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by SinJ-★ posted Jan 2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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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글'을 쓰는 법에 대해 연습을 했다면, 어떤 글을 쓰는가에 대해 알 차례라고 생각한다. 장문으로는 수필, 소설, 논설, 전기, 극 정도가 있는데 이번은 수필에 대해 써보자.

 수필의 장점은 훌륭한 상황을 표현할 수 있다는데에 있다. 실제적 배경을 표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상황을 맞이한 화자의 기분을 상세히 표현할 때 수필은 맛깔이 난다. 더욱이 이는 독자가 글을 읽어가면서 화자의 사상, 상태 등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대화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개가 수필을 쓰라고 하면 하루 일과를 나열하는데에 그친다. 아침에 밥을 먹었다 나갔다 놀았다 들어왔다 밥을 먹었다 씻었다 잤다. 딱 이 수준의 정도를 넘지 못 한다. 아침에 밥을 먹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밥을 먹으면서 어떠한 생각이 들었으며 그로 인해 어떤 심적 변화를 겪었는지 써야할텐데 그냥 반찬만 줄줄이 늘어놓고 끝이 난다. 이게 무슨 일기란 말인가. 누군 아침밥을 안 먹고 누군 안 나가고 누군 들어와 씻지 않는단 말인가. 우리는 '일기'에 상상력을 첨부할 줄 알아야 한다.

 

 어제 담근 김치를 꺼내어 먹었다. 하루만에 익은 것인지 시큼한 맛이 났는데, 그 사이 이 녀석 뿐 아니라 나도 조금 묵은 듯 하다. 눈가에 주름이 는 것이 시큼털털한 느낌이다.

 

 식사 반찬으로 어제 담근 김치가 나왔는데, 김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화자가 하루하루 늙어간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소설을 쓸 땐 있음짓한 허구에 상상력을 보태어 거품 가득한 글을 쓰는 것이 목적이라면, 수필은 사실에 상상력을 덧대어서 하나의 메세지를 담는 것이 목적이다. 이게 바로 '에세이'라 하는 중수필이다. 

 이제 그만 일관된 하루를 기록한 일기에서 벗어나, 내 나름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일기를 쓸 수 있도록 해보자.

 

 지금, 일기장을 펴고 하루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그 때의 생각을 써보도록 하자. 다음날 우리가 그 일기를 읽었을 때에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