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29 05:32

[비평]죄의 이유

조회 수 560 추천 수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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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의 이유

 

 

 

 아쉬운 글이다. 기획 자체가 재미있는 글인데 왜 수정을 안 했는지 모르겠다.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짓말이라 생각하는 혜연의 대사가 딱딱하고 강현의 대답은 부자연스럽다. 중간중간 이해하기 힘든 장면들도 많다.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도 혜연이 희망을 바라고 있었다.’라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녀가 가는 곳은 보통사람들은 출입하고 싶어하지 않는 곳이었다.’라는 문장은 문장 자체가 썩 좋은 문장이 아닐 뿐더러 내용도 소설과 잘 호응하지 않는다. ‘그다지 출입하고 싶지 않는 곳이란 말이 묘한 불쾌감을 나타내는 문장인데 이 글에선 사건의 갑작스러운 발생에 초점을 맞춘 문장이 와야지 일반적인 관념에 대한 문장이 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강현은 그녀의 작은 행운까지 제거해버렸다.’라는 문장도 비슷한 이유로 그르다고 본다.

 장면들이 참신하지 않다. 스릴러 영화에 주로 나오는 장면들이다. 그 중 가장 진부한 장면은 강현이 재현을 지하실로 끌고 가는 장면이다. 그 장면에서 참신한 부분은 한 반장이 그를 제지한 것이다. 그런데 참신한 부분 보단 아쉬움이 더 컸던 장면이다. 이 장면을 좀 더 진부하지만 재미있게 풀어가려면 혜연이 무기를 빼 들었어야 한다. 자신이 범인으로 의심하고 있는 강현과의 동행이다. 만일의 사태를 준비한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과 악당의 혈투……. 많은 영화에서 채택하는 장면이지만 그만큼 재미있고 안정감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강현이 자신의 핸드폰을 꺼놓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제일 이상한 장면은 마지막에 나오는 6 14일 수요일 장면이지만. 들으면 어쩌려고 그런 얘기를 하고 깨면 어쩌려고 입을 맞춘단 말인가?

 뜬금없이 깁스를 하고 온 강현, 과하게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별다른 설명도 없다. 강현이 범인이라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아마 복선으로 사용한 것 같은데, 물론 복선이 글의 구성을 탄탄하게 만들어 주는 기능을 하기는 한다. 그러나 이 소설에선 다른 역할도 해야 했다.

 

 기획이 재미있다고 한 이유는 복합적인 소설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스릴러의 형태를 띄고 있다고 읽었다. 기본 인물간에 관계를 토대로 사건이 진행되지만 틀은 스릴러, 추리물에 두고 있다. 그 형식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위 복선은 추리물의 단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혜연이 만나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강현이고 지금까지 유일하게 단서가 나온 인물도 강현이다. 이러면 추리물의 재미가 전무해진다. 전화를 거는 재현의 비중이 높았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전화를 여러 번 건다 던지 여러 방법이 있겠다.

 배신에 대해 설명할 때 당위성이 부족해 보였다.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강현이 부모님에게 버림을 받았다던지 배신에 트라우마를 심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여러 방법이 있었을 텐데 다짜고짜 좀 심했다.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세계관이 치우친 글로 느껴졌다. 18세 소년이 친구에게 좋아하는 여자를 빼앗기는 이야기와 혼합해서 그가 쓰는 이야기가 현실의 진행과 함께 완성되는 구성을 한다면 그 치우친 부분을 해결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결론 이번 소설의 강점은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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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2.06.29 06:39
    스릴러와 추리물이 조금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있죠. 물론 스릴러가 추리적 요소까지 갖추면 금상첨화겠지만, '관객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게 스릴러의 목표인 만큼, 독자가 보기에 조금 어수룩한 등장인물이 딱 좋은 경우가 있기도 해요. 뻔한 복선을 눈치채지 못한다던가...

    제가 굳이 이 글의 단점을 들자면, 지나치게 감상적이라 유치해 보일 수 있는 몇몇 연출을 들고 싶네요. 그러나 그건 연륜과 경험이 해결해줄 문제라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야르사스 님께선 해결을 보셨다고 생각해요. 다시 님께서 말씀하신 '진부함'은, 제 자신이 그런 진부함을 자주 쓰기 때문에 딱히 해당 부분에 대해 왈가왈부하기 어렵습니다. 주관적 판단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다시 님 의견이 타당한지도 모르죠.

    어찌됐건 글과 글에 대한 의견이 오간다는 건 좋은 현상인 듯요. 앞으로도 좋은 비평 많이 부탁드려요^^
  • profile
    yarsas 2012.06.29 07:07
    역시 다시 님께서 예상대로 날카로운 비평을 써주셨습니다. 이런 졸문에 비평이라는 것도 우습지만, 일단 써주신 건 정말 감사합니다.

    수정에 대해서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 글은 단편으로만 따지면 제게 있어 거의 처녀작에 가깝습니다. 7년 전에 쓴 글이니까요. 어렸을 때의 풋풋한 음색과 감성으로 작곡해서 부른 노래를 테이프로 돌려 들을 때의 느낌이랄까요? 그래서인지 수정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남이 보기에는 엉성하고 한심한 글일지라도 제게는 그 당시에 한문장 한문장이 너무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남들은 보지 못해도 제게는 아,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며 이 문장을 썼었구나, 이 상황들을 만들었구나, 하는 감정이 떠올라서요. 그래서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일필휘지라는 말도 있듯이 그냥 꼬맹이의 습작 정도로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이유로 죄의 이유는 앞으로 다시 건드리지 않을 글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지만, 이 글은 스릴러의 장르를 흉내낸 저의 감성 낙서같은 글이었습니다. 제가 추리물이나 스릴러를 쓸만큼 내공이나 실력이 쌓이지 않았다고 스스로 판단했기에 정말 무늬만 스릴러로 꾸민 것입니다. 그래서 복선 같은 것도 굉장히 뻔히 보이게 썼습니다. 강현이 범인이라는 것은 글을 읽어주었던 제 주변 지인들 모두가 미리 알 정도로 뻔했죠(물론 반전이 먹혔으면 더 효과적이었겠지만.). 실력도 안 되면서 그 장르에 손을 왜 댔느냐고 물으신다면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지적이니까요.
    하여간 같은 의미로 이 글에서 반전은 강현이 범인인 것이 아니라, 강현이 혜연을 사랑하고 있다 라는점이 제 초점입니다. 그래서 다시 님께서 가장 이상한 장면이라고 꼽아주신 마지막 수요일 장면이 제게 있어서는 이 소설의 가장 소중한고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 부분을 위해서 앞에 있는 긴 서문이 필요했던 거죠. 마찬가지로 강현이 휴대폰을 꺼놓지 않은 것은 진정으로 사랑하는 혜연에게 배신감을 느껴서 죽이고 싶어하면서도, 사실은 한 반장에게 죽음을 당하면서 스스로 만족하는 기묘한 애증의 장면을 위한 것입니다.

    물론 이 부분은 저만의 개인적인 견해이고 작품을 읽는 이가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면 분명 제 능력의 한계이며, 제가 부족한 탓임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구질구질하게 제 글에 대해 설명하거나 덧을 다는 걸 싫어함에도 이런 댓글을 남기는 이유는 시간을 들여서 제 글을 읽어주시고 비평까지 달아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함도 있고, 부족한 제 실력이 한심해서 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정말 작품으로 제 생각을 전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말 비평 달아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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