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4 08:51

[필사를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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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쓰고 싶다면 틈틈히 '필사'를 하자.]
 

  처음 대학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지겹게 했던 '필사'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흔히 좋은 책은 읽기가 쉽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어떻게 보면 아주 간단 한 것입니다. 글의 맞춤법이 정확하고 문장과 문맥의 흐름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읽는 사람 역시 막힘 없이 읽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무엇을 알아야 할까요?

  이것저것 생각해보면 정확한 단어의 뜻, 맞춤법이나 동사, 부사, 조사, 형용사, 어간, 어미 등의 문법에서 그것들을 모두 합한 문장과 문맥사이에서 흐름이 맞지 않는 오류를 찾아내는 교정교열까지 할 수 있는 실력! 이 필요하다라고 한다면? 그리고 그것과 더불어 개성넘치는 작가의 문체까지...

   그래서 처음부터 국어 문법을 배우고 맞춤법을 배우고 단어의 뜻을 알기위해 그 글의 한문을 배우고 "에이씨 나 글따위 안써!"라고 생각이 들정도로 글을 쓰기위해 준비작업으로 배우는 것이 너무많아 쉽게 글쓰는 것에 매력을 잃거나 자기 자신만이 만족하는 읽어주는 사람이 없는 넋두리 수준의 글을 쓰게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죠?

   습작 수준의 글쓰기에서 완벽이란 말은 없습니다. 사전오기, 칠전팔기 라는 말이 있듯이 기성작가 역시 글을 모두 쓰고나면 한 두번 수정하고 끝 내는 것이 아니라 세번번, 네번 혹은 그 이상의 탈고를 해가며 다시 퇴고하고 수정해서 완성본을 내놓습니다. 그렇게 내놓고 나서도 완벽하게 만족해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 생각되구요.

   서론이 길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문학소설"을 배우는 사람에게 '필사'라는 연습을 시킵니다. 필사는 유명작가나 현재 활동중인 기성작가의 글을 워드가 아닌 종이에 펜으로 직접 써가며 그대로 배껴 옮기는 작업을 말합니다. "남의 글을 배끼는게 무엇이 도움이 됩니까?"라고 말하는 사람에겐 저는 "당신은 문어다리가 10개인지 8개인지 직접 보지 않고 확신 할 수 있습니까?" 즉,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그저 알고만 있을 뿐 100%의 확신을 가질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소설강좌 등의 글만을 읽고 자신의 문체를 만들고 문법을 익힌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써가면서 익히기엔 어쩐지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처음 미술을 배울 때 석고상을 있는 그대로 배껴 그려가는 뎃셍이라는 것을 하죠. 소설도 미술과 마찬가지로 잘 쓰여진 글을 필사라는 배끼기로 글쓰는 것을 배운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저의 교수님께선 우스겟 소리로 소나기 필사 100번을 하면 명작가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도 들었었죠. 실제로 소나기 같은 단편을 100회 필사하는 것도 보기 보다 쉽지 않더군요.)

   필사를 할때 외국의 번역된 책은 되도록 삼가 합니다. 번역된 책은 실력이 없는 작가의 번역이나 우리나라에는 없는 표현을 억지로 옮겨 표현하거나 그와 비슷한 느낌으로 표현할 때가 있기 때문에 문맥의 흐름과 문체를 배우는 것에 좋지 않습니다. 올바른 표현법과 글의 흐름을 배우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문학소설 작가의 단편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 어느 정도 탄력이 붙었을 때 장편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필사 소설을 선택할 때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이 읽어본 책중 가장 부드럽고 쉽게 읽혀진 것이 좋으며 꼬아 놓거나 비유가 많은 글은 되도록 삼가합니다. 서정적이며 묘사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작가나 제 개인의 생각으로는 김유정이나 황순원의 단편이 처음에는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인 작가의 소설 경우는 대체로 필사를 하지 않지만 저 같은 경우는 독특한 문체를 가진 신인이 있기도 해서 재미있어 보일 때는 필사를 하기도 합니다.

   필사를 하면 맞춤법, 단어의 의미, 묘사, 문체, 문법 등이 자연스럽게 익혀지게 되므로 직접 글을 쓰게 될 때 필사를 했을 때의 느낌이 남아있어 막힘 없이 쉽게 글이 써지고 다양한 표현력(묘사)을 구사할 수 있는 연습이 됩니다. 소설을 배우는 사람에게 필사의 중요성은 백번을 이야기해도 부족하다고 합니다. 배우는 사람에게 필사는 빼 먹을 수 없는 연습중에 하나 입니다. 맞춤법, 단어, 문법을 무작정 외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쓰면서 익혀가는 필사는 꼭 버릇이 되게끔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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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내용]

  필사는 말 그대로 글을 옮겨 적는 행위입니다. 어렵게 생각 하실 것 없이 원고지와 필기구를 준비해 기성작가의 작품을 종이에 그대로 옮겨 적으면 됩니다. 이미 문단에 등단한 기성작가의 작품은 기본기는 당연 소설가 개인의 독특한(개성) 문체를 포함하고 있기에 좋은 글쓰기의 견본이 됩니다. 처음 필사를 하실 때는 단편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있는 단편을 추천 드리면 황순원님의 소나기, 별 이나 김유정님의 봄봄, 동백꽃을 추천합니다. 뭐 이런 옛날것을 추천해주냐 하실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두분의 서정적인 문체와 단어의 선택에서 나타나는 시적비유도 너무나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 황석영님의 삼포가는 길도 추천 드립니다. 아무튼 짧은 단편 부터 시작해서 장편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엔 무작정 종이에 옮겨 적습니다. 그렇게 필사를 하다보면 그냥 한 두번 읽어본 것으로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실 겁니다. 예로 소나기를 한 10번 정도 옮겨 적으면(근성이 필요합니다.) 어느 순간 보이지 않던 단어의 의미가 보이기 시작 하실 겁니다. 학교에서 글로 배운 복선 따위가 글의 전체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죠. 소나기란 소설의 구조를 파악하기 시작한 거죠. 소설의 첫머리와 끝머리에 넣어둔 작가의 암시나 이런것이 보이고 단순히 학교에서 배운 그런 의미가 아닌 작가가 어떤 식으로 표현을 하기위해 이런 장치들을 준비해 둔 것인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보인다고 해서 바로 그렇게 쓸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필사만 해서는 좋은 글을 쓰기는 어렵죠. 결국 필사는 연습의 한 과정이고 글을 쓰는 연습으로 기본기를 다져가면서 자신만의 개성(문체)을 확립해야 하는 거죠.

  결국, 또 쓰다보니 이렇게 길게 써버렸네요. 죄송합니다. 정리가 잘 안되는 인간인지라.

  요약하자면...

  1. 기성작가의 단편을 준비한다. (국내 작품을 추천합니다.)
  2. 원고지와 필기구를 준비합니다. (원고지에 쓰는 것이 기본적인 맞춤법 따위를 익히기에 좋다고 봅니다.)
  3. 한 문장, 한 문장 원고지에 옮겨 적습니다.(급하게 쓰실 필요없습니다. 천천히 내용을 읽어가며 적습니다.)
  4. 근성이 필요합니다.(가장 필요한 것입니다. 근성...)

  무작정 옮겨 적기만 해도 사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본기가 조금 갖춰집니다. 예로 직접 글을 쓰다보면 아! 이부분은 띄워쓰고 이부분은 이렇게 해야 문맥이 매끄럽게 흘러간다고 느끼실 겁니다. 필사로 인해서 손에 익숙해져 버린 것이죠. 왜 그렇게 되는지 조동사, 어미, 어간의 변형 따위의 문법을 모르더라도 그냥 익히게 되는 겁니다. 자주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되어 버리는 습관처럼 말이죠.(간혹 교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문장을 그대로 옮겨 쓰다 낭패를 볼 때도 있긴 합니다. 아주 드물게 옜날 책이라던가 하는...)

  신문사나 이런 곳에서 교정교열 이라는 것을 하죠. 간단히 검색창에 쳐도 나올겁니다. 그것을 보시고 신문을 보며 교정교열을 해보는 것도 좋은 연습이 될거에요. 신문의 칼럼은 교정이 잘되어 있으니까요. 그것을 필사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저도 요즘 바뀐 표준 어휘라던가 공통으로 통용되는 어휘를 익히느라 필사를 다시 하는데 지겹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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