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14 08:24

Lady Dragon Knigh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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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대부분 기억하지 못하는 얘기다.

 위대한 창조주가 홀로 계실 때, 그가 빛을 자아 자기 분신들, 신성한 자식들을 만들어내는 동안
 한편에선 어둠이 잉태한, 훨씬 덜 유명한 자식들이 태어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하늘의 사신 케찰코아틀과 저 용족의 왕이 이 세상 첫 번째 존재로 태어났을 때 그들 또한 거기 있었고,
 치열한 싸움 끝에 신 앞에 굴복한 그들, 어둠에서 온 그들이 이 대지를 붙들어 제 위치를 잡고 우리 주(主)가 만든 생명들에 선물 하나씩을 주었다.

 천사들에겐 날개를,

 용족에겐 강력한 힘과 마법을,

 그리고 인간에겐 자신들을 꼭 닮은 외양을.

 그 때문인지, 속설엔 우리 인간을 다른 무엇보다 사랑하는 것이 바로 이들, 데칼트라고 불리는 다섯 신룡이라고도 말한다.

 창조 제 칠일, 모든 게 보시기 참 좋았더라 하신 창조주가 영원히 잠든 이 시대엔 더더욱.


 <Lady Dragon Knight>


  새벽녘부터 짐수레의 열이 산길을 오르는 소리가 요란했다. 섬에서 유일한 항구에서부터, 짐수레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서 산 중턱의 건물로 향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것은 무거워 보이는 자루와 통으로 가득 찬 짐수레를 끌면서도, 그것을 끄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힘들다거나 긴장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몬스터와 인간이 공존하기에 섬이 그렇게 크지 않기에, 사람들이 그리 긴장하지 않는 이유는 누구라도 금세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왜 저 사람들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서도 힘들어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일까. 오히려 들뜬 분위기의 사람들. 타지에서는 찾아 볼 레야 찾아볼 수 없는 이색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레이븐 님, 이번에도 작년처럼 큰 축제가 되겠죠?”


 선두에서 짐수레를 끌던 자가 문득 앞서가는 인도자에게 말을 걸었다. 이름만큼이나 검은 옷을 입은 사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말에 답했다.


 “그럴 테지. 대륙에서 오는 순례 객들도 있을 터이고, 이곳 사람들도 모두 올 테고…….무엇보다도 다른 지역에선 이런 볼거리가 없을 테니까.”

 “하기야 다른 곳에선 어딜 가나 창칼의 숲, 시체의 덤불뿐이죠.” 


 창칼의 숲, 시체의 덤불…….사내 말 속엔 뼈가 있었다. 


 “자네 선원들은 어떤가? 누구나 받아 주는 것이 신전의 규율이라네.”


 이제 막 수레의 손잡이를 건네받은 선장은 자칫하면 듣지 못했을 그 질문을 겨우 붙들었다. 한번 심호흡을 하고 수레를 끌면서, 그는 레이븐이란 남자에게 말했다.


 “글쎄 말입죠. 저희야 바라는 바입니다만, 어차피 선주에게 매인 몸 아니겠습니까? 망할 놈, 그 녀석들은 이교의 행사가 악마의 밀회 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거부감을 보이니까요. 그러면서도 돈이 탐나니까 이 짓거리를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하기야…….”


 대륙의 선주들은 이중적이었다. 사실 사적인 집단에서 선원 집합은 규율이 엄격하기로는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엄했다. 특히 이교도의 행사에 참가하거나 하는 선원이 있을 시에는 그 즉시 그 자를 바닷물 속에 쳐 넣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섬이 이교도적 행사는 단 한 번도 중단된 적이 없었다. 교황이 언젠가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아무리 계율에 엄격한 선원 집합도 돈을 조금만 올려 주면 이교도의 행사가 아니라 악마의 집회에도 물자를 대 줄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교황이 모든 선원 조합을 이단으로 규정한 것도 그리 심한 조치는 아니었으리라. 하지만 그 때문에 가뜩이나 좁아지던 교황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기도 했지만.


 “하지만, 다음 항해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 축제는 꼭 구경하렵니다.”


 선장은 호기롭게 말했다. 비록 신분적으로 높은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었지만 생각만큼은 어느 귀족이나 왕보다도 개방적이고 포용적이었다. 사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신전의 문이 일 년에 한두 차례씩은 외부를 향해 열릴 수 있는 것이지만. 그들의 목적지 역시 한참 축제를 준비하는 신전이었다. 거대한 석조 문 앞에 선 레이븐이 손에 든 등을 높이 쳐들자 문 위에서도 등불이 나타나는 가 싶더니 이윽고 석조 문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건 전부 저 창고로요, 네…….아니, 이 줄까지요. 얘! 그건 반대편이야!”


 신전 안은 물자를 나르는 짐수레들과 축제를 준비하는 신관들이 서로 뒤엉킬 대로 뒤엉켜 있었다. 한참 이것저것 지시를 내리던 한 신관이 신전의 석조 계단에 풀썩 주저앉았을 때였다.


 “힘들지 않으세요?”


 주저앉아 있던 신관은 네, 하고 길게 내뱉고는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단순한 문양을 넣은 천 옷을 입은, 낮은 지위의 신관 한 명이 서 있었다.


 “레이야구나! 아냐. 별로 힘들지 않아. 신경 쓸 일은 많지만 흔치 않은 기회잖아, 이 축제.”

 “그러네요.”


 쉽게 수긍하는 레이야의 모습에 신관은 다시 기분 좋은 표정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곧 이어 ‘하지만 아까 네 하고 대답한 것은 누구였죠?’ 하는 레이야의 질문에 신관은 그저 멋쩍게 웃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신관은 레이야가 내민 문서를 받아 보았다. 문서의 전 면을 복잡한 숫자와 물건의 세부 목록이 차지하고 있었다. 


 “예산 계획. 벌써 끝낸 거야?”

 “다른 일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겨우 반나절이 지났을 뿐이잖아.”


 그렇게 대답하는 신관에게는 예산 계획을 반나절 만에 적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애당초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다른 사람을 모두 제쳐 두고 레이야 라는 이 아이에게 맡긴 거지만.


 “후훗, 확인 좀 부탁할게요. 장로 분들께도 올려야 하니까요.”

 “그래, 그래.”


 펜을 받아 든 그녀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문서 한 쪽에 서명을 적었다. Mirserin. D. Midium이라는 형상을 갖춘 잉크 물이 검은 광택을 발했다. 곁에서 지켜보던 레이야가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


 “살펴보지 않으셔도 되요?”

 “뭐 됐어.”


 다소 장난기 어린 모습을 한 채로  미르세린 신관은 문서를 레이야 에게 건넸다.


 “어차피 확실할 테지. 레이야가 한 일이라면.”

 “아, 아니에요. 제가 무슨, 게다가 중요한 문서인데.”

 “레이야가 실수할 일이라면 누구든 실수할 수밖에 없을 거야. 어서 가 봐.”


 미르세린은 다시 한 번 레이야를 다독여 보냈다. 자신감을 조금 더 가지면 좋으련만. 이렇게 중얼거리며 미르세린이 몸을 돌렸을 때 그녀의 눈에 레이븐과 그가 데려오는 한 남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약간 굳어 있는 레이븐의 얼굴. 굳은 얼굴은 전염병처럼 미르세린 에게도 곧이어 전파되었다.


 “대신관 님. 손님이, 오셨습니다만.”

 “불청객 대하듯 그런 식으로 쳐다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미르세린 님.”

 “…오늘은 또 무슨 일이신지요. 케찰코아틀?”


 케찰코아틀이라는 남자는 거만하게 눈을 치켜뜨고서 미르세린을 응시했다. 그 얼굴에 엷게 어린 냉소가 기분 나쁜 한기를 내뿜는 것을 미르세린이 놓칠 리 없었음에도 그녀는 그 것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언급하지 않았다. 케찰코아틀은 다시 그녀를 찬찬히 훑어보더니 혀를 차며 불편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여전히 정식적인 복장이 아닌데요? 장신구나 목 짧은 장갑 따위는 말입니다.”

 “여자와 남자의 사고방식은 다를 수 밖예요. 게다가 저는 레이야 같이 당신이 원하시는 모범생 따위는 결단코 될 수 없으니까요.”


 한껏 비꼬는 식의 미르세린의 말투였지만 케찰코아틀은 그러냐 하는 식으로 피식 웃어 보이고는 미르세린을 안내라도 하는 듯이 손바닥을 뒤집어 신전을 가리켰다. 그를 데리고 신전 안으로 향하는 미르세린의 뒷모습에 불만스러움이 가득 차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것이었다.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던 레이븐이 돌멩이를 툭 찼다.


 “쳇, 이런.”

 “왜 그러시죠?”


 아직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는지 레이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풀죽어 있는 레이븐의 다음 말은 그런 레이야의 질문에 대한 대답인 동시에 신전 어디에선가 누군가에 의해 반복될 것이기도 했다.

 “저 사람, 오자마자 대뜸 뭐라는 줄 알아? 축제를 그만둬야 한다잖아. 나 원 참.”




 “축제를 그만 둬요!!”


 기어이 미르세린은 케찰코아틀 앞에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트렸다. 커다란 대신관의 방 전체가 미르세린의 음성으로 가득 찼다. 상대인 케찰코아틀은, 그럼에도 지극히 차분해 보였다.


 “‘그분’께서는 마족의 움직임에 대해 걱정을 하고 계십니다. 저번 일이 상당히 그들에게 충격…….”

 “마신왕이 공격당한 것 말이죠! 안 그래도 거기에 대해선 저도 할 말이 많았습니다. 어떤 비겁한 자가 그런 역겨운 짓을 저질렀단 말이죠?”

 “그 일은,”


 케찰코아틀 - 쿠굴칸이라고도 불리는 그의 어조에도 미묘한 변화가 일었다. 흐릿한 떨림이, 단정적이다시피 한 그의 목소리에서부터 일어 미르세린의 귀를 자극했다.


 “불문에 붙이기로 한 일입니다. 제가 당신께 일의 전말에 대해 설명해드릴 그 어떠한 이유도 없군요.”

 “…….”


 불만에 찬 표정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미르세린. 그 모습을 보며 쿠굴칸은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서 허리를 숙였다.


 “말씀은 분명히 전했습니다. 전 이만 물러가도록 하죠.”

 “그러시죠. ‘선한 신족’님.”


 비아냥거리는 어투의 미르세린의 말은 상대의 얼굴에 노기를 일으켰다. 불쾌한 얼굴을 한 채로 쿠굴칸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그 방에서 사라져 버렸다.


 “휴…….”


 의자 등받이에 깊숙이 기대앉은 미르세린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문 밖에서 엿듣고 있던 레이븐이 살짝 문을 열고 들어와 조심스레 물었다.


 “저, 미르세린님.”

 “말해.”

 “작업이 지체되고 있습니다만, 계속 진행해요?”


 순간 그는 섬뜩한 느낌을 받고 움찔거리며 한 걸음 물러섰다. 이 세상 어디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운 시선이 그를 쏘아보고 있었다.


 “누가 멈추래? 어서 끝내.”

 “하지만 그가,”

 “그 녀석, 정신병자에 위선자, 허풍쟁이 미치광이라고. 그렇게 말해. 축제는 예정대로 진행할 거야.”


 미르세린이 의자 뒤편에 있던 문을 열고 들어가 문을 닫아 버렸다. 쾅 하는 소리를 들으며 레이븐은 조심스레 빈 공간에 대고 물었다.


 “진짜 그렇게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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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삼 타이핑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생각보다도 글이 엉망이더군요;;
 일단 있는 대로 쳐서 올리지만, 도저히 못봐주겠다 싶은 건 표현만 조금 고칠거 같네요;;
 제목은 가제로, 일단 저렇게 갑니다. 딱 맘에 드는 제목이 안 떠오르네요. 이전에 썼던 제목도 별로고...

 그냥 해보는 거죠, 뭐. 어떻게든;;;
?
  • profile
    클레어^^ 2011.04.16 05:03

    아앗, 이번엔 중세 판타지네요?

    흐음... 본인도 예전 소설이 있긴 하지만 지금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아서 ㅠㅠ

    (그림동의 시라노님께서는 아실 겁니다 ㅠㅠ)

  • profile
    윤주[尹主] 2011.04.16 06:29

     사실 처음 소설쓸 때까지만 해도 제가 중세 판타지물만 계속 쓰게될 줄 알았어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오히려 현대 배경이 대부분이지만;;


     클레어 님뿐만 아니라 저도, 예전 소설 보니까 손발이 오그라드네요...처음엔 그냥, '아, 그런 글이 있었지' 생각해서 찾아본 건데, 올리려고 훑어보니 이건 뭐;;;

     그래도 끝까지 쳐보기라도 하려고 합니다...시라노님껜, 저도 도움 많이 받았네요. 이 글도 전에 올렸을 때 아마 보셨을 걸로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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