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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읽고 있는 책인데, 라이트노벨에 대해 두루뭉실했던 점들을 어느 정도 해석해 주는 것 같아 제가 알아먹은 대로 적어 봅니다.

 아즈마 히로키는 일본의 문화 비평가입니다. 일본의 오타쿠 문화에 대해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이란 책을 2000년에 내놓았는데, 오타쿠 문화에 대해 중립적, 혹은 긍정적 입장에서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읽은 책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은 그 <동물화하는...>의 후속편으로, 저자에 따르면 라이트노벨, 오타쿠 문화 중에서도 문학에 초점을 맞춰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읽은 부분은 아직 이론 파트고, 작품 평론 파트는 아직 읽지 못했네요.

 제가 아래 적을 내용은, 이 책을 읽고 자의적, 주관적으로 해석한 내용입니다. 저자의 실제 생각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 유념해 주세요.


 #1. 라이트노벨은 팬 픽션(Fan Fiction), 동인지의 상업화된 버전이다.


 저자가 묘사하는 라이트노벨은 흔히 말하는 팬픽, 동인지와 다를바 없단 게 제 생각입니다. 1. 캐릭터가 핵심 요소이고, 2. 동인 문화를 기반으로 해야지만 성립하며, 3.그 보급 형태가 소설이라기보단 잡지에 가깝기 때문이죠. 이 세 가지를 하나하나 설명해 보겠습니다.

 1. 캐릭터가 핵심 요소라는 건 작법 자체가 기존 소설들과 차이를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글을 써보신 분들은 어느 정도 아실 겁니다. 자기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그럼 이 이야기에 가장 적합한 주인공은 누굴까? 또 조연은 어떤 캐릭터가 좋을까? 이런 식으로 대개 구상을 하실 테죠.

 라이트노벨은 다릅니다. 처음부터 자기가 쓰고 싶은 캐릭터가 있습니다. 소위 말하면 '캐릭터 설정'에 들어간다는 겁니다. 이 캐릭터는 이러저러하게 생겼어. 이런저런 능력을 써. 그럼 이 캐릭터를 판타지 세계, 혹은 SF세계 등에 집어 넣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것이 라이트노벨입니다.


 '신조 가즈마는 라이트노벨의 제작에 대해서 '드라마의 결론으로 인물이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성질이 드라마에 우선한다'고 기술하고 있다....라이트노벨을 '캐릭터를 빠르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일러스트 등을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파악하는 것을 특화해온, 20세기 말에서 21세기에 걸쳐 나타난 소설의 한 기법이다' - p. 25


 실제 라이트노벨 작가들이 어떻게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독자들의 관심사는 특정 스토리에 있는 게 아니라 특정 캐릭터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 예로, 여타 소설과는 달리 라이트노벨은 한 시리즈 내에서도 장르, 배경을 마음대로 오가며, '마술사 오펜 X 슬레이어즈'같은 콜라보레이션 작품들이 종종 탄생합니다. 



 #2. 라이트노벨은 동인 문화를 기반하지 않곤 성립하지 않는다.


 라이트노벨은 작가와 독자, 양자 모두 동인 문화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고 있다, 란 가정하에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에서 화자인 쿈이 종종 독자와 그리하듯, 작가와 독자는 '업계의 기본 상식'으로 서로 소통합니다. 작품 속에서 '신비한 무표정계인 녀석이랄까'라고만 해도 긴 말 할 것 없이 그 인물 이미지가 독자 머릿속에 그려지듯 말이죠. 만화나 애니, 라이트노벨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소통 방식은 익숙하지만, 이러한 문화 기반이 없는 사람들에겐 낯설고 이해되지 않는 방식입니다. 즉, 라이트노벨은 보는 사람들만 보고 어필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어필하는 소설입니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인물묘사 소개 후) ...방금 등장한 캐릭터가 이제부터 어떤 행동을 할지, 어떤 성격을 보일지, 작가가 독자의 상상력을 먼저 읽고 게다가 작가가 미리 읽은 그것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작가 혹은 나레이터와 독자 사이에 일종의 공범 관계를 만들기 위해 배치되어 있다...두말할 나위도 없이 이와 같은 가상적인 대화는 작가와 독자가 캐릭터의 데이터베이스를 어느 정도 공유하고, 동시에 독자에 의해 그 존재가 의식되지 않는다면 절대 기능하지 않는다. - p.32



 #3. 라이트노벨의 보급 형태는 소설이라기보다 만화잡지와 유사하다.


 라이트노벨은 각 레이블(출판사 및 브랜드)에서 매달 출간이 됩니다. 일본의 경우, 한 시리즈가 거의 매달 출판되는 경우도 있지요. 게다가 한 레이블 내엔 대개 다양한 장르, 다양한 작가 작품이 들어있기 마련입니다. 이건 라이트노벨 외 소설 부문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죠. 예컨대 열린책들이나 민음사 등 국내 출판사들도 대개 SF면 SF브랜드로, 추리면 추리 브랜드로 출판을 하려고들 많이 하잖아요(이런 출판사 내 브랜드를 임프린트라고 합니다)?

 이건 현실적인 문제, 특히 라이트노벨 작가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요소입니다.


 ...라이트노벨은 중고생을 주요 독자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일인당 소비 금액이 낮다. 따라서 출판되는 종의 수도 많고 간행간격도 짧아지지 않을 수 없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경쟁 상대기 때문에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라이트노벨이 아닌 문학 작품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라이트노벨 업계에서는 인기 작가가 매월 신간을 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 생산과 소비의 속도는 단행본보다는 잡지에 가깝다. - p. 25



 어째서 이런 배타적이고 특이한 소설 형태가 탄생했는지, 또 각각 요소들이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는 나누어 다른 게시물에 올리겠습니다. 의외로 양이 길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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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乾天HaNeuL 2012.05.10 23:09
    전 그냥 라노벨=애니 정도로 이해하고 받아 들입니다. 이리저리 세세하게 파고 들어가는 질색이라서.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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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乾天HaNeuL 2012.05.11 06:41
    아... 맞다. 이거 카테고리는 정보/강의입니다. 기타는 비평이나 시나리오 등으로 채워질 장소. ㅡ.ㅡ
  • profile
    윤주[尹主] 2012.05.11 08:11
    라노벨 = 애니인 거 같긴 해요. 다만 엄밀한 의미나 해석을 좀 더 파고들면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라도 얻을까 싶어서요;

    정보/강의로군요 ㅎ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운영자 권한은 아껴두시는 거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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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乾天HaNeuL 2012.05.11 20:09
    단지 귀찮았을 뿐입니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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