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27 09:30

'눈'에 대한 고찰

조회 수 745 추천 수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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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vangelista 님께서 '눈'이라는 제목 하의 글을 쓰셨다. 필자는 처음에 이것이 하늘에서 내리는 눈(雪)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실상 제목이 가리키는 것은 인간의 눈(目)이었다. 처음에 얼핏 봤을 때는 상당히 딱딱한 문체로 구성되어 있어서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게다가 내용 자체도 쉽게 그 진의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다. 마치 암호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나?


 


  '눈'에 붙은 부제는 '어느 정신병력자의 일기'이다. 이것을 볼 때 주인공은 약간의 정신병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정신병에 걸린 상태로 바라보는 상태가 과연 온전할까? 아니다. 온전할 리가 없다. 전쟁, 전염병에 각각의 도시들은 시달리고 있다. 서쪽 도시는 폐쇄된 상태였고 동쪽 도시와 전쟁 중이었다. 게다가 주인공의 어머니는 동쪽 도시에 살고 있다. 그것은 동쪽 도시를 향한 그의 염원이 아닐까? 필자가 생각하건대 주인공의 어머니는 예전에 죽었을 가망성이 다분하다. 그러나 정신병에 걸린 주인공은 그것을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어쨌든 눈이라는 제목은 이중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주인공의 눈이고, 하나는 하숙집 딸의 눈이다. 주인공의 눈은 오류로 가득 차 있고, 하숙집 딸의 눈은 매력으로 가득 차 있다. 철저하게 대조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할 수 있는 것이 14인치 브라운관이다. 그것은 생물은 아니지만 생물보다 더 강력한 '눈'이다. 실제로 브라운관에서는 뉴스만이 흘러나오면서 도시들의 소식을 알려준다. 신문은 폐간되었고, 세상의 눈인 TV는 오로지 뉴스만을 한다. 그것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내가 바라보는 '눈'에는 세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이 중 가장 눈여겨 봐야할 것은 TV의 눈과 하숙집 딸의 눈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눈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기 때문에 주인공의 눈은 매우 중요하다. 그는 TV의 눈을 바라보면서 뭔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느끼고, 하숙집 딸의 눈을 보면서 동경심을 갖는다.


 


  이런 것을 생각해보면서 글의 요지를 한 번 추측해보았다. 이것은 어쩌면 현 시대에 관한 경고의 메시지일 수도 있다. TV의 눈과 여인의 눈, 그리고 주인공 눈 중에서 옳은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그 세 가지 눈들은 우리 시대와 너무나도 유사하다. 현 시대에도 TV의 눈은 그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고, 하숙집 딸의 눈처럼 매력적인 눈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유혹하거나 혹은 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세상의 것들에 유혹되기도 한다. 혹은 주인공의 눈처럼 세상을 조금은 비뚤어지게, 그리고 조금은 동경심을 가진 상태로, 마치 정신병자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동쪽 도시가 서쪽 도시에 의해 정복되었기 때문에 주인공은 동쪽 도시로 돌아갈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기차가 폭격 당하면서 다시 도시는 폐쇄되었다. 그것은 주인공이 자신이 가진 눈을 극복할 수 있던 기회가 산산히 부셔지는 계기가 된다. 모든 것은 본래 상태로 돌아갔다. 마치 세상을 비뚤어진 상태로, 또 동경심을 가진 상태로 바라보는 사람이 그것을 극복하려 해도 결국에는 본래대로 되는 것처럼 말이다.


 


  상당히 감상을 하면서도 어려운 문제이다. 문득 생각하건대 동쪽 도시에 살고 있는 어머니, 그 어머니가 가지고 있는 눈이야말로 주인공이 동경하던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바로보는 눈, 그것이 주인공에게는 필요했을 것이다. 착각과 오류, 동경과 증오로 뒤덮인 주인공이 유일하게 동경하던 눈, 그것이 어머니, 그것이 바로 어머니가 가진 눈이 아니었을까?


 


  Evangelista 님의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새롭게 고찰해보게 된 문제들이다. 내가 가진 눈은 어떤 것일까? 오류로 바라보는 것일까? 정신병자의 그것일까? 아니면 여인의 그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단순히 문제들만 나열해 놓는 TV의 눈일까? 필자는 그저 주인공이 그리워하던 어머니, 그 어머니가 가진 눈이었으면 소망해본다. 세상을 바로 보는 눈, 그것이야 말로 필자와 우리 모두가 가져야할 진실된 눈일 것이다. 소설 내에서는 단 한 번도 언급되어 있지 않아서 더욱 아련하고 멀리 느껴지기만 한 그 바른 눈, 우리에게는 그것이 필요하다.


 


  정말 오랜만에 자기 성찰적인 글을 읽은 것 같다. 그 동안 이것저것 다른 일 때문에 바빴고, 또 비문학 계열의 책을 읽느라고 문학에는 손도 대지 못한 나로서는 정말 뜻 깊은 책을 읽은 것 같다. Evangelista 님이 앞으로 더욱 발전해 나가서 훌륭한 작가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마지막으로 이것은 어디까지나 필자가 생각하는 작품 '눈'에 불과하다. 누구나 이와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으며, 심지어 필자가 글의 요지를 잘못 판단하고 헛소리를 늘어놓은 것일 수도 있다. Evangelista 님과 그 생각에 있어서 차이가 확연히 드러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필자가 잘못 보았던지, 아니면 잘 판단했던지 정말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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