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6 07:43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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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너.. 설마.. 너가.. 내 뒤를 치다니.."


갑자기 연금술사놈이 앞으로 쓰러졌다. 저 말을 들어보니까 누군가가 뒤에서 역습을 한 것 같은데. 도대체 누구지.


그리고 쓰러진 연금술사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장본인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까전까지 날 죽이네 마네 하고 있었던 새롬이었던 것이다. 연금술사가 창조한 호문클루스. 그리고 그 연금술사가 '딸'로 키워줬던. 그래서 그 연금술사가 또 다른 '딸'을 만들기 위해서 내 친구들을 자기 딸의 '재료'로 삼으려고 한다는 이유로 날 지금까지 속였던 새롬이.


그 새롬이가 자신의 '아빠'인 연금술사를 쓰러뜨리다니. 인공 생명체였던 새롬이에게도 '감정'이라는 것이 생긴 것이었을까.


"아빠. 미안해. 하지만 나.. 아빠가.. 내 동생을 만드는 게 싫어."
"그게.. 무슨 소리니?"
"내 동생을.. 만들면, 아빠가 나만 바라보지 않는걸."


아이작 아시모프 박사가 만든 '로봇 3원칙' 이라는 걸 읽어본 적이 있다.


첫째 - 로봇은 사람을 해칠 수 없다.
둘째 - 로봇은 사람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 첫번째에 위배되지 않는 명령들만.
셋째 - 로봇은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한다. 첫번째와 두번째에 위배되지 않는 경우에만.


만약에 연금술사가 새롬이를 만들면서 '인공적으로' 행동 양식을 '프로그래밍' 했다면, 새롬이도 기계는 아니긴 해도 일종의 로봇으로 봐야 하려나. 그런데 이미 첫번째와 두번째 원칙을 어겨버렸다. 하긴 이건 이미 '제작자부터가 막장'인 상황이니까 어쩔 수 없는거고.


"무슨.. 바보같은 소리를.."
"윤민오빠가.. 친한 언니들이 많잖아. 그런데.. 그 언니들이 윤민오빠를 좋아하는 게 다 드러나는데, 윤민오빠는 누구를 선택해야 할 지 몰라서 갈팡질팡하고 있잖아."
"그건.. 저 애송이 놈이 원래 그런거고.."
"마찬가지로.. 지금 내가 아빠 사랑 듬뿍 받고 있지만, 아빠가 내 동생들을 만들면.. 난.. 사랑 받지 못한 자식이 될거야. 그래서.. 아빠가 동생을 만들어서 내가 받아야 할 사랑이 뺏기는 걸.. 아빠의 하나뿐인 딸인 나 새롬이가 막아야 해."


안새롬이 위험한 애라는 건 이미 당할 대로 당해서 알고 있었지만, 자기 아빠나 다름없는 존재한테까지 저렇게 대하다니.. 저 연금술사놈도 충분히 인생이 막장이니까 어찌보면 정말로 '부전녀전' 인 걸까. 그 아버지에 그 딸.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어. 딸을.. 너무 똑똑하게.. 만든 게.. 실수였어.."
"아빠, 미안.."


새롬이가 연금술사놈한테 날린 충격이 컸는지, 그 뒤로 연금술사놈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니, 그 해골만 보이는 몸이 완전히 한 줌의 재로 변해서 바람에 날아가고 말았다. 이제 새롬이를 잡아야 하는건가.. 응?"


풀썩.


연금술사의 몸이 한 줌의 재로 사라져가는 그 때, 새롬이도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역시 자기 아빠같은 존재를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이었을까.


아냐. 인터넷에서 이렇게 당하고 있다가 굴복하는 척 하면서 '훼이크다, 이 병x들아!' 라는 말로 역낚시를 걸어오는 걸 많이 봤어. 혹시 이것도 죽은 척 하다가 방심하고 있는 틈에 역습을 하려는 거 아닐까.


"조심해. 혜인아."
"윤민이도."


새롬이가 혹시 깨어나서 뒤를 치지 않을 까 조심해서 새롬이한테 다가가고 있는데.. 역시나, 눈을 떴다.


"음.. 냐.."


조심해야 해. 방심할 틈이 없어. 방심했다가는 그대로 당해버릴 수 있으니까. 정말로 역습을 하려는 걸까.


"나.. 살아있었구나. 여기.. 어디지?"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아까전까지 날 죽이네 마네 하던 때랑은 표정이랑 눈빛이 완전히 딴판이야. 역시 정신을 잃은 뒤 오락가락하는걸까.


"나.. 왜 여기 누워있는거야. 다들.. 누구세요?"


뭐야. 이거 혹시 말로만 듣던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인건가. 아까전까지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건까.


"어떻게 된 거야?"
"역시.. 내가 생각하던 게 맞았어."
"생각하던 거라니?"
"연금술사.. 저 새롬이라는 애한테 마력으로 인공적인 기억을 주입시켰어. 그런데 그 연금술사가 죽어버렸으니까.. 마력으로 만든 인공적인 기억이.. 풀리고.. '원래' 기억으로 돌아온 것 같아."


그렇다면, 지금 이 새롬이의 몸 속에서, '새롬이'로서의 기억은 사라지고, 새롬이의 '재료'가 되어버린 아영이로서의 기억이 돌아온 걸까.


"윤민오빠. 그러면 얘 지금.. 아영이?"
"혜인이 말이 맞다면.. 맞아. 얘 지금 아영이야."
"당신들.. 제 이름을 어떻게.. 어.. 너.. 밝음이?"


역시 밝음이를 알아보고 있다. 그때 아름선배 말로는 아영이는 분명 생전에 밝음이랑 사귀던 사이라고 했지.


"정말.. 아영이야?"
"내가.. 아영이가 아니면 누구야. 그런데.. 이사람들 뭐야. 무서워.. 흑."


정말로 아름선배의 동생 아영이가 맞다면 나에 대한 기억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나는 생전의 아영이를 본 적이 전혀 없으니까. 내가 아름선배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도 유일고에 입학하기 전 예비소집일날 박찬녀석이 '요주의 인물'이라면서 알려준 거였으니까. 그리고 그 '요주의 인물'과 가까이 하게 될 줄 그 땐 누가 알았겠어.


"아영아..!"
"밝음아..!"


역시 둘이 원래 사귀던 사이 아니랄까봐, 이산가족이라도 찾은 양 서로 부둥켜안고 좋아 죽는구나.


"밝음이.. 많이.. 컸네? 그런데, 분명 남자애였던 것 같은데.. 이상해."
"설명하자면.. 좀 긴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어."


하긴 아영이가 알고 있는 밝음이는 남자애였으니까.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성별이 결정되기 전이었지만, 여자애로 결정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너가.. 유아영, 맞아?"
"네.. 맞아요. 그런데.. 누구..세요?"


이 아영이라는 애, 원래 그랬는지 아니면 연금술사한테 당하고 나서 그랬는지 몰라도 낯선 사람한테는 낯을 가리는 것 같다. 원래 아영이의 모습이 어땠는지는 몰라도 지금 새롬이 모습으로 이러니까 내가 평소에 알고있는 새롬이에 대한 이미지가 겹쳐서 느낌이 묘하다.


"주윤민이라고 해. 너네 언니의 학교 후배야."
"학교.. 그러고보니.. 시간이.. 얼마나 지난거..지.."
"내가 지금 중3이니까.. 아름누나.. 아니, 언니는 지금 고2고."
"난 고1."
"언니가 고2면.. 나는.."


그 동안 연금술사 때문에 자기 몸을 잃고 기억을 조작당해서 '아영이'가 아닌 '새롬이'로 살아왔으니 기억의 공백 때문에 생긴 혼란이 장난이 아닐 것 같다.


"...아...어지...러워..."


그리고 아영이는 또다시 정신을 잃었다. 머릿속에 혼란이 너무 많이 생긴 탓일까.


"아영이.. 괜찮은거야?"
"마녀언니. 아영이한테 이상한 짓 한거 아니죠?"
"괜찮아. 그 연금술사가 죽었으니까, 기억 조작이 풀려서 다시 그 새롬이 상태로는 되지 않을거야. 하지만.. 지금 아영이로서의 기억이 있더라도, 몸은 호문클루스 상태니까 호문클루스 특유의 이능력은 그대로 있어. 그런데 그걸 발현하는 방법을 모를거야. 아영이는."


역시. 지금 아영이로 돌아왔다고 해도 몸은 연금술사가 만든 호문클루스의 몸이라서 호문클루스의 특성은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호문클루스는 인공 생명체라서 수명이 얼마 되지가 않아서.. 아마 아영이도 보통 사람들보다는 수명이 한참 짧을거야. 살아있는 동안은 지금 이 모습을 유지하긴 하지만."
"말도.. 안돼.. 그럼.. 아영이.. 이제.. 얼마.. 못 사는거야?"
"어쩔 수 없어. 이미 호문클루스가 되었으니까. 그래도.. 원래 기억이 되돌아온 것만으로도 다행이야."


이제 더 이상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가 없는 권밝음과 유아영. 그리고 나. 밝음이 녀석이야 처음부터 '화이트 나이트'라서 비일상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고, 혜인이도 마녀라서 그렇지만, 정말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죽다 살아나 호문클루스가 되어버린 아영이가 안타깝다.


만약에 나도 아름선배, 혜인이, 유정이, 그리고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다솜이.. 이런 애들을 알지 못했다면, 지금쯤 나는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물론 그렇다고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지는 않다. 난 단지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비극을 막고 싶었을 뿐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막아야 하니.


"아영이가.. 그 동안 기억의 공백 때문에 혼란이 심하니까, 당분간 내가 데리고 있을께."
"어쩔 수.. 없네요, 마녀언니. 일단 믿어 볼께요. 하지만.. 아영이한테 조금이라도 이상한 짓을 했다가는.. 가만 안 있을 거예요."


그리고 아영이를 데리고 가려는 혜인이. 아차, 그러고보니까 중요한 거 하나 잊어버렸네.


"맞다. 혜인아. 비타573 이제 거의 바닥났는데, 혹시 지금 있어?"
"지금은 없고.. 다음 주에 학교에서 보게 되면 줄께."
"응.. 고마워. 그럼 다음 주에 봐, 혜인아."
"윤민이도.. 잘가."
"윤민오빠, 마녀언니.. 잘가요."


비타573 병에 담겨있긴 하지만 실은 항마력 방지약. 마력을 사용하면 또다시 풀린다고는 해도, 이 마력방지약 때문에 항마력이 있는 윤화랑 이상없이 지낼 수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나중에 항마력에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있을지 몰라도, 이게 떨어지면 당장 집에서 윤화랑 같이 지내는 것이 힘드니까 이런 건 잘 챙겨야지.


혜인이랑 헤어지고 나서, 그 연금술사의 집에 또 다시 가봤다. 연금술사가 '새롬이의 동생'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으니까 누군가 한 명을 또 손 대려고 했던 것은 뻔하니까. 연금술사의 목숨은 사라졌지만, 혹시 모르니까 한번 가 봐야지.


새롬이네 집, 아니, 연금술사의 집에 도착했다. 문은 열려있다. 열려 있는 문으로 들어가니까 완전히 폐허가 되어 있었다. 여기가 정말로 사람이 살고 있었던 집이 맞나 할 정도로. 그 때 새롬이가 편지를 남겼을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다. 그 때는 '비어 있기'만 했지 이렇게 폐허는 아니었다.


"으으으.."


신음소리가 하나 들린다. 연금술사놈 말로 '새롬이 동생'을 만들거라고 하더니 역시나. 그런데 누구지.


"으으으.. 푸...어...저...."


신음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보니까, 역시 누군가가 묶여있다. 그리고 그 묶여있는 사람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신지수. 도대체 신지수가 왜 여기 잡혀있는거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왜 하필 신지수인거야. 그래도 일단 풀어줘야지.


하지만, 신지수한테 묶인 줄과 테이프를 겨우 풀었더니 돌아오는 것은...


쫙.


내 뺨으로 날아온 따귀 뿐이었다. 아프다. 무지 아프다. 뺨이 얼얼하다. 신지수가 나를 안 좋게 보고 있는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건 완전히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격이잖아.


"주윤민. 나.. 네놈만 아니었어도 이런 일에 휘말리지 않았어. 조공명을 추적해본다고.. 이 유일동에 온 것이 내 인생 최악의 실수가 될 줄이야."
"도대체.. 왜요."
"단지 조공명만 해결하면 될 줄 알았는데, 네놈이 이상한 방법으로 조공명을 죽여버리고, 그 무슨 연금술사였나? 그자식한테 잡혀서 여태 이 모양 이 꼴로 묶여있었어.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고.. 그놈도 네놈의 하렘을 노리고 날 이용해서 자기 '딸'을 만들려고 했다니까."


희생자가 나온 걸 막는건 좋지만, 나도 지금 내가 왜 이런 비일상에 빠지게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왜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리는지 정말 모르겠다. 그리고 그 연금술사가 죽은 걸 신지수는 모르고 있으니.


"경고야. 나도 조용히 지내고 싶어. 너같은 놈이랑, 그리고 그 이상한 것들이랑 얽히기 싫어. 내가 정말 사람 하나 잘못 만나서 도대체 이게 뭔 꼴이야.."


신지수는 그대로 문을 박차고 이곳을 나갔다. 아무리 신지수가 인터넷에서 평판이 극악을 달한다 하더라도 설마 저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다. 그 때 다솜이 장례식날 때는 내가 여러가지로 민폐만 끼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뭐라고 말을 못했지만, 지금 이렇게 구해주고 나서까지 이렇게 된 걸 보니까 인터넷의 그 극악한 평판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라는 것만 알게 되었다.


그냥 뭐 밟았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나도 신지수를 또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다. 시간이 너무 지났네. 지금은 이미 밤이니까. 어서 집에나 가야지. 몸도 마음도 완전히 지쳤다. 윤화가 지금 엄청 걱정하고 있을텐데. 정말 윤화한테 못난 모습만 보여서 오빠로서 미안할 따름이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이미 서연이랑 유정이는 집에 돌아간 듯, 윤화 혼자만 있었다. 그것도 눈이 축축한 채로.


"오빠!!"
"미안.. 윤화야. 이제.. 새롬이는 없어. 그 연금술사도.. 없어. 모두.. 다 끝났어."


윤화는 나한테 안기면서 계속 울고만 있었다. 새롬이가 위험인물이라는 것은 윤화도 알고 있었을 테니까. 그리고 그런 새롬이를 따라나선 게 나였으니까.


"정말 다행이야. 오빠.. 무사해서.. 또 오빠 다치지 않을까.. 걱정했단 말야.. 흑."


이제 내 비일상이 단지 나만의 일은 아니게 되었으니까. 윤화도 이미 여기에 말려들 대로 말려들어 버렸는걸. 윤화는 그냥 평범한 여자애로 자랐으면 했지만 이제 그러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비록 친동생이 아니라도 과거가 있더라도. 지금 나한테 안겨있는 윤화라는 여자애는 엄연한 내 동생인걸. 내가 지켜줘야 하는걸. 나한테 안긴 윤화를 조용히 쓰다듬어주고 있다. 따뜻하다. 이미 여러가지 이유로 차가워진 나랑은 다르다. 정말 다르다.


"오빠.. 배고프지. 기다리면서 밥 차려놨으니까. 다 식긴 했지만.. 먹어."


비록 윤화의 요리실력이 언제 나아질지는 정말 기약이 안 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먹어야지.


밥을 먹고 있는데, 거실 TV에서 뉴스 소리가 들린다.


"TYN 뉴스입니다. 서울 성북구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20대 여성이 뺑소니 사고로 사망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그 차량은 여성을 치고 그대로 도주하였으며, 이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옮기는 도중에 숨졌습니다. 현재 경찰은 성북구 일대의 검문검색을.."


정말 저런 사고를 볼 때마다 '귀신은 뭐하나, 저런 것들 안 잡아가고' 하는 생각만 든다. 아무 잘못도 없이 단지 길을 건너기만 했을 뿐인데 저런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목숨을 잃어버렸으니 정말 얼마나 억울할까.


밥을 다 먹고, 컴퓨터로 윤화랑 슈팅게임 ESPRADE를 같이 했지만, 역시 지금 너무 지쳐있어서 할 생각이 안난다. 오늘은 일찍 씻고 자야지.


윤화는 오늘도 나랑 같이 자려고 내 옆에 붙었고, 사양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내 품에 안긴 윤화가 이렇게 따뜻할 수가 없으니까.


그렇게..


또다시 할 것 없는 일요일이 찾아왔다. 안심하고 늦잠이나 자야 하는데..


"오빠. 편지왔어."


도대체 또 무슨 편지야. 윤화가 나한테 준 편지봉투를 보니까, '윤민에게.' 라는 글씨만 겉에 적혀있다. 보낸 사람이 도대체 누굴까.


...라고 생각하면서 편지 봉투를 뜯어서 읽고 나서 굳을 수밖에 없었다.


'윤민에게.
윤민이, 결국 연금술사를 제거했구나. 더불어 그 새롬이라는 호문클루스도 기억 조작된 걸 되돌려서 원래 기억을 되찾게 했고. 만약 윤민이가 실패했다면 이 누나가 나서려고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졌네. 원래대로라면 다음 차례는 윤민이가 되어야겠지만, 난 이 유일동을 떠날거니까. 내 복수에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윤민이를 말려들고 싶게 하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유일동이 아닌 다른 곳에서 윤민이랑 또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그 땐 이 누나가 진심으로 안 봐줄테니까 각오하는 게 좋을거야.


- 초혜누나가☆


추신. 혜림이는 이 누나랑은 달리 착한 애니까, 학교에서 혜림이랑 잘 지내.'


뭐.. 뭐야 이거. 정초혜가 나보다 연상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갑자기 이런 말투로 글을 쓰니까 뭔가 어색해. 내가 알고 있던 정초혜의 이미지랑 완전히 달라. 게다가 저 별표는 또 뭐야. '나도 여자랍니다♬' 인거야?


"오빠. 연금술사를.. 없앴다니, 그리고 기억이 돌아왔다니, 무슨 얘기야?"


그러고보니 윤화는 유아영에 대해서는 모르지. 그리고 권밝음이 여자 모습이 된 이유라던가. 윤화한테 어제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이야기해 줄 수밖에 없었다. 이미 윤화도 비일상에 물들 대로 물들었으니.


"그게.. 정말이야?"
"응. 이제 밝음이 그 녀석은 여자로 살아야 해. 예전 여자친구인 아영이가 돌아왔는데.. 안타깝지."
"이제.. 새롬이도 없는거 맞지. 그 연금술사도 없는거 맞지."
"맞아. 그리고 편지에 써있다시피 이제 정초혜도 없어."
"다행이야! 오빠. 이제 안심이야. 오빠.. 다치면 안돼. 나.. 막 울잖아."
"나도.. 윤화를 불안하게 하지는 않을거니까."
"오빠.."


윤화랑 많이 티격태격하긴 했어도, 윤화를 더 이상 걱정하게 만들 수는 없다. 그리고 나도 연속되는 비일상에 지칠 대로 지쳤으니까. 다시 아무 걱정 없는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고는 하지만, 나도 편히 쉬고 싶다.


뭐 그래봐야 고등학생의 숙명, '성적'과 '대학 입시'에는 어쩔 수 없이 치일 대로 치이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그 쪽이 오히려 정상적인 일상이긴 하니까.


"그래도.. 그 마녀언니는 불안해."


하지만 정말 '여러 가지 의미'로 혜인이랑 윤화가 상극인 것도 어쩔 수가 없지.


의외로 별 일 없이 일요일도 지나가고, 또 한 주가 시작되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서연이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민군. 나 지난번에 민군한테 정~말 실망했어. 혜인이랑 나 몰래 데이트를 할 줄이야."


여전히 삐져있었다. 최대한 달래려고 했지만, 내가 잘못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어떻게 여자애들이 죄다 그걸 눈치챘는지 모르겠다.


"미안.. 오늘 서연이 해달라는거 다 들어줄께."
"치. 나중엔 또 다른 애랑 놀꺼면서. 민군."


이번엔 정말 삐져도 단단히 삐졌다. 이거 어떡하지.


학교에 도착한 것까지는 좋은데, 비타 573에 담긴 항마력 저항 약이 떨어졌기 때문에 혜인이한테 받으러 가야 한다. 아직 유정이는 안 왔으니까, 혜인이네 반으로 빨리 가봐야지.


마침 혜인이도 타이밍 좋게 학교에 도착.


"기다렸다면.. 미안."
"아냐. 나도 방금 왔어."
"여기 비타573이야. 혹시 또 떨어지면 말해."
"응, 고마워."


그리고 혜인이한테 받은 비타573 안에 담긴 항마력 약을 먹고 다시 우리 반 교실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뭐야. 오늘따라 왜 이렇게 내 교복이 헐렁한거지. 그리고 왜 이렇게 바지가 질질 끌려. 분명히 여태까지는 교복이 나한테 잘 맞았는데. 그리고 우리 반 애들 시선이 왜 나한테 다 쏠린거야.


"뭐야?"
"월반한 학생인가?"
"아냐. 교복에 써있는 이름 보니까 주윤민인데."
"윤민이는 아까전에 왔는데, 윤민이한테 동생이 있었나?"
"여동생이 있었다는 얘긴 들었어도, 남동생은 없는 것 같은데."
"쟤, 너무 귀여워! 내 동생했으면 좋겠어."


도대체 저런 이상한 반응은 뭐야... 라고 생각하며 거울을 보고 나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뭐.. 뭐야. 도대체 내가 언제 이렇게 초딩같이 된거야. 내 목소리도 변성기가 오기 전같이 높아졌고, 키도 막 작아졌고.. 아까 혜인이한테 받은 약이 원인이 아닐까.


"윤민이한테 남동생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
"남동생이 아니라 나야. 윤민이 본인이야."
"아냐. 윤민이는 이렇게 쪼끄맣고 어린 애가 아냐. 키가 크고, 남자답고, 씩씩한 애야. 다만 어딘가 좀 둔하다는거 빼면."


그리고 지금 내 옆에 앉은 유정이마저 날 윤민이로 안 보고 있다.


"그런데 있잖아. 너 이거 알아? 너.. 무지 귀여워!"


- 다음회에 계속 -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취업준비라던가 모종의 팀 프로젝트라던가 겹쳐서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를 쓸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번회에는 드디어 연금술사가 퇴장했고, 안새롬도 안새롬으로서의 모습은 사라지고 유아영의 기억을 되찾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틀린 밝음&아영 커플. 그리고 일요일날은 정초혜한테서 유일동을 떠난다는 편지를 받은 윤민. 하지만 그 다음날이 되자 뭔가 약을 잘못 먹었는지, 졸지에 초등학생 나이로 연령퇴행을 해버린 윤민입니다. 윤민이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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