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25 09:06

시의 범위

조회 수 1759 추천 수 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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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시를 그의 사촌동생 윤형주가 노래로 만들려다 포기한 이유가 윤영춘 선생께서 '시도 노래다'라고 일갈하셨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이미 익히 들어 본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가지 고민을 할 수 있게 된다.

 시는 어디까지 시라고 해야 옳을까?

 동방신기를 노래를 써서 냈더니 덜컥 교내 문예대회에서 당선이 되었다던 우스개소리는 비웃을 만한 이야기가 아니다. 전문 작사가가 붙어서 만든 가사가 고등학교급에서 등수에 오르는 건 당연한 이치라 할 수 있다. 다만 그런 생각을 한 고교생의 재치에 감탄할 만하다. 이는 근래에 나도는 가요도 충분히 시라고 부를 만하다는 말이다.

 이제 우리가 아는 시라는 울타리는 굉장히 넓어졌다. 이것은 국어 교과서에서 딱딱하게 굳어있던 비석처럼 남아있었으나, 지금 아이유의 좋은날도 한 편의 시에 속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한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우리, 당신, 여러분이 쓰는 그 한 줄 혹은 서너줄의 메모는 '시'일까 아닐까?

 나의 잣대를 들이민다면 그것은 시가 아니다. 왜냐하면 개인적으로 나는 공무도하가나 구지가를 시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미불명의 말들이 쑥쑥 튀어나오는데 노래처럼 불렸으니 시라니. '얼레리 꼴레리~ 누구누구는 누구누구랑 사귄대요~' 한 이백년 지나면 이것도 고전문학이라고 연구될 지도 모를 일이다. 알지 못함에서 비롯되는 오해는 핵무기만큼이나 위험하다. 공무도하가에서 강 너머로 사라지는 놈이 돈 떼먹고 튀는 건지 임인지 구분도 안가는데, 구지가에서 물 퐁당거리면서 왕을 내놓으라는 건지 애들이 술래잡기 하는데 술래를 내놓으라는건지. 이상은 이상이상하다 만큼이나 이상한 해석이다. 산을 오를 수록 발을 디딜 수 있는 땅이 좁아지듯이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시의 범위는 좁아진다. 물론 이 범위는 지극히 개인적인 범주라 할 수 있겠으나 애석하게도 우리들이 쓰고 싶은 '시'는 이 개인적인 범위에 들고 싶어한다.

 요즘에는 어느 기성 작가의 '시는 천재나 쓸 법한 거' 하는 소리가 불쑥불쑥 가슴에 스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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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s-Man 2011.01.25 11:01

    포모에 들면서 각 장르의 경계는 많이 허물어지고 모호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다다이즘의 특성과 그 이후의 전개, 해체시 같은 것을 보면

    과거시대에서는 시라고 보기 어려운 것들도 많죠.


    시에 대한 제 기준은 타당한 의미의 부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이기에 운율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이 점에선 제가 쓴다고 쓰는 시들은 엉망..)


    해체시를 주로 보자면 장정일의 ‘가정요리서로 쓸 수 있게 만들어진 시’는

    햄버거 레시피를 쭉 나열하였으며

    황지우의 ‘한국생명보험회사 송일환씨의 하루’는 신문 내용을 나열했습니다.

    황지우의 ‘의혹을 향하여’를 보면 산문시의 형태와 물음표의 반복적인 나열을 볼 수 있습니다.

    그냥 보면 이게 뭔 시냐고 하겠지만

    분명 다 의미가 있는 표현들이기 때문에

    시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저도 시를 잘 못쓰지만 그런 제가 봐도 좀 아니다라고 느끼는

    시도 전혀 욕하지 않습니다.

    그 시를 쓴 사람의 자기만의 방식으로 발전 할 것을 저는 희망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의 구분을 떠나서 언어적으로 옳지 못한 것은 분명 지적하고 고쳐나가야 하겠지만요.


    항상 강의 감사하구요, 시랑 수필은 제가 많이 좋아하는 장르였는데

    강의가 올라오니 기분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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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2011.01.25 21:36

    이상은 이상이상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장르나누기에대한 강의일줄 알았는데

    심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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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머 2011.01.29 07:56

    시의 운율은 노래의 리듬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노래는 음성적인 리듬에 멜로디가 결합한 형태인데 반해, 시는 음성적인 운율 뿐만 아니라 문자, 즉 기호적인 운율도 포함된다는 것이 다르지요. 저는 시에는 상징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것은 산문에도 포함될 수 있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사람의 의도가 아닐까 합니다. 글을 쓰는 이가 시라고 한다면 시로 봐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쓴이가 산문이라고 하지만 시와 같은 느낌이 난다면 시적이라고 말하지 시는 아닌 겁니다. 그렇게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그래야 '이건 시다' 하고 글쓴이가 선언한 글에 대해서 '어째서 시인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글쓴이가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면 아직 공부할 것이 많은 것일테지요. 자신이 낳은 자식을 책임지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한다면 안되는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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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ristian louboutin 2012.01.12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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