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체는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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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리 동네에 사건하나가 터졌어.
A가 운영하는 과일가게에서 일부가 털린거지.
하지만 범인이 도대체 누군지 갈피를 못 잡았어.
그런데 나는 어제 새벽에 B가 과일가게 앞을 급하기 지나가는 것을 보았지.
사실 B는 친구들과 밤늦게 놀다가 부모님 한테 혼날까봐 집에 서둘러 갈려고 한건데
그 모습은 내가 보기엔 영락없이 A씨의 과일가게에서 과일을 훔쳐서 황급히 달아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거지
그래서 나는 김씨 과일가게 앞에 이런 글을 써 놓았어.
' 과일 도둑은 B ' 라고 큼지막하게 말이야. 물론 내 이름은 쓸리가 없잖아.
삽시간에 소문은 퍼지고 동네 사람들은 수군거려.
" 역시 그랬다니깐, 왠지 저 놈이 훔쳤을줄 알았어. "
" 저 놈, 저번에 C 구멍가게도 털었다지? "
" 밥먹고 도둑질만 하나봐. 자기 부모님은 뭐하는 건줄 몰라. "
완전 B를 도둑놈 취급하고 다녀, 그냥 길거리에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지.
그러다가 결국 진범이 D로 밝혀지고, B가 안 훔쳤다는 것이 알려지지
그다음 어떻게 됬을까? 마을 사람들이 B에게 사과를 했을까?
사과를 하긴 뭘 해? 실컷 욕하던 동네 사람들은 거기서 잠깐 조용하면 끝이야.
그럼 나는? 어차피 내 이름은 안 적었으니까 상황봐서 A 과일가게 앞에 미안하다고 다시 큼직하게 쓰면 그만이지.
거기서 끝나면 된다고? 나와 마을 사람들은 거기서 입닦으면 그만이지만
이유 없이 도둑놈이라고 몰렸던 B의 마음속 상처는 오해가 풀렸다고 바로바로 사라질까?
물론 B가 밤 늦게 놀다와서 황급히 집에 가는 것도 잘못이 있어.
하지만 생각해봐. 밤 늦게 집에 간거랑 대책없이 도둑놈으로 모는 거중에 어느게 더 나쁘다고 생각해?
진짜로 과일을 훔치고 황급히 과일가게를 지나갔던 D는 정말 욕먹어도 싼놈이지.
하지만 욕 할 때는 그 과일을 왜 훔쳤냐는 이유가 드러나고 할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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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욕을 해도, 아무리 비판을 해도 막상 그것이 사실이 아니면
" 주변에서 다 그렇게 말하던데요? " " 친구한테서 들었는데..... 아닌감? "
한 발짝, 사뿐히 빼버리면 그만이다. 그럼 그 오해받은 사람들은? 배상? 풉, 잡고 하소연 할 곳 따위도 없다.
자기가 한 말이 스케일이 큰 만큼, 책임도 자기가 져야 한다.
책임 질 능력이 없으면 제발 키보드좀 두드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한 발짝, 그것으로 모든 회피가 가능 하지만 그 사람들은 그것 만으로 모든 것이 치유 될수 있을까?
책임 질 자신 없으면, 그냥 글을 쓰지를 말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