타 신문> 스타일북의 첫 단락을 평생 잊지 않았다고 합니다.


“짧은 문장을 쓰라. 짧은 단락을 쓰라. 부드럽게 쓰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라. 박력 있는 글을 쓰라. 확정적으로 쓰라. 소극적으로 쓰지 말라.”


간결성, 명확성, 활력성을 말한 것입니다. 헤밍웨이는 또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어 떤 문필가는 단문 작업을 그림의 소묘(素描, dessin)에 비유했습니다. 대작(大作)의 데생을 보면 대작이 되기까지의 바탕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대작은 기계 전체이고, 데생은 완성된 부품입니다. 머리․얼굴․손․발 등의 부분적 데생을 들여다본 뒤에 대작으로 눈을 옮기면 실감이 더해질 것입니다.

단문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복잡한 것을 어떻게 간단하게 꾸미느냐 하는 점입니다.


【예문】

철수가 세운 방학계획표에는 공부시간이 하루에 2시간밖에 안 된다. 이를 한 달로 따지면 60시간이다. 60시간을 날짜로 계산하면 이틀하고 반나절이다. 결국 철수는 방학동안 공부를 거의 안 하는 셈이다.


완전한 부품으로 이뤄진 이 단문에는 알맹이가 있습니다. 어떤 문장이건 단문 작업부터 익히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것이 좋은 글을 쓰는 지름길입니다.

거대한 아폴로 우주선도 수많은 부품들로 이뤄졌습니다. 제각기 ‘완전한 부품’을 조립해서 만든 것입니다.


논술에 대비한 글쓰기 내용은 일단 오늘로 끝냅니다.

이론적인 내용은 이 정도면 충분할 듯싶어서요. 앞으로는 틈틈이 신문이나 베스트셀러 등에 나타난 비문과 악문들을 살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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