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0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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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야에 다섯 명의 모습이 들어온다. 흐릿하게 뭉개져있어 누군지 확인할 길이 없다. 그 모습이 마치 공포영화 같은 곳에 나오는 귀신이다 싶은데도 무섭지 않다. 도망갈 생각 또한 들지 않는다. 주변은 매우 밝다. 새하얀 빛이 한 가득이다. 따듯하고 포근한 느낌에 푹신한 바닥이 나를 지탱해주고 있어 눈을 감기라도 하면 찰나의 순간에 꿈이 찾아올 것만 같은 곳이다. 하지만 눈을 감을 생각은 들지 않는다. 눈앞의 다섯 명이 무얼 하고 있는가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들리지 않는다. 묘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나만이 동떨어져있다. 외면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은 재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건만 그들과 나 사이에 벽이 있다는 것 또한 만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기에 슬픔이 차오른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눈을 흐린다.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타인과의 소통이 불가능한 것에 대해 어째서 이렇게 슬퍼하는지 알 수 없다. 울먹임은 거세지고, 손의 떨림이 심해진다. 이렇게 슬픈 것은 저들을 바라보며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는 행복함 때문이다. 저 무리와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데 한 마디 말도 섞을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픈 것이다.

     구역질이 난다. 눈물과 토사물이 뒤섞여 낙하한다. 새하얀 빛을 받고 무지갯빛을 반사하는 액체가 지면에 충돌하며 사방으로 번져나간다. 언젠가 미술 교과서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화면이 두 눈을 전부 가리고, 이내 두 팔이 까끌까끌한 모시의 감촉을 느끼기 시작한다. 눈물로 축축해진 베갯잇이 귀에 닿는다. 아침 햇살이 가늘게 뜬 눈을 비집고 들어온다. 몸을 뒤척인다. 시계는 아직 6시를 가리키고 있다. 방학 중에 이렇게 일찍 일어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어차피 다시 잠들어도 그 꿈은 꿀 수 없을뿐더러, 약속이 있는 날이니만큼 그냥 일찍 일어나기로 했다. 물이라도 마실까 하고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는 희미하게 평소 느낄 수 없었던 냄새가 떠돌고 있었다. 맡아본 적이 없는 냄새는 아니지만, 기억해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냄새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어머니가 집안의 직장으로 삼고 있던 방에서 흘러나온다. 처음 이런 냄새를 맡았던 때가 한 달 반 쯤 전이었다. 그 때 본 것은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다. 코를 막았다. 입을 막았다. 위액이 역류했다. 빈속이라 약간 피가 섞여 나왔다. 어지러웠지만 천천히 전화기를 향해 움직였다. 번호를 누르고, 잠시 뒤 수화기 너머로 한 남자의 피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소방섭니다.”

     동생은 아직 자는 모양이었다. 깨우지 않기 위해 작은 목소리로 천천히 용건을 말했다.

     “어머니께서 자살 시도를 하신 것 같습니다.”

     수화기 너머의 남자는 잠시 조용히 있더니, 곧 침착한 목소리로 주소를 물었다.

     전화를 끊고, 걸레를 가져와 토한 자국을 닦아냈다. 화장실로 가 입을 헹궈냈다. 천천히 작업실의 방문을 열었다. 상상했던 대로의 모습임에도 다시금 구역질이 치미는 것을 어찌 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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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장르는 무엇으로 할까 고민을 했는데, 미스테리 요소가 가장 강하지만 미스테리 장르는 없길래(추리X) 그냥 일반으로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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