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12 21:09

Lost StarCra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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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언덕 위에는 프로토스의 광활한 사이오닉 문명이 펼쳐졌을 안티오크에는 이제 불길한 저그의 비명소리만 남았다. 오래된 군주를 잃은 미치광이들은 쉴 새 없이 서로를 뜯어먹고 죽어가는 다른 종족들을 찢어 갈겼다. 안티오크의 후방기지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사르다스는 동료들과 무기를 재점검 하고 있었다.


젊은 영웅 아르타니스가 아이어의 프로토스를 구해 떠난 지 사년이 지났다. 사르다스 역시 젊은 프로토스의 패기에 감탄했으나, 그는 고향 행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을 잊지 않았다. 적도 아군도 없는 고된 전쟁이었지만, 사년이라는 길고 지루한 시간 동안 그가 이끄는 배너티르 부족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본래는 다른 카스트였던 프로토스들도 합류하여 지금은 아이어에서 가장 큰 프로토스 잔존 세력이 되었다.


“사르다스?”


“페닉스.”


경험이 부족한 사르다스가 미쳐버린 저그를 상대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페닉스 덕분이었다. 캐리건에게 살해당한 뒤, 이 숭고한 영웅은 사념체로나마 아이어로 돌아왔다. 그리고 젤-나가 시대에서부터 사용되었던 거대한 연결체에 자리를 잡고 동족을 위해 지혜를 공유해 주었다.


“얼마 전에 제라툴이 아이어를 다녀갔다고 합니다.”


사념만 남아, 환영처럼 반투명한 페닉스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리운 이름이군.”


“이 항성계는 마치 진화하듯이 변하고 있습니다. 오직 과거와 다를 바 없는 건 이곳 뿐이예요.”


사르다스는 걱정스러웠다. 과거 집정관들이 했던 잘못을 되풀이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고향을 되찾아야 한다는 광기에 사로잡혀 동포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사쿠라스로 떠날 생각을 한 것이 비단 이번뿐이 아니었다.


직접 육체가 맞닿을 순 없었지만, 페닉스의 사념이 사르다스를 부드럽게 위로했다.


“힘을 내시게 젊은 신관. 이건 자네 밖에 할 수 없는 일이야. 그렇다고 사쿠러스로 떠난 이들을 증오하지도 말게.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프로토스의 과거라면, 그들은 우리 종족의 미래를 찾고 있는거야.”


눈이 조금 떨렸다. 다정한 위로 때문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풍겨오는 무시무시한 오오라 때문이었다. 페닉스도 그것을 느꼈는지, 희미한 사념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칼..날...여왕!!”


무시무시한 사이오닉 에너지였다. 월등한 프로토스의 눈으로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둡고 먼 거리임에도 그녀가 풍기는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초월체를 직접 본 페닉스의 사념체조차 적응을 하지 못 하고 휘청거렸다.


“더 강해졌군! 사악한 계집!”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사르다스조차 놀랄 만큼 페닉스는 분노하고 있었다. 분노가 뒤섞인 페닉스의 의식은 자신조차 뒤흔들어 놓을 만큼 대단했다.


그 순간 저 멀리에서 캐리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마치 프로토스 같았다.


“오랜만이야 영웅 페닉스? 옆은...흠, 네가 데리고 다니는 얼간이 쯤 되나?”


수백 년을 살았음에도 겪어보지 못한 악랄하고 무시무시한 사이오닉 기류에 전신이 떨렸지만, 사르다스는 용감하게 맞섰다.


“네가 지금 스스로 주인 행세를 할 수 있는 건 우리 덕분이야. 칼날여왕! 나의 벗과 우리 동족을 모욕하지 말아라!”


저그여왕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아이어 전체를 메우는 것 같았다. 눈에 얼핏 캐리건의 모습이 보일 정도로 가까워지자, 그녀는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주위를 가득 메운 저그의 아우라는 사르다스의 숨통을 조이는 듯 괴로웠다.


마치 놀리는 듯한 여왕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음에 드는 놈이군. 그렇다면 네가 프로토스 떨거지의 우두머리 쯤 되는 건가?”


페닉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정신이 심각하게 약해진 것을 보면, 아마 주위에 어떤 실드를 친 것 같았다. 아니면, 저그의 습격에 방비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네 주인이 죽은 땅엔 무슨 용건이지? 캐리건?”


“좋아. 내가 여기 온 이유를 말해주지, 꼬마. 셀러브레이트를 기억하나? 늙고 별볼일 없던 자츠나 뭐, 그럼 놈들 말이야.”


초월제의 힘을 빌려 저그를 지배하던 오래되고 죽어 없어진 영주들. 실제로 사르다스는 그들을 본 적이 없었다. 대전쟁 시절에 그는 안티오크에서 수십km나 떨어진 변방에서 광선검을 든 채 물려드는 저그들과 싸웠던 일개 전사였다. 이제는 우주의 저편으로 떠난 알다니스나 태사다르 같은 선배들이 모두 죽어버린 뒤에야 그는 저그와의 격전에서 전방에 설 수 있었다.


캐리건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들이 부활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 온 거야. 아마 돌연변이 여왕이나 대군주가 변이를 일으킨 거 같은데 말이야.”


순간, 페닉스가 막고 있던 실드가 약해졌는지. 사르다스는 죽음이라고 할 만한 공포를 경험했다. 우주의 끝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암흑의 힘일지도 모르고, 저그 본연의 잔혹한 성향이었는지도 모르겠으나 그는 그것을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만큼 페닉스는 충격에 빠졌다.


“다시 초월체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건가?”


“좀 심하지만, 몇 백년 전도 흐른다면 말이지.”


괴기스러운 힘이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페닉스가 고통스러워 보이는 사르다스를 의식한 것 같았다. 이미 힘이 빠져버린 그는 숭고한 영웅과 마녀의 대화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널 어떻게 믿지? 네 수법에는 이제 속지 않아.”


“어리석은 광전사...애석하게도 난 이제 너희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어. 그리고 네가 존경하는 어떤 늙은이 때문에 난 몹시 바쁜 상태야. 그저, 난 머저리 같은 저그 영주들이 내 계획에 방해가 되지 않길 원해. 흠. 더불어 너희 고향에 그런 놈들이 설치지 않길 원한다고 해두지.”


페닉스의 의식이 조금 떨렸다. 아마 칼날여왕도 눈치 챘을 것 같았다. 그의 의심이 어느 정도 풀렸다는 것이.


“넌 이미 그런 식으로 날 두 번이나 죽였어.”


“당신은 보기 드문 프로토스였으니까. 초월체와 자살한 네 친구만큼이나 무서운 상대였거든. 조만간 난 이 별을 떠날 꺼야. 저그 영주는 지금 초월체의 남쪽 뿌리 부근에서 옛 군주의 에너지를 빨아먹으며 크고 있지.”


더 이상 무시무시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사르다스가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았으나, 별이 몇 개 빛나고 있을 뿐. 악마 같은 아우라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여전히 페닉스의 사념체가 옆에 서 있었다. 마치 테란이 가끔 꾼다는 꿈을 꾼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 친구 사르다스.”


“네, 말씀하세요. 강인한 분이시여.”


페닉스가 한숨을 쉬고 있다고 느꼈다. 프로토스는 입이 없지만, 충분히 고된 느낌의 의식을 받았다.


“우리는 이용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그 영주들이 부활하면 고통스러운 것은 우리 동족들 뿐일 테니.”


더럽고 추악한 종족이 떠올랐다. 프로토스가 젤-나가에 의해 눈부신 발전을 거둔 뒤 수천 년이 지난 이래로 그런 족들은 본 적이 없었다. 눈에 보이는 건 모조리 적으로 간주하고 도륙하는 잔혹한 성향의 종족들. 수 많은 동족들이 고향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었는가. 그리고 저 칼날여왕조차 저그의 희생자 아닌가.


문득 사르다스는 연민의 감정이 들었다. 자신의 창조주를 직접 죽이고, 한 때 동족이었던 자들을 도륙하고 있는 캐리건의 사악한 모습조차 서글퍼 보였다.


“페닉스. 당신은 태사다르나 아둔, 라자갈 만큼이나 내겐 위대한 분이십니다. 그런 당신의 원수를 눈앞에 두고도 어찌할 수 없는 제가 더없이 한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나, 우리는 이제 결정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그 때, 페닉스는 그 이전에도 겪은 적 없는 아주 온화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긍정적인 대답이었다. 사념체는 포근히 미소지으며 말했다.


“내 원한은 지금 접어두어야 해. 아니, 접어두지 않으면 안되지. 저그 여왕은 지금의 우리로썬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니까.”


“사르다스!”


저 멀리서, 그의 오랜 친구 타린이 뛰어오고 있었다. 그 역시 캐리건의 끔찍한 힘을 느꼈는지, 비교적 안전한 기지 내부임에도 중무장한 광전사들을 이끌고 있었다.


 


 







 


 


헤헤 귀찮다


 


 


 카스트 = 프로토스 부족


 


 페닉스  = 전 프로토스 장군. 열거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전적이 있다. 아티오크를 홀로 방어하다가 저그에 포위되어 한 번 죽었다가 시체를 모아 집정관들이 용기사로 부활시킴 결국에는 오메가 전투 직전 캐리건에게 낚여서 두번째 사망.


 


 태사다르 = 젊은 집정관. 관용적인 자세로 테란을 대해 프로토스 지휘부에 '특이한 놈'으로 찍혔다가 아이어를 침공한 저그의 군주 초월체랑 자폭해서 현재에는 전설적인 위인 아둔과 동급으로 추앙받는다.


 


 안티오크 = 아이어에서 몇 안되는 스타크래프트 배경 전장.


 


 배너티르 = 모험가적 성향이 강한 프로토스 부족


 


 아르타니스 = 잉여정찰기 몰고 다니다가 제라툴을 만나 프로토스를 아이어에서 구한 영웅이 된다. 현재에는 프로토스 내의 유일한 최고위인 신관.


 


 제라툴 = 개간지남.


 


 캐리건 = 초월체가 테란 여성 사라 캐리건을 오염시켜 만든 현재 저그의 군주. 개쌤


 


 알다니스 = 스타크래프트1 전체에서 미션 동안 깝치다 나중에 정신차리고 캐리건한테 뒤통수 맞는 프로토스 내의 처음 등장한 고위관료. 나름 똑똑함


 


 젤-나가 = 워크 티탄


 


 라자갈 = 캐리건한테 능욕 당함. 다크탬플러 최고연장자 겸 우두머리. 현재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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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0.11.12 21:09
    악!! 이제 스2 패러디 소설까지 ㅋㅋ
    인물들을 아는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겠네요^^;;
  • profile
    시우처럼 2010.11.13 08:31
    오, 정말 잘쓰셨다.
    캐리건은 제라툴과 대치하면서도 저정도 여유는 기본인거군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 profile
    테시오 2010.11.13 08:47
    좋은 글이네요
    읽진 않았지만
  • ?
    乾天HaNeuL 2010.11.13 08:50
    뭠미 이건... ㅋㅋㅋㅋㅋ
    오타 지적 몇 백년 전도 흐른다면..

    몇 백년 전이 흐르면 어떻게 되는 걸까여. 음음... ㅡ,.ㅡㅋ
  • profile
    SinJ-★ 2010.11.13 08:57
    헤헤 한 5분 걸린거라ㅋㅋㅋ 한글에서 못 찾으면 몰름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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