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13 15:55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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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새롬인데요. 윤민오빠랑 윤화언니만 죽이려고 왔는데, 전부 알아서 죽으러 오셨네요."


안새롬. 못하는 말이 없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이런 분위기에 누굴 죽이러 오겠다고? 하긴 전에 정말로 저것 때문에 죽을 뻔 했으니.


"누구..를 죽여?"
"분명.. 새롬이라고 했지."
"안새롬.. 나랑 오빠를 그렇게 엿먹여놓고. 용서 못해."


그런데 '전부 알아서 죽으러' 왔다니, 나랑 윤화 말고 다른 사람들이 있는 걸 눈치챈건가. 도대체 어떻게.


지금 이대로라면 여기 있는 애들이 모두 위험하다. 어차피 나도 새롬이한테 쌓인 게 있어서 가만히 놔둘 수 없으니까. 내가 발 벗고 나서야지.


"모두 여기 가만히 있어. 내가 나가볼께."
"호문클루스는 위험하니까.. 나도 윤민이랑 같이 나갈거야."
"오빠. 그때처럼 또 다치면 어떡해."
"혜인이랑 같이 가니까 괜찮을거야."
"그러니까 더 불안하다는거야. 오빠."
"금방 갔다올거니까, 집 잘 지키고 있어."
"칫. 오빠 실망이야."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아무런 잘못이 없는 애들을 끌어들일 수는 없으니까. 당하더라도 나 혼자면 충분하다. 더 이상 비극을 만들 수는 없다. 게다가 지금은 혼자도 아니고 혜인이도 같이 있으니까 그 때처럼 쉽게 당하지는 않는다.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역시나 새롬이가 문 앞에 서 있다. 그런데 웃고 있는 모습이 정말 기분나빠.


"어머나. 마녀언니네요. 하지만 어쩌죠? 저랑 아빠를 방해하기는 늦었는걸요. 윤민오빠, 그리고 마녀언니. 이제 여기서 그만 죽.어.주.세.요."


어떻게 저런 말을 저렇게 태연스럽게 할 수 있을까. 하긴 인간이 아닌 인공생명체 호문클루스한테 너무 많은 걸 바라는게 애시당초 무리겠지. 게다가 의지가 없이 그 연금술사한테 조종당하는 거라면 더더욱.


역시. 새롬이한테 그때 학교 앞에서 만났을 때 봤던 노란색 광채가 다시 나오고 있어. 위험해.


"조심해."
"이런 거.. 예상했으니까."


혜인이가 뭔가 주문을 외우자, 혜인이 주변이 어두워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어두운 기운이 새롬이한테로 가고, 새롬이 주변의 광채가 서서히 없어지기 시작했다.


"역시.. 마녀답게 제법 하는데요. 그런데 있잖아요, 마녀언니.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거 몰라요?"
"도대체 뭐가 어둠이고 뭐가 빛인데."
"그리고 그 어둠에 놀아나고 있는 윤민오빠. 어차피 내 손으로 죽을거지만. 가는 길은 편안하게 보내드려야죠."
"...너야말로 그 연금술사인가 뭔가에 놀아나고 있으면서 나한테 할 소리냐."
"칫. 윤민오빠. 그냥 조용히 저 세상으로 보내주려 했는데. 안되겠.. 어.. 어?"


갑자기 새롬이 쟤 왜 주저앉은거지. 역시. 옆에서 혜인이가 주문을 외우는게 보인다. 고마워. 나도 이 쯤에서 같이 주문을.


"tlakd tkqmfhwk......"
"으.. 윤민오빠.. 지금 죽이려고 했는데.. 안되겠어요. 다음에.."


또 어딜 도망가려구. 그때는 내 몸이 안 좋아서 놓쳤지만, 지금은 쉽게 놓치지는 않아. 그렇지 않아도 그 연금술사도 찾아야 하는데. 도망치는 속도는 또 엄청 빠르네. 하지만 내가 놓칠 속도는 아냐. 나도 그동안 산전수전 다 겪었으니까. 그때 조공명 사건 이후로 몸이 엄청 빨라지기도 했고.


"칫.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으면 저 쫓아오는거 포기하는게 좋을텐데요 윤민오빠. 어차피 그래봐야 얼마 안 있어서 또 제가 죽이러 가겠지만."


도대체 그 연금술사. 아무리 새롬이가 자기 호문클루스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저렇게 험한 말들만 가르치는 걸까. 뭐 어차피 연금술사랑 만나게 될 걸 각오하고 쫓아가는거니까.


그런데 여긴 또 어디야. 막 쫓아가다보니까 지금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도 모르겠다. 혹시 이러다가 나중에 집에 가는 길에 길 잃어버리는 거 아닐까.


"어.. 윤민이형, 아니.. 오빠."


뭐야. 방금 누가 나 불렀던 것 같은데. 착각인가? 설마 정말 누가 나 불렀다고 해도 지금은 이쪽이 더 급하니까. 누군지는 몰라도 미안.


얼마나 달렸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내가 그 마도서의 힘으로 빨라졌다고 해도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기에 지치는 건 지친거야. 그런데 저건 호문클루스라고 해도 무슨 힘세고 오래가는 건전지같이 지치지도 않냐.


...


뭐야. 막다른 길이냐.


"칫... 하필 막다른 길일 줄이야."
"너도 그냥 어딘지 모르고 막 도망친거였냐."
"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도 윤민오빠랑 혜인언니... 상대할 수 있어요. 그런데 옆에 또 누가 있네요."


가만. 혜인이 말고 지금 내 옆에 누가 있다니? 도대체 누구지.


"헉.. 헉.. 윤민오빠. 그렇게.. 빨리.. 뛰면.. 어떡해요."


나보고 윤민오빠라고 부를 사람이면.. 희정이? 아냐. 희정이가 이런 데 끼어들 애는 아니고.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권밝음. 넌 또 왜 온거냐. 아무리 얘가 여자애가 됐다고 해도 이 녀석이 날 오빠라고 부르니까 뭔가 이상해.


"밝음이냐?"
"윤민오빠 별일이네요. 제 이름 제대로 불러주다니. 맨날 저보고 권밝힘이라고 불러서 화났는데."
"지금 이런 모습을 보니 차마 밝힘이라고 하기 미안해서."
"평소에도 그렇게 했으면 윤민오빠한테 싫은 소리 안 했을거 아녜요."


아무리 피치못할 사정으로 여자애가 됐다고 하지만, 원래 남자였던 녀석이 나보고 오빠라고 하는 건 정말 어색하다.


"그나저나 넌 웬일이냐."
"저도 이 새롬이라는 애한테 볼 일이 있어요."
"볼 일이라니?"
"그 빛나라는 언니가 그랬어요. 아영이를 죽인 연금술사가 만든 호문클루스인가 뭔가가 새롬이라고."
"조심해, 윤민아!"


이런. 내가 권밝음 녀석한테 신경쓰는 사이 새롬이녀석의 마력에 또 당할 뻔 했다. 그나마 저 빛의 화살은 보고 피할 수 있었기에 다행이지.


"어머나. 마녀랑 화이트나이트가 손을 잡다니. 이건 또 뭔 일이래요."
"너도.. 화이트 나이트를 알고 있는거냐."
"아빠한테 들었어요. 조심하라고만 했는데 그 광검을 실제로 볼 줄은 몰랐는걸요."
"...날 알고 있다니."


연금술사가 다 알고 있는건가. 화이트 나이트에 대해서까지. 정말로 그 연금술사를 가만 둬서는 안 되겠어.


"어차피 더 이상 제가 도망갈 곳도 없으니까, 정면 승부예요. 셋이 한꺼번에 덤벼도 안 무서워요. 윤민오빠, 마녀언니, 그리고 화이트나이트."
"보니까 힘이 다 빠진 것 같은데, 너네 아빠 불러올 수는 없는거냐."
"그래야 하는데.. 윤민오빠만은 제 손으로 죽이고 싶어요.. 앗?"


뭐야. 갑자기 새롬이 쟤 고개를 왜 돌리는거지.


"모두 조심해!"


동시에, 혜인이가 갑자기 외치니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뭔가 불덩어리같은 게 날아오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다행히도 몸을 숙여서 피했기 때문에 다치지는 않았지만.


"아빠!"


뭐야. 아빠라는 건... 설마?


역시나, 뭔가 온몸을 베일로 감싼 남자 하나가 나왔다. 저게 바로 새롬이라는 호문클루스를 만든 연금술사인 것인가.


"제법이군. 나의 화염구를 피하다니. 뭐 내 딸내미한테 들어서 이 정도 쯤이야 예상은 했지만."


그래. 너가 바로 아름선배랑 아영이한테 못된 짓을 하고도 모자라서, 호문클루스를 만들어서 나랑 내 동생을 속여먹은 연금술사구나.


"그렇지 않아도 주윤민. 기다리고 있었다. 너 주변의 여자애들을 이용하면 나의 '딸'들도 많이 만들 수 있지."
"그렇게는.. 못해. 내 친구들.. 내가 지킬거야."
"네놈이 마녀의 능력을 얻었다고 해 봐야 그냥 나약한 한 명의 고교생일 뿐이지."


내가 능력이 없이 당하기만 하는 건 맞지만, 저런 인간 이하의 말종한테까지 그런 얘기를 듣고 싶지는 않은걸. 블랙스퀘어, 조공명에 이어서 연속으로 저런 걸 계속 만나다니. 이런 경험도 쉽지는 않은데. 아니면 그만큼 이 세상이 막장이 되었다는 걸까.


"너.. 얘기 다 들었어. 감히.. 아영이를.."
"아영이가 누구였더라. 아, 내 딸 만들 때 썼던 '재료' 말이군."
"재료... 너... 감히..."
"화이트 나이트까지 오다니, 제법 재미있어지겠군. 어라. 너는 혹시.. '엘레니아'?"
"..!"


뭐지. 저 연금술사놈이 말한 거. 혜인이는 왜 갑자기 저 말을 듣고 놀라는거야. 둘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너.."
"학교에 다니는 마녀가 있다고 새롬이가 말해줬는데, 역시 누군가 했더니 엘레니아였군. 사람들한테 불행만 주는 마녀 엘레니아를 여기서 만나게 되다니."
"네 놈이 그런 말 할 자격이 없잖아. 혜인이는 겉으로만 바라볼 애가 아니라구."
"'혜인'이? 엘레니아가 애 단단히 망쳐놨군. 주윤민 네놈 덕분에 내 딸을 새로 만드는 게 쉬울 줄 알았지만 엘레니아가 발목을 잡을 줄 몰랐는걸. 뭐 속은 네놈만 불쌍하지만."
"내 진명을.. 알고 있었다니."
"너의 어머니이자, 그 퇴마사랑 싸우다가 같이 죽은 마녀 '글래셜리아'를 알고 있지. 하지만 그녀가 퇴마사와 함께 죽었지만, 퇴마사의 일족은 멸족하지 않았어. 지금 잘 살아 있는 걸."
"내가.. 짐작은 했지만.. 역시."


그 때 혜인이가 했던 말이 정말이었던 걸까. 영어선생님과 윤화한테 퇴마사랑 비슷하게 자기의 마력을 방해하는 힘을 느꼈다는.


"그 퇴마사 '정화'한테는 자기도 모른 채에 다른 집으로 입양된 두 여동생이 있었어. 왜냐하면 퇴마사 일족은 장남이나 장녀한테만 계승되기 때문에 자기 혈통을 숨기고 다른 집으로 보내버린거지. 그 중 한명이 바로 주윤민 네놈의.."
"그만해!"


안되겠어. 더 이상 흘려들을 수 없다. 저 연금술사놈이 방심한 틈을 타서 베일이라도 벗겨야지. 보고 있으니까 정말 저건 가만히 놔 두면 답이 없어. 에잇.


"너..!"
"윤민아.."
"윤민.. 오빠."
"아빠!"


휴. 그나마 베일은 그나마 금방 벗겨지네. 그런데 저 모습은 뭐야.


뼈밖에 없잖아. 게임에서 많이 보던 움직이는 해골? 정말로 언데드라는게 존재한단 말야? 우리가 여태 언데드를 상대로 싸웠단 말야?


"너.. 언데드였냐?"
"아냐. 저건 언데드는 아냐. 살아있는 생물이긴 한데, 왜 뼈만 보이는거지.."


뼈밖에 안 남은 연금술사놈을 보고 나만 놀란 게 아닌 것 같다. 혹시 저 연금술사놈의 실체가 뼈가 아니라 베일이었다거나 그런 거 아냐?


"칫. 저런 애송이한테 들키다니."


뼈 뿐이라 표정을 볼 수는 없지만, 저 녀석 말투로 충분히 알 수 있다. 연금술사놈. 화 엄청 났어.


"내가.. 투명인간이 되어 보려고 직접 투명약을 만들었어. 하지만.. 재료 조합을 잘못해서, 완전히 투명해지지는 못하고 실패해서 살만 투명해지고 뼈는 이렇게 모습이 앙상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었어. 이런 내 모습을 사람들한테 보이기가 싫어서 밖에는 베일을 입고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주윤민.. 네놈이 내 비밀을 드러내다니.."
"자기가 실수한 걸 남의 탓으로 돌리다니. 이 비열한.."
"그렇지 않아도 네놈 목숨은 여기서 끝이니까."


그런데 아무리 뼈밖에 안 보인다 하더라도 아무것도 안 입고 있으면 좀 민망하지 않을까.


뭐야. 무슨 병을 꺼내는거지. 어라. 이쪽으로 던지네?


휴. 다행히도 몸을 빨리 움직여서 피하긴 했는데.. 뭐야. 웬 폭발이야. 터지는 소리가 왜 이렇게 커. 저게 병이 아니라 폭탄 아냐?


"폭탄이라니. 화약이라도 만든거냐?"
"화약이 아니다. 병 안에 불의 마력을 불어넣어서 그 병이 터지면 타게 했을 뿐이다."
"화염병이잖아. 이 나라에서 화염병을 만들면 범죄야. 불법무기 소지죄로 체포될 수 있어."
"까짓 것 하나도 안 겁나. 나도 한 명의 연금술사로서, 온갖 생고생을 다 하면서 나만의 유토피아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애썼다구.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여기에 있는 내 딸 새롬이야. 그리고.. 지금 우리 집에 새롬이의 동생이자 '내 둘째딸'을 만들 '재료'가 잠들고 있지."


둘째딸을 만들 재료라.. 그럼 누군가가 이미 연금술사에게 잡혀있다는 건가. 혹시 정초혜가 먼저 갔다가 당한걸까. 뭐 정초혜를 동정하고 싶은 생각도 별로 들지 않지만. 뭐 어찌됐든 이 연금술사놈이 최악이라는 건 마찬가지니까.


"화염병이 안된다면 이 번개병은 어떠냐. 주윤민. 이미 네놈의 움직임은 파악됐.."
"광휘발도!"


이건 또 뭐야. 갑자기 뭔 밝은 빛이지. 어디서 날아왔는지 몰라도, 연금술사놈이 제대로 맞았다.


"흐어억!!"


권밝힘.. 아니, 권밝음이구나. 저 녀석이 휘두른 광선검이 그대로 연금술사놈한테 들어갔다. 그렇지.


"아영이를.. 죽인 원수. 내 손으로 원수를 갚아야 해."
"너.. 감히 날 화나게 했겠다."
"아빠를 아프게 하다니.. 쪼끄만 기집애가.."


그런데 권밝음이 광선검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걸 보니, 얼마전에 불미스럽게 서비스를 종료한 '건전 앤 파이터'의 웨펀마스터가 생각난다. 마침 그 블랙스퀘어놈도 웨펀마스터였지.


안새롬 너도 남 말 할 때가 아닌데. 하지만 이제 연금술사를 상대로 충분히 승산이 있어.


아까 나한테 던지려던 번개병. 이제 권밝음 녀석한테 던지려는거냐. 이 틈에 연금술사의 뒤를..


"어머. 윤민오빠. 이제 곧 죽을 몸이 감히 우리 아빠한테 대드는거예요?"
"너.."
"우리 아빠한테 털끝 하나라도 손대게 두지는 않아요."


역시 호문클루스라는 건 만든 주인을 따를 수밖에 없는걸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자기의 '딸'을 만들기 위해 무고한 생명을 희생하고 이 대한민국 서울의 골목길에서 저렇게 화염병이니 번개병이니 던지고 하는 녀석을 따르는 게 제정신으로는 도저히 할 짓이 못 되는데.


"너는 가만히 있어."
"어차피 윤민오빠는 죽을 몸이니까요. 제가 죽여드릴께요. 편안하게."


마음같아서는 나도 연금술사를 같이 공격하고 싶지만 안새롬이 지금 내 앞을 막고 있기 때문에 쉽게 되지 않는다. 안새롬부터 일단 어떻게 해야겠.. 응?


"vmflwld... vmffkdnjfpt."
"아앗.."


뭐야. 안새롬녀석 왜 갑자기 가만히 있지... 응?


"djfdjqnxdms... Rhc..."
"칫.."


새롬이녀석. 혜인이가 외운 주문 때문인지 몸이 완전히 굳었다. 이 틈에..


"으아아아.."


권밝음 녀석.. 쓰러져 있잖아? 아까 연금술사놈이 던진 번개병에 그대로 맞고 쓰러진 건가. 아니면..


"그대로.. 당해버렸구나."
"저 연금술사놈.. 제 손으로 쓰러뜨려야 하는데.. 너무.. 강해요. 아영아.. 미안해."
"그런데 너 여자애가 다 됐는데 아직도 그 아영이라는 애한테 미련이 남은거야?"
"그러니까 전 몸은 이래도 정신은..!"


그렇게 외쳐봐야 지금 얼굴 빨개지는 거라던가, 입은 옷이라던가, 나한테마저 '오빠'라고 부르고 있으니까 믿을 사람이 없다구.


아차. 그러고보니 연금술사놈이 뭘 하는지 눈치채지 못한 게 실수다. 지금 저거, 혹시 게임에서만 보던 '파이어월'(불의 벽)이라는 거야?


지금까지 하도 괴상한 걸 많이 봐서 그런가, 이제는 뭘 보더라도 별로 놀랍지 않다. 지금까지 단순히 게임이나 만화, 소설 속에만 나왔던 가상, 공상으로 생각하던 것들이 다들 내 눈앞에서 현실로, 그것도 좋지 않은 비극으로 계속 나타나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 비극적인 현실들을 막기에는 내 능력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애송이. 너가 아무리 까불어봐야 이제 곧 죽을 몸이니까. 네놈이 아무리 엘레니아한테 마력을 얻어서 이능력자가 되었다고 해도, 애인이 하나도 없이 연금술에나 매진한 나를 꺾을 수는 없어. 지나가는 커플을 바라보며 염장질을 당하고 있을 때, 언젠가는 복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지금 난 내 말을 잘 듣는 남 부럽지 않은 딸이 있고, 앞으로 내 연금술을 이용해서 딸을 더 '만들' 수 있는 능력까지 얻었지."
"너.."
"지금 난 뼈밖에 안 남은 보기 흉한 모습이지만, 내 딸 새롬이는, 그리고 앞으로 하나둘 씩 더 만들 내 딸들은 내 이런 모습에 개의치 않고 나를 잘 따르게 되어 있어. 내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이게..."
"처음부터 네놈을 노리고 있었지. 네놈 주변의 소녀들을 '공략'하면 '딸'을 만들 '재료'를 그야말로 한꺼번에 얻게 되는거니까. 그러니까, 넌 그냥 이 자리에서 죽으면 돼. 네놈의 여자들은 내 '딸'로 '재창조' 될 거니까.."
"...못...참아."


더 이상 연금술사놈이 하는 말을 듣고만 있을 수는 없다. 저 놈은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까지 건드렸어. 내가 여기서 죽게 되더라도 내 동생 윤화, 그리고 내 친구들은 행복하게 지내야 하는데.. 저 놈이 하는 말을 들으니까 내가 이 자리에서 죽게 되면 그 뒤로 연쇄적으로 비극이 일어나게 된다.


막아야 해. 저놈만은.


더 이상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 2의 유아영이 나오지 않도록.


가만. 지금 내 몸이 이상해. 온몸이 쿡쿡 쑤시고.. 아파. 하지만.. 저놈을 막지 못한 상태에서 이렇게 쓰러질 수는.. 없어.


"qmfkdlxmsltm.. ekzmsltm.. red.. happysky.. distorted.. gold.. troopers.. empress.. sirius.."


지금까지 내가 썼던 마력과는 달리 머릿속에 좀 더 긴 주문영창이 떠오른다. 그리고 내 머릿 속에서 이것을 사용하면.. 확실히 저 놈을 끝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ignited!!"


내가 주문영창을 외우고 있는 사이 내 몸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던 어둠의 기운이 순식간에 연금술사놈에게 날아갔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연금술사의 상/하/좌/우를 완전히 막아버렸다. 어디로 피하든, 저 기분나쁘게 생긴 해골놈이 맞을 수밖에 없어.


"애송이.. 설마.. 슈퍼노바까지 사용할 줄은.."
"후우.. 나.. 기분.. 엄청.. 나빠졌어. 내가 어떻게 되든.. 너만은.."
"vmflwld... vmffkdnjfpt.. djfdjqnxdms... Rhc..."
"뭐.. 뭐야. 내가.. 고작 초급 홀드에 걸리다니.."
"윤민아. 내가 도와줄께."
"혜인아.."
"광.. 룡.. 참!"
"권밝음.. 너도 깨어났냐."


내가 방금 사용한 마력이 연금술사놈한테 직격으로 맞았고, 권밝음이 온 힘을 다해 돌진한 저 광룡참인가 뭔가가 연금술사한테 그대로 명중했다. 문제는 광룡참을 맞추고 난 뒤 내 마력에까지 권밝음이 맞아서 쓰러져버렸다는 것이지만.


"이제.. 끝난건가."
"후후.. 역시 너희들은 애송이야."
"아니?"


하지만 그 공격을 다 맞고도 연금술사놈은 멀쩡히 있었다. 뼈를 제외한 온 몸이 투명한 상태기 때문에 상처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저 쪼끄만 계집이 쓰는 건 빛의 힘. 그리고 애송이 네녀석이 쓰는 건 어둠의 힘. 그 두개가 만나면 상쇄되어서 전혀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는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니.. 역시.. 애송이."
"그런.."
"미안해, 윤민아. 내가.. 밝음이도 막았어야 하는건데."
"이제야말로.. 너희 모두를.. 저승으로.. 보내주마!"


마지막 한 방 때문에 내 마력이 다 빠져서인지 몰라도, 지금 난 온 몸에 힘이 다 빠져서.. 서 있기도 힘들다. 이대로라면.. 정말.. 저 연금술사놈의.. 비극을.. 내가 막지 못하는.. 건가.


"윤민오빠.. 미안해요. 저도.. 그 상쇄되는 걸 몰라서.."


권밝음녀석의 광검도 빛을 잃은 지 오래다. 이제.. 정말로 모두 끝난건가. 이제.. 더 이상 이 비극을 막을 수는 없는건가..


그런데..?


"으윽.. 너.. 설마.. 너가.. 내 뒤를 치다니.."


- 다음회에 계속 -


32. 연금술사 : ??세. 본명은 알 수 없음. 남자. 연금술에 빠져서 여태까지 애인도 없이 지내다가 자기가 만든 인공몸에 유아영의 혼을 이용해서 호문클루스 '안새롬'을 창조. 그리고 새롬을 이용해서 윤민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는데. 혜인의 원래 모습을 알고 있는듯. 투명약을 만들다 실패해서 몸이 뼈를 제외하고 투명해졌다. 덕분에 바깥에 모습을 드러낼 때는 베일을 사용.


1달 넘게 소식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이상하게 이리저리 일이 바빠서 이번 회가 많이 지연되었습니다. 뭐 주된 이유는 역시 취업준비지만요. 이번 회에 드디어 연금술사 등장입니다. 막지 않으면 윤민 주변을 완전히 비극으로 만들 상대방. 그리고 권밝음이 여기서 윤민을 도와주긴 하는데.. 이제 더 이상 자기가 여자애가 된 걸 부정하지 않고 결국 윤민을 '오빠'라고 부르기까지 하는 권밝음. 연금술사와 난전을 벌이다가 고전을 하고 있는데 마지막의 그것은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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