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의 아싸사랑님의 글은 너무 축약되어 있으니 약간 길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물론 아이디어 자체만으로도 가치를 인정받고 팔리는 경우가 아주 가끔 존재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봤을때 아이디어 자체는 별로 그렇게 대단한 가치를 지니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아이디어라는 것은 구체화될수록 가치가 높아집니다. 다음의 예를 봅시다.

1. 잡 체인지 시스템을 넣으면 분명 재미있을 겁니다.

2. 총 20가지의 직업중 하나를 골라서 플레이하되, 레벨 10을 넘기면 다른 직업으로 바꿀 수 있는 잡 체인지 시스템을 넣습니다. 이 경우, 기존 직업의 경험치, 레벨, 스킬은 보존되나 사용할 수는 없고, 새로 바꾼 직업의 경험치, 레벨, 스킬을 사용해야 합니다.

 1번과 2번중에서 고른다면 분명 2번이 훨씬 우월합니다. 하지만 정작 많은 사람들은 1번만으로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죠.

 다른 예를 봅시다.

 이 마을은 예쁘게 꾸미구요, 입구에는 큰 건축물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건 진짜 상상의 레벨일 뿐입니다. 실제로 게임을 만들때 이런거 가지고는 절대 만들 수 없습니다. 뭐 혼자 만든다면야 자기 머리속에서 적당히 꺼내서 만들겠다지만, 버겁죠. 하물며 팀 작업일때는 더 할 말이 없습니다.

 일단 '예쁘게'라는 것부터가 문제입니다. 사람마다 느끼는 예쁘다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범용적인 아름다움이라고 친다 해도 여러 경우의 수가 생깁니다.

 꽃과 나무들로 자연 속의 마을처럼 꾸밀 수 있습니다.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물들로 꾸밀 수도 있습니다.

 마을이 365일 축제를 계속 벌이는 탓에 축제 분위기를 위해서 꾸밀 수도 있겠죠.

 세가지 다 예쁜 마을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걸 제대로 정하지 않으면 참 난감하죠. 물론 저 위의 세 문장도 많이 부족하며, 더 구체화 시켜야 합니다.

 큰 건축물 또한 문제가 됩니다. 개선문같이 마을 입구에서 통과하는 것이 있고, 석상같이 그냥 서있는 건축물이 될수 있습니다. 아니면 입구에 출입관리소가 있는데 이 출입관리소가 클수도 있겠죠.

 팀으로 할때는 이게 더 큰 문제가 됩니다. 기획자가 좋다면서 이거 넣어라고 하지만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으면 어떻게 만들어볼지 물어보다가 시간 질질 끌게 됩니다. 아니면 만드는 사람이 자기 꼴리는대로 만들고 "이거 맞죠" 했다가 분쟁 생길 수도 있습니다. 심하면 싸울지도?

 분명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건 맞습니다. 하지만 보석 원석처럼 다듬지 않은 아이디어는 그다지 실용성이 없습니다. 다듬고 깎아내야 원석 속의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게 되는 것이죠.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일단 어디다 써두세요. 그리고 나중에 시간날때 구체화할수 있도록 노력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