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에서만 가능한 판타지
흔히 RPG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아바타는 몬스터를 무찔러나가며 화려한 스킬들을 구사한다.
화면이 번쩍이고, 천지가 요동치는 효과들을 보면서 소름이 돋기도 하고, 과시를 할 때도 있다.
우리가 현실에서 실행할 수 없는 판타지들의 대표적인게 뭐냐고 묻는다면
손에서 불이 나오고, 땅을 가르는.. 화려하고 멋진 것들의 향연이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이런 판타지를 보는걸 재밌어한다.
타격감
왜 이런 효과가 필요했는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게임 분야에서 대표적으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라면 타격감이 빠질 수 없겠다.
실제로도, 멋진 효과와 효과음은 타격감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한다.
콘솔 게임인 몬스터 헌터에서 몬스터를 부위별로 베어보면 이 느낌이 제대로 느껴진다.
(잠깐 옆으로 새자면, 게임의 재미를 평가할때 가장 흔하게 남용되는 단어가 타격감이다.)
와우 이전의 온라인 게임
와우가 나오기 전, 거의 모든 온라인 게임들에서는 이런 효과들을 중심으로 이펙트를 꾸몄다.
커다란 뭔가가 나가고, 폭발하고, 화면을 뒤덮은 화려하고 찬란한 것들이 화면을 뒤덮었고
이런게 당연한 줄 알았다.
이제부터 와우 얘기를 할 텐데, 왜 와우를 예로 드냐면, 와우는 이런 공식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실패 예견
와우가 공개되자 많은 국내 전문가들은 '타격감'을 들추어 와우의 실패를 예견했다.
(국내 유명 개발자인 김모씨 역시 이 얘기를 했다.)
몬스터를 때릴 때 밋밋한 효과음에 이펙트에..
본인 역시 와우를 처음 접했을 때 동생이 성기사로 플레이 하는 장면을 봤는데,
성기사가 몬스터 앞에서 폼 잡고 멀뚱멀뚱 서있다 2.5초마다 망치질 한번 씩..
당연히도 너무나 재미 없어보였다.
(물론 이 얘기는 확장팩 훨씬 이전의 이야기로.. 지휘 크리가 유일한 희망이었던 시절!)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그러나 와우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뛰어난 타격감이 아니라,
상황을 예리하게 판단하는 논리적인 전투에 중점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점을 정확하게 잡아내고 노린 블리자드의 와우는 지금 보다시피 세계적으로 롱런 중이다.
즉, 개발자들은 이제까지의 잣대만을 기준으로 와우를 바라보았을 뿐이다.
달리 말하면 그들의 대부분이 게임에서 추구하는 바가 비슷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멋진 효과를 여기에 적용 한다면
디아블로 2에서 몬스터를 때리고 죽일 때 마다 화면이 흔들리고, 화려한 효과음들이 출력된다고 하자.
오메, 멋져부러!
그러나, 그건 잠시 뿐.
핵 앤 슬래쉬 게임인 디아블로 2 에서는 아주 많은 몬스터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고, 때문에
전투하는 내내 화면이 흔들리고 화려한 효과음들이 연속으로 들린다.
화려한 효과음들은 곧 귀를 찌르게 되고,
플레이 내내 요동치는 플레이 화면은 오히려 화면에 집중할 수 없게 하는 방해물이 된다.
생각해보라, 카우방에서.. 아마존이 멀티플 샷을 날리는 순간... 뻥뻥뻥뻥뻥뻥... 웩!!
사족을 붙이자면, 필자가 요새 토치라이트를 하고 있는데..
토치라이트에는 화려한 효과가 너무 많고 쎄서 게임에 방해가 될 때가 많다.
멋진 효과는 해가 될 수 있다
와우에서는 전투 상황을 파악하는데 용이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이펙트를 구리게 했고,
디아블로 3 에서는 바닥에 떨어진 아이템을 잘 보이게 하기 위해 일부러 바닥 텍스처의 퀄리티를 낮췄다.
결론은, 멋진 효과를 넣는다고 멋진 게임이 되는건 아니다.
멋진 효과를 넣지 않음으로서 얻을 수 있는게 많을 수도 있다.
그래픽을 뽐내기 위한 게임이 아닌 이상.. 해가 될 여지가 많다.
이 바닥이 알만툴 게임을 다루는 곳이니 알만툴 게임들의 효과들을 평하자면,
화면 흔들고 번쩍번쩍하고 화려하게 꾸몄지만 실은 전혀 멋지지 않다.
P.S - 오늘 전역 1주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