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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그렇듯, 저녁식사시간이 끝나면 호페퍼는 탑의 꼭대기로 올라갔다. 탄로르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리고 그에게서 뒤처지는 진도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초급을 빠르게 끝낸 지금은 전자의 용무만 보고 있었다.

 “들어오거라.”

 호페퍼가 문을 두드리자 탄로르가 말했다. 그는 쭈뼛쭈뼛 문을 열고 들어와선 작은 의자에 앉았다. 오직 그를 위한 의자였다.

 “그래 오늘은 뭘 배웠다고?”

 “불 속성 마법과 물 속성 마법을 배웠어요. 기후 마법도 배우고.”

 “, 한참 어려운 부분을 들어갔구나. 또 그만큼 재미있기도 하지. 그래, 너는 어느 쪽이 맞는 것 같니?”

 “둘 다 잘 맞았어요. 물 쪽이 약간 더 힘들긴 했지만.”

 “둘 다…… 맞았던 모양이구나.”

 탄로르는 그의 눈을 지긋이 쳐다봤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꼬마의 눈이었다. 그가 불의 마법과 물의 마법을 익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마법을 시연한 직후 각 선생들은 꼭대기에 와 보고를 했다. 이론 수업만 듣고 마법을 사용한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이 소년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불의 마법은……. 세상 모든 것이 불에 탄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한 마법이지. 심지어 물도 끓이면 연기가 되어 사라지니까. 모든 것들의 끝은 다 타버린 재라는 생각이지. 물의 마법은 물이 영원하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한 마법이고. 물은 끓여도 수증기가 되어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다시 땅으로 내려오니까. 그 영원한 존재가 세상의 근원이고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생각이고. 알고 있지?”

 “. 오늘 배웠어요.”

 “너는 두 생각 중 어떤 게 맞다 생각하니?”

 “둘 다 틀렸다고 생각해요.”

 소년은 지체하지 않고 답했다.

 “좀더, 좀더 설명해 줄 수 있겠니?”

 의외의 대답에 놀란 그가 물었다.

 “맞는 것은 없고……. 가끔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있는 거죠. 가끔은 물건이 탈 수 도 있고 가끔은 비도 내리잖아요?”

 “그래, 그럴 수도 있겠구나. 잘했다. 들어가 쉬거라.”

 “.”

 칭찬을 듣고 조금 신이 난 소년은 경쾌한 발걸음으로 나갔다. 노인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불의 마법과 물의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다. 둘의 세계관은 상극이야. 동시에 사용할 수 없어.’

 그는 여러 고서를 꺼내 자신이 표시한 부분을 읽어보았다. 소년이 엄청난 속도로 마법을 익힐 때 찾아놓은 부분이었다. 그 책들은 마법을 교육하는 방법을 연구한 책들이었다.

 ‘어린아이의 무지와 순수는 마법의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데에 적합하다……. 그래, 그래서 마법 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시작하지. 하지만 호페퍼가 마법을 잘 익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야. 그는 어떤 세계관도 받아들이지 않아. 자신만의 세계관이 있어. 그리고 그건 아마도…….’

 그는 창 밖으로 지나가는 그의 모습을 보았다. 그는 어두운 거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씩씩하게 걷고 있었다.

 ‘세상엔 어떤 규칙도 없다.’

 

 “, 너 뭐냐.”

 호페퍼가 기숙사를 돌아가려는 순간 어두운 골목에서 키가 큰 학생들이 그를 맞이했다.

 “너 뭔데 탄로르님에게 개인 교습을 받는 거야?”

 “, 저기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그들의 나이는 15~17 세로 한창 꼬여있고 누구에게나 시비를 걸고 싶은 반항적인 나이 대였다. 온갖 불만이 있는 그들은 즐거움을 찾기 힘든 폐쇄적인 환경에서 공격할 거리를 찾고 있었고, 유난히 튀는 호페퍼는 그들의 표적이 되었다.

 ‘친구 한둘은 사기고 이런 걸 당했으면 싶었는데.’

 호페퍼 침착하게 뒤로 물러나며 생각했다. 그는 연구소의 지리를 생각했다. 기숙사를 지키는 경비병과는 너무 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해결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몰래 발로 작은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수작부리지 말고 대답해!”

 그 중 한 청년이 그를 밀치며 답했다. 그들의 모든 시선은 호페퍼에게 있었으므로 어두운 밤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모든 행동들이 눈에 띄었다. 그가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 일지라도 마법을 사용할 시간을 주지 않으면 딱히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각 임무에 강력한 마법사를 보내면서 그 무리 안에 기사를 포함하는 것은 그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였다. 지금 그에겐 기사가 없었다. 힘 없는 소년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마법을 익히는 것은 굉장히 괴로운 일이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진짜로 믿고 자기가 자신을 속여야 하는 일. 쉬울 리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그것을 위해 가족과도 떨어지고 수도사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어린 아이들은 굉장히 예민했다. 누구나 열심히 했지만 성과에는 차이가 있었고 그 작은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서로를 질투하고 뒤에선 몰래 방해했다. 그러던 와중 호페퍼가 나타난 것이다. 밤의 어둠은 무리의 특성과 어우러져 그들에게 광기를 선물했다. 한 학생이 위협용으로 준비했던 단도를 꺼냈다.

 “꺼져버려.”

 그는 그의 배에 작은 상처를 낼 심산으로 칼을 휘둘렀다. 초보 마법사가 방어막을 형성하기엔 너무 빠른 시간이었다. 호페퍼는 죽음의 순간에서 환상을 보았다. 마차의 덜컹거림까지 기억나는 생생한 환상이었다. 그는 마차의 짐칸에 걸쳐 앉아 자신이 가는 길을 보고 있었다. 그는 공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것은 공터가 아니라 거대한 구덩이였다. 그는 정신을 잃었다.

 “어린 놈들이 벌써부터 그런걸 가지고 놀면 안되지.”

 호페퍼가 일어나며 말했다. 그에게 칼질을 하려 했던 소년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 뭐야?”

 갑작스런 변화에 당황한 아이들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발을 땔 수 없었다. 상당히 두려운 상황이었으나 겁을 먹어 얼어 붙은 것이 아니었다. 호페퍼가 기의 운용을 통해 그들의 움직임을 봉쇄한 것이었다.

 “안타깝군. 꿈나무들이…….”

 얼어붙은 아이들은 돌에 세워놓은 나뭇가지처럼 픽픽 쓰러졌다.

 “이렇게 죽다니.”

 호페퍼가 중얼거렸다.

 “거기까지다.”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그가 돌아봤다. 탄로르였다.

 “무슨 짓이냐!”

 “정당 방위였다고요. 봐주세요.”

 갑작스럽게 느껴진 거대한 기운에 뛰쳐나온 탄로르는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아이들은 모두 죽어있었다.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호페퍼가 죽인 것이다.

 “전부터 수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런 아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경우에 따라선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어요?”

 탄로르의 주변에 여러 마법진들이 생겨났다. 그것을 발견한 탄로르는 높은 밀도의 방어막을 만들어 그것들이 형성되는 것을 막았다. 호페퍼는 팔짱을 끼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마법진은 탄로르가 서있는 바닥에서, 방어막의 안팎에서 끊임없이 생성되었다. 탄로르는 그것들을 발로 지우고 기의 흐름으로 지우며 분전했지만 노년의 마법사에겐 역부족이었다. 그 또한 그의 학생들처럼 얼어붙고 말았다.

 호페퍼는 기숙사로 들어가 태연히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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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클레어^^ 2012.08.01 07:18
    허, 헉...
    설마 어린 호페퍼... 무슨 마왕이나 그런 어두운 세력에게 잡혀있었던 건 아니겠죠?
    아니면 저주라든가...;;
  • profile
    윤주[尹主] 2012.08.01 15:34
    기를 운용한다고 하니까 무협 얘기처럼 들리네요;
    정말 호페퍼의 정체는 뭘까요...마족이기라도 한 걸까요?
    아무튼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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