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

by 소나무 posted Feb 2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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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히 불어오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다
바닥에 나동그라진 저 낙엽은
무엇을 꿈꾸어 왔던 걸까


 


목구멍까지 치밀어 새빨개진걸 보면
그러다, 그러다 메말라 붙어 쪼그라들어도
여전히 잎새만은 벌건걸 보면
목이 메도록 말하고 싶었던
어떤 소망을 품고 있었나보다


 


세차게 쪼아대는 바람에는 미처 못견디고
후두둑 떨어져 내리고 말았지만
그래도
소망을 품고 살았던 것들은
죽어서도 참 아름답다


 


끝내 이룰 수는 없었더라도
품은 그 마음이 예뻐서
소망을 안고 살았던 삶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고와서
이리저리 나뒹굴고 짓밟히면서도
마냥 초라하지가 않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그 소망들이, 그 마음들이
바람에 나근히 흩날리고
세상은 붉게 붉게 물들어 어느새
소망들로 촉촉히 젖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