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13 15:55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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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군. 도대체.. 뭐 한거야, 거기서?"
"윤민이. 이런 앤 줄 몰랐는데.."
"역시 윤민이도.. 호진오빠같이 여자애 마음을 아프게 하는 애야."
"오빠. 수행평가를 어린이대공원에서 하는 거였어?"


큰일났다. 쟤들이 왜 지금 여기에 있는거야. 서연이, 유정이, 윤화.. 게다가 나래까지.


분명히 같이 오려고 했던 서연이한테는 몸이 아파서 못 간다고 했고, 윤화한테는 수행평가하러 갔다고 했는데 어떻게 다들 이렇게 알고 온거야. 게다가 서연이.. 목에 걸고 있는거, 설마 쌍안경이라는 건 아니겠지?


"혹시.. 아까 대관람차 안에 나 있는거.. 본 거야?"
"응. 다 봤어. 대관람차 안에서 뭘 하는지도. 민군.. 그랬을 줄이야. 난 첫키스 경험도 없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민군이 다른 애랑 할 줄이야.. 흑."
"그럼.. 설마 아까 호진선배랑 '여자친구' 얘기 한것도?"
"다 들었어. 민군."
"나도.. 윤민이랑 한 적이 있지만, 윤민이가 다른 애랑 하는 건.. 차마 눈 뜨고 볼 수.."
"...오빠."


지금 이 상황은 정말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다 내가 잘못해서 이렇게 됐으니까. 하지만 지금 내가 뭐라고 하기에는 분위기가 너무 차가워. 게다가 옆에서 나래까지 나를 벌레 보는 듯한 표정으로 보고 있으니까. 나..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뭐라고 말하기만 했다가는 큰 일이 날 것 같다. 아무리 옛날 모 빙과 광고처럼 입이 얼어붙어서 '자막처리'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 정말 뭐라고 말할 정신이 아냐.


게다가 지금 입만 안 열리는 게 아니라, 몸도 굳어있어. 분위기를 너무 타서 그런가.. 그리고 지금 내 눈에서 보이는 것들도 다들 굳어있고. 아니, 굳어있는 게 아니라, 점점 하얘지기까지 한다. 신이 나한테 천벌이라도 내리고 있는 걸까.


여기서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려보니까 이미 놀이공원 바깥이니까. 아직 어린이대공원 안이긴 한 것 같긴 한데. 어린이대공원이 규모가 장난이 아니게 크니까.


"윤민아.. 괜찮아?"


혜인이가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준건가. 주위를 돌아보니, 혜인이 말고 다른 여자애들은 없었다.


"나.. 어떻게.. 된 거야?"
"여자애들.. 가만 보니까 윤민이한테 너무한 것 같아서, 내 마력으로 잠시 정신을 잃게 한 뒤에 윤민이랑 여기까지 온 거야. 놀이공원에서는 좀 떨어져 있으니까.. 여기선 아마 안전할거야."
"고마워, 혜인아."


하지만 여기서 한 숨 돌렸다고 해도 집에 가면 윤화한테 정말 죽도록 당하겠지. 나 이제 어떻게 되는거야.


"아.. 그리고 오는 도중에 어떤 신문기자 하나가 카메라 막 들이대길래, 그 신문기자 기억이랑 카메라를 손 봐줬어."
"신문기자..?"
"종양일보 기자증을 가슴에 달고 있었던걸."


...


전에 종양일보의 사이비 기자가 비디오 때문에 유일동으로 온 적이 있었지. 설마 그 사이비 기자인가. 인터넷 찌라시 기사 때문에 '악플 제조기'라고 불리는 사이비 기자. 그런데 도대체 여긴 웬일이지. 어린이대공원이 사람이 좀 많은데가 아닌데다가 이제 벚꽃철이기 때문에 여기 온 건 그렇다 쳐도, 혜인이가 드레스 입은걸 그렇게 취재하고 싶었나.


숨을 돌리고 주변 풍경을 보니까, 벚꽃이 정말 화려하게 폈네. 정말 날 잘 잡았다. 이런 풍경을 혜인이랑 같이 볼 수 있다니.


"윤민아."
"응?"
"나.. 말했지? 서투르지만.. 윤민이 '수호천사'가 되기로 노력하고 있다고."
"응. 말했어. 고마워.. 혜인아."
"나도.. 윤민이가 좋으니까. 윤민이 죽게 내버려둘 수 없으니까.."
"고마워."


남들이 뭐라고 해도, 혜인이는 좋은 애니까. 다른 애들이 혜인이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있게 나도 노력할테니까.


그런데 저 쪽에 있는 여자 두명 어디서 많이 봤는데, 누구였더라.


아. 생각났다.


프레이아의 멤버 안혜련과 조윤경. 매번 프레이아가 나올때면 윤지영만 주로 나오니까 저 두명은 별로 드러나지 않았는데. 그런데 윤지영 없이 왜 저 둘만 있는걸까.


"어.. 프레이아다."
"프레이아.. 들어본 것 같은데. 누구였더라.."
"요새 인기 많은 가수야. 3명의 여성가수로 이루어진 그룹."


지금 윤지영이 없으니까 셋 중에서 윤지영 혼자만 인기가 많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게 실례겠지. 혹시 모르니까 물어볼까. 세상엔 닮은 사람도 많으니까.


"안녕하세요. 저기.. 혹시 프레이아 아니예요?"
"네. 저희 프레이아 맞아요."
"지영언니 없으니까 사람들이 다들 우리가 프레이아라는 걸 모르던데.. 고마워."


프레이아가 3인조 그룹이긴 하지만, 윤지영이 프레이아의 리더이기도 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별로 프레이아 내에서 별로 눈에 띄지 않긴 했지. 프레이아가 부르는 노래가 바뀌기 전부터 윤지영을 뺀 프레이아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정도니까. 부르는 노래가 완전히 바뀌었을 때도 찬반 양론이 심하긴 했지만 윤지영 나갔을 때만큼은 아니었지. 윤지영이 빠지고 어떤 이름도 기억 안나는 가수가 잠깐 프레이아에 들어왔을 때 팬들의 반발이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혹시.. 저희한테 사인 해주실 수 있어요?"
"안될 건 없지."


비록 윤지영이 빠지긴 했지만, 안혜련과 조윤경도 엄연히 프레이아의 멤버. 내가 살다살다 프레이아 사인까지 받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한 분이 빠진 것 같은데."
"아, 지영언니요?"
"지영언니가.. 많이 바빠. 요새 다른 가수 노래 피쳐링(주1)도 많이 들어오고. 우리한테는 그런 거 전혀 없는데."


아무리 윤지영이 프레이아에서 존재감이 크다고 해도, 이건 좀 아니지 않을까. 셋이 '프레이아' 라는 이름으로 함께 할 수 있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솔직히 말할께. 나랑 혜련이, 소속사를 옮긴 뒤의 프레이아에 대해서 불만이 있어."
"정확히는 프레이아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는 지영언니에 대한 불만이지만요."


뭐야. 윤지영에 대한 불만이라니. 아무리 둘이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해도, 그동안 쌓인 게 많았던 건가.


"지영언니가 엔넷미디어 나갔을 때 말했잖아요. 소속사에서 주는 노래를 어쩔 수 없이 부를 수밖에 없었던 게 싫다고. 엔넷미디어가 그런 곳이예요. 우리를 그냥 자기들이 만든 노래의 도구처럼 사용할 뿐이죠. 그런데 오히려 그 땐 덕분에 우리 셋이 '프레이아'로서 함께 뭉친다는 생각이 짙었어요. 오디션에 뽑히기 전까지는 모르는 사이였다가 '노래를 부른다' 라는 것으로 프레이아라는 한 그룹으로 함께였다구요. 소속사에서도 노래 파트를 우리 셋한테 골고루 줬구요."
"지금은 어떻기에.."
"문제는 우리가 지영언니 따라 다시 프레이아로 뭉친 3집부터였지. 그 때부터 프레이아는 사실상 지영언니 혼자서 다 하는 그룹이나 다름없게 됐어. 우리도 엔넷미디어가 싫긴 하지만.. 우리는 지영언니에 묻혀서 들러리가 되었고, 이번에 4집 중에서 '우리들의 노래'도 가사가 '우린 우리 노래 부를꺼야' 라고 했지만, 그건 지영언니 혼자 생각일 뿐이라구."
"게다가 인터넷에서 가끔 보면 저랑 윤경이 사진이 짤방으로 올라와있고 '이름은 모르고 윤지영 옆의 들러리들' 이라는 식으로만 놀려서 화가 많이 나요. 왜 다들 사람들도 프레이아 하면 지영언니밖에 모르는지.. 이게 지영언니가 너무 혼자만 활발하게 활동해서 그래요."


확실히 윤지영을 뺀 프레이아는 상상을 할 수 없지만, 윤지영이 혼자서 독주를 해서 나머지 멤버인 안혜련과 조윤경이 이렇게까지 뒷전으로 밀려날 줄이야. 하지만 내 기억으로 프레이아는 이미 엔넷미디어 때부터 윤지영 혼자만 눈에 잘 띄었는데.


"그리고.. 우리도 솔직히 쇼프로같은데도 나가고 싶고 영화나 드라마같은 것도 찍고 싶은데.. 지영언니는 그런거 다 싫다고 했고.. 우리가 지영언니한테 뭐라고 할 상황도 아니고."
"그 뿐 아니라, 요새 대세가 된 후크송을 작곡하는 '용감한 사람'이라는 작곡가가 있는데.. 우리 프레이아의 노래를 작곡해 준다고 하니까 지영언니가 '너무 흔해빠진 노래'가 된다고 거절했어."
"윤민아, 뒤에.."
"찾았어, 주윤민."


잠깐. 방금 뒤쪽에서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누구지.


...


뒤를 돌아보고, 난 굳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샌가 서연이, 유정이, 윤화, 그리고 나래까지 여기에 왔다. 아무리 어린이대공원이 크다고 해도, 역시 여자애들을 피하기는 무리였다.


"민군. 실망이야. 내가 잠시 정신을 잃은 틈을 타서 도망가다니. 민군 그렇게 안봤는데."
"윤민이.. 그랬던 거야? 혜인이라는 애랑.. 둘이만 놀고 싶었던 거야?"
"오빠. 내가 착한 동생 된다고 했잖아. 오빠한테 실망했어. 나."
"역시.. 윤민이도.. 여자애들한테 상처나 주는 애였던 거야. 나래는 윤민이 처음 봤을 때 이런 앤줄 몰랐는데.. 윤민이는 호진오빠같이 되지 말았으면 했는데."


그래. 모든 건 내가 잘못해서 이렇게 된 거니까. 여자애들의 마음을 모른 채 여자애들한테 상처만 주고 있는게 나니까.


"쟤가.. 혹시 그 말로만 듣던 유일동의 하렘메이커?"
"그런가봐. 여자애들이 주위에 많이 있고.. 주윤민이라고 부른 것도 들었어."


...


정말 내가 언제 이렇게까지 망가진 거냐. 프레이아 멤버들마저도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니. 어떻게 인터넷에 퍼진 '유일동의 하렘메이커' 얘기를 들었을까. 아무리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하지만, 이 정도까지 되면 이건 너무하잖아.


인터넷이라는 거, 정보의 바다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검증되지 않은 소문을 막 퍼뜨려도 되는건가. 난 하렘메이커같은 게 아니라구. 그냥 친한 여자애들일 뿐인데 왜 사람들이 자꾸 오해하는거야. 아무리 연예인들이 악플에 민감하다고 해도 이건 정말 아니잖아.


"그런데.. 나랑 혜인이가 여기 있는거, 어떻게 알았어?"
"오빠가 수행평가 하러 나갈 때, 무슨 수행평가인가 솔직히 궁금했어. 그래서 서연언니네 가서 물어보니까, 서연언니는 오빠가 학교에서 혜인언니랑 어린이대공원에서 데이트한다는 얘기를 했다데 몸이 아파서 못 갔다고 했는걸."
"그래서 민군이 결국 나 놔두고 혜인이랑 갔구나.. 하고 생각했어. 나.. 민군이 날 실망시킬 애가 아니라고 믿었는데."
"그럼.. 유정이는 어떻게?"
"윤민이가 보고 싶어서 윤민이네 놀러가는 길에, 윤화랑 서연이 둘이 잔뜩 토라진 걸 봤어. 그래서 얘기를 해봤더니, 몰래 혜인이랑 어린이대공원에 갔다는 얘기를 윤화한테 들어서 같이 온 거야. 윤민이가 다른 여자애랑 같이 있는 모습은 차마 볼 수가 없어서."


한마디로 '딱 걸렸다'. 윤화가 서연이한테 물어볼 것과 유정이가 그 때 우리집에 놀러올 것을 전혀 생각을 못했으니까. 어떻게 우연의 일치가 이렇게 걸려버리는 건지. 역시 거짓말이라는 건 언젠가 들키게 되니 할 게 못된다. 하지만 애들이 먼저 알게 된다면 나랑 혜인이가 같이 이렇게 있는 걸 가만히 두지 않았겠지. 결국 어떻게 되더라도 문제다.


"그런데.. 나랑 혜인이.. 어떻게 찾았어?"
"어린이대공원이 커서 혹시 찾다가 길을 잃는게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헤메던 중에 사람들이 유난히 많이 모여 있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딱 봤더니 민군이랑 혜인이야. 혜인이가 지금 이렇게 눈에 잘 띄는 옷을 입으니까 눈에 안 띌 수가 없었어."


역시.. 올 때부터 혜인이가 입은 드레스가 유난히 다른 사람들한테 시선 집중이 되었는데, 결국 그것 때문에 여자애들한테 들켜버렸다. 드레스가 아니라도 윤화랑 서연이가 알아버린 이상 내가 집에 가면 무사하지 못했을 건 당연하니.


"나래는.. 어떻게?"
"호진오빠가 그 여자랑 어린이대공원에서 데이트를 한다길래.. 나래는 그걸 몰래 지켜보러 온거야. 호진오빠 곁에는 그 여자가 아닌 나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데.. 그 때 윤민이 따라 온 애들이랑 만난거야. 호진오빠나.. 윤민이나.. 여자애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똑같아."
"나래야. 너무 그러지 마. 민군은.. 그냥 여자애 마음을 모르는 것 뿐이니까."
"그래서.. 윤민이가 나쁜거야. 나래는 호진오빠 말고 그렇게 여자애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람이 또 있을 줄 몰랐어."


이렇게 여자애들이 하는 말에 반론을 할 수가 없는 내가 싫다. 여자애들 말대로 난 사람들 마음을 모르고 마음만 아프게 하는 애니까.


"나.. 이런 애가 윤민이 여자친구라는 거, 인정 못해. 윤민이 옆에 아무나 있을 수 없어."
"아무리 오빠를 살려줬어도.. 마녀가 오빠 여자친구? 말이될 리가 없잖아."
"민군.. 이런 애 아니었잖아."
"윤민이한테 그러지 마. 나도.. 윤민이랑 같이 있는게 좋으니까."


큰일났다.


여자애들이 이렇게 서로 싸우게 되면 일이 커진다. 말려야 해. 어떻게든. 내가 나선다고 말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한 말려야 해. 안 그러면 어떻게 되든 후유증이 심해져. 난 그냥 모두 친한 친구로 지내고 싶은데 왜 다들 이러는걸까.


"역시 하렘메이커 주윤민.. 얘기만 듣다가 직접 보니까 무서워."
"그런데 주윤민인가? 귀엽게 생기긴 했어.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많아보이긴 해."
"보니까 여자한테 잡혀 살 것 같은데. 지금도 봐봐.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잖아."


프레이아 누님들. 그러니까 아무리 인터넷의 헛소문이라고 해도 저 주윤민이 직접 듣고 있는데 뒷담화같은 거 하지 마세요. 듣는 주윤민 기분 별로 안 좋다구요.


지금 여자애들은 프레이아가 옆에 있는데도, 프레이아 멤버들이 내 얘기를 하고 있어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역시 윤지영이 빠져서 그런가.


"모두 싸우지 마. 내가 잘못했으니까."
"맞아. 이게 다 여자애 마음을 모르는 민군 때문이야."
"윤민이는 내 꺼니까, 윤민이를 다른 애한테 양보해줄 수는 없으니까."
"언니들, 오빠한테 너무하는거 아니예요? 오빠는 물건이 아니예요."


휴. 그나마 윤화가 내 동생이라고 날 감싸주니까 다행이다. 고마워. 윤화야.


"그러니까 왜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필 마녀랑 데이트를 하는거야. 오빠는 혼 좀 나야 해. 내 말 안 들으니까 자꾸 이상한 일만 생기잖아."


그럼 그렇지. 요새 내 주변에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죽을 고비도 몇 번 넘기긴 했지만 그게 윤화 말 안들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아악. 이런 모습만 보고 있으니까 어지러워. 머릿속에 혼란만 생겨. 도대체 내가 지금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


...



그 뒤 필름이 끊겼다. 하도 정신이 없다보면 이젠 아예 필름까지 끊기게 되는 건가. 정신을 차려보니까 여기는.. 우리 집이잖아?


"어.. 나 아까전까지 분명히 대공원에 있었던 것 같은데.. 언제 우리 집에 온 거지."


주위를 둘러보니까, 윤화 뿐 아니라 서연이랑 유정이, 혜인이까지 내 방에 있다. 언제 다들 여기에 온 거야. 나래는 없다. 나래는 호진선배 때문에 대공원에 갔으니까 여기까지 따라 올 리는 없지. 그나저나 아무리 인터넷에서 소문 퍼지는 게 무섭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프레이아 멤버들한테까지 그 헛소문이 퍼진거야.


그리고 혜인이한테 들은 '화이트 나이트'와 '화이트 엠프레스'. 다시 생각해도 권밝힘 녀석이 정말 불쌍하다. 지금까지 남자로 자라왔던 녀석이 한순간에 여자로 성별이 '결정'이 되고 앞으로 여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으니까. 정말 이럴때면 성전환이라도 받아야 하는 걸까.


에이. 모르겠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만 할 수록 머리가 점점 아파온다. 그것보다도, 내가 여기에 있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정신이.. 들어?"
"아까.. 어떻게 된 거야. 분명히 대공원이었던 것 같은데.."
"윤민이 때문에 싸우고 있는 사이에.. 윤민이가 기절해서, 집까지 겨우 데리고 왔어."


그러니까 내가 거기서 왜 갑자기 기절했는지를 알 수가 없잖아. 아무리 그 때 혼란스러웠다고 해도 기절까지 할 만한 건 아니기 때문에.


"윤민아. 아까.. 윤민이가 너무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아서.. 어린이대공원에는 사람도 많고. 그래서 장소를 옮겨서 얘기하려고 했었어. 그래서.. 윤민이를 잠깐 기절시킨거였어. 미안해."
"...그게 혜인이 때문이었어?"
"역시.. 마녀. 민군이랑.. 몰래 키스도 하고. 나도 아직 민군이랑 못 해봤는데. 분해."
"윤민이가 기절해서 여기까지 데리고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혜인이.. 정말 무서운 애다. 그런데 혜인이가 그렇게 한 것 때문에 오히려 지금 상황이 더 안 좋아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도 다른 애들이 그나마 편견을 버리는 중인데 이런 조그만 것 때문에 편견이 더 생겨버리면 어떡하지.


"그러니까 마녀랑 오빠랑은 사귀면 안 된다니까. 키스는 내가 오빠한테 가끔 해 주긴 했지만."
"...너 윤민이 동생이잖아."
"윤화... 너 그런 애였어?"
"오빠랑 키스하는거.. 이상해요, 언니들?"
"그걸 말이라고 해?"


응. 오빠인 내가 생각해도 이건 솔직히 이상해.


"우리가.. 나빴지? 하지만 민군이 마음을 잡지 못하는 거 때문에 나도 보면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으니까."
"윤민이한테 묻고싶어. 윤민이는.. 누가 좋은거야?"
"윤민이 주변에는 나보다 착한 애들이 많으니까.. 하지만.. 윤민이를 살려준 게 누군지 잘 생각해 봐."


나..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서연이, 유정이, 혜인이.. 다 좋은 애들인데, 누구 하나를 확실히 고를 수가 없다. 누구 한 명을 고르면 다른 애들이 슬퍼할테니까.


"오빠."
"응?"
"나.. 오빠가 이상한 말을 하진 않는다고 믿어."


그러니까 그 이상한 말이라는 게 뭔데. 알 수가 없잖아.


지금 다들 '내가 아니면 안돼' 라는 듯한 표정이라서. 심지어 혜인이마저. 그러니까 난 그냥 모두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왜 다들 이러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니까.


"민군.."
"윤민아.."
"오빠.."


왜 윤화까지 그런 표정인지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지만. 윤화야. 넌 내 동생이라구.


...


에이. 그냥 말해야겠다. 정말 누구 하나를 선택할 수가 없다는 걸. 여자애들도 이해해주려나, 아니면 그냥 내가 여전히 '눈치없는 놈'으로 남게 되려나.


"미안.. 난 그냥 모두 친한 친구로 지내고 싶어. 누구 하나를 고를 수가 없어."
"민군.. 역시.. 둔해."
"나.. 이대로 물러서진 않아. 사랑은 쟁취하는 거라고 했으니까. 윤민이.. 나만 바라보게 할거야. 어떻게든."


유정이 목소리가 묘하게 떨리고 있어. 무서워. 그러니까.. 왜 다들 이러냐니까. 난 그냥 모두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을 뿐이었는데 왜 애들은 그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걸까.


그런데..


'딩동.'


벨소리가 들렸다. 지금 이 시간에 누가 우리 집에 온 거지. 우리 집에 올 사람이 딱히 없을텐데. 게다가 지금 분위기도 심각한데 누군지 몰라도 왜 하필이면 이 시간에 온 거야.


"누구세요."


인터폰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넌 왜 하필 이럴 때 왔어.


"저 새롬인데요. 윤민오빠랑 윤화언니만 죽이려고 왔는데, 전부 알아서 죽으러 오셨네요."


- 다음회에 계속 -


주1. 피쳐링 : 다른 가수의 노래에 참여해서 같이 노래를 부른 것.


31. 안혜련, 조윤경 : 둘 다 21살. 인기그룹 '프레이아'의 멤버들. 윤지영의 프레이아 내에서의 독주 때문에 둘 다 윤지영을 미묘하게 생각하고 있다.


네. 여자애들한테 걸려버린 윤민입니다. 역시 거짓말이라는 건 언젠가는 들통나기 마련. 특히 서연이가 쌍안경까지 가지고 있어서 윤민이랑 혜인이가 대관람차 안에서 뭘 하는지 다 봤죠. 그리고 혜인이 때문에 위기를 벗어나나 했더니 혜인이가 입은 옷이 너무 눈에 잘 띄어서 윤민이를 다시 발견하는 여성진들. 그 와중에 프레이아 멤버들까지 윤민이가 하렘메이커라는 걸 알게 되고, 집에서 윤민이가 한 말 때문에 또다시 삐져있는 여성진들. 하지만 그 때 새롬이가 난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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