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19 05:13

현실과 꿈 아저씨편 -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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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시야는 좁았다. 그 안에는 한 쌍의 남녀가 가득 차있었다. 둘은 거짓 없이 순수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이었다. 호페퍼는 눈을 감았다.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서였다. 적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너무 이르잖아. 시간 없어. 좀 더 이 후의 시간으로 보여줘.”

호페퍼가 애서에게 건조한 어투로 말했다.

“그럼 결정적인 장면만 보여드리도록 하죠.”

이번엔 정상적인 시야가 들어왔다.

“몇 살 때지?”

“그건 모르겠고 4~7 꼬맹이 때 같습니다만.”



시야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냥 조그만한 방의 풍경일 뿐이었다. 그 장면은 한동안 계속 되었다.



“어디가 결정적이라는 거지?”

“당신에게 결정적인 시간만 보여드리는 겁니다. 제가 정하는 게 아니에요.”



애서가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 사이 소년의 시야에서 문이 점점 커져갔다. 한 쌍의 남녀가 낮은 목소리로 싸우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애를 혹사시킬 거죠?”

날카로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의 깊은 한 숨소리가 방 문 너머로 들려왔다.

“예전에 다 말했잖아. 그때 끝난 얘기를 왜 아직까지 꺼내는 거야?”

“그땐 내가 잠시 미쳤던 것 같아. 아니, 애가 태어나자마자 동굴에 가둬놓는 게 말이 돼냐고?”

“내가 언제 가둬놨어? 이렇게 매 달 데려오고 있잖아? 애도 재미있어 하는데 당신만 왜 이렇게 과민 반응이지?”

“다들 미쳤어....... 이건 틀렸다고요.”

아이는 방문을 살짝 열었다. 남자가 여자를 가볍게 안으며 귀에 속삭였다.

“원래 마법사가 돼는 것은 이렇게 어려운 거야. 현실의 규칙을 잊고 새로운 규칙을 배워야하는데 폐관수련 없이 될 리가 없잖아? 그렇기에 어려울수록 훌륭한 마법사가 돼지. 내가 전부 설명했잖아.”

여자를 안은 남자의 손에서 초록색 빛이 나왔다.

‘정신 제어 마법이다.’

호페퍼가 생각했다.

“그래 그랬지.”

여자가 뭔가에 홀린 듯 말했다.

“하지만 너무 과해.”

‘정신이 완전히 제어당하지 않았다!’

호페퍼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어떤 방어 마법도 보지 못했는데 정신 제어에서 벗어나다니? 그것도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라 겨우겨우 버티는 듯이 자신의 정신을 지키는 것 같았다.

‘의지만으로 마법에서 벗어날 수 있나?’

“이제 다 끝나가. 정말로.......”

남자가 말했다. 남자는 여자를 진정시키고 소년에게 다가갔다. 소년은 살포시 문을 닫고 의자에 앉아 능청을 떨기 시작했다.

“나가자!”

“오예!”



“동굴이라니, 무슨 말이지?”

호페퍼가 애서에게 물었다.

“낸들 알겠습니까? 조용히 보기나 하시죠.”

애서가 여전히 퉁명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끝나면 넌 죽었다.’

호페퍼가 표정의 변화 없이 생각했다.



아버지와 아들은 천천히 성벽을 끼며 돌고 있었다. 산책하는 듯 말이다. 너무나 전원적인, 가족적인, 졸린 장면이었다.

“이게 내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라고?”

“끝까지 보시죠. 분명 만족하실 겁니다.”

“호페퍼.”

남자가 말했다.

‘내 이름이다.’

호페퍼의 심장이 요동쳤다.

“네, 아빠.”

아빠라는 단어를 들은 호페퍼는 미칠 것 같았다. 사방에 있는 것들을 모두 때려부수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그는 겉으로 완벽한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시야 속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일 것이라는 짐작은 진작에 했었다. 그러나....... 불을 보는 것과 만지는 것이 같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동굴에서의 수련, 다 기억나니?”

“네. 물을 위로 흐르게 하고 나무 없이 불덩이를 만드는 훈련, 정말 재미있었어요.”

“가장 중요한 말, 잊지 않았지?”

아버지가 아들을 자상하게 보며 물었다.

“‘세상에 확실한 것은 없다.’. 매일 말했잖아요.”

아들도 천진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래 확실하게 알고 있구나.”



“멈춰.”

호페퍼가 말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 다음 장면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만, 이제 됐어.”

위험을 직감한 호페퍼가 말했다. 정말 말도 안되지만 그는 위험을 느꼈다.

“진심 이십니까?”

애서가 물었다. 호페퍼는 자기 멋대로인 사람이지만 이성적인 사람이기도 했다. 그가 다음 장면을 보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봐야 하는 이유가 천지에 널려있는 상황이었다.

“아니야. 계속해봐.”

호페퍼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늘 궁금해 했던 내용이었다. 자신의 부모, 자신의 고향. 그가 아무리 많고 깊은 지식으로 가지를 펼쳐도 항상 뿌리가 없는 느낌을 받았던 이유 아닌가? 알아야했다. 알고 싶어하지 않았나.



성문 앞에 부자가 섰다. 그의 아버지는 성문 쪽으로 등을 보이며 아들을 문 앞에 세웠다. 어깨를 단단히 잡고 움직이지 마라는 의사를 표현한 뒤에 그는 뒷걸음질 치며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아들.”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아빠.”

“나를 사랑하니?”

“그럼요.”

“그럼 엄마는?”

“당연하죠.”

아버지의 유치한 질문에 조숙한 아들은 약간의 비웃음을 섞어 대답했다.

“만약에- 아빠 엄마가 갑자기 사라져버린다면 어떨 것 같니?”

그가 물었다.

“신혼여행이라도 가시는 거에요?”

자신이 답했다. 호페퍼의 심장이 요동쳤다.

“아니, 어디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것 말이야. 아예 이 세상에서 없어지는 것 말이지.”

“에이, 그럴 리가 없잖아요.”

아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의 대답에 아버지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얘야,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네?”

“‘세상에 확실한 것은 없다.’.”

“그렇지만-.”

“그걸 익혀야 훌륭한 마법사가 될 수 있는 거란다.”

아버지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네, 알겠어요.”

억울한 아이가 한숨을 쉬며 답했다.

“아빠가 도와줄게.”

“네.”

아이는 한숨을 쉬며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려고 했다. 그의 아버지가 그의 어깨를 잡고 그것을 막았다.

“거기 잠깐만 서 있어봐. 이거 들고.”

아버지가 그에게 준 것은 하나의 쪽지였다.

“완전히, 확실하게 믿는 것, 그 것 조차 없어야 훌륭한 마법사가 될 수 있단다. 아빠는 하지 못 했어. 하지만 넌 할 수 있다.”

“아빠가 못한 걸 제가 어떻게 해요.”

 

“넌 할 수 있다. 아빠가 도와줄게.”

 

“알겠어요.......”

 

“열심히 해야 한다.”

 

아버지의 말을 들은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위에서 모래로.”

 

 

“안돼.”

호페퍼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넌 끝이다.’

애서가 생각했다.

 

 

“세상 모든 것은 먼지로-.”

 

 

“하지마!”

호페퍼가 고함을 쳤다! 그가 고함을 치자 애서의 세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흰색 공간은 드문드문 뚫려 검은 색을 보이거나 이전에 보였던 동굴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애서도 필사적이어서 그가 만들어낸 시야는 변하지 않았다.

 

 

“회기.”

그의 앞에서 마을을 둥글게 감싸고 있던 성벽의 바닥에서 밝은 빛이 나왔다. 그리고- 그곳은 거짓말처럼 거대한 구덩이가 되었고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시야가 사라졌다. 애서의 공간도 완전히 무너져 현실의 성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호페퍼는 고함을 지르다 기력을 다 사용했는지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야, 일어나.”

애서가 호페퍼를 발로 툭툭치며 말했다.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래, 누워있어라.”

애서는 비틀거리며 자신의 검을 꺼내들었다.

“영원히-.”

체중을 실은 애서의 칼은 호페퍼의 심장에 그대로 빨려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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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주[尹主] 2012.12.19 22:43
    안 잊고 올려주셨네요 ㅎ 잘 보고 갑니다~

    결말까지 올려주실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무리없이 여건이 되시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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