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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은 계획했던 대로 착착 하고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가끔은 이거 좀 아니란 기분도 드네요.


후달리던 어휘력도 진작에 한계에 달했고, 잘 안 써지는걸 어거지로 쓰고 있어서 그런가.. ㅜㅡ


하지만 그렇게라도 안쓰면 언제 진도가 나갈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요 몇 주 사이에 무려 평균 연재속도를 화당 1.3년->0.9 년까지 단축시켰다능.. -.-v;;


 



닷핵ost-4th [Key of the twi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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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1. 아귀가 맞지 않을 때의 행동 지침서(10)


 



철썩.
물살이 몰려와 바위를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 물기를 머금고 다채롭게 빛나는 모래들을 다시 한 번 적시기 위해 몰려오는 파도. 안나가 레릴을 데리고 간 곳은 마을의 서쪽에 위치한 백사장의 끄트머리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모래사장 곳곳에는 검은 빛깔의 바위들이 비죽비죽 솟아 있었고, 그 한편에는 다 찢어지고 지저분한 큰 천 쪼가리를 휘감은 부서진 낡은 나룻배가 소금과 모래를 다닥다닥 붙인 채 바닥을 뒹굴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제 전용 낚싯배를 놓아두는 장소예요.”


백사장을 가리키며 안나가 설명했다.


‘낚싯배? 그런 게 어디 있다는 거야? 배라고는 저 다 부서진 조각배 말고는 안 보이는데?’


어리둥절한 얼굴로 레릴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바로 그 ‘다 부서진 조각배’ 쪽으로 안나가 다가가고 있었다.


‘노...농담이겠지? 설마...’


눈을 비비고 ‘다 부서진 조각배’를 한 번 더 찬찬히 훑어본 다음 레릴이 다시 생각했다.


‘..농담이겠지?’



배를 뒤덮고 있는 누더기 천을 힘차게 걷어내며 안나가 경쾌하게 외쳤다.


“잔니아 최강의 기동력을 자랑하는 슈퍼슈퍼 낚싯배...”


농담이 아니었어?? 레릴의 얼굴이 순식간에 경악의 표정으로 덮여갔다.


“그 이름하야 위대한 ‘에이올디프 1호’를 소개합니다~!”


‘안나 피드로어, 피드로어, 에이올디프... 자기 성을 거꾸로 한거잖아..?’


레릴이 그런 생각을 했을 때가 배의 이름이 지어지고 무려 10초도 경과되지 않은 시점이란 사실을 물론 그는 알지 못했다. 연신 싱글싱글 거리는 낯으로 낡아서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은 조각배의 외판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안나가 말했다.


“보기는 좀 그렇지만, 이래봬도 일류 선박 제조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명품 중의 명품이라구요.”


심혈을 기울여 부순 게 아니라?
왠지 그녀가 정말 진심으로 저런 소리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예감이 레릴의 머릿속에서 점점 커져갔다. 안나를 따라올 때 느꼈던 그 이유모를 안도감은 어느새 거대한 불안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야속하게도 그녀는 뼈 속까지 진심이었다. 자랑스러움이 가득한 눈빛을 배의 잔해를 향해 보내며 그녀가 다시 말했다.


“좀 낡아 뵈긴 하는데, 그게 또 고풍스런 멋이 있어서 나름 좋더라구요.”


아니.. 배가 낡았느니 하는 문제 이전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잖아요. 보면 당연히 알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100% 물이 샌다구요. 가라앉는단 말입니다!!
불안을 느끼다 못해 약간의 공포감마저 서려있는 레릴의 얼굴을 쳐다보며 안나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어때요?”


“어떻냐니..”


목덜미에 식은땀이 흐르는 느낌을 받으며 레릴이 대답했다.


“정말 탈겁니까, 그걸..?”


“무슨 엉뚱한 소리예요, 그게~ 당연히 타야지. 이 녀석의 성능을 보면 비서씨도 깜짝 놀랄 걸요, 아마?”


예. 그게 제대로 물 위에 떠서 움직인다면 물론 깜짝 놀라겠지만 말이죠...


“티젯시 걔가 좀 맹하긴 해도 손재주 하나는 정평이 나 있으니까요. 믿어도 좋아요.”


“이걸 티젯시양이... 만든 거라고요?”


“놀랐죠? 배를 만들어달라고 졸랐더니 진짜 주더라구요. 그것도 공짜로!”


안나가 그렇게 말하며 히죽 웃었다.
놀라운 일이긴 하다. 만약 저게 무려 ‘만든’ 배라고 한다면. 하지만...


‘모로 보나 저건 버리려던 걸 준 건데요...’



“저기 안나양...”


조각배와 안나를 번갈아 몇 번 쳐다보다 레릴이 말을 이었다.


“티젯시양에게 뭔가 원한 살만한 일이라든지...”


생각 끝에 어렵게 던진 말이건만, 안나는 무척이나 재밌다는 듯 깔깔거리며 웃어재꼈다.


‘맙소사.. 농담이 아니란 말입니다.’


저런 걸 안나에게 타라고 줬다는 티젯시의 의도가 과연 무언인지 레릴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래. 생각해보면 뭐, 죽으라는 의도까진 아닐 것이다. 분명 저렇게 철떡 같이 믿고 타려고 들 거라곤 생각 못했던 거겠지. 게다가 안나양은 수영을 잘 하니까. 배가 가라앉는다 하더라도 충분히 헤엄쳐 나올 수 있을 테니 안심하고 그랬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 쪽은 과연 어떨까... 무사할 수 있으려나?


레릴이 파죽상을 하고 안나를 돌아보았다.


“너무 위험해 보이는데, 그냥 안 타면 안 될까요? 낚시야 다른 데서도...”


“이런, 이런...”


안나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레릴의 말을 잘랐다.


“배낚시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르니 그런 한심한 소리가 나오는 거예요. 그리고 위험할 거 하나도 없으니 걱정 말아요. 나만 믿으라고요, 나만..”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는 안나의 미소가 미덥기는커녕 마치 악마의 미소처럼 보인다.


제발 저 배가 뜨지 못해서 출발도 못하길 바래야지, 오히려 조금 뜨다가 바다 가운데서 가라앉기라도 한다면.. 정말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자, 비서씨는 거기서 밀어요.”


안나는 레릴에게 그렇게 지시를 내리고는 배의 앞쪽으로 가서 선수부와 연결시켜 놓은 굵은 동아줄을 쥐고 끌기 시작했다. 묵직한 한숨을 내쉬며 레릴은 안나가 시키는 대로 뒤쪽에서 배를 밀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 그는 지나치게 피곤했고 힘도 없고 아예 팔다리가 마비된 듯한 기분까지 드는 상태라 아무리 작은 조각배라지만 도저히 물가까지 밀고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렇지만 적어도 미는 시늉이라도 하고 포기해야 후환이 없을 거란 판단이 섰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별 힘을 주기도 전에, 배는 쉽게 모래사장을 가로질러 나아갔다.


‘...어라?’


조금 놀란 표정으로 레릴이 고개를 들었다. 비록 구멍이 숭숭 뚫리고 나무도 폭삭 삭아서 가벼워 보일 것 같은 작은 배라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쉽게 밀릴 리는 없지 않은가. 이건 숫제 배를 밀고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손을 얹고 걸어가는 것 같다.


‘안나양이 끌고 있는 건가? 보기보다 힘이 무지하게 센가보네.’


앞에서 밧줄을 끄는 안나의 모습을 흘긋 보고, 레릴은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봐도 팔에 전혀 힘을 주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보이는 건 내 착각인가..?



그렇게 약간의 거리를 걸어 이윽고 다리가 푹 잠길 정도의 수심이 되는 곳까지 이르자, 배가 둥실 물에 떠올랐다. 그런데...


졸졸졸-


불길한 소리와 함께 배의 바닥에 뚫린 구멍으로 보란 듯이 물이 들어오고 있었다.
레릴이 다시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는 조금 안도감이 섞인 한숨이었다. 그래도 출항 전에 문제가 확실해진 것이 천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어깨를 조금 으쓱해 보이며 그가 안나를 향해 말했다.


“역시 물이 새고 있는데요...”


그러나 안나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대꾸했다.


“괜찮아요. 괜찮아.”


괜찮아? 괜찮다고??
레릴은 순간 스스로의 귀를 의심했다. 그녀는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이렇게 물이 콸콸 새고 있는데 괜찮을 리가 없잖은가. 그런데도 어떻게 저렇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고수할 수 있는 것인지, 레릴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물이 조금씩 차올라오고 있는 배 안으로 몸을 실으며 안나가 설명했다.


“그래도 가라앉지는 않거든요. 오히려 물은 약간 들어와 주는 편이 타는 맛이 있다니까요. 바다에 발 담그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 진짜 재밌어요.”


정말 어이없기 그지없는 설명이었지만, 레릴은 그녀에게 무어라 항의의 말조차 할 수 없었다. 지금 그의 눈앞에서 실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로 안나의 말 대로였다, 배 안은 물이 잔뜩 고여 있는 상태였으나 더 이상 수심이 올라오지는 않았다. 바닥으로 내려앉지도 않았다. 반쯤 물에 잠긴 채로 물 위에 둥실둥실 떠 있는 배를 보며 레릴은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씨익- 하고 크게 웃음을 지으며 안나가 레릴을 재촉했다.


“뭐해요? 안 타고. 어서 올라와요. 출발해야죠~”


잠시 망설이다 레릴은 마지못해 ‘에이올디프 1호’에 올라탔다. 어쩌면 자신이 타고 나면 배가 가라앉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도 했지만, 그를 태우고도 배에는 일말의 수위 변화도 없었다.


양팔을 죽 뻗어 노를 쥐고, 두 다리로 찰방찰방 물을 튀기며 안나는 매우 유쾌하다는 듯 웃었다.


“연약한 레이디 쪽이 노를 젓고 있는 건 미관상 좀 그렇지만 말예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명당자리를 잘 아는 제가 운전해야지. 게다가 왠지 노 저어본 적 없을 것 같은데, 맞죠?”


부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말도 있었지만, 레릴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노를 저어보기는커녕 배에 올라타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노 젓는 건 굉장히 쉬워요. 이걸로 물을 밀면 말이죠, 반작용으로 배가 앞으로 나가죠.”


그 나름의 배려를 담아 안나는 친절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레릴이 자란 곳이 물이 귀한 지역이었기로 노를 저으면 배가 움직인다는 기본상식을 모를 리는 없었다. 그러나 레릴의 얼굴에는 다시 한 번 당황의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지금 그를 고민의 구덩이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현재 보고 있는 광경이 그가 여태껏 알고 있던 배와 노의 구조적 메커니즘과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노를 한쪽만 젓고 있는데도 배가 이렇게 곧게 나갈 수가 있나?’


망가진 배에는 분명 한때 두 개의 노가 달려 있었던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지금은 하나가 어디론가 달아나고 없는 상태였다. 그 남은 하나의 노를 안나가 젓고 있었다. 그러나 배는 아랑곳 않고 시원시원하게 물살을 가로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레릴은 왠지 머리가 아파오는 느낌을 받았다.


‘아닐 텐데...’



한술 더 떠서 이젠 안나가 노를 비틀고 뒤집을 때마다 배는 아주 방향까지 휙휙 바꾸어가며 자유자재로 바다를 누비고 있었다. 인상을 조금 찌푸리고 ‘에이올디프 1호’와 안나의 노 젓는 모습을 번갈아 주시하던 레릴에게 안나가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그것은 당장 레릴의 머릿속에서 배의 기묘한 움직임에 관한 의문을 말끔히 씻어버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배의 귀퉁이에 놓여있었던 말린 생선이 들어있는 큼직한 주머니를 레릴의 앞으로 내밀며 안나가 싱긋 웃었다.


“이건 간식.”


겨우 그는 자신이 지금 극도로 허기진 상태라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저녁부터 줄곧 굶었었지...’


그런데다 밤새 열심히 돌아다니기까지 했으니 뱃가죽이 완전 등에 붙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주머니 속에서 환하게 빛이 나는 착각까지 느끼며 레릴은 생선 하나를 집어 들었다. 고작 말린 생선 한 무더기로 인해 그의 사고는 원래의 긍정적 노선으로 갈아타고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래, 뭐 아무렴 어때...’


배가 거꾸로 가면 어떻고 바로 간들 어떻겠는가. 어쨌거나 세상의 물리법칙들을 깡그리 무시하기로 마음먹은 듯한 이 배는 당장 침몰할 생각은 없는 것 같으니 다행이고.. 비록 발목까지 물이 차있긴 하지만, 안나의 말대로 그게 나름 재미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바다의 물빛은 이렇게 푸르고 예쁜데다 눈앞에 펼쳐진 수평선과 흰 구름은 그저 쳐다보고만 있어도 마음을 맑게 씻어주는 듯한 멋진 풍경이 아닌가.
지금으로썬 그 어떤 고급요리보다도 맛있게 느껴지는 생선포를 씹으며 레릴이 생각했다.


‘어쩌면 지금은 오히려 굉장히 행복해 해야 하는 타이밍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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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안에서 차곡차곡 접힌 종이 하나를 꺼내어 펼치던 티젯시가 문득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마을엔 언제까지 머무실 예정입니까?”


킴이 톱질을 잠시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았다. 어쩌다보니 자진해서 일을 도와주겠다고 말을 해버린 덕에 그는 아까부터 그녀가 적어놓은 메모를 따라 판자를 재단하는 작업을 하는 신세가 되어있었다.


“글쎄요... 확실하게 결정해 둔 건 아니지만, 회사에는 대략 일주일 정도가 될 거라고 말을 해 놓았으니까요.”


“일주일...”


한 손으로 턱을 괴고 그녀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다시 들고 있던 종이로 시선을 옮겼다. 무언가 잔뜩 그려지고 빼곡하게 글씨가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설계도의 일부인 듯 했다. 반응이 왠지 묘하게 부정적인 것 같다고 느끼며 킴이 물었다.


“너무 길다는 겁니까, 아니면 짧다는 겁니까?”


여전히 중얼중얼 하는 어투로 티젯시가 대꾸했다.


“글쎄.. 애매하군요.”


애매하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조금 얼빠진 얼굴을 하고 허허 빈 웃음을 웃으며 잠시 티젯시를 쳐다보다 그는 다시 톱을 고쳐 쥐고 널빤지를 자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재단을 마무리한 킴이 고개를 들었다. 조금 전부터 티젯시는 공구 상자 안에 공구들을 차곡차곡 정리해 넣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에게서 받았던 메모를 쥐고 팔랑팔랑 흔들어 보이며 킴이 입을 열었다.


“여기에 적힌 건 다 된 것 같습니다만.. 다른 건 더 없습니까?”


티젯시도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없습니다. 고마워요. 일부러 이렇게 찾아오셨는데, 일이나 시키고 이거 면목이 없네요.”


“별말씀을..”


다시 바닥에 널브러진 각종 도구들을 집어 들며 티젯시가 말했다.


“저녁은 제가 사야죠. 먹고 싶은 음식이라던지 있나요?”


저녁? 아침도 점심도 아닌 저녁이라.. 그 사이 스케줄이 있다는 말이군.
왠지 아까부터 부지런히 주변을 정리하고 있는 티젯시를 향해 킴이 물었다.


“..어디 나가십니까?”


고개도 돌리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하며, 단지 눈만 조금 가늘게 뜨고 티젯시가 뭔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저 뭘 하든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깊고 검은 눈동자를 보면 도통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게 되어버리는 것 같다고 킴은 생각했다. 잠시 후 그녀가 입을 열고 짧게 대꾸했다.


“시내에요.”


뜸을 들이던 것이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너무 간단한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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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라샤샤샤샤~~!!!”


요상하고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안나가 낚싯대를 휘둘렀다. 이어 큼직한 돔 한 마리가 튀어 올라와 창공을 가르며 햇빛에 반사된 비늘을 반짝였다. 잔뜩 감탄이 어린 눈을 하고 레릴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안나는 잠시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손끝에서 팔딱거리는 돔을 쳐다보다 바늘을 빼고 망태기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아까부터 멍하니 낚싯대만 쥐고 있는 레릴 쪽을 쳐다보며 물었다.


“어때요? 아직 입질이 없어요?”


“아직 그렇군요.”


레릴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나 입질이 없다는 것 치곤 즐거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거 참...”


뺨을 긁적긁적 거리며 중얼거린 후 안나가 레릴의 낚싯대를 가리키며 충고의 말을 던졌다.


“좀 더 기를 팍팍 불어넣어 봐요.”


레릴이 싱긋이 웃으며 대꾸했다.


“기...말입니까.”


도대체가 아까부터 안나가 가르쳐주는 노하우라는 것들은 하나같이 어이없는 방법들뿐이다. 미끼를 끼우면서 눈을 부릅뜨라느니, 낚싯대에 기를 불어넣으라느니, 끌어올릴 땐 기합소리를 크게 내라느니...
뭐, 실제로 안나는 던지는 족족 걷어 올리며 잘만 낚고 있으니 그 노하우라는 것이 완전히 엉터리는 아닌지도 모르겠다. 고기가 전혀 안 낚이는 이유는 자신이 낚싯대에 기를 불어넣지 않고 있기 때문인지도..


그러나 지금의 레릴에게는 낚시가 잘되는지 못되는지 하는 것은 전혀 관심 밖의 일처럼 생각되었기에 그녀가 노하우라며 뭘 가르치든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있기만 해도 한없이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라고 부를 수 있는 뭔가가 있었다. 어쩌면 정말 안나의 말대로 낚시를 하면 어지간한 고민은 모두 해소되는가 보다.


다시 미끼를 끼우고 낚싯대를 휘둘러 던지며 안나가 물었다.


“그래서? 그럼 몇 년 전까지 대체 어디서 살았다는 거예요?”


“루노 사막에 있는 자스파카몬테오로스라는 곳이요.”


“자스파...”


안나는 입을 기묘하게 일그러뜨리며 ‘이름이 너무 길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설마 비서씨가 해외파인줄은 몰랐네. 그런데 말은 잘하는데.. 거기가 같은 언어권이던가요?”


그 때, 물고기의 입질이 있는지 레릴의 낚싯대가 흔들리며 낚싯줄이 팽팽해지는 느낌이 왔다. 그러나 왠지 별로 움직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레릴은 여전히 낚싯대만 쥔 채 미동도 않고 앉아만 있었다. 되도록이면 지금 이 편안한 상태를 별로 깨고 싶지 않았다.


배는 이미 만석이고, 고기를 낚는 건 안나양 혼자서도 충분히 하고 있으니까. 이쪽은 좀 더 가만히 있어도 괜찮겠지? 난 그냥 물고기 밥이나 주는 셈...
그렇게 생각하며 레릴이 좀 전의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언어가 다른 부족도 있긴 하지만... 일단 도시 안에선 모두 같은 말을 쓰죠.”


다행이라고 할지, 안나는 눈에 띄게 흔들거리고 있는 레릴의 낚싯대 쪽을 보고 있지 않았다. 좀처럼 듣기 힘든 이야기를 접한 기쁨에 눈을 반짝 빛내며 안나가 질문공세를 퍼부어댔다.


“난 진짜 여태 사막에서 살았다는 사람은 처음 만나봤어요. 그럼 낙타도 타봤겠네요? 거기는 밤낮 기온차가 그렇게 크다면서요? 혹시 신기루란 것도 본 적 있어요? 전갈이 막 돌아다니고 여기저기 커다란 선인장이 있나요? 진짜 사람들이 전신에 천을 둘둘 감고 살아요?”


갑작스레 왈칵 쏟아지는 질문의 홍수에 듣는 쪽이 숨이 찰 지경이었다. 레릴은 순간 다섯 가지 칵테일을 한꺼번에 들이킨 듯한 기분이 되어버렸다. 솔직히 말이 너무 빨라서 질문 내용이 뭐였는지도 다 듣기 힘들었던 것이다. 잠깐 고민하다 레릴이 대답했다.


“예. 전부 맞아요.”


아마도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치는 형편없는 대답이었을 터인데도, 안나는 여전히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 크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와오~~”


당최 그녀가 지금 무엇에 대해 감탄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찌 생각하면 그 짧은 대답 하나에 저렇게 만족해 주는 것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사막에 관한 얘길 처음 읽은 게 [사막의 신기루]란 책이었는데 말이죠.. 어찌나 신기한지 같은 하늘 아래 이런 장소가 다 있나 하고 생각했다니까요~”


같은 하늘이라...
몸을 약간 뒤로 젖히며 레릴은 흰 구름이 조용히 흘러가는 푸른 하늘을 쳐다보았다. 마치 오래 전부터 줄곧 보아왔던 듯 정겨운 느낌마저 감도는 전경. 그러나 사막에서 언제나 보던 그 메마른 하늘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었다.


“신기루 하니까 생각나는 게 있는데 말입니다...”


“오오! 말 해봐요.”


안나가 다시 눈을 반짝였다.


“루노 사막에 떠도는 전설에 의하면 배의 신기루를 본 사람은 사흘 내로 죽는다고 하죠.”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끄덕 움직이며 안나가 다소 과장된 긍정을 표했다.


“전설! 멋진 거죠. 전설이란..”


“하지만 전 그 얘기는 믿지 못하겠더군요.”


“음? 어째서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안나를 향해 레릴이 헤죽 웃으며 대답했다.


“그게 사실이면 제가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을 리 없으니까요.”


“헤에에... 엉? 어잉? 본 적이 있는 거예요, 그럼?”


멍청히 고개를 끄덕거리려던 안나가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예. 그게 굉장히 어릴 때라, 언제 어쩌다 봤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봤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레릴은 시선을 수평선 쪽을 향해 옮겼다. 그 때 보았던 배의 강렬한 이미지가 다시금 그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온통 새까맣고 집체만큼 커다란 배였는데, 그게 이렇게...”


그는 팔을 들어, 배가 움직여갔던 경로를 손으로 따라 그려보였다.


“쉭~ 하고 스쳐가더군요.”


“흐음...”


레릴의 이야기를 들으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안나가 문득 고개를 들고 말했다.


“그럼 신기루가 아니었던 거 아닐까요?”


여전히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옆으로 까딱 움직이며 그녀가 말을 계속했다.


“아무렴 신기루가 그렇게 가까이서 그것도 쉭 하고 지나갔다는 게 이상하잖아요?”


의외로 예리한 지적을 하는군. 이 아가씨는.. 확실히 신기루 치곤 지나치게 선명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하지만 진짜 배라면 사막을 지나갈 리가 없지 않습니까?”


레릴이 그렇게 말하자, 안나가 히죽 웃었다.


“그거야 배 나름이죠, 뭐..”


‘배 나름이라...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그 정도의 덩치가 땅 위를 돌아다니려면 적어도 바퀴가 달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또 어떻게 생각하면 저 안나라면 땅으로도 거뜬히 배를 몰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레릴은 생각했다.



“하긴... 어쩌면 그냥 꿈을 꾼 걸 수도 있겠군요.”


어쨌거나 그런 배의 신기루를 봤다는 자신의 주장이 배가 사막을 지나다닐 수도 있다는 안나의 얘기 이상으로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기에 레릴은 그렇게 결론짓기로 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어째서일까, ‘아니. 그건 아니야’라고 그는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확실하게 봤던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원래 어릴 때야 꿈과 현실의 구분이 잘 안 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절대 꿈일 리는 없어’라고, 지금 그가 하고 있는 말과 완전히 상반된 또 하나의 목소리가 다시금 뇌리의 한편에서 울리고 있었다. 이 이유모를 확신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는 그도 알 수 없었다. 어쨌거나 상식적으로 따지면 꿈이었다고 하는 것이 가장 유력할 법한 그 애매한 기억을 지금까지도 철썩같이 믿도록 만드는 뭔가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대개 그런 전설이라 하면 아무 이유 없이 생기지는 않는 법이니까요. 분명 소문의 근원이 된 뭔가가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사실인 지도 몰라요.”


혼자서 머릿속으로 아예 책 한권을 쓰기 시작한 안나를 뒤로하고 레릴은 아까부터 움직임이 멎어들어 다시금 조용해진 낚싯대 쪽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잠시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던 레릴이 문득 질문을 던졌다.


“..그럼, 그 소문은 어떨까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안나가 레릴을 쳐다보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브레디 영감님이 사람을 홀리거나 귀신을 씌운다는...”


“에잉?”


괴상한 의성어를 내지르고, 안나가 눈을 크게 떴다. 모로 보나 ‘그게 무슨 엉뚱한 소리냐’ 라고 하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좀 전에 자신이 했던 말이 생각났기에 곧 그녀는 조금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흠.. 그 얘긴 저도 듣긴 했어요. 뭐, 그런 말이 도는 이유야 없진 않겠지만... 만약에 그 영감한테 그런 요상한 취미가 있다고 한다면 그건 좀...”


안나가 마치 웃음을 참으려는 듯 입 꼬리를 이죽이죽 올리고 있었다.


“우, 웃기지 않을까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그녀는 더 참지 않고 깔깔 웃어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브레디가 동화책에서 자주 등장할 법한 방법으로 주술을 걸고 있는 장면이라도 상상했던 모양이다.


“내가 보기엔 그 사람이 별로 그런 재주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말이죠... 어떻게 생각해요? 비서씨는”


아마 안나도 브레디에 관한 소문이 어째서 생겼는지 하는 것 까지는 알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레릴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예”


다시 시선을 앞으로 향하며 그가 미소를 지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정말로.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전 어제 대체 뭐에 홀렸었던 걸까요..



레릴이 그렇게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을 때, 문득 안나가 레릴의 낚싯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데, 지금 고기, 걸린 거 아녜요?”


레릴은 둥글게 휘어진 모양새로 까딱까딱 흔들리고 있는 자신의 낚싯대를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좀 이상하긴 하던데... 뭔가 걸렸나?
그러나 조심조심 낚싯대를 끌어올려 보려던 레릴이 고개를 기웃- 하며 중얼거렸다.


“..얼래?”


좀처럼 낚싯대가 움직이지 않았다. 왠지 세게 잡아당기면 낚싯대가 부러지거나 줄이 끊어져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더 힘을 주지 못하고 있는 레릴에게 안나가 손짓을 했다.


“잠깐 이리 줘 봐요.”


레릴이 낚싯대를 건네주자, 그녀가 받아 쥐더니 팔을 조금 뒤로 당겼다.


피잉-


단지 조금 잡아당겼을 뿐인데, 낚싯줄이 독특한 파공음을 내며 요동쳤다. 그러고 나서는 끌어올리는 대로 낚싯줄은 술술 잘도 올라왔다.


‘...뭘 한거지, 방금?’


레릴이 노골적으로 어이없다는 표정이 되어 쳐다보는 사이, 부지런히 낚싯줄을 감아올리던 안나가 빈 낚시 바늘과 추를 쥐고 그를 향해 말했다.


“바위에 끼었었나본데요?”


“아하.....”


‘그런 걸 도대체 어떻게 뺀 겁니까?’라고 묻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그냥 말을 삼킨 채 레릴은 낚싯대를 다시 돌려받았다.


‘뭐, 낚시를 많이 해보다 보면 저런 기술도 생기는 거겠지... 이상할 거 없어. 없을 거야. 아마...’


반쯤 세뇌에 가까운 자기합리화였지만, 이상한 것마다 하나하나 딴지를 걸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레릴은 적당히 납득하기로 했다.



“그런데 진짜 하나도 못 잡네.. 아무리 처음이라도 그렇지, 너무 못하는 거 아니에요?”


안나의 핀잔에 레릴이 웃으며 대꾸했다.


“재능이 없는 모양이죠. 그래도 생각보다 굉장히 재미있는데요.”


안나가 눈을 새초롬하게 뜨고 레릴을 노려보았다. 그래도 여전히 웃고 있는 낯을 유지하고 있었다.


“낚이지도 않는 낚시가 재밌긴 뭐가 재밌대요? 이거 안 되겠다. 하나 낚을 때까진 기다려 줄려고 했는데, 그냥 돌아가 버릴래요. 오전 중으로 가져다주기로 했거든요.”


“가져다주다니, 누구한테요?”


“안젤로 아줌마요. 항상 내가 낚은 고기를 사주죠.”


이어서 안나가 끌어올린 그녀의 낚시 바늘은 레릴의 것과 마찬가지로 비어있었다. 아마 조금 전까지 물고기의 입질을 무시하고 있었던 건 레릴 뿐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마 내가 혼자 사니까 용돈 벌이라도 도와줘야겠다 싶은 모양이에요. 고마운 일이죠?”


혼자 살다니.. 부모님이 안계신가? 조금 의외네..
레릴이 그녀의 부모님에 대해 물어봐도 좋을지 고민하는 동안 배 한쪽에 걸터앉아 노를 향해 손을 뻗으며 안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나도...”


망태 속에 가득한 고기들을 흘긋 쳐다본 다음 안나가 말을 이었다.


“꽤 신경 써서 낚아다주고 있어요.”


어떤 식으로 신경 써서 낚는다는 건지 신경 써서 낚으면 뭐가 달라지는 건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레릴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쩌면 이 요란하고 별난 소녀는 보기보다 고생을 많이 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왠지 마음이 찡해지기까지 한다.
이번에는 레릴 쪽이 머릿속으로 아예 소설 한 편을 쓰기 시작했고, 그러는 사이 벌써 해안 가까이까지 노를 저어온 안나가 물었다.


“난 [로테]로 바로 갈 건데, 비서씨는 어쩔래요? [로테]에 갈 거예요?”


“아뇨, 전..”


레릴이 손을 가로저으며 말했다. 문득 잠깐 사이 잊고 있었던 골치 아픈 문제가 떠올랐다.


“브레디 영감님 댁으로 가볼까 합니다.”


휘익- 휘파람 소리를 내고, 안나가 너스레를 떨었다.


“와우~ 주술이라도 배워 보시려구요?”


재밌다는 듯 하하 웃어 보이며 레릴이 반농담조로 대답했다.


“어제 저한테 자기 집에 와서 저녁 먹고 가라고 말해놓고는 그냥 어물쩍 넘어가시더라고요. 억울해서 오늘은 뭐든 얻어먹어 볼까 싶어서요.”


안나도 낄낄거리며 받아쳤다.


“땡보 영감한테요? 그거 힘들겠네.. 건투를 빌어요~”



잠시 후, 해안으로 올라와 배를 원래 있던 곳으로 옮겨다 놓고 짐을 내리던 중 안나가 낚은 고기들을 보며 레릴이 말했다.


“그나저나 이거 무겁겠는데요? 여관까지 거리도 있는데, 아무래도...”


“괜찮아요. 수레가 있거든요.”


안나가 냉큼 레릴의 말을 자르며 대꾸했다.


수레? 그건 또 어디 있다는 거야?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레릴을 뒤로 하고, 안나가 어디론가 쪼르륵 달려가더니 바위 뒤에 끼어 있던 널빤지 하나를 가져왔다. 알고 보니 그냥 널빤지가 아니라 바닥에 바퀴가 붙어있었고, 앞쪽에는 밧줄을 묶어 놓은 상태였다.


‘수레..? 아니, 전혀 아니라곤 못하겠지만 그래도 뭔가 좀..’


어처구니가 없어진 레릴은 그저 입만 떠억 벌리고 안나의 ‘수레’라는 것을 쳐다볼 뿐이었다. 한 손을 들고 브이 자를 만들어 보이며 안나가 떠벌떠벌 설명을 시작했다.


“잔니아 최고의 목수 티젯시의 걸작 그 2번째! 단순한 수레가 아니라 편리에 따라 직접 타고 다닐 수도 있는 다기능의 이송수단이죠~”


제가 보기엔 한쪽 바퀴가 완전히 망가진 것 같은데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물고기들을 바퀴달린 판자에 실고 있는 안나를 보며 레릴은 생각했다.


‘왠지 저것도 당연히 무리 없이 움직일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 내가 두려워.’


그러나 그의 예상대로, 물고기가 가득 들어 묵직한 망태를 실은 수레는 안나가 밧줄을 쥐고 끌자 의외로 부드럽게 지면을 굴러갔다.
수레를 끌고 몇 걸음을 옮기던 안나가 히죽 웃으며 레릴을 돌아보았다.


“그럼 점심이든 저녁이든 꼭 뜯어내 봐요. 파이팅~!”


레릴도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고마워요.”


뒷짐까지 지고 여유 있는 모습으로 걸어가는 안나의 뒷모습을 레릴은 조금 감탄 어린 눈빛을 하고 쳐다보았다.
이 마을의 가장 큰 수수께끼는 브레디 영감님이 아니야. 바로 저 안나양이다.



그가 안나의 신기한 재주에 정신이 팔려 뭔가 중요한 것을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을 그는 한참 후에야 자각하고 말았다.


‘아차.. 그러고 보니 아직 영감님의 집을 몰랐었지.’


안나양이 떠나기 전에 물었어야 하는 건데... 난 왜 이렇게 멍청한 거지?


그렇게 자책하던 레릴은 문득 잊고 있던 또 다른 무언가도 자각해 버리고 말았다.


‘다리가.. 아직도 아프잖아?’


대체 밤새 어딜 돌아다녔기에 이렇게 삭신이 쑤시는 것인지...
터덜터덜 몇 걸음 걸어가다 레릴은 적당히 말라있는 듯 보이는 모래 위에 주저앉았다.


‘게다가 졸려...’


비록 추운 날씨였지만, 한낮의 내리쬐는 태양 볕은 제법 따뜻했다. 태양열에 노출되어 간간히 온기를 띠고 있는 모래밭에 앉아있으니 갑자기 걷잡을 수 없이 잠이 쏟아져왔다.


결국 레릴은 물이끼가 잔뜩 끼인 바위에 기대고 앉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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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드뎌 레릴의 동사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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