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6 07:51

The Day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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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악장. 사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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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Of Yeon So 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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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0교시 수업이 끝났다. 이 시간이 지나면, 아침등교시간의 복잡함을 잊고 약간은 한가로워진다. 게다가 쉬는시간도 10분이나 더 많은 20분. 나는 교과서를 접고 책상서랍에 넣은 뒤, 자리를 일어선다. 혹시, 우리보다 먼저 사인이가 학교에 왔을까?


 


 혹시하는 생각에 사인이의 교실로 간다.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을 지나쳐서 빈 교탁을 넘어, 교실문을 연다. 열기가 무섭게 앞에 있는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여과없이 받아 내야했다. 자연스럽게 눈을 가를게 뜨고, 미간이 찌푸려진다.


 


 망막에 잔상이 남아, 시야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창문을 등지고 서있는 그림자가 보인다. 눈가에 힘을 주자, 보이는 건 검은 곱슬머리에 낯익은 얼굴이었다. 약간은 자신감이 없어보이는 쳐진 눈동자. 꾹 다물고 있는 것같은 얇은 입술. 오똑하지도 않고 뭉툭하지도 않은 콧날. 새하얀 피부는 여자인 나에게도 보호본능을 일으키게 만든다.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나를 기다리고 있구나.


 


 "언니.."


 


 두손을 모은채 가만히 서있던 모련이의 입이 작게 움직인다.


 


 "모련아.."


 


 모련의 알수없는 눈빛때문에 목소리가 가라앉는다. 고개를 돌려 애써 눈빛을 외면한다. 하지만 여전히 나를 바라보는 모련이. 미안한 마음이 가슴을 후벼판다.


 


 "어제 왜.. 전화 안했어요...?"


 


 그 질문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무슨 대답을 해야하는걸까.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대답을 하려고 할때마다, 알 수 없는 목막힘에 대답을 망설인다. 복도에는 장난치는 아이들로 소란스러운데 나와 모련이 사이에는 침묵만이 흐른다.


 


 "미,미안.. 잠들었어.."


 


 목이 메이는 걸 간신히 버티고 변명을 한다. 그건 반 사실이고 반 거짓말이다. 정말 잠을 자려고 했고, 한편으로는 누군가로부터 그런 문자가 올꺼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던 것...


 또 다시 침묵이 찾아온다. 후회한다. 아, 왜 그런 한심한 변명을 했을까. 차라리 딱 잘라서 말할걸. 그냥 무시했다고. 괜히 너에게 말하면 내가 수영부를 관두는게 힘들어질 것 같아서라고.....


 


 "왜.. 아무 말 없이.. 나갔어요?"


 


 모련이는 내 어려운 대답을 쉽게 듣고 나서 너무도 쉽게 어려운 질문을 한다. 하지만 더 이상 망설일 필요는 없다. 마음 약해지면 안돼. 연소혜. 무너지면 안된다고!


 


 "말하면 애써 먹은 결심을 헛되게 만들것 같아서, 말 안했어."
 
 떨리는 목소리를 힘껏 붙들어 최대한 차갑게 말한다. 그 말을 듣고 난 모련이의 표정에 슬픔이 묻어난다.


 


 "...알았어요. 힘내세요."


 


 모련이는 언제 서있었냐는 듯 깔끔하게 돌아선다. 슬픈 표정과 함께 응원의 메세지를 남기고 간 모련. 이럴땐, 어떻게 해야되는걸까. 동생을 잃어 슬픔에 젖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기진이처럼, '그런 표정으로 응원하면 힘이 날 것 같아!?'라고 투덜대야하는 걸까? 그보다, 내가 왜 수영부를 그만두는지조차 모르면서......


 


 아니, 힘내자. 절대로 힘내자. 이런 일로 제발 우울해하지 말라고. 언제까지 애처럼 울 수는 없잖아? 가자. 이젠 가야해. 난 더 이상 여유롭게 학교를 다닐 시간은 없어.


 


 


 앞으로 달려갈 수 밖에 없는 걸!


 


 


 모련이가 가버리고 혼자 남겨진 나는 씁쓸한 마음을 접은 채, 사인이네 교실로 가려던 걸음 계속 옮긴다.


 


 안면이 있는 아이들과 몇번정도 인사하는 사이에 금방 시인이네 교실, 2학년 4반 앞에 도착했다. 사인이의 자리를 창문 너머로 바라본다. 역시 사인이는 안온 모양인지 책상걸이에 가방이 없다. 사인이의 빈자리를 보니 괜히 걱정만 느는것 같아, 그만 교실로 돌아가기로 한다. 내일 찾아가보면 되니까, 마음쓰지 말자...
 



+  +  +


 


 


 수업에 열중하다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 쉬는 시간에도, 화장실을 갈 때 빼고는 거의 책상 파에 있었다. 고등학교 입학시험 공부 이후로 이렇게 열심히 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더 절실하다. 그렇게 좋아하던 수영까지 그만두고 나는 이 길을 택했다. 아니, 택할 수 밖에 없다. 항상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아빠에게 멍청하게 속을 나이도 아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친구관계가 조금 서먹서먹해진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걸 생각하면 서글프지만, 이미 각오했던 일. 마음을 굳게 먹는다. 완전히 틀어지는 것도 아닌데, 그냥 만나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아주 조금 줄어들뿐이야. 그리고 그 시간에 내가 공부하면, 분명 더 낳은 미래로 갈 수 있어.


 


 너무 오랫동안 앉아 있어서 인지 허리가 하프다. 졸음까지 몰려와 나를 괴롭힌다. 빨리 밥을 먹고 쉬려고 했지만, 이미 밥을 빨리 먹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종이 울리자마자, 전광석화처럼 달려나간 아이들이 긴 줄을 서 있을테니까. 막상 책상에 엎드려 자려니, 밥도 못먹고 점심시간 내내 자버릴까봐 그러지도 못한다.


 


 양자택일의 기로에서 나는 망설인다. 그냥 자버릴까? 아니면 밥을 먹을까?


 


 이쪽을 택하자니 저쪽이 아깝고 저쪽을 택하자니 이쪽이 아쉽다. 한참을 고민하던 내 눈에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공책에 무언가를 쓰는 기진이를 발견한다. 왠일이지? 무슨 약이라도 먹은걸까?


 


 이상하다 못해 수상하기까지 한 기진이의 모습. 점심 종이 울리면 제일 빨리 살아지는 인물 중 하나인데. 이 시간만 되면 자기는 '마하 3'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면서 '발진!'하면서 달려가는데...


 


 물론, 이 바보같은 짓을 안한것도 신기하지만, 저렇게 책상에 앉아서 무언가 한다는 건 더 믿을 수 없었다. 저 인간이 언제부터 공부에 '공'자랑 저렇게 친해진거지? 설마, 나한테 자극받아서 제정신을 차린건가? 아니, 농담으로라도 그런일은 없을꺼야.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 점심시간에 앉아있는거야? 우등생 그룹에라도 끼고 싶은거야?


 


 이 시간에 남아있는 아이들은 항상 매일 똑같다. 우리반 1등을 달리고 있는 연휘, 성적은 보통이지만 일본어만큼은 전교 톱인 도하. 이 2명이다. 그 사이에 기진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바보가 확 눈에 들어온다. 정말 무슨 날벼락이라도 맞은걸까?


 


 너무나 궁금해서 기진이에게 다가간다. 옆에까지 왔는데도 나를 눈치채지 못한다. 세상에! 이 녀석 뭐야!? 이렇게 집중해서 공부를 한다고? 기진이가?


 


 눈으로 보고 있는데,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표정마저 진지하니 나는 그저 황당하고 놀라울 뿐이다. 혹시 오늘 해가 서쪽에서 뜬걸까? 아침에만해도 나한테 장난을 치다가 한대 얻어맞은 기진이가 정말 이 녀석이야? '사랑하는거냐!?'라고 횡단보도에서 외치던 그 무개념 기진이가 정말 이 녀석인거야!?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기진이가 쓰고 있는 공책을 살짝 옅보려 고개를 조심스럽게 숙였다. 공책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자, 그제서야 누가 왔다는 걸 눈치챈건지..


 


 "앗!!!"


 


 소스라치게 놀라 공책을 덮어버리고 나를 올려다보는 기진이. 눈을 커다랗게 뜬걸보니 많이 놀란 모양이다.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 미안한 마음은 크나큰 충격과 놀람에 손쉽게 박살나버렸다. 허둥지둥 대는 기진이를 봐서는 '라이벌한테는 놀고있다고 뻥치고 몰래 열심히 공부하다가 딱 걸린' 그런 비슷한 표정이었다.


 


 "야. 너 공부해?"


 


 "아,아니. 으,응! 그래! 나도 이제 공부한다고! 이젠 정신차려야지!! 안그래?"


 


 앞에 살짝 더듬대는게 마음에 걸렸지만, 이 역시 내 놀란 마음에 묻혀버렸다. 정신차렸대! 이거 완전 기념일이잖아? 국가 공휴일로 만드는게 어떨까? '바보각성의 날'이라고.


 


 "뭐, 공부하고 있었어? 공책 좀 보자!"


 


 나는 궁금함과 놀라움이 뒤범벅된 흥분상태에서 기진이의 공책에 손을 뻗는다.


 


 "안돼!! 이건..!!"


 


 책상위에 있던 공책을 아예 건들지도 못하게 책상서랍으로 넣어버리는 기진이.


 


 "뭐, 어때? 우리가 어디 하루이틀 알고지낸 친구도 아니고."


 


 나는 억지로 기진의 책상서랍에 손을 넣는다. 하지만 기진이는 내 손이 닿기 전에 공책을 들고 도망친다. 과민한 반응에 잠깐 얼이 빠진다.


 


 "아니.. 이건..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그.. 비밀공책이라고! 7일동안 전교등수를 100등으로 올릴 수 있는 비장의 공부비법이...!! 그러니까 보여줄 수 없어!"


 


 마치 공책이 꿀단지라도 되는 듯이 등뒤로 숨긴 기진이. 교실문 앞에선 녀석은 내가 한발자국이라도 내딛으면 바로 도망갈 기세였다. 물론, 공부를 하려는 마음을 알겠는데.. 너 속았다고. 참내, 이래서 공부를 안하는 녀석들은... 세상에 7일만에 전교등수 100등을 어떻게 올려?


 


 평범한 상술에 홀라당 넘어간 기진이를 속으로 불쌍히 여긴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공부를 하려고 하는 기진이가 조금은 사람답게 보이기 시작한다. 비록 작심삼일로 끝난다고 해도 이건 엄청난 발전이다. 나에게는 '원시인이 글자를 읽기 시작했어!' 맞먹는 발전이었으니까.


 


 "알았어. 알았어. 안 볼께! 하던거 계속해. 난 밥먹으러 갈테니까."


 


 나를 경계하는 기진이를 뒤로하고 식당으로 향한다. 그 사이에 일찍 달려가 밥을 먹고 온 아이들이 하나 둘씩 교실로 오고 있었다. 지금쯤 가면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도 밥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   +   +


 


 


 아무리 생각해도 놀라운데.


 


 조용한 야자시간인데도 공부에 집중이 안된다. 집중해서 하고 싶은데... 자꾸만 신경쓰이는 게 있어 그러지 못한다.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분걸까. 저 녀석.


 


 고개를 한번 갸웃거리며 열심히 공책에 끄적대는 기진이를 한번 쳐다보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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