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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 장르 중에서 가장 자유로운 글 중 하나가 바로 수필이다. 수필의 사전적 뜻을 보면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이다. 이 한 문장으로 기본적인 수필의 뜻을 알 수 있지만, 단지 그런 사전적인 설명만으로는 수필의 매력을 다 나타낼 수 없다.

 수필. 어떻게 보면 소설이나 시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쓰는데 있어 어떻게 쓸지 막막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수필은 소설이나 시에서는 보여 줄 수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로 직접 독자에게 말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는 말 할 것도 없고 소설의 경우 이야기를 전개함에서 작가는 독자에서 수 없이 많은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통한 전달일 뿐 직접 독자에게 말할 수가 없다. 그러나 수필은 다르다. 수필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간접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으며, 직접 독자에게 자신의 생각을 써서 나타낼 수도 있다. 소설과는 미묘하게 다른 이 특징이 수필을 쓰고 읽는데 엄청난 매력을 부여한다.

 말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할지 몰라 필자가 좋아하는 수필 한편을 소개한다.

 

 

 골동집 출입을 경원한 내가 근간에는 학교에 다니는 길옆에

꽤 진실성 있는 상인 하나가 가게를 차리고 있기로 가다오다 심심하면 들러서

한참씩 한담(閑談)을 하고 오는 버릇이 생겼다.

하루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이 가게에 들렀더니 주인이

누릇한 두꺼비 한 놈을 내놓으면서 "꽤 재미나게 보이지요" 한다.

황갈색으로 검누른 유약을 내려 씌운 두꺼비 연적인데 연적으로는 희한한 놈이다.

4,50년래로 만든 사기로 흔히 부엌에서 고추장, 간장, 기름 항아리로 쓰는 그릇 중에

이따위 검누른 약을 바른 사기를 보았을 뿐 연적으로 만든 이 종류의 사기는 초대면이다.

두꺼비로 치고 만든 모양이나 완전한 두꺼비도 아니오 또 개구리는 물론 아니다.

툭 튀어나온 눈깔과 떡 버티고 앉은 사지며 아무런 굴곡이 없는 몸뚱어리―

그리고 그 입은 바보처럼 '헤―' 하는 표정으로 벌린 데다가

입 속에는 파리도 아니오 벌레도 아닌 무언지 알지 못할 구멍 뚫린 물건이 물렸다.

콧구멍은 금방이라도 벌름벌름할 것처럼 못나게 뚫어졌고

등허리는 꽁무니에 이르기까지 석 줄로 두드러기가 솟은 듯 쪽 내려 얽게 만들었다.

그리고 유약을 갖은 재주를 다 부려가면서 얼룩얼룩하게 내려 부었는데

그것도 가슴편에는 다소 희멀끔한 효과를 내게 해서 구석구석이 교교하다느니보다

못난 놈이 재주를 부릴 대로 부린 것이 한층 더 사랑스럽다.

요즈음 골동가들이 본다면 거저 준 대도 안 가져갈 민속품이다.

그러나 나는 값을 물을 것도 없이 덮어놓고 사기로 하고 가지고 왔다.

이날 밤에 우리 내외간에는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쌀 한 되 살 돈이 없는 판에 그놈의 두꺼비가 우리를 먹여 살리느냐는 아내의 바가지다.

이런 종류의 말다툼이 우리 집에는 한두 번이 아닌지라

종래는 내가 또 화를 벌컥 내면서

"두꺼비 산 돈은 이놈의 두꺼비가 갚아 줄 테니 걱정 말라"고 소리를 쳤다.

그러한 연유로 나는 이 잡문을 또 쓰게 된 것이다.

잠꼬대 같은 이 한 편의 글 값이 행여 두꺼비 값이 될는지 모르겠으나

내 책상머리에 두꺼비 너를 두고 이 글을 쓸 때

네가 감정을 가진 물건이라면 필시 너도 슬퍼할 것이다.

 

너는 어째 그리도 못생겼느냐.

눈알은 왜 저렇게 튀어나오고 콧구멍은 왜 그리 넓으며 입은 무얼 하자고 그리도 컸느냐.

웃을 듯 울 듯한 네 표정!

곧 무슨 말이나 할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왜 아무런 말이 없느냐.

가장 호사스럽게 치레를 한다고 네 놈은 얼쑹덜쑹하다마는 조금도 화려해 보이지는 않는다.

흡사 시골 색시가 능라주속(綾羅綢屬)을 멋없이 감은 것처럼 어색해만 보인다.

앞으로 앉히고 보아도 어리석고 못나고 바보 같고….

모로 앉히고 보아도 그대로 못나고 어리석고 멍청하기만 하구나.

내 방에 전등이 휘황하면 할수록 너는 점점 더 못나게만 보이니

누가 너를 일부러 심사를 부려서까지 이렇게 만들었단 말이냐.

네 입에 문 것은 그게 또 무어냐.

필시 장난꾼 아이 녀석들이 던져 준 것을 파리인 줄 속아서 받아 물었으리라.

그러나 뱉어 버릴 줄도 모르고.

준 대로 물린 대로 엉거주춤 앉아서 울 것처럼 웃을 것처럼 도무지 네 심정을 알 길이 없구나.

너를 만들어서 무슨 인연으로 나에게 보내 주었는지 너의 주인이 보고 싶다.

나는 너를 만든 너의 주인이 조선 사람이란 것을 잘 안다.

네 눈과, 네 입과, 네 코와, 네 발과, 네 몸과, 이러한 모든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너를 만든 솜씨를 보아 너의 주인은 필시 너와 같이 어리석고 못나고 속기 잘하는 호인일 것이리라.

그리고 너의 주인도 너처럼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성격을 가진 사람일 것이리라.

내가 너를 왜 사랑하는 줄 아느냐.

그 못생긴 눈, 그 못생긴 코 그리고 그 못생긴 입이며 다리며 몸뚱어리들을 보고

무슨 이유로 너를 사랑하는지를 아느냐.

거기에는 오직 하나의 커다란 이유가 있다.

나는 고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의 고독함은 너 같은 성격이 아니고서는 위로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두꺼비는 밤마다 내 문갑 위에서 혼자 잔다.

나는 가끔 자다 말고 버쩍 불을 켜고 나의 사랑하는 멍텅구리 같은 두꺼비가

그 큰 눈을 희멀건히 뜨고서 우두커니 앉아 있는가를 살핀 뒤에야

다시 눈을 붙이는 것이 일쑤다.

 

 

 이 수필은 아마도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수록되어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김용준(金瑢俊)수필가의 ‘두꺼비 연적을 산 이야기’이다. 필자가 처음 이 수필을 접한 것 또한 교과서에서였다. 그 후 몇 년이 지나도 이 수필은 아직도 뇌리에 깊게 막혀있는 명문 중 하나이다.

 이 글은 정말로 재미있고 작가의 센스가 잘 나타나있다. 특히 두꺼비연적에 대한 작가의 느낌을 묘사하는 부분은 그야말로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러한 연유로 나는 이 잡문을 또 쓰게 된 것이다.’라고 하며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를 직접 나타낸다.

 수필의 매력이란 독자에게보다도 글쓴이에게 매우 크다. 자유로움은 기본이며 작가가 가진 센스를 한 것 발휘할 수 있고,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을 쉽고 정확하게 전달이 가능하다. 이 특징들은 모두 기본적인 매력이며 이를 잘 살리면 한 장의 수필을 수백 장의 소설보다 멋있고 재미있는 글로 만들 수 있다.

 필자가 정의 하는 ‘수필의 매력’은 ‘자신 자체를 글에 담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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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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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乾天HaNeuL 2011.01.03 08:51

    오... 수필인 겁니까.. 나중에 정독하겠습니다. 오늘은 이것저것 바쁘군요. ㅋㅋ

  • ?
    乾天HaNeuL 2011.01.05 04:22

    잘 봤습니다. 수필... 그건 확실히 필자의 생각을 잘 담을 수 있겠지요. ㅇ_ㅇ; 하지만 전 일기의 연장선에 있는 수필이 영... ㅜㅜ 수필 못 씀... ㅡ.ㅡ;; 감상문도 썼다하면 망하고... OTL

  • profile
    Yes-Man 2011.01.05 05:27

    그래서! 수필은 생각보다 쓰기 편하고 자유롭다는걸 알리기 위해 이거 쓰고 있음.ㅠㅠ

  • profile
    윤주[尹主] 2011.01.05 07:46

     대개 센스 있는 분들이 수필을 잘 쓰시더군요;; 수필은 정말 그 사람의 글 밑천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르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수필을 되도록 안씁니다;;

  • profile
    Yes-Man 2011.01.06 02:30

    그래도 진짜 자기가 쓰고 싶은데로 시원하게 쓸 수 있는 것이 수필이라서 전 수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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