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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어떤 분야든 마찬가지이겠지만 글을 잘 쓰기 위해선 굉장히 많은
노력과 근성이 필요합니다. 연습을 위해 많은 글을 쓰는 것 못지않게 좋
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하죠. 글 잘 쓴다는 것을 정확하게 수치화 할 수 있
는 것은 아니지만 필력, 문체, 소재, 창의력 등등 여러 가지 부분을 통해
서 글쟁이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건 기존의 사실입니다. 제가 여기서
적고자 하는 것은 글을 잘 쓰는 방법이라기보다는 제가 글을 잘 쓰기 위
해 제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신조입니다. 이것은 저만의 접근방식일 가능
성이 크며 다분히 제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저는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 신조를 지키려 노력해왔고 앞으
로도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끝까지 고수해나갈 거라는 점입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글 잘 쓰는 스킬에 대해서 설명한다기 보다는 글을 대하는 자
세에 대해 얘기하고자 하므로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으신다면 참고하
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1. 호흡

 

 가수는 무대에 올라 단순히 노래만 부르고 내려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
런 가수는 결코 청중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무대에 올라 선 가수
는 끊임없이 청중들과 호흡해야 하며 청자들의 반응에 신경 써야 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실시간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뿐이지 문학도 이와 다
르지 않습니다. 글쟁이는 작품을 쓸 때 독자와의 호흡을 충분히 고려하고
문장을 써내려가야 합니다. 어떤 작가는 멋진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수많
은 미사여구를 집어놓고 보기 숨찰 정도의 형용사를 대량으로 집어넣곤
합니다. 극히 제 주관일 수 있지만 저는 독자의 호흡을 고려하지 않은 장
문의 문장은 자신만의 리그인 글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문장은 독자
가 숨을 들이 마시고 내쉬는 순간에 한 문장이 끝날 수 있게 간결해야 하
며 담백해야 합니다. 물론 개개인의 호흡량은 다르므로 그걸 어떤 규격에
맞춰 문장을 끊으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노래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호흡이 가쁜 노래를 듣는 것이 듣는 이로 하여금 얼마나 힘겹
게 느껴지는지 잘 아실 거라 생각됩니다. 문장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듣는 이를 고려하지 않은 힘겨운 고음이나 가쁜 호흡과 마찬가지로, 읽는
이를 배려하지 않은 지나치게 어려운 단어나 지나치게 긴 문장은 읽는 이
로 하여금 절로 책을 덮게 만들 것입니다. 실시간이 아닌 후(后)영향이라
할지라도 ‘잘 녹음한 앨범’같이 독자들을 배려한 글이 편안하게 느껴진
다는 점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예) 폭발적이다 할 만큼 강렬한 소리로 뒤흔들리던 미증유의 격한 일격
은 대지를 박살내다 못해 풍비박산을 냈고 그로 인해 날아드는 미칠 듯한
후폭풍으로 인해 나무들이 송두리째 뽑혀버렸고 심지어는 바위들마저도
군데군데 위치를 이동했으며 심한 경우에는 그 깊이가 몇 미터에 달하는
구덩이가 파이기까지 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공포감에 절게 했으며
다시는 잊지 못할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이런 문장은 뭔가 열심히 묘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다 읽고 나면 무
슨 소린지 한 번에 이해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이해한다 해도 쉽게 잊혀
지기 일쑤입니다.

 


 2. 표현

 

 앞서 말한 문장의 길이와 맞물려서 가는 얘기입니다만 글쟁이는 문장이
간결해질수록 표현력 또는 묘사력에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써줘야 합니다.
가장 간략한 예를 든다면 하나의 주제를 설명하는 문단에 같은 단어나 형
용사가 지속적으로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얘깁니다. 최근에 제가 쓴 단편
‘우연히 스친 밤’에 주인공 반민석은 그 자신만의 관점으로 신랄하게
현대예술을 비판합니다. 여기서 독자들이 반드시 화자의 사상에 공감할
필요는 없다 치더라도 그 주장이 읽기도 싫어지는 경우는 심히 곤란합니
다. 그것은 수없이 반복된 문장으로 인해 독자들이 읽다 지쳤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예) 내가 생각할 땐 현대예술은 죽었어. 지금 판치고 있는 예술들은 모
조리 과거의 유사품이거나 모방에 불과해. 현대 비평가들에 극찬을 받고
있는 현대미술? 현대문학? 다 때려치우라 그래. 그들은 아류일 뿐이야.
과거 위대했던 예술혼의 얕은 숨결만 흉내 내는 버러지들. 이 이상 백색
도화지는 없다구. 보는 것만으로도 순수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깨끗한
미학, 그 아름다움에 숨이 멎을 것만 같은 클래식한 예술. 요즘엔 그런 게
없다고. 1800년대에 있던 순수 예술에 목숨 걸며 불타오르던 그 찬란한
영혼들은 대체 어디 간 걸까? 그들이 남긴 위대한 업적들을 보며 우리네
예술쟁이들은 왜 요 모양 요 꼴일까? 이 썩어빠진 현실에 나는 한숨만 나
온다.

 

 제 단편의 일부입니다. 문단 안에 주제는 현대예술의 죽음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말과 일관된 말을 하고 있지만 같은 말이 계속 나열되
어 있지는 않습니다. 현대에 관련된 얘기를 하면서도 현대예술, 현대미술,
현대문학처럼 조금씩 단어를 바꿔주고 있습니다. 글쟁이들은 읽는 독자들
을 위해 지속적으로 문장의 변화를 주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비슷한 말
을 할지라도 같은 문장을 반복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몰입도가 좋기 때문
입니다. 만약 저 위에 문단에 ‘현대예술 죽음, 현대예술 죽었어, 현대예
술 죽어서 슬퍼, 현대예술 죽어서 슬퍼서 나는 미칠 것 같아.’식의 문장
배치가 이어진다면 아마 읽는 독자는 짜증을 넘어 분노를 느낄지도 모릅
니다. 글쟁이들은 되도록 섬세하고 세련된 문장을 구사할 수 있게 심혈을
기울어야 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아는 단어 량이 많아야 한다는 것
입니다. 풍부한 표현력은 아는 만큼 나오는 것이니까요.

 


 3. 주제

 

 윗부분이 글 쓰는 스킬에 관련된 것이라면 이 부분은 정말이지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즘같이 양산형 느낌의 작품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는
다분히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글은 분명 예술에 속합니다. 심심풀이 땅콩
식의 글은 재미는 줄 수 있을지언정 읽고 나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글에
관심을 가지고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써본 이라면 자신이 노력해서 만든
작품이 무가치하게 버려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단순한 글과
깊이 있는 글의 차이는 분명 주제에서 나옵니다. 장르는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독자들에게 더 쉽게 접근하게 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자 도구
일 뿐입니다. 나는 판타지를 쓰니까 남들이 한 번도 쓴 적이 없었던 창의
적인 세계관과 설정을 만들어 주겠어! 물론 시도와 노력은 좋습니다. 하
지만 결코 그것이 작가가 얘기하기 위한 주제보다 중요할 수는 없습니다.
글이라는 것은 읽는 이로 하여금 읽고 나서 무언가 생각해 볼 수 있게 만
들어 줘야 합니다. 최소한 ‘아! 이 부분 여운을 남긴다!’정도의 생각거
리 정도는 던져줘야 합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 다작을 하는 것은 좋으나
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하고자 하는 말을 먼저 구상해보고 거기에 살을
입혀주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보다 살아 숨 쉬는 작품을 쓰게 되는 지름
길입니다.

 

 

 4. 독자와 작품의 만남

 

 가수는 노래로 대중들을 사로잡고 미술가는 그림으로 대중에게 다가갑니
다. 문학도 이와 마찬가지. 글쟁이는 반드시 글로써 독자에게 다가가야 합
니다. 거기에 이렇다 저렇다 덧을 다는 것은 사족이 될 뿐이라고 생각합
니다. 제 글은 이러이러한 주제를 담고 있고요, 이 부분은 특히 신경 써서
썼으니 꼭 정신 차리고 읽어 주세요. 글쎄요. 그런 글이 감동이 있을까요?
노래쟁이들이 일일이 가사 설명해주고 브릿지 지나서 마지막 클라이맥스
가 좀 쩔어주니 그 부분은 꼭 신경 써서 들으시오! 라고 외친다면 청자들
이 진심으로 그 부분에 공감해 줄지는 심히 미지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글쟁이라면 철저히 작품으로써 독자들과 만나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만남을 방해하는 것은 소개팅에 눈치 없이 계속 앉아 있는 주선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 말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이영도 씨
가 한 말입니다. 물론 제가 심히 공감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작품을 읽고
무엇을 느끼는가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며, 분명 아는 만큼 보이는 것입
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독자들이 잘못 이해했다면 독자의 잘못도
있겠지만 스스로의 역량을 되짚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 네 가지는 제가 글을 쓸 때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며 앞으로도 계
속 지켜나갈 제 개인적인 신조입니다. 저는 전문적으로 글을 배운 사람도
아니고 전공은 실용음악입니다. 그래서 군데군데 음악에 관한 얘기가 들
어 가는데 뭐, 모든 예술은 하나로 통한다고 보니까요. 이치는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신조는 다분히 주관적일 수 있으니
자신의 작품 스타일과 맞지 않다 싶으시면 본인의 스타일을 고수하신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글도 못 쓰는 제가 어쭙잖게 아는 척 하니 좀 그렇지
만 그래도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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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욀슨 2012.08.07 01:49
    잘 읽었습니다. 역시 제일 어려운 건 주제를 눈에 거슬리지 않도록 잘 감추는 것 같아요.
  • profile
    yarsas 2012.08.07 19:27
    그렇죠. 하고자 하는 말을 세련되게 하는 것, 쉽지 않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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