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14 06:19

19禁 The Magic 1부

R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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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치(羞恥).


부끄럽다. 죽을 만큼 부끄럽다. 얼굴은 화끈화끈 달아오르지만 머릿속은 새하얗다. 옷이 벗겨지고, 다른 사람의 손이 닿는다. 거칠고 추잡한 손이다. 살갗에 닿는 느낌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눈길이 느껴진다. 진한 갈색 눈동자가 머무는 곧은 인두로 지진 것처럼 달아오른다.




무력(無力).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핥고, 주무르고, 꼬집고. 더럽다고 생각했다.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항할 기력이 생기지 않는다. 처음엔 머릿속이 폭발한 것처럼 새하얗더니 지금은 어둡다. 새까만 어둠이 자리하고 있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 것은 똑같다.




순응(順應).


고통은 천천히 쾌감으로 바뀌어갔다. 한번, 두 번, 세 번. 애초에 반항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입에선 생전 처음 내보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사막처럼 말라있던 질에선 애액이 분수처럼 솟아나왔다. 기분이 묘하다. 몸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기분이다. 하지만 기쁘진 않다. 바람을 따라 흘러가는 구름처럼, 끝없이 계속되는 능욕 속에 몸을 맡겼다.




붕괴(崩壞).


작은 균열. 그 틈사이에서 시작된 부패. 처음엔 별거 아니었다. 가슴 한구석을 썩히던 부패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진행되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지독한 악취를 내고 있었다. 비록 삐뚤어져있을 지언정 지탱되고 있던 현실은 더러운 악취 속에 산산이 부서져내렸다.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긴 현실의 파편이 하나. 돌이킬 수 없는 심연을 그어버린 현실의 파편 하나. 이제 내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비틀린 심장과 악취 속에 썩어가는 몸뚱이뿐.








다음날 시에나는 창백한 안색을 하고 돌아왔다. 맑았던 두 눈은 탁하게 흐려져 있었다.


깨끗하게 목욕도 하고, 예쁜 옷도 입고 향수까지 뿌리고 왔지만 시에나는 자신의 몸에서 더러운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다.


한슨은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달콤한 피 냄새가 물씬 풍겨오는 문을 열어보니 레이가 널브러져 있었다.


참혹한 모습이었지만 감정에 동요가 일어나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당장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처럼 가슴이 아프고 슬플 테지만, 지금은 공허했다.


시에나는 레이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서있을 땐 몰랐지만 가까이서 무력하게 자빠져있는 레이를 보니 가슴속에서 불길이 솟구치는 것 같았다.


시에나는 기다렸다.


이틀을 연속해서 맞은 레이는 정오가 돼서 정신을 차렸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흐릿한 시야에 시에나의 모습이 들어오자 웃었다. 힘없는 웃음이었다.


시에나는 레이가 정신을 차리자 조용히 다가가 귓가에 속삭였다. 반나절동안 꾹꾹 참고 있었던 말이었다.


『병신. 아무짝에도 도움 안 되는 쓰레기.』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후련했다. 그래, 이게 현실이다. 지금까진 거창한 포장에 속고 있었지만 이제는 안다. 오빠라는 사람은 실상 아무런 도움도 못주는 쓰레기였을 뿐이다.


반면 레이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배신. 그렇다 이건 배신이다. 하지만 가슴속을 가득 매운 감정은 분노가 아니다. 미안함. 후회. 목 끝에서 울컥하며 비릿한 액체가 올라왔다. 레이는 피를 토하며 다시 혼절했다.


『하악, 하악!』


레이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밤이었다. 문 너머로부터 어지러운 머릿속을 휘젓는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시에나였다.


한슨은 영주에게 시에나를 팔아치운 이후 다른 방식으로 손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정은 빨리 내려졌다. 주점에서 술을 마시며 기회를 기다리던 한슨은 저녁이 되어 몰려온 사람들에게 은밀하게 접근했다.


『그래도 3실버는 너무 비싼데.』


한슨은 미련 없이 그를 떠나갔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은 많았다. 한 시간을 주점 안을 전전한 끝에 마침내 첫 손님을 찾아냈다.


하보레는 은화 3개를 한슨에게 건네주고 집으로 들어갔다. 겉보기와 달리 제법 깨끗하게 정돈된 집안엔 시에나가 다소곳이 침대에 앉아있었다.


『한 시간이야. 그 동안은 마음껏 하라고. 후후후.』


한슨은 밖으로 나갔다.


『꿀꺽.』


하보레는 침을 삼키며 침대로 다가갔다.


오래된 침대가 하보레의 움직임에 맞춰 삐걱거리는 소리를 토해 내었다. 시에나는 하보레의 뜻대로 몸을 맡겼다.


하보레의 양물이 음부를 들락거릴 때마다 짜릿한 쾌감이 온몸에 몰아쳤다. 절로 달뜬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윽! 조, 좋아!』


눈 깜빡할 시간도 아쉬운 하보레는 삽입을 한 채로 체위를 바꿔댔다. 한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세 번이나 사정을 한 하보레는 시간이 다 됐을 때 축 늘어진 양물을 끄집어내 시에나의 얼굴에 들이댔다.


시에나는 눈을 질끈 감고 천천히 입을 벌렸다. 이것만은 정말 싫은데.


츄웁, 츕.


양물을 핥는 음란한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시에나가 하보레의 양물에 묻어있던 하얀 찌꺼기들을 거의 다 핥았을 때 한슨이 들어왔다.


『시간됐어.』


하보레는 아쉬운 얼굴로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시에나는 침대 구석에서 헛구역질을 하며 구토가 치미는 것을 간신히 억눌렀다.


느글거리던 속이 진정되자 옷을 입으려던 시에나는 한슨에게 제지당했다.


『멈춰. 그대로 있어.』


시에나는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 같았다. 두 명이나? 한슨은 시에나의 음부를 몇 번 더듬어본 후 충분히 젖어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곤 곧바로 삽입을 했다.


하보레의 전희엔 눈곱만큼의 애정이라도 느낄 수 있었지만, 한슨은 단순히 욕정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극심한 탈력이 밀려왔다. 시에나는 완전히 몸에서 힘을 풀고 한슨이 원하는 대로 하게 놔두었다. 입에선 한숨처럼 가는 신음만이 흘러나왔다.


한차례 길게 사정을 한 한슨도 하보레와 똑같은 마무리를 원했다. 시에나는 다시 한 번 입을 벌렸다.


단단히 막힌 문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볼 수는 없지만, 안 봐도 알 수 있는 일이 있다.


레이는 자신이 귀머거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런 끔찍한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니까.


시에나는 몸을 씻고 왔는지 머리칼에 물기가 촉촉했다.


『뭘 봐?』


시에나는 괜찮냐는 말을 꺼내려던 레이를 밀치고 자리를 잡았다. 떠밀린 레이는 당황할 틈도 없이 냉큼 모포를 가져와 시에나가 누울 자리에 깔아주었다.


시에나는 증오로 활활 타오르는 눈동자로 레이를 노려보았다.


『저, 저기... 시에나...』


레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지만, 시에나는 표독스럽게 대꾸했다.


『시끄러! 말 걸지 마!』


시에나는 레이의 반대편으로 돌아누웠다. 레이는 다시 한 번 시에나를 불러볼까 생각했지만, 관두었다. 불러서 뭘 어쩌잔 말인가. 시에나가 말했듯이 자신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비참했다.


레이는 차가운 냉기가 올라오는 바닥에 누워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10일이 채 지나기도 전, 시에나는 평소 벌어오는 돈의 세배가 넘는 돈을 한슨의 손에 쥐어주었다.


한슨은 시에나가 도망갈 궁리를 할까 염려가 되었는지 아예 방안에 가둬놓고 몸을 팔게 할 때를 제외하곤 집 밖으로 내보내지도 않았다.


덕분에 레이는 시에나의 수발을 드느라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하지만 시에나의 냉랭한 태도와 10년 가까운 학대 끝에 폭력의존증까지 생긴 한슨 사이를 하루 종일 전전하는 것은 심신을 극도로 피폐하게 만들었다.


『이리와봐.』


시에나는 이제 서슴없이 하대를 했다. 방안에 빼곡히 들어서 있던 장작을 옮긴 후 여서 잠시 쉬고 있던 레이는 시에나의 부름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시에나는 나른하고 퇴폐적인 소녀로 변해 버렸다. 항상 밝았던 시에나의 모습을 생각하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변화였다.


뒤집어놓은 술통에 앉아있던 시에나는 발을 쭉 내밀었다. 먼지와 때가 조금 묻어있긴 하지만 조그맣고 하얀, 예쁜 발이었다.


『발이 더러워.』


『그, 그런데?』


레이가 어리둥절해서 되물었다. 당연히 맨발로 다니는데 먼지하나 안 묻을 리가 있는가? 그런 점을 뺀다면 깨끗한 발이었다.


시에나는 인상을 쓰며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 병신아! 무슨 말인지 몰라? 씻기란 말이야! 깨끗하게!』


레이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시에나를 바라보았다. 시에나는 뭘 보냐는 표정을 지었다. 레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세숫대야에 물을 담아 시에나의 발을 씻겼다.


동생의 몸을 씻겨주는 일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행위였지만, 오늘 만큼은 가슴이 저려올 만큼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정성들여 시에나의 발을 다 씻겨준 레이는 마른 수건으로 말끔히 닦아주었다. 시에나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다 씻은 발을 바닥에 비비더니 다시 레이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더러워졌어. 다시 씻어.』


『그렇지만... 방금 씻었...』


퍽!


시에나는 레이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발뒤꿈치가 정확히 양쪽 가슴사이를 찍었다. 레이가 가슴을 움켜쥐고 고통에 신음하는 동안 시에나의 서릿발 같은 목소리가 떨어져 내렸다.


『닥쳐 이 병신아! 넌 내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란 말이야!』


뭐가 불만인걸까? 레이는 다시 한 번 발을 씻겨 주었다. 이번엔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아주 정성들여 씻겼다.


두 번 발을 씻은 시에나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깨끗한 발을 일부러 더럽혔다.


『또 더러워졌네.』


레이는 이제야 시에나가 자신을 골려주는 행위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레이는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몸을 부르르 떨며 침음성을 흘렸다.


한슨. 마치 한슨 같은 모습이었다.


착하고 발랄했던 동생이 왜 이렇게 변했을까? 다 내 탓이다. 내 잘못이다.


레이는 무려 스무번이 넘게, 시에나가 발이 아파서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발을 씻겨 줘야했다.


발씻기를 관둔 시에나는 술통에서 내려와 바닥에 엎드려 드러누눴다.


『오래 앉아있었더니 엉덩이랑 허리가 아프네. 안마 좀 해봐.』


기진맥진한 레이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동생이 원하는데. 안마를 하다가 죽는 일이 있어도 해줘야한다.


레이는 허리부터 천천히 안마를 시작했다. 힘 있는 안마는 아니었지만, 시에나는 웬일인지 불평하지 않았다. 날개 뼈 아래 등부터 엉덩이 바로 위 척추까지 안마를 끝낸 레이는 난감한 얼굴로 남은 한군데를 바라보았다.


시에나는 안마가 멈추자 당장 소리를 쳤다.


『뭘 보고만 있어! 빨리 하지 못해?』


레이는 심호흡을 한 다음 시에나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묘한 감촉이었지만 다른 남자들처럼 음란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단지 이렇게 변해버린 동생이 안타까울 뿐.


한동안 안마를 하고 있자니 시에나가 가느다란 비음을 흘려냈다. 레이는 너무 놀란 나머지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 순간 시에나가 번개처럼 몸을 일으켜 레이를 바닥에 눕혔다.


그리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레이의 눈동자를 응시며 레이의 바지 속으로 손을 쑥 집어넣었다.


『무슨 짓이야!』


시에나는 레이의 말을 무시한 채 바지 속을 잠시 헤집다가 일그러진 얼굴로 손을 끄집어냈다.


『쳇, 왜 안 섰지?』


시에나는 한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아! 하는 소리를 내며 레이를 바라보며 웃었다. 조롱과 멸시가 가득찬 웃음이었다.


『너 사실 고자지?』


태연한 시에나의 말에 레이는 부르르 떨었다.


『왜, 왜 이러는 거야! 시에나 너답지 않잖아. 왜 이렇게 변한거야!』


레이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시에나에게 소리를 쳤다. 대체 왜? 한슨이 한 짓이 개같은 짓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이렇게 까지 변할 만큼 충격적이었던가? 레이는 가슴속에 꾹꾹 눌러 담고 있던 말을 단숨에 토해내었다.


시에나도 예상치 못한 레이의 반응에 잠깐 움찔했지만, 그 뿐이었다. 시에나의 눈동자에 불꽃이 이글 거렸다.


『몰라서 물어? 왜? 항상 자기만 믿으라고 해놓고 배신한 게 누군데! 모든걸 다 막아줄 것처럼 말해놓고, 정작 필요할 땐 도움도 안됐던 게 누군데! 다 거짓말이었잖아! 병신같이 빌빌대기만 할 뿐이었잖아! 사실은 할 줄 아는 거라곤 얻어터지는 거랑 무서워 벌벌 떨면서 비굴하게 머리를 조아리는 것 밖에 없었던 주제에!』


레이는 장작으로 머리를 맞을 때 만큼이나 멍한 기분이었다. 이거였나. 시에나가 변한 이유는. 항상 시에나를 안심시키고 지켜주기 위해 했던 일들이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왔다. 거대한 충격이 단숨에 정신을 파탄내 버린 것이다.


거칠게 숨을 고르던 시에나는 마지막 말을 토해내듯 외쳤다.


『그래놓고 뭘 잘했다고 큰 소리야! 이 쓸모없는 쓰레기야! 넌 쓰레기야 쓰레기!』


씩씩거리며 숨을 고르던 시에나는 호흡이 진정되자 갑자기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레이에게 다가왔다.


『호호호, 아무리 쓰레기라도 내 뒤치다꺼리 정도는 할 수 있으니 아주 쓸모가 없는 건 아니지. 넌 오늘부터 개야. 개. 알겠어? 내 말 한마디면 무슨 짓이든지 하는 개가 되는 거야. 하지만 난 한슨이랑 달라. 내 말을 잘 듣는 개가 되면 상도 줄 거야. 알겠어?』


레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비참한 심정을 감추지 못한 채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 밖에는.


시에나는 레이에게 얼굴을 바싹 들이대며 속삭였다.


『좋아. 빌어먹을 개새끼야. 그럼 아까 내 말을 잘 들었던 상을 주겠어.』


시에나는 천천히 레이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그리고 능숙하게 혀를 밀어 넣었다. 잠시 동안 이어진 딥 키스. 레이는 상상도 못했던 달콤한 감촉에 눈을 감았다. 뜨거운 눈물이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가슴이 갈가리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완전히 부패해버린 시에나의 마음과 행동이 안타까워서.


그리고 그러한 동생의 애무를 받아들이는 자신의 쓰레기 같은 모습에.


 


-------------


 


ㄹ?


 


3편씩 써지는거 아니었나...


3편 완결인데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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