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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 은 글은 어떤 것일까요? 거꾸로 이야기하면 간단해집니다. 좋지 않은 부분을 걸러내면 되는 것이죠. ‘좋지 않은’ 것은 ‘어렵다’는 말과 같습니다. 문장을 어렵게 하는 요소는 뜻이 불분명한 낱말, 부질없는 겹말(똑같은 뜻이 겹치는 말), 쓸데없이 긴 표현 따위입니다. 이런 것을 걸러내 없애면 자연히 좋은 글이 됩니다.

문장을 어렵게 하는 요소를 ‘문장 암(癌)’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제부터 그 암을 찾아내고 치료하는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문장 암은 버릇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치료하는 방법도 버릇에 달려 있습니다. 좋은 버릇을 길러야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1. 센텐스가 길면 숨이 막힌다

한 센텐스, 한 센텐스를 정확하게 쓰는 데서부터 훌륭한 문장이 시작됩니다. 하나의 센텐스를 바르게 써낸다는 것이 바로 문장 작법의 첫 걸음입니다. 센텐스(sentence․월․하나의 온전히 짜인 생각을 나타낸 글)는 의미를 이루는 최소단위입니다.

‘문장 암’에 걸린 문장을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다음은 신약성서 마태복음 22장 1절에서 14절까지를 옮겨본 것입니다.


【예문】

예 수께서 다시 비유로 대답하여 가라사대 천국은 마치 자기 아들을 위하여 혼인 잔치를 베푼 어떤 임금과 같으니 그 종들을 보내어 그 청한 사람들을 혼인 잔치에 오라 하였더니 오기를 싫어하거늘 다시 다른 종들을 보내며 가로되 청한 사람들에게 이르기를 내가 오찬을 준비하되 나의 소와 살찐 짐승을 잡고 모든 것을 갖추었으니 혼인 잔치에 오소서 하라 하였더니 저희가 돌아보지도 않고 하나는 자기 밭으로 하나는 자기 상업차로 가고 그 남은 자들은 종들을 잡아 능욕하고 죽이니 임금이 노하여 군대를 보내어 그 살인한 자들을 진멸하고 그 동네를 불사르고 이에 종들에게 이르되 혼인 잔치는 예비되었으나 청한 사람들은 합당치 아니하니 사거리길에 가서 사람을 만나는 대로 혼인 잔치에 청하여 오너라 한대 종들이 길에 나가 악한 자나 선한 자나 만나는 대로 모두 데려오니 혼인 자리에 손이 가득한지라 임금이 손을 불러 들어올새 거기서 예복을 입지 않은 한 사람을 보고 가로되 친구여 어찌하여 예복을 입지 않고 여기 들어왔느냐 하니 저가 유구무언이어늘 임금이 사환들에게 말하되 그 수족을 결박하여 바깥 어두움에 내어던지라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갊이 있으리라 하니라. 청함을 받은 자는 많되 택함을 입은 자는 적으니라.

 

【진단】

마 태복음의 이 문장은 2개의 센텐스로 돼 있습니다. 첫 센텐스는 451자, 둘째 센텐스는 20자로 돼 있습니다. 첫 센텐스가 만리장성처럼 아주 깁니다. 쉼표도 보이지 않습니다.  ‘가라사대’ ‘보내며’ ‘가로되’ ‘하거늘’ ‘하되’ ‘더니’ ‘하거늘’ ‘기를’ ‘……으나’ ‘……지라’ ‘……올새’ 등 접속사가 연이어집니다.


여 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신앙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믿음이나 종교의 문제를 떠나 이 마태복음의 문장은 너무도 짐스럽습니다. 문장이 아니라, 무슨 어렵고 까다로운 계산서를 읽는 것 같습니다. 이 마태복음의 문장을 몇 개의 센텐스로 끊으면 문장의 의미가 눈에 띄게 뚜렷해질 것입니다.

이 마태복음의 문장과 다른 문장을 하나만 비교해 보겠습니다.


【예문】

북으로 북으로 쏜살같이 진격은 계속되었다. 수차의 전투가 일어났다. 그가 인솔한 수색대는 적의 배후 깊숙이 파고들어갔다. 자주 본대와 연락이 끊어지기 시작하였다.

초조한 소대원들의 얼굴은 무전사에게로만 쏠렸다. 후퇴다! 이미 길은 모두 적에 의해 차단되었다. 적의 어느 면을 뚫고 남하할 것인가? 자주 소전투가 벌어졌다. 한 명 두 명 쓰러지기 시작했다.

 

【진단】

소 설 <유예(猶豫)>에서 옮긴 글입니다. 얼마나 센텐스가 짧습니까?. 짧은 한 개의 센텐스 안에는 한 가지의 의미만이 담겨 있습니다. 2개의 단락(段落)으로 처리된 이 문장은 143자입니다. 143자를 11개의 센텐스로 끊었으니까, 1센텐스에 평균 11자 꼴이 됩니다.

앞 에 든 마태복음의 문장을 이런 식으로 쓴다면, 42개의 센텐스로 끊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남들은 42개로 끊은 것을 마태복음의 문장은 겨우 두 번밖에 끊지 않았습니다. 마태복음의 문장 속에는 최소단위의 뜻이 42개나 들어 있는 셈입니다. 이를 한 센텐스로 처리한 데서 암이 생겨난 것입니다.



접속사는 문장의 가시덤불

2 개 이상의 ‘뜻’을 일부러 1개 센텐스 속에 담으려는 데서 혼란은 시작됩니다. 2개 이상의 뜻을 하나로 묶는 데 쓰이는 것이 ‘접속사’입니다. 이 접속사를 함부로 쓰면 글이 엉망이 됩니다. 너무 많이 써도 엉망진창이 됩니다. 그 본보기가 앞에서 예로 든 마태복음의 문장입니다. 접속사를 가급적 버려야 한다. 접속사가 없으면 없을수록 좋은 글이 됩니다.

그렇다고 접속사를 무조건 쓰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줄이라는 얘기입니다. 필요 없는 것만 버리라는 소리입니다.

한 센텐스 속에 여러 개의 뜻을 담는 것은 장애물경주에서 말뚝을 세우고 가시덤불을 쌓아 놓는 것과 같습니다. 말뚝이나 가시덤불이 많으면 많을수록 경주는 어려워집니다. 한 센텐스 속에 여러 개의 복잡한 뜻을 담지 말아야 합니다. 되도록 한 개의 ‘의미’를 간단하게 담는 게 좋습니다. 그러려면 접속사를 줄여야 합니다.



좋은 센텐스의 조건

주어와 설명어는 문장의 가장 중요한 뼈대입니다. 좋은 센텐스를 이루게 하려면, 다음과 같은 점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 주어와 설명어가 빈틈없이 맞는가.

◇ 꾸미는 말과 꾸밈을 받는 말의 관계가 바른가, 그 위치는 적당한가.

◇ 주어와 설명어는 접근해 있는가. 접근해 있을수록 좋다.

◇ 글 속에서 흐름을 바꾸는 말이 바르게 쓰였는가. ‘그렇지만’ 등.

◇ 설명어는 바로 씌어 있는가.

◇ 센텐스의 길이는 적당한가.

◇ 한 센텐스 안에 여러 개의 의미가 담겨 있지는 않은가.

◇ 구두점은 바로 찍혔는가.

◇ 괄호는 효과적으로 사용했는가.

◇ 필요에 따라 강조를 나타내는 부호를 사용했는가.

Who's 乾天HaNeuL

노력하라. 그러면 꿈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 마라.
성취에는 대가가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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