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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읽히는 글이다. 짧은 이유도 있지만 문장이 친근한 어조이다. 접근성이 최고의 장점인 글이라고 생각한다. 발생하는 사건도 쉽고 글이 다루는 시간도 짧아서 헛갈릴 일도 없다. 완성도가 있는 글이라는 뜻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그러나 완성된 모습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는 어려운 글 인 것 같다. 글이 쉬운데 공감하기 어렵다니 이게 뭔 소린가 싶은 분들도 있겠지만 본 소설을 읽어보신 분들은 이해할 것이다. 주제가 모호한 글이다.

 

 주인공은 이상한 사람이다. 입고 싶은 색과 입어야 하는 색이 다르다. 특정한 날도 아니다. 이유를 밝히지 않고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 글을 연습하는 작가인데 여러 문장을 쓸 뿐 한 문단을 완성하지 않는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편집증을 느낄 수 있다. 작가 지망생이면서 한 작품도 쓰지 않았다니, 독자들의 호기심은 점점 커져간다.

 이상한 주인공은 같은 생각을 반복해서 한다. 이 시대 예술이 썩었다는 것이다. 지겹게 인용되는 솔로몬의 격언이 떠오른다. 새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는 모든 좋고 새로운 것들이 1800년대에 성행했고 지금은 끝났다고 한다. 얼만큼 끝났느냐 하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자신이 현실을 깨는 작품을 써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끝났다고 한다.

 이상한 주인공의 이상한 생각은 어떤 의도로 만든 것일까? 난 당연히 주인공을 비판하기 위해서 라고 생각했다. 이 주인공은 자신의 결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풍자류의 글이라고 예상하며 읽었다.

 

 주인공은 루시에르라는 1800년대 작가를 좋아한다. 그는 태어나 단 한편의 작품만 쓴 괴 작가이다. 그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글을 쓰지 못하는 것 같다. 평생을 담은 걸작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평생에 걸쳐 한 작품이라니, 예술의 진지함을 상징하는 것 같다. 주인공 친구와의 대화에서도 등장하는 내용이다. 자신에게 만족스러워야 부끄럽지 않다는 것이다. 명화인지 낙서인지를 가르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은 경계에 민감한 분야 아닌가. 이 글은 작가의 예술관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꿈에서 루시에르와 주인공이 만난다. 알고 보니 둘은 비슷한 사람이었다. 서로의 글을 인정하고 있었고 자기시대의 예술을 비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부분은 좀 의아했다. 이해가 잘 안가는 부분이다. 1800년대 사람 루시에르는 자기 시대 이전의 예술을 칭송하고 있다. 자기 시대의 예술은 비판하고 있다. 주인공이 꿈꾸는 시대를 말이다. 자신의 목표로 하는 시대의 예술을 자신이 목표로 하는 사람이 비판할 때 주인공은 패닉상태에 빠질 줄 알았다. 내가 예상한 줄거리는 그것 이었다. 주인공이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것이다. ‘! 과거의 예술도 과거에서 왔구나!’ 하고 말이다. 그러나 주인공의 생각의 중요한 점은 1800년대 예술을 칭송했다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현재의 예술을 비판하는 것이 중요한 점이었다. 오래된 생각이다.

 ‘요즘 애들 문제야라는 내용이 이집트 벽화에 그려져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다. 요즘 애들은 항상 문제였다. 그 말을 하고 있는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살던 시대에도 요즘 애들은 문제였을 것이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현 문제점들에 대해서 잘못된 기준으로 분류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고자 하는 말을 잘 전달했지만 그 말이 재미있고 공감이 되거나, 깊은 사색을 이끌어 낼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아마 안 될 것 같다.

 그 연장으로 마지막 마무리, 이해하기 힘들다. 자신이 존경하던 작가에게 인정받은 주인공은 글쓰기에 매진할 것을 다짐한다. 그는 마음을 잡지 못하고 글쓰기에 매진하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재능은 어디서 왔다는 말 인가. 주인공의 기존 실력을 보여주는 부분이 없어 뜬금없이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않는 부분이라도 나왔으면 이 부분이 안정감을 가졌을 것 같다. 그는 자신이 특이하게 분류되는 것을 즐겼다. 이 부분이 아쉽다. 주인공은 자신이 보편적이라고 생각했어야 했다. 그리고 그 특이성을 자신의 단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면 마지막 결말과 더 호응이 좋았을 것 같다.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작가에게 자신의 개성을 인정 받고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다. 그는 이미 그의 개성에 대해 만족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의 굴곡이 줄어든다.

 마지작으로 막힘 없이 글을 써내려 간 이유를 모르겠다. 팬을 든 부분에서 끝났다면 조금 더 세련된 글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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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yarsas 2012.08.08 21:45
    좋은 비평 감사합니다. 진지하게 읽어주신 것 같아서 감동이 뉴ㅡ누..

    음.. 주제는 현대인이 걱정하든 말든 예술은 결코 죽지 않는다.. 정도 랄까요.

    두 인물이 서로 닮아 서로의 작품에 영향을 끼친 말 그대로 우연히 스친 밤입니다 ㅎ 인칭이 1인칭이다 보니 루쉬에르의 생각이 좀 덜 드러났나 보군요.
  • profile
    윤주[尹主] 2012.10.19 04:56
    과거를 향한 향수보다도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게 의미가 있다란 게 이 글의 테마가 아닐까요? 저는 이 글이 주제를 잘 보여줬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다시 님 말씀처럼, 펜을 든 부분에서 끝내는 편이 좋아 보입니다. 영상물이라면 막힘없이 글을 써내려가는 장면을 보여주며 끝내도 여운이 남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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