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13 17:45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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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화..!!"


하필이면 내가 돌아온 날이 만우절 바로 전날일 게 뭐야. 게임세계 속에 있었을 때는 바깥 세상에서 날짜가 얼마나 지나갔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만우절이 왔는지 안왔는지도 몰랐고, 덕분에 올해에는 만우절날에 낚이지 말아야지 했는데 일어나기도 전에 낚여버린 것이다. 그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내 동생 윤화한테.


하지만 이미 내 방에 윤화는 없다. 그새 어디로 도망간거야. 잡히기만 해봐.


역시 그 누구도 아침 일찍 일어나 갈 만한 곳이면 한 곳밖에 없지. 화장실. 예상대로 문이 잠겨있구만.


"주윤화. 어서 나와. 좋은 말 할때."
"싫어. 메롱."


그래. 화장실 안에서 얼마나 버티나 보자.


하지만 이 동생인지 웬수인지 모를 것이 몇 분간 기다려도 안 나오고, 시간은 어느새 10분이 지나고, 15분이 지나가도... 안나온다. 이봐. 화장실이 급한건 나만 그런게 아니라구... 정말 내 동생이긴 하지만, 너무 영악해.


어쩔 수 없다. 그냥 포기해야지. 매번 윤화한테 이렇게 당하는 게 연례행사였는데, 올해도 어김이 없구나.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빨리 나와줘.. 부탁이야."
"정말이지. 오빠가 잘못한거지?"
"응.. 부탁이야. 나도.. 급하니까."


그리고 이제야 화장실 문이 열렸다.


"라고 할 줄 알았지? 훼이크다. 이번엔 좀 당해봐.. 아아아아악!"


윤화가 나올 때 재빨리 윤화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타이밍을 생각하지 못하고 문에 손이 끼어버렸다. 아야야야. 아퍼. 정말 아프다구. 매번 당했지만서도 올해는 제대로 당했다.


난 도대체 왜 맨날 윤화한테 지면서 살아야 하나.


"오빠. 용서해 줄테니까, 벌로 내 부탁 하나 들어야 해."
"무슨.. 부탁인데."
"오늘 희정이 생일인데, 생일파티 하는데에 나랑 같이 가."


맞아. 희정이. 윤화 친구이자 희연선배의 동생. 전에 우리집에 자주 놀러오고 그랬는데 요새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네. 희정이도 착한 애 같았는데.


생일은 축하할 일이지만, 내가 왜 희정이 생일파티까지 따라가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너 친구 생일파티에 왜 내가 따라가야 하는건데."
"오늘이 만우절이잖아. 걔 생일이 하필이면 만우절날이라서 아무도 안 믿어서 축하해 줄 사람이 없어. 그래서 사람을 하나라도 늘려볼려구."


뭐 희정이가 나쁜 애는 아니니까,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학교 끝나고, 오빠 데리러 학교 앞에서 기다릴께."


그 뒤로 오늘도 식사를 하고 가방을 챙기고 학교로 등교. 학교에서는 또 얼마나 많이 낚이고 낚을지 정말 걱정된다. 일어나기도 전에 윤화한테 제대로 낚였으니. 그런데 어디서 그런 연기는 배웠는지, 정말 오늘이 만우절만 아니었다면 완전히 깜빡 속아넘어갈 정도로 리얼했다. 정말 내가 지금까지 알고 지낸 내 동생 윤화가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민군! 좋은 아침이야. 그런데.. 표정이 안 좋아. 무슨 일 있었어?"
"후.. 누가 오늘 만우절 아니랄까봐, 일어나자마자 윤화한테 낚였어."
"윤화가 미니한테 뭐라고 한 거야?"
"나보고 처음 봤을때부터 좋아했다느니 나를 자기꺼로 한다느니.."
"윤화가 미니 친동생이 아니라도, 동생이 할 말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서연이도 나랑 윤화를 오랫동안 봤으니까, 윤화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지. 전에 서연이가 우리집에 놀러올 때 우리집 부엌을 차지하기 위해서 윤화랑 매번 싸웠던 것도 윤화가 부엌에 가면 나오는 결과물이 참혹 그 자체였기 때문에.


그나마 나랑 서연이는 윤화 요리에 내성이 있지만, 최근에도 유정이나 희정이같은 피해자는 있으니까. 물론 내가 내성이 있다고 해서 윤화 요리를 맛있게 느낀다는건 절대 아니지만. 그런데 새롬이는 정말 어떻게 윤화가 만든 걸 맛있다고 하는건지. 표정을 보니까 예의상 말한 것도 아니고 정말로 맛있게 먹고 있었던데.


정말 보면 볼수록 새롬이는 평범한 애는 아니다. 특히 혜인이가 한 말이 맞다면, 나는 정말로 위험한 애랑 놀고 있는 거니까.


"민군. 사실.. 나 남자친구 생겼어. 미니한텐 여태 안 말했는데."


잠깐. 뭐라고?


서연이한테 남자친구가 도대체 언제 생긴거지. 오늘이 날이 날이니만큼 진지하게 들으면 곤란하지만, 그래도 들어볼까.


"누군데. 한번 말해봐."
"미니가 모르는 앤데.. 말해도 돼?"
"상관없어. 누구야?"
"'윤주'라고, 이름은 여자같은데, 남자애야."


뭐야. 저 이름은 전혀 처음 듣는 이름인데. 뭐 오늘은 만우절이니까 대충 이름을 지어서 둘러댈 수도 있지만, 도대체 누가 들어도 여자이름같은 저런 이름을 자기 남자친구라고 한 거는 뭐지.


"처음 들어. 어떤 앤지 말해줄 수 있어?"
"미니가 자꾸 나랑 안 놀아주니까, 하도 심심해서 만난 애야. 걔도 미니같이 귀여워."
"걔.. 이름이 뭐라고 했어?"
"윤주야. '민윤주'."


서연이 쟤 왜 저렇게 웃고있는거지. 그리고 이름이 처음 듣긴 하지만 이상하게 친숙한 이름인데. 가만있자. 민윤주라는 이름을 거꾸로 하면.. 주윤민. 나잖아. 역시 오늘은 만우절이었어.


"뭐야!"
"미안해. 미니 이름 거꾸로 해본 거였어. 오늘이 만우절이라서."
"깜짝 놀랐잖아."
"그러니까 한눈 팔지 말란 말야. 내가 정말로 다른 남자친구 사귀면 어떡해."
"그렇게 되나?"
"미니는 다 좋은데, 너무 둔해."


차라리 내가 둔하다는 얘기가 만우절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이 얘기를 한두번 듣는 건 아니지만 왜 유난히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에 자주 듣는거지.


서연이랑 같이 교실로 도착했지만, 교실 입구에는 엄청 오래간만에 보는, 하지만 별로 보고싶지는 않은 누군가가 보인다.


"이거.. 꿈 아니지? 분명.. 민쨩 맞지?"


아름선배. 설마 여태 저 기다리셨던거예요?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도대체 나한테는 왜 매달리는거야.


"으아아앙, 민쨩! 민쨩이 얼~마나 보고싶었는줄 알아?"
"선배.. 그렇다고 그렇게 저한테 매달리면 어떡해요. 애들 다 쳐다보잖아요."
"상관없잖아. 민쨩. 반가워, 반가워, 반가워!"


오늘이 날이 날이다보니까 만우절 거짓말로 믿고 싶지만, 이사람. 진심이다. 정말로 나를 많이 보고싶어한 것 같다. 정말 이 사람이 고2가 맞나 궁금하다. 하다못해 정말로 나이가 어린 새롬이랑 비교해봐도 정신연령만은 이쪽이 아래같아.


"선배. 오늘 만우절인거 알고 있어요."
"상관없잖아, 민쨩! 오늘이 만우절이면 뭐 어때. 민쨩 없어서 그동안 무지무지 심심했단말야."
"그런데 왜 하필 저예요."
"민쨩말고 다른 애들이 나랑 안놀아줘. 효선이도 서울대 목표로 공부한다고 잠수탔고, 지유언니도 미대입시 때문에 바쁘고. 다들 나빴어. 우리 학교에서 민쨩만 착해."


하지만 저는 아름선배같은 분의 관심은 별로 받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평소에 인맥 관리를 잘 하셨어야죠. 성격이 이 모양이니 놀아주는 사람도 없고..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 그동안 아름선배한테 당하기도 많이 당했다. 첫 만남부터가 아름선배인 줄 모르고 당한거고, 심지어 아름선배한테 잡혀서 여자옷 입은채로 코믹월드라는 곳에 끌려간 적도 있었으니. 그 사이에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버렸다. 이런 사람한테는 정들면 안되는데 나마저도 아름선배를 반갑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거 어떡하지.


"선배. 윤민이 보자마자 또 시작이예요?"


때마침 유정이도 등교. 아름선배는 유정이만 보면 기가 팍 죽는다.


"윤민이한테서 손 떼세요. 선배가 자꾸 그러니까 윤민이가 싫어한다구요."
"힝.. 다들 너무해. 왜 다 나만 싫어하는거야."


아름선배가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기가 많이 죽었지. 유정이랑 많이 마주쳐서 그런걸까. 특히 코믹월드까지 따라가서 날 '압수'했으니. 도대체 왜 '압수'라는 표현을 썼는지는 이해를 못 하겠지만. 하지만 이것도 한두번이어야지. 계속 이러니까 아름선배가 오히려 불쌍해보인다.


아차. 내가 왜 이러지. 아름선배같은 사람을 불쌍하다고 생각하다니. 그래도 아름선배가 유정이만 만나면 기죽는게 한두번이 아니니까.


"유정아. 아름선배도 나 보고싶었던 것 같으니까.. 이해해줘."
"저 선배는 윤민이 괴롭히기만 하잖아."
"그래도.. 아름선배도 많이 외로운 것 같아서. 나라도 희생해야 할 것 같아."
"왜 윤민이야? 다른 애들도 많은데.."


아까 아름선배가 말했듯이 아름선배가 인맥관리를 못해서 나말고 아름선배랑 놀아주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절대로 '놀아주는' 게 아니라, 아름선배한테 어쩌다보니 '찍혀서' 이 모양이 되었지만, 그래도 어쩌겠어. 누가 하나는 희생해야지. 아름선배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역시 민쨩은 너무 착해! 누나가 민쨩을 찍은 건 행운이었나봐. 나. 감동먹었어, 민쨩!"


내가 말하자마자 또다시 나한테 매달리는 아름선배. 정말 이사람은 인간적으로 나이값을 너무 못한다. 아름선배가 정말 외롭긴 많이 외로웠나보다. 그러기에 성격을 좀 고치셨어야죠.


때마침 예비종이 울리고, 나한테 매달렸던 아름선배도 떨어졌다.


"민쨩. 누나 이제 올라갈께. 나중에 같이 놀자!"


아름선배는 다시 올라갔다. 다른 희생양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내 자신이 희생양이 되겠다고 했지만, 솔직히 앞으로가 걱정된다. 저런 사람하고 같이 놀다가 무슨 꼴을 당했는지는 내 자신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윤민이.. 왜 이렇게 바보같이 착한거야?"
"..."


유정이 표정이 정말 안 좋다. 내가 이번엔 생각해보니까 정말 큰 실수 하나 했지. 아무리 그래도 아름선배같은 사람을 불쌍하다고 생각하다니.


"말했잖아.. 윤민아. 모두한테.. 착하지 말고, 나한테만 착한 애가 되라고."
"빅뉴스! 빅뉴스."


자칭기자 박찬놈은 오늘같은 날이 물 만난 고기겠지. 오늘이 만우절이다보니 저놈이 뭔가 이상한 낚시를 할 것 같긴 한데. 도대체 무슨 뉴스라는걸까.


"또 뭐냐."
"민서선배 있잖아. 그 여자같은 남자 민서선배."
"응. 민서선배가 어쨌는데?"
"오늘 정말로 성전환을 마치고 여자가 됐대!"


그럼 그렇지. 오늘이 날이 날이다보니 저렇게 쓰잘데기 없이 아무도 안 낚이는 낚시를 하는구나. 낚시를 하려면 떡밥이 좋아야 하는데, 저런 쉴 대로 쉰 떡밥에 낚일 물고기들은 하나도 없지. 난 일어나자마자 내 동생인 윤화한테 낚였으니.


"그걸 누가 믿냐. 나도 오늘 달력 충분히 보고 왔다."
"역시 안낚이는군. 그럴 때는 낚이는게 예의다."
"그런 예의는 필요없어."


만우절에도 어김없이 조례가 시작되고, 다행히도 실종된 애들에 대한 별다른 다른 얘기는 없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만우절날에 다들 돌아왔으니 기분이 이상하긴 하겠지. 그리고 다들 게임 속 세계에 있었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없고.


정말 혜인이가 한 말대로 그 마도서인가 뭔가가 모든 것의 원인이었을까. 아니, 마도서라는게 실제로 존재하기나 하는지가 궁금하다. 어쩌면 혜인이도 만우절 전야로 그런 말을 한 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혜인이가 그럴 애는 아닌것 같고.


1교시 수업이 끝났는데, 모두들 시선이 한 쪽으로 쏠렸다.


"박찬이라는 기자녀석 어디있어. 당장 데려와."


그 시선이 향하는 쪽을 보니까 왜 시선이 전부 쏠렸는지 충분히 알고도 남는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 반에 찾아온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민서선배. 선배이긴 하지만 1년 유급이라서 같은 1학년인데, 무려 여장을 한 모습으로 학교를 다니는 것을 전교에서 유일하게 허락받았을 정도니까. 실제로 봐도 정말 여자로 착각할만하다. 목소리도 남자목소리같지 않고.


교실을 돌아보니, 이미 박찬녀석은 이 교실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하긴 아무리 오늘이 만우절이라고 해도 민감한데를 건드리는건 실례지.


"너가 윤민이야?"


그런데.. 민서선배가 날 왜 부르는거지. 그것보다 민서선배가 나를 어떻게 알고 있지?


"안녕하세요. 그런데.. 저를 어떻게?"
"너 그때 그 닥터피쉬 노래 신청한 애 맞지?"
"네.. 맞아요."


그 닥터피쉬 사건. 이제 잊고 싶은데 왜 아직도 그걸 기억하고 있는거야. 덕분에 FT 팬들이 다들 나를 죽일듯이 바라보고 있었지. 윤화도 FT팬이긴 하지만, 윤화는 그걸 모르고 있는게 다행이다.


"그리고 유정이라는 전학생이 점찍은 애고."
"네.."
"게다가 점심시간에 3반의 혜인이라는 애랑 밥 같이 먹고 있지?"
"맞아요.."


그러니까 도대체 내가 민서선배랑 얘기해 본 적이 전에는 전혀 없었는데 민서선배가 어떻게 나를 이렇게 잘 알고 있는거냐구.


"내 친구 현석이가 말했어. 1학년 애들 중에서 여자애들이 몰리는 애가 있다고. 왜 그렇게 여자애들이 모이는가 했는데.. 너, 귀여워. 많이."
"누가 우리 민서선배님한테!! 선배님, 저희가 있잖아요. 이런 애한테 가까이 가면 안돼요. 얘는 선배님이 아니더라도 여자가 몰릴 애예요."


다른 한 쪽에서 몰려오는 남자애들과 여자애들. 다들 민서선배의 팬들인건가. 어떻게든 인기가 많은게.


"하지만 나 얘랑 얘기하고 싶은데."
"학교의 얼짱들을 다 뺏어간 저런 애한테 민서선배마저 홀리면 안돼요. 훠이, 훠이."


그냥 내가 자리를 피해야지. 도대체 왜 내가 이렇게 학교에서 알려진거냐. 그것도 안 좋은 쪽으로. 그러길래 처음부터 아름선배랑 얽히지만 않았어도 그냥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을 것을. 아니, 아름선배보다도 그 박찬녀석이 문제다.


유명해지는 건 좋지만, 이런식으로 쓸데없이 유명해지는 것은 정말 아니다. 그런데 박찬녀석 정말 어디간거야.


결국 박찬녀석은 수업종이 친 다음에야 들어왔다.


"민서선배가 너 찾더라."
"알아. 그래서 여태 피해다닌거였어."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저 자칭기자놈은 왜 나한테 피해만 주는걸까.


"윤민아. 너.. 왜 둔하다는 얘기 듣는지 생각해 봤어?"
"생각은 해봤는데, 왜 그런지 잘 모르겠어."
"그러니까.. 둔한거야."


유정이한테 또 한소리 들었다. 그러니까 왜 내가 둔한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고, 만우절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점심시간. 새롬이는 어느샌가 왔지만, 항상 오는 누군가가 없다.


"윤민오빠, 새롬이 왔어요."
"민군. 누구 기다리는거야?"
"혜인이가.. 기다려도 안 오네.. 잠깐만 기다려. 혜인이네 반에 내려갔다 올께."


그래서 혜인이네 반인 3반 교실로 내려가서 혜인이보고 어디 갔냐고 물어봤지만,


"혜인이? 걔 오늘 결석했는데. 무슨 일 있었어?"


설마설마했는데 혜인이가 정말 결석할줄이야. 정말로 그 마도서를 찾으러 서울을 돌아다니고 있는건가. 혹시 그게 그 마도서인가 뭔가가 아니면 정말 어떡해. 혜인이 말이 맞다면 그 마도서 원래 주인이 다름아닌 혜인이, 아니 정확히 말하면 혜인이네 집안이지만.


다시 돌아가서 혜인이가 결석했다는 거 전해야지.


"혜인이.. 오늘, 학교 결석했대."
"역시.."


서연이는 어제 혜인이가 한 말을 들어서 혜인이가 결석한 이유를 알고 있겠지만, 새롬이는 그 이유를 아직 모른다. 혜인이는 마도서 얘기는 모르고 있으니까. 하지만 새롬이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것만은 보인다.


"I'm so sorry but I love you 다 거짓말이야 몰랐어 이제야 알았어 네가 필요해♬"


누가 만우절 아니랄까봐 점심방송 노래마저 저런게 나오고 있다. 아무리 만우절이 속고 속이는 날이라고 하지만 이런 날에 소방서 같은 곳에 허위신고를 하면 잡혀가니까 주의해야 한다.


"윤민오빠. 궁금한 게 있어요."
"뭔데, 새롬아?"
"오빠 짝인 언니 있잖아요. 그 언니는 왜 안 오는 거예요? 다 같이 밥먹으면 좋을것 같은데요."
"아, 유정이? 걔.. 몸매관리 한다고 식당엔 안 간다나봐."
"밥 세 끼 안 먹으면 건강에 안좋을텐데요."
"그러게."


새롬이가 아무리 검정고시 보고 고등학생 되었다고 하더라도 아직 애가 철이 안 들었다. 역시 아직 어린 나이는 속일 수 없는 건가.


"윤민오빠, 서연언니. 저 한가지 말할 게 있어요."
"뭔데?"
"응. 말해봐."


새롬이는 또 뭘 얘기하겠다는거야.


"사실 저, 지구인 아니예요. 다른 별에서 왔어요."


그럼 그렇지. 누가 오늘이 만우절 아니랄까봐 새롬이 얘도 이런 장난을 치고 있네.


"저는, 저~ 멀리 소행성에서 언니랑 같이 있었는데요. 언니가 지구라는 별에 재미있는 게 많다고 해서 여기로 오게 된 거예요. 지구에 불시착을 했는데 지금 저희 부모님이 저를 보고 새롬이라고 이름을 지어 주신 거예요."
"그럼.. 거기 있었을 때 이름이 따로 있었어?"
"네. 거기에 있었을 때는 아영이라는 이름이었어요."
"그럼.. 혹시 언니 이름이 뭔지 기억나?"
"아뇨.. 잘 기억 안나요. 아름.. 이었나?"


잠깐. 아름이라고?


아냐. 아름이라는 이름은 흔한 이름이니까, 내가 아는 아름선배...는 아니겠지. 게다가 이거 만우절 거짓말이잖아. 설마 외계인 이름이 한국식일리가 있겠어.


"혹시 그 소행성 이름이 B612인가 그렇지 않아?"
"맞아요, 윤민오빠! 어떻게 아셨어요?"
"어린왕자 얘기에 나오는 그 소행성이잖아.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은 한 것 같은데.. 역시 애는 앤가봐."
"제 만우절 장난.. 별로였어요, 윤민오빠?"
"그냥.. 나이에 맞는다고나 할까."
"윤민오빠. 저는 나이는 어려도 학년은 윤민오빠랑 같다구요. 애 취급은 하지 말아줘요."


하지만 저런 사고방식을 보고 누가 애 취급을 안 하겠냐.


"민군. 그래도 애는 애잖아. 귀엽게 봐 줘."
"서연언니도.. 너무해."


저런. 새롬이도 삐졌다. 애들 달래주는게 쉽지가 않은데. 도대체 왜 이렇게 애들이 잘 삐지는거야.


식사가 끝나고 오늘도 어김없이 앞으로의 수업이 이어졌다. 결국 박찬녀석은 민서선배 친위대한테 불려간 것 같고. 꼴 좋다. 쌤통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만우절이라도 칠 장난이 있고 안 칠 장난이 있지. 새롬이같이 저렇게 귀엽게 장난치면 얼마나 좋아.


수업이 끝나고, 교문에서는 윤화가 선물상자 하나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뭣 때문인지는 모를리가 없으니. 그런데 마침 새롬이도 같이 나왔네.


"어서 가자, 오빠."
"어, 윤화언니! 안녕하세요."
"어머. 새롬이구나. 오늘 친구 생일이라서 생일잔치 축하해주러 가는데."
"아.. 그래서 윤민오빠가 오늘 못 논다고 그랬구나. 나중에 놀러갈께요, 윤화언니."
"그래. 나중에 보자, 새롬아."


이상하게 윤화랑 새롬이 둘이 죽이 잘 맞는 이유가 뭘까.


"윤화야. 새롬이가 좋아?"
"응. 귀엽잖아. 내 말도 잘 듣고. 내 친동생이었으면 좋겠다~"
"윤화야.."


내가 보기에는, 다른 것보다도 윤화의 요리를 맛있다고 인정한 게 가장 컸다.


희정이네 집에 도착을 하긴 했지만, 여기는 우리집하고는 좀 많이 떨어진 곳인데, 왜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거야. 이 유일동이라는 동네가 왜 이렇게 큰지 모르겠다.


벨을 눌렀다. 딩동.


"누구세요."


희정이 목소리 같지는 않은데.. 희연선배 목소리였나?


"희정이 친구 윤화예요. 희정이 생일파티때문에 왔어요."
"윤화구나. 어서 와. 문 열어줄께."


문이 열렸고, 안에는 희연선배, 호진선배, 희정이.. 까지는 알아보겠는데, 저쪽에는 혹시 희정이한테 큰언니라도 있는걸까?


"윤민이도 왔구나. 희정이가 여기 오고 나서는 첫 생일이라서, 다들 아무도 안 믿길래 걱정했는데."
"희연선배. 저기 저 분.. 누구세요?"
"아, 저 분? 우리 엄마야."


뭐라구요. 엄마라구요? 그런데 왜 이렇게 동안이야. 누가 보면 희연선배한테 언니가 있다고 해도 믿겠다.


"다들 처음 보고 놀라더라. 윤화도 처음 여기 놀러왔을 때 많이 놀랐던걸."


역시 저쪽 집안의 유전인건가.


"아.. 맞아. 희정아. 오늘 유미 학원에서 보충시간 잡혔다고 못온대."
"유미가 왜 전화 안 받는가 했는데, 그래도 윤화가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
"윤화는 참 착해."
"고마워요, 희연언니."


윤화 얘. 우리집에서랑은 완전 딴판이네. 정말 얘가 그 왈가닥 윤화가 맞단말야?


"좀 있다 촛불 킬게."
"응, 언니."


아무리 오늘이 만우절이라고 해도, 정말 다들 희정이 생일을 안 믿는 거였냐. 하긴 희정이 친구들이 더 왔으면 뭔가 내가 있기에 더 어색하긴 하겠다.


"어, 윤민이도 왔구나. 희정이 생일 때문에 온거야?"
"안녕하세요, 호진선배."
"잠깐 나 따라와봐. 마침 윤민이 만나서 할 얘기가 있었어."


호진선배가 나한테 할 얘기라는건.. 도대체 뭘까. 도대체 왜 이렇게 하루가 멀다하게 일이 생기는 거야. 불안하다.


- 다음회에 계속 -


만우절날 아침 일찍부터 낚인 윤민이. 그리고 간만에 여장남자 조민서군의 등장이었습니다. 이쪽도 윤민이한테 관심을 보인 것 같지만 친위대 때문에 안타깝게도(?) 등장을 얼마 못 했죠. 그리고 결국 학교에 결석한 혜인이. 그리고 인원수를 채우기 위해서(?) 희정이네 집으로 끌려간 윤민이. 그리고 호진이가 윤민이한테 할 얘기라는 것은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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