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14 12:51

현실과 꿈 아저씨편 -4

조회 수 450 추천 수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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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성주와 직원들이 회의를 하며 식사를 했던 기다란 식탁, 지금은 오직 한 남자만을 위한 것이 되었다. 창백한 인상에 갈색 콧수염을 기른 그는 열심히 고기를 썰고 있었다.

 “애서님, 돌아왔습니다.”

 왜소한 상반신에 대비되는 육중한 하반신을 가진 검은 괴물이었다. 상당히 메마르고 거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문 밖에서 현 성주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 성주는 전 성주를 죽이고 괴물과 함께 이 성을 차지했다. 약간 이상한 표현이지만 말 그대로였다. 그가 이 성에 쳐들어왔을 때 그는 혼자였다. 혼자 모든 군인을 죽이고 마을 사람들을 자신의 노예로 만들었다. 누구도 그에게 저항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괴물이었다. 완벽히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마계에선 온 자였기 때문에, 엄밀하게 분류하자면 괴물이 맞았다. 그는 성을 차지하고 자신의 부하들을 불러들였다. 그가 입은 피해는 전혀 없었다.

 그리고 그는 굉장히 성격이 좋지 않았다. 아무리 중요한 정보를 가진 부하여도 냄새가 난다거나 계속 보기 괴로운 경우에는 자신이 있는 곳에 들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호출하는 괴물을 잠시 지켜보았다.

 “들어와.”

 괴물을 들어와 인사를 했다. 들어오긴 했으나 상당히 거리를 두고 있었다.

 “군대를 격파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식사 중이었기 때문에 길게 말할 수 없었다.

 “포로도 잡아왔습니다.”

 “직책은.”

 “지휘관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데려와.”

 그가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그 후 갑옷을 입은 둘이 포박한 상처투성이 군인을 데려왔다.

 “풀어줘.”

 두 병사는 머뭇거리며 밧줄을 풀어주었다.

 “니들이 사람이냐!”

 포박에서 풀어난 그가 둘을 노려보며 말했다. 굉장한 패기였다. 그는 많이 초췌해 보였지만 박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식사를 하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 그의 속에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올라오면서 성의 보안을 살펴보았었다. 각 입구를 괴물들이 지키고 있었다. 최소 둘 이상이었고 둘을 상대하기는 지금 그의 상태로 무리였다. 그러나 이 방에는 단 하나의 괴물뿐이었다.

 ‘아마 죽겠지만……. 어차피 죽거나 영원히 갇히거나…….’

 “어디로 가던 길이었나요?”

 그가 자신의 입을 닦으며 말했다.

 “그건 왜 묻는 거냐.”

 “지원 병력을 끊었으니까 점령하기 쉬울 거 아닙니까?”

 “쓰레기! 같은 인간이 어떻게!”

 “나이 많습니까? 왜 초면에 반말을…….”

 군인은 자신의 오른쪽에 있던 병사의 목에 정권을 날려 그를 쓰러트리고 그 병사의 검을 꺼내 왼쪽에 있던 병사를 배었다. 온통 붉은 색 피가 낭자했다.

 “흐얍!”

 그리고 그는 단숨에 뒤로 뛰어올라 회전하며 괴물을 배었다. 괴물 비명을 질렀고 그의 상반신과 하반신은 두동강이 나면서 붉은 피와 내장을 쏟아냈다. 그리고 그는 정면을 응시했다. 성주는 여전히 앉아 아무런 흔들림 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 놈 차례다.”

 “아니야.”

 “?”

 “내 차례 아니라고.”

 그리고 그들은 사라졌다.

 “성주님!”

 비명소리를 들은 많은 괴물들이 그가 식사를 하던 방으로 들어왔다. 방에는 두 구의 시체가 뿜어낸 피로 난장판이 된 상태였다. 얼마 후 성주와 군인이 각자의 자리에서 나타났다. 괴물들은 그에게 달려들었다.

 “누가 들어오라고 했지?”

 성주가 괴물들을 보며 차갑게 물었다. 괴물들은 뒷걸음질치며 문 밖으로 나갔다.

 “얘기 끝났으니까 데리고 나가. 좀 씻기고 먹여서 재워. 앞으로 걔도 병사다.”

 그는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아직 고기 덩어리가 남아 있었다. 괴물들은 시체와 군인을 가지고 나갔다. 하녀들이 들어와 기겁을 한 표정으로 핏자국과 남은 내정들을 치웠다.

 “, 너무 쉽다.”

 그가 천상을 보고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그리고 다시 식사를 재개했다.

 

 

 

 

 “이상해.”

 아저씨가 찡그리며 말했다.

 “그래? 그럼 아저씨가 좋은 거 골라봐.”

 호페퍼가 말했다. 그는 옷 가게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문득 이 상황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둘이서 이게 뭐 하는 거지.’

 “그냥 아무거나 사자.”

 “그래? 그러던가. 근데 한 벌은 모자를 것 같은데. 좀 더 골라봐.”

 “같은 걸로 또 살게.”

 ‘옷에 전혀 관심이 없구나.’

 그렇게 쇼핑을 마친 그들은 괜찮은 식당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좁은 식장이 손님들로 꽉 차 있는 곳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굉장히 맛있는 곳인가 봐.”

 호페퍼가 설렌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들이 자리에 앉은 뒤 얼마 후에 식당 주인이 직접 주문을 돕기 위해 나왔다.

 “고르시면 불러주세요.”

 그녀는 생글생글한 미소를 지으며 메뉴판을 건네주곤 조리대로 돌아갔다. 굉장한 미인이었다. 눈은 약간 찢어졌고 손은 거칠었으며 약간 통통하기도 했는데, 그녀가 미인이라는 것에는 반론이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그녀는 굉장한 미인이었다. 건강하고 흰 피부하며, 윤기가 흐르는 노란 머리칼, 매력적인 눈매 모두 그녀가 미인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었지만, 가장 큰 증거는 그녀의 표정이었다. 그녀는 너무나 환상적인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식당 주인으로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미모였다.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돌아가는 주인의 뒤태를 감상했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거기 있었다.

 “맛이 없을지도 모르겠군.”

 아저씨가 속삭였다.

 “? 그게 갑자기 무슨 말?”

 호페퍼가 여전히 그녀를 주시하며 말했다.

 “식당 주인의 외모와 요리 실력은 반비례 할 때가 많거든!”

 “그럼 굉장히 맛이 없겠군.”

 “뭐 먹지……. 여기 닭찜이나 먹을까?”

 “닭은 싫어.”

 호페퍼가 말했다.

 그들은 킥킥대며 식당 주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음식을 고르고 주인을 불러냈다.

 “여기, 볶음밥하고 바비큐하고 주세요.”

 호페퍼가 말했다.

 “네 갔다 드릴게요.”

 주인이 또 다시 웃으며 대답했다. 중독성이 있는 장관이었다. 그들은 또 다시 빠져들었다.

 “저기 아가씨.”

 아저씨가 자신의 중저음을 살리며 그녀를 불렀다. 그녀는 30대 초 중반으로 보이는 엄연한 숙녀였으나 그에 비하면 어렸기에 그는 그녀를 그렇게 부르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듣는 말이네요.”

 그녀가 킥킥거리며 돌아왔다.

 “이름이 뭐야?”

 “제누에요.”

 “, 제누!”

 “아뇨, 제누에.”

 “그래? …….”

 그는 예쁜 이름이네.’라는 말을 하려고 했다. 누구나 자식의 이름은 예쁘게 지으려고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에게 제누에는 아무리 곱씹어도 예쁘게 들리지 않았다.

 “특이한 이름이네.”

 “그런가요? 또 그런 말은 처음 듣네요.”

 그녀는 미세하게나마 더 크게 웃었다. 호페퍼는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는 음식을 내오기 위해 돌아갔고 호페퍼는 입을 열었다.

 “’제누에는 정말 흔한 이름이야.”

 “그래?”

 “아저씨, 꿈이라면서 저 여자한테 왜 껄떡대는 거야?”

 조금 망설이던 호페퍼가 물었다. 그도 그녀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이름 물어본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아저씨, 여기 꿈이라며? 근데 왜 이렇게 적극적이야?”

 “잃을게 없잖아?”

 아저씨가 답했다. 약간 조급해 보이는 호페퍼와 달리 평안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봐 형씨들, 여기 처음이지?”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거구에 무서운 인상을 한 남성이 그들에 물었다.

 ‘조금 아니꼽게 보였나.’

 아저씨가 생각했다.

 “여기선 최대한 단순한 음식을 시키는 거야.”

 그가 노란 스프를 먹으며 말했다.

 “이곳엔 무슨 일로 오셨어요? 요즘 마을간의 교류가 별로 없던데.”

 그녀가 음식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업무가 있어서.”

 호페퍼가 답했다. 제법 여유가 있는 표현이었으나, 갑작스러운 물음에 어버버하다 허둥지둥 하는 모습을 보였다.

 “- 그럼 며칠 못 보려나? 그래도 자주 오세요. 저희 집, 술도 파니까.”

 그녀의 말에 호페퍼는 얼굴이 빨개져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갓 스무 살을 넘긴 그에게 그녀는 너무 매력적이었다. 이윽고 그녀가 돌아가고, 그는 아저씨에게 고개를 숙여 조용히 말을 걸었다.

 “아저씨, 아저씨 현실에서 저런 여자는 어때? 예쁜 편이야?”

 호페퍼의 물음에 그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굉장히 매력적인 편이지.”

 “사람 보는 눈은 똑같군!”

 “그렇다기 보단, 내 꿈이니까.”

 그가 바비큐를 썰어 자신의 입에 집어 넣고 말했다.

 “그래. . 큭큭!”

 호페퍼도 웃으며 자신의 볶음밥을 먹었다. 그들은 잠시 말을 잃고 앉아 있었다.

 “넌 어때?”

 아저씨가 물을 들이키고 물었다.

 “아저씨 말이 맞네. 반비례…….”

 잠시 여유가 생긴 주인은 호기심이 생긴 듯 오묘한 미소를 지으며 팔짱을 낀 채 처음 보는 이방인 두 명을 주시했다. 그들은 각자의 음식을 자신의 입 속에 구겨 넣었다. 지옥 같은 식사시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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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2.06.14 16:10

    성주가 가진 능력이 뭘까요? 궁금해지네요.
    술집에서의 이벤트도 재밌게 봤어요. 과연...지옥 같은 식사시간이로군요 ㅎ
    잘 봤습니다^^

  • profile
    클레어^^ 2012.06.15 05:00
    흐음... 클레어는 외모도 아니고 요리 솜씨도 아닌데...
    으아아앙~!(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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