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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아하니 이미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한 결정은 굳어졌고, 그 열기도 점점 가시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주간 보였던 언론에서의 심리전은 그야말로 참혹한 전쟁으로서, 영화인들이 무참히 뭉개져버린 전쟁터였다고 봅니다. 스크린쿼터의 축소를 반대, 찬성에 앞서, 영화인들의 '자국영화보호하기'가 '자기 밥그릇 사수하기'로 보여진 것은 정말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1. 좋지 않은 타이밍, 좋지 않은 모습

  영화인들이 FTA로 인한 스크린쿼터축소에 반대하기 이전에 먼저 희생된 사람들은 농민들이었습니다. 쌀개방으로 농민들이 강력히 시위를 하였으나, 그다지 큰 호흥은 얻지 못하였습니다. 그 후 영화인들이 '공격'을 받으면서 시위를 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타이밍이나 모습이나 좋지 않았습니다. '사회주의'스런 농민들이 시위하던 것은 '서민의 목소리'가 되었지만, '자본주의'스런 영화인들이 시위를 하던 것은 그저 잘나가는 사람들의 밥그릇 챙기기 아우성정도로 언론에 비추어졌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농민들이 시위할때 너희들은 뭐했냐'라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되었고,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민식씨가 농민들에게 뒤늦게 '사과'를 하면서 오히려 영화인들을 옹호하던 시선들도 등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특히 뉴스의 연예계 섹션만 가면 전 섹션을 꽉 매우는 '1인 시위' 기사들은, 실질적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반감을 사기에 충분한 기회를 마련해주었습니다.



2. 스크린쿼터가 보호하는 것은 '한국영화'가 아니라 '실험영화'

  헐리우드엔 B무비로 통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예전에 영화들을 상품처럼 찍어내던 20~30년대 시절, 메이저급 영화, 즉 A무비를 상영하기에 앞서 B무기를 '부록'으로 끼워 상영하던 것이 시초가 되었던 것입니다. 저예산 영화에 그다지 유명하지않거나 완전 무명 감독, 배우들로 시작된 이것은 확실히 헐리우드의 '마이너리그'였고 '언더그라운드'였습니다.
  지금 헐리우드가 그 묵직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이 B무비의 존재가 한몫 했다고 봐야합니다. 언제나 A무비에서의 '생소함'이 떨어질경우, B무비의 '졸작들'사이에서 간혹 진주처럼 빛나는 '산뜻한 실험'을 가져와 A무비가 계속 발전할 수 있었던 겁니다.


  한국의 스크린쿼터가 보호를 하는 것은 '태풍'이니 '태극기 휘날리며'같은 영화들이 절대 아닙니다. 태풍경우 마케팅에만 일반 영화의 평균예산만큼이나 쏟아부을 만큼 '상업적인'영화였으므로, 스크린쿼터가 줄어든다고 해서 큰 타격을 받을 모습은 아닙니다. 여기까지만 고려한다면 대중들이 영화인들에게 '뭘 그리 무서워 하시나! 한국 영화 외국영화에게 밀리지 않는다!'라는 공식이 통합니다. 문제는 '한국의 B무비'입니다.
  극장주가 목표로하는 것은 '얼마나 돈을 많이 벌 수 있는가'로서, 가장 대박을 터뜨릴 것 같은 영화를 최우선으로 간판에 내겁니다. 그렇다면, 한국영화를 의무적으로 걸어야하는 일수가 줄어든다면, 극장주는 '태풍'같은 블럭버스터의 간판을 먼저 내릴까요? 아니면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그저그런 영화를 먼저 내릴까요? 답은 뻔합니다. 이로서 한국의 'B무비'들은 처철히 짓눌려 얼굴도 못내미게 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겁니다.

  그 예로, '왕의 남자'가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왕의 남자를 '이준기빨로 효과를 본 영화'라는 식으로 냉소를 던질지 모르겠지만, 영화계에 있어서 이것은 '쉬리'못지않은 '강풍'을 몰고온 영화입니다. 영화계가 움직이는 것은 그것을 구성하는 감독들이나 배우들 보다, 관객과 투자가들의 영향이 더 큽니다. 투자가들은 언제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이건 비즈니스로서 당여한 일) 관객들은 가장 재미있을 것 같은 영화를 찾습니다. 그리고 '쉬리'는 '한국영화도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라는 것을 증명하였고, '왕의 남자'는 이런 소재도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라는 것을 증명하였던 것니다.

  그렇다면 '왕의 남자'와 스크린쿼터의 관계는 무엇이냐? 실제로 스크린쿼터가 없었다면 왕의 남자는 오늘날 있었을지 모릅니다. 처음에 극장주들이 그 간판을 건 이유가, 스크린쿼터의 날짜를 채우기 위해서였으니까요. 그들은 그것이 대박을 터뜨리라 예상을 한게 아니라, 연말이 되어서 모자란 일수를 채우기 위해 내걸었던 것입니다.




3. 빈익빈 부익부, 스크린 쿼터 축소가 오히려 더 악화.

  '밥그릇 사수'하는 영화인들에게 던져지는 냉소들이 주장하는 것은 빈익빈 부익부를 없애야한다는 겁니다. '언제까지 당신들 밥그릇만 챙길텐가'라는 것이 그런 그들의 '비딱한 시점'입니다. 그러나 스크린쿼터 축소가 그것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을 그들은 모릅니다.
  앞서 말했듯이, 스크린쿼터가 보호하는 것은 태풍같은 A급 영화들이 아니라, 쏟아져나오는 졸작들 사이에서 '진주'가 나오고, 그로서 영화계의 활력을 유지시켜주는 'B무비'들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영화 의무 상영일이 줄어든다면, 당연히 돈을 많이 들인 영화는 더 잘 나갈거고, 돈을 적게들인 영화는 더 못나가겠습니다.
  이 중요한 것이 대중들에게는 반대로 인식되어 많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저는 영화를 사랑하고, 쉬리가 있기 전부터 영화를 꿈꾸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지금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이국의 땅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구요. 그런 면에서 보면 제가 스크린쿼터의 축소를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가 지금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그것의 찬성이나 반대가 아닙니다. 아니, 뭘 주장하고자 하는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일전에 최민식씨가 언론에 뭐라고 하셨을 때, (저는 안봐서 모르겠지만), 축소론자인 모대학의 모교수가 '국민들이 그것도 모를 것 같습니까, 최민식씨?'라는 말을 하여서 오히려 '역습'당했던 적이 있습니다. 한순간에 영화인들은 국민들을 깔보는 듯한 존재로 비추어져 버린 거지요. 그러나 이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인터넷에서 영화인들의 '밥그릇 시위'를 비판하는 사람들 중에서, 스크린쿼터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들을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2002년때는 모두 축구전문가가 되더니, 2005년 말에는 모두 과학전문가가 되는가 하면, 2006년 초에는 모두 영화계 전문가가 되어버리는 모습을 봤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렇듯 언론에서 처절하게 잘못 비추어져 버린 영화인들의 모습이, 또 그로 인하여 대중들에게서 비판을 받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정말 안쓰러울 뿐입니다. 정말 느끼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매국놈이 되는 것은 단 하루아침이라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축소가 옳고 나쁘고를 떠나서, 정부가 영화계에 아무런 통보없이 갑작스럽게 스크린쿼터를 반으로 줄인 것은, 영화인들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빗나가버린 언론플레이로 오히려 영화인들이 한국의 발전을 막는 매국놈들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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