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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쯤에서 몇 가지 중요한 개념들을 간단하게 설명해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앞에서 방금 나는 '다른 비평가들'이라고 언급했는데, 여기서 '비평가'와 '문학비평'이라는 말의 용법을 잘 알아 두자. 문학비평은 문학작품에서 결점을 찾으려는 행위고, 비평가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식의 이해 수준은 이제 넘어서야 한다. 대체로 문학비평은 우리에게 문학작품의 의미와 구성, 아름다움 등을 설명하려고 한다. 그리고 비평가는 사실 문학작품 그 자체보다는 그에 대한 다른 이들의 해석에서 흠을 잡아내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특정한 영화나 책을 접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알려 주는 영화비평가나 서평가와 달리, 문학비평가는 평가보다는 설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 책 5장에서 논의할 신비평의 경우처럼, 그 이론의 기본 목적이 문학작품에 담긴 미적 탁월성을 평가하는 것일 때조차도 그렇다. 물론 여성주의, 마르크스주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문학비평, 레즈비언 게이 퀴어 비평, 탈식민주의 비평처럼 더 나은 방향으로 세계를 변화시키려는 열망을 품은 비평이론들을 사용하다 보면, 저자가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지 간에 특정한 가치들을 조장한다고 비판받을 만한 문학작품이 가끔씩 눈에 띈다. 예컨대 성차별적, 계급차별적, 인종 차별적, 이성애주의적, 식민주의적 가치들이 작품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할지라도 작품을 읽는 동안 그 작품 안에서 여러 가지 억압적 이데올로기들이 작동하는 양상을 확인할 수만 있다면, 그처럼 결점이 있는 작품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비평이론(또는 문학이론)은 여러 형식의 문학비평이 근거로 삼고 있는 가정이나 가치를 설명한다. 엄밀히 말해, 문학 텍스트를 해석하는 것은 그 자체가 문학비평이고, 텍스트 해석의 근거가 되는 기준들을 검증하는 것은 그 자체로 비평이론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간단히 보자면, 문학비평은 비평이론을 문학 텍스트에 적용하는 작업이다. 비평가의 해석을 가능케 하는 이론적 가정들을 비평가 자신이 의식하고 있건 그렇지 않건 간에 말이다. 사실 비평이 마치 이론을 포함하는 용어인 양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문학비평을 그것의 바탕이 되는 이론적 가정들과 분리시킬 수 없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일반화되었기 때문이다.


 ...(중략)...


 문학비평가들의 성향이 작품을 평가하는 쪽보다는 해석하려는 쪽에 더 가깝다 해도, 그들은 문학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어떤 작품에 대해 무엇을 말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작품을 선택했고, 어떤 작품을 무시했느냐다. 물론 비평가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비평이론에 잘 맞아떨어지는 작품을 해석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 연구 분야에서 하나의 비평이론이 득세할 때마다 그 이론에 맞춰 읽기 좋은 작품들이 '걸작'으로 평가받고 대학 강의실에서도 다루어진다. 반면에 그렇지 못한 작품들은 외면받게 된다. 교사 노릇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들이 배운 작품을 가르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인기 많은 비평이론은 특정한 문학작품의 제도화 또는 정전화를 가져온다. 그렇게 되면 해당 작품들은 '시대를 초월한' 호소력을 지닌 '걸작'으로 자리매김하여 매년 수업 시간마다 학생들에게 대물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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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있는 책에서 몇 문단을 발췌해 올립니다.

 비평계 작업을 하면서, 다른 분들 글에 좋은 점과 보완할 점을 나름대로 궁리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글을 '비평'이라고 임의로 불렀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평'의 본래 의미를 모르고 있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 최근에 읽은 글을 올려보네요. 저도 '비평'이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서 말예요;

 자기 나름대로 공부하시는 분들께 도움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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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SinJ-★ 2012.07.15 21:09
    헐...맨날 한문으로된거만 보다가 이러케 보니 쉽네여 이해가 쏙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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