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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게시물은 하늘 - Insane Night의 홍보용 프리뷰 노벨입니다. 심각한 스포성 요소는 없으니 안심하시고 보셔도 됩니다.
 

 

 

 

 결국 약속된 결말에 소년은 씁쓸한 표정을 뒤로 하며 고개를 돌렸다. 죽음이란 것. 시체로 뒤덮인 전장에서 태어난 소년이기에 소년은 그 누구보다, 그 무엇보다 죽음에 익숙하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익숙한 것과 좋아하는 것이 항상 같은 법은 아니었다.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소년은 오히려 극도로 싫어한다고 답할 생각이었다. 죽는다는 건 절대로 낭만적이거나 명예로운 그런 게 아니니까.
 “음. 언니를 볼 수 없다는 건 슬프지만 언니가 원하던 예쁜 유령이 됐다면 난 좋아.”
 “너희 언니 말고 차라리 다른 이야기를 할 수는 없어?”
 소년의 살짝 가시 돋친 말투에 소녀는 별 반응 없이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말했다.
 “우리 엄마랑 아빠는 친구가 많았어.”
 이번엔 부모의 이야기란 건가. 소년은 속으로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를 들었다. 소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소년은 소녀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있었다. 물론 소년이 자각하게 된다면 금세 짜증을 내며 귀를 다시 닫아버렸겠지만.
 “엄마는 항상 새로운 남자 친구들이랑 놀았고 아빠는 항상 새로운 여자 친구들이랑 놀았어.”
 소녀는 겨우 이야기의 첫 장 만을 들려줬을 뿐인데 또 어김없이 불길한 느낌이 소년을 덮쳤다. 누가 듣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의 이야기였다.
 “다른 이야기는 없어?”
 “음. 난 우리 엄마 아빠가 친구가 많다는 걸 자랑하고 싶었을 뿐인걸. 엄마랑 아빠는 사이도 좋았어.”
 소년이 생각하기에 그건 의외였다. 처음 소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서로 사이가 안 좋아 바람이라도 피는 건가, 단순히 그렇게 생각했지만 둘 사이가 좋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졌다. 아니면 소녀의 말대로 그냥 정말로 친구가 많을 뿐이라는 건가?
 “언젠가는 둘이서 사이좋게 누워있었어. 나랑 언니만 빼고 뭘 먹었는지 칼이랑 케첩 같은 걸 온 몸에 묻힌 채로.”
 소년은 낮게 신음을 흘렸다. 그럼 그렇지. 어째 저 소녀의 이야기는 전부 저런 식이었다. 물론 저 이야기들은 전부 소녀의 이야기이므로 바꿔 말하면 그만큼 소녀가 불쌍하다는 말도 됐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거북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들뿐이었다. 소년은 이대로 잠자코 저 소녀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차라리 자신이라도 나서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게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이제 그냥 내가 이야기를 할까?”
 “응! 좋아!”
 소녀는 활짝 웃으면서 소년의 말을 반겼다. 두 눈을 빛내며 바라보는 시선에 부담을 느낀 소년은 잠시 헛기침을 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 별 이야기는 아닌데 내가 태어난 며칠 전은 비가 많이 왔었어. 장마철이긴 했지만 강이 범람 할 정도로 심한 비였지.”
 “응. 비가 많이 오는 날은 나도 여기 있었어.”
 소년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정말로 심한 비였지. 땅을 헤집는 그 소리에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어. 비 때문에 앞을 제대로 못 볼 정도였으니.”
 “그건 분명히 에레니아님이 화를 내신 걸거야.”
 낯선 이름에 소년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에레니아?”
 그런 소년의 반응에 오히려 소녀가 의아스런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모르는거야? 물의 용님이신데?”
 “물의 용, 에레니아?”
 그럼에도 소년은 딱히 떠오르는 게 없는지 고개를 저었다. 기본적인 사람들의 생활상, 이를테면 전쟁이라던가 결혼 같은 일은 대충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 낯선 이름은 처음이었다. 물론 태어난 지 겨우 며칠 밖에 안 된 소년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을 테지만.
 “여길 지켜주는 용님이야. 그런데 사람들이 신전을 부숴버렸거든. 그래서 분명 화를 내신 걸 거야.”
 “그 에레니아라는 건 신 같은 거야?”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용님인데.”
 “그걸 사람들은 믿고 있는거야?”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야 에레니아님 말고도 용님은 더 있으니까.”
 그제야 소년은 대충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었다. 아마 저 에레니아라거나 용이라던가 하는 건 종교의 일환인 것 같았다. 애초에 신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으니. 소년은 인간들의 생활도 대충 알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대충 알았으나 자신과 비슷한 이들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자신과 비슷한 이들의 대접이 썩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자 약간은 기분이 나아졌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못 가서 이렇게 사로잡힌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고는 다시 기분이 나빠졌다.
 “에레니아라는 건 어떤 용이야?”
 “지켜주는 용님이야. 책도 좋아하고 그림도 좋아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용님이야.”
 “그래?”
 소녀는 꽤나 들떴는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그래서 나도 무녀가 되기로 했는걸. 아빠가 그랬어. 난 분명 무녀가 될 수 있을 테니까 무녀가 돼서 아빠를 반드시 행복하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넌 무녀가 되고 싶어?”
 “응. 왜냐면 무녀가 되면 에레니아님이 날 지켜주실테니까.”
 소년은 다른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 용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 있어왔는지는 살짝 궁금했지만 물어봐도 딱히 소녀가 알리는 없어 보였고 어째 소녀랑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점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소녀가 말을 꺼낼 때마다 가슴 한 구석이 무거워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음. 알겠다!”
 갑자기 소녀가 외쳤다.
 “너는 용이야. 응. 분명 용이야.”
 소녀의 확신에 찬 선언에 소년은 무의식적으로 짧게 몸을 떨었다. 딱히 숨길 필요라거나 무서워 할 필요는 없었음에도 그냥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소년은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생각해보니 우리 언니는 유령인데 나는 못 봐. 그런데 나는 너를 이렇게 볼 수 있어. 그러니까 너는 용이야!”
 그런 이유로 용이라고 말한 건가. 소년은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음. 그리고 자꾸 너한테서 이상한 느낌 같은 게 들어.”
 소녀는 미간을 살짝 찡그리면서 소년 쪽으로 얼굴을 가까이 하고 소년은 인상을 찡그리면서 소녀에게 물었다.
 “이상한 느낌이라니?”
 “우리 언니가 대롱대롱 거렸을 때랑 엄마 아빠가 사이좋게 누워있었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야. 응. 그런 느낌이 들어.”
 소년의 몸이 순간 경직되었다. 딱딱하게 굳은 눈빛으로 소년은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래?”
 “응. 약간 기분 나쁜 느낌이지만 괜찮아. 괜찮은 것 같아.”
 소년은 고개를 돌렸다. 어쩌면 무녀가 될 수 있다는 저 소녀 아버지의 말이 완전 헛말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년을 빤히 바라보던 소녀가 말했다.
 “저기 있잖아. 맞지? 내 말이 맞지?”
 소녀의 계속되는 추궁에 소년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와아. 넌 어떤 용이야? 어떤 용인거야?”
 소년은 말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소년은 오히려 쓸데없이 날카롭게 받아쳤다.
 “계속 용을 괴롭히면 잡아먹힐 거야.”
 “거짓말. 너는 나를 잡아먹지 않아.”
 나름 겁을 주기 위해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해보았지만 소녀는 겁을 먹기는커녕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댔어.”
 그 말과 함께 소녀의 눈빛이 소년의 눈과 맞닿았다.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소년은 고개를 돌리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그 묘한 끌림에 계속해서 소녀를 바라보고만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서로를 마주하며 소녀가 말했다.
 “너는 나를 잡아먹지 않을 거야.”
 여전히 서로를 마주보며 소년이 물었다.
 “그 말은 누구에게 들은 거야?”
 “신전에 있는 할아버지가 그랬어. 똑똑한 할아버지니까 틀림없어.”
 소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말이나 겉모습을 연기한다고 해도 사람마다의 눈빛까지 연기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소년은 알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 눈빛이라는 걸 숨긴다거나 하는 게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다. 웅덩이에 비친 소년의 모습이 그랬었으니까.
 “너는 분명 좋은 사람, 아니 용이야. 응, 네가 날 지켜주면 되겠다!”
 소녀의 얼굴에 한가득 미소가 번지더니 이내 소녀는 소리를 내어 웃었다. 소년은 멍하니 소녀를 바라보다가 헛웃음을 흘렸다.
 “내가 왜 널 지켜주는데?”
 “나는 무녀가 되고 싶으니까. 내가 무녀가 되면 네가 지켜줘.”
 소년이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넌 무녀가 아니잖아?”
 그 말에 소녀는 나름 심각한 고민에 빠진 듯싶었다. 그러나 의외로 고민의 해결법은 간단했다.
 “그러면 친구끼리 지켜주기로 하자.”
 “친구?”
 소녀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고 소년은 살짝 찡그러진 얼굴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우린 친구잖아?”
 “아니야.”
 소년은 짧게 내뱉었다.
 “우린 친구인걸?”
 “아냐.”
 소년의 말에 소녀의 얼굴엔 실망의 빛이 역력했다. 살짝 볼을 부풀린 소녀가 말했다.
 “친구가 아니라면 뭔데?”
 “아무것도 아냐. 넌 너고 난 나야. 그게 다야.”
 소년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친구라니. 그것도 이런 인간 소녀와.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였다. 친구든 뭐든 주위는 가능한 비워 두는 편이 더 낫다. 태어날 때부터 혼자였던 소년의 생각이었다. 만약 뭔가가 있다고 해도 차라리 소년과 비슷한 존재인 쪽이 더 나았다. 결코 이런 작은 소녀는 아니었다.
 “우린 이미 친구야. 같이 이야기도 하고, 같이 웃기도 했는걸.”
 “그건 어이가 없어서 웃은 거지.”
 소녀는 처음으로, 마치 소년처럼 인상을 찡그리며 소리쳤다.
 “너는 나빠!”
 “그래, 난 나빠. 그러니까 저리 가.”
 소년은 소녀의 따가운 시선을 무시하며 눈을 감아버렸다. 한참 동안은 그렇게 조용했다. 마차가 덜커덩거리는 소리 빼고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녀의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섞여 들려오기도 했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눈을 감았던 소년이 스르르 잠에 빠져버릴 때 쯤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미안해.”
 소녀가 먼저 사과를 건네 왔다.
 “그러니까 우리 다시 이야기하자. 응?”
 소녀가 말을 걸어 준 덕분에 슬그머니 소년을 향해 다가왔던 잠은 벌써 저만치 물러난 상태였다. 소년은 감긴 눈 너머로 말했다.
 “너 혼자 하는 이야기라면 들어 줄 수는 있어.”
 소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나는 너처럼 멋진 친구는 처음이야. 그러니까 음. 내가 잘 몰랐을 거야. 미안해.”
 소녀는 별 말 없이 사과를 계속해왔다. 사실 따지고 보자면 소녀가 무슨 잘못을 했다기보다는 그저 소년이 마음에 안 들어 했을 뿐이니 소년도 이대로 계속 소녀를 무시하는 건 그리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년은 눈을 뜨고 소녀를 바라보았다.
 “됐어. 나도 괜히 널 무시한 건 있으니까 상관없겠지. 거기다가 어차피 여기 있는 이상은 아마 그것도 상관없을 거야.”
 “뭐가?”
 소녀의 똘망똘망한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자 소년은 처음으로 소녀처럼 옅은 미소를 지어보았다. 어쩌면 태어난 후 처음으로 짓는 제대로 된 미소일지도 몰랐다. 그 미소를 쥐어 준 사람이 지금 자신의 앞에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런 사람은 자신의 곁에 두어도 딱히 나쁠 게 없을 것 같았다. 오히려 그 사람을 곁에 두며 자신도 더 웃을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지 않을까 하는 철없는 생각도 들었다.
 “친구라는 거 말야.”
 한참을 멀뚱멀뚱 눈동자만 깜박이며 소년을 바라보던 소녀의 얼굴이 이내 밝게 빛났다. 소년이 한 말을 이해한 듯 소녀의 얼굴은 여태까지의 그 어느 순간 보다 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응! 우린 친구야!”
 그 말을 들은 소년도 숨기지 않고 낮게 웃었다. 소녀의 순수함 덕분에 소년의 얼굴도 여태까지의 그 어느 순간 보다 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소년이 말했다.
 “그래, 그거 좋겠다. 친구로서 내가 널 지켜줄게.”
 소년의 말에 소녀는 연신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는 너는 좋은 용이야. 멋진 용이야. 그럼 네 이야기 더 들려줄래?”
 “지루해도 상관이 없다면 얼마든지.”
 소년과 소녀는 그렇게 서로 마주보며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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