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0 07:32

걷기 전에.

조회 수 1711 추천 수 3 댓글 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 빠지기 쉬운 오류

  우리는 앞서 한발 내딛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만, 내딛을 수 있게 되었다는 마음가짐으로 이신바예바처럼 높이 뛰거나, 총알처럼 빠르게 튀어나갈 수 없다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대개의 글을 쓰기 시작한 이들이 그 다음에 빠지기 쉬운 상황이 지나친 설정에 대한 집착이나, 무궁무진한 스토리 플룻의 중독이다.

 '인류가 수천년에 걸쳐 이룩한 문화를 한 몇 년 만에 창조해냈다.'  반지의제왕 뒷페이지에 쓰여진 감상문이다. 그 외에도 찬란한 세계관은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세계최고의 컨텐츠 중 하나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구구절절한 소나기는 어떨까? 영화 괴물도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위의 예를 보아 우리는 이미 현실과 다른 가상에 대하여 동경을 지닌다. 그리고 창작자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주권을 가지게 됨으로써 스스로 우월하다는 믿음을 얻는다.

 이 소꿉놀이가 자기 자신에게 선사하는 '우월성' 그것이 대부분의 아마추어 창작자들에게 설정편력을 가지게 만드는 이유이다.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상은 망상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스토리 전개에 필요하지 않은 설정은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물건이다. 소나기를 예를 들어 보자, 글 전체를 통틀어 소녀의 가정사를 운운한 적은 없다. 독자는 추측으로 소녀의 성격이 조신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겠으나, 그것이 가정교육 때문인지 타고난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 반대로 소년의 수줍음은 그가 어린 시절 어떤 사건을 통해 얻게 된 것인지 혹은 가정환경인 탓인지 역시나 알 수 없다. 그럼 작가 황순원 선생은 그걸 정해두었을까?

 앞으로 얼마나 높이 뛸 것인가? 빠르게 달릴 수 있을 것인가? 도착점은 얼마나 대단할까? 하는 생각들은 아직 접어 두어도 좋다. 먼저 손목 발목을 푸는 것으로 시작하자.

 

 2.워밍업

 글을 쓰는데에 필요한 준비는 '다독'과 '다작'이다. 많은 글을 읽는 것과 많이 써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사실상 전부이다.

 읽는 것에는 장르를 불문한다. 경제, 의학, 연애, 게임, 과학 등 내 손에 잡히는대로 또 들어오는 대로 읽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창작은 본따오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전혀 엉뚱한 창조물은 사실성을 결여시킨다. 따라서 흥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심지어 쓰는 본인조차 질릴 지도 모른다. 바로 그때 창조물에 현실성을 부여해주는 것이 지식이다. 과학적 혹은 종교적일 수도 있는 근거에 의해 제작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글을 사실성을 띄고 독자를 몰입할 수 있게끔 돕는다. 짧게 말하면, 내가 아는게 많아서 그럴싸하게 글을 쓸수록 읽는 사람은 재밌게 된다. 또한 대개의 서적들은 어느 정도의 수준을 가지는 문장이기 때문에 읽는 것 만으로도 우리의 문장력을 향상시켜준다. 물론 이른바 필력이라고들 표현하는 글솜씨는 다작을 통해 효과적으로 향상시키게 된다.

 다작이라는 것은 많이 창작글을 쓰는 것도 있겠으나, 그보다도 베껴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짧게는 두 세대 길게는 고전이라 불릴 만큼 인정을 받은 '명작'을 베낌으로써 자연스럽게 그들이 지닌 문장력을 흡수하는 방법이다. 방법도 간단하다. 토지를 첫장 펼쳐 놓고 공책에 옮겨적어 보라. 그 긴 서사를 모두 몇 권의 책으로 옮겨 적었을 때에 우리는 확연히 달라진 문장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글을 쓰기 시작한다는 것은 깨나 오래 걷는 일이다. 수필이 가벼운 산보 정도라 한다면, 장편 혹은 단편까지도 길게 돌아오는 여행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여행길을 나서기 전에 충분히 몸을 풀고 휴식을 취하듯이 글을 쓰기 전엔 충분한 준비와 고민이 필요하다.

?
  • profile
    윤주[尹主] 2011.01.10 08:16

     와닿는 얘기네요 추천하고 갑니다.

     다음부턴 올라오는 강의 꾸준히 읽어야겠어요 ㅎㅎ

  • ?
    다시 2011.01.10 14:24

    전거보다 시작하기 좋을듯ㅋ

  • ?
    乾天HaNeuL 2011.01.10 18:01

    좋은 글이오. 달관군. ㅋ

  • profile
    천무 2011.01.20 10:43

    달관선생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88 라이트노벨이란? - 아즈마 히로키,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에서 (1) 4 윤주[尹主] 2012.05.10 739 1
87 어느 다음 카페의 연재란 관리... 1 file 윤주[尹主] 2012.05.02 646 0
86 분류에 왜 기타는 없는겨 SinJ-★ 2011.10.29 1017 1
85 3. 서두 SinJ-★ 2011.08.06 1409 0
84 0. 작가노트 SinJ-★ 2011.07.28 1561 1
83 2. 작가 4 SinJ-★ 2011.07.28 1366 1
82 1. 작법 2 SinJ-★ 2011.07.28 1451 1
81 시의 범위 4 SinJ-★ 2011.01.25 1759 2
80 수필 4 SinJ-★ 2011.01.20 1803 3
79 걸음마 5 SinJ-★ 2011.01.15 1673 2
» 걷기 전에. 4 SinJ-★ 2011.01.10 1711 3
77 한 발 내딛기 3 SinJ-★ 2011.01.09 1878 2
76 근대문학의 종언 Evangelista 2007.12.19 2705 11
75 기술을 무시하지 맙시다. 6 Evangelista 2007.08.20 2880 17
74 메인플롯과 서브플롯 6 Evangelista 2007.07.20 5454 12
73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풀어놓지 맙시다. 2 Evangelista 2007.07.20 2657 30
72 동일주어반복 1 Evangelista 2007.07.19 2811 18
71 기본과 기승전결 / 플롯과 스토리 3 Evangelista 2007.07.19 3093 16
70 '설정'과 '독창성' 6 Evangelista 2007.07.18 2642 30
69 인물 만들기 초급 (1) 3 Evangelista 2007.07.01 2909 1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제휴문의] | [후원창구] | [인디사이드연혁]

Copyright © 1999 - 2016 INdiSide.com/(주)씨엘쓰리디 All Rights Reserved.
인디사이드 운영자 : 천무(이지선) | kernys(김원배) | 사신지(김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