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12 18:36

현실과 꿈 아저씨편 -3

조회 수 385 추천 수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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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났다. 잠이 들자마자 꿈에서 깨어났다. 이상한 꿈이었다. 지금은 그냥 몽롱하고 나른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렇다. 꿈이지만 너무 생생해. 아직도 전부 기억이 나는걸. 아무리 특이한 꿈을 꿔도 이렇게 완벽히 기억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미안한데 오늘은 좀 일찍 퇴근할게.”

 아직 4시도 안된 시간이지만 아무도 나를 말리지 않는다. 내가 최 고참에다가 건들 사람도 없으니까.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제가 없을 것이다. 이건 그만큼 높은 위치에 있다는 해석도 할 수 있겠지만, 아무것도 아니라는 해석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지금은 내가 관여하는 일이 많지만, 이젠 질린다. 위임을 해야 할 나이가 오기도 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집이다. 운전이 무리일 것 같아서 택시를 타고 왔는데 정말 다행이지 않나. 이 기분은 뭐지? 졸린 것은 아닌데 모든 감각이……. 뿌연 느낌이다. 내일 병원이나 갔다 와야겠어. 지금은 다 귀찮아서 뭘 못하겠고. 잠이나 자야겠다.

 

 

 “깼어? 잘 자네.”

 청년이 실실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이어지는 건가?

 그가 일어나 앉아 생각했다. 게다가 지금 막 일어난 때인데도 자기 전보다 감각이 생생했다. 불편한 잠자리에서 오는 찌뿌둥함과 아침 초원의 상쾌한 바람이 밤새 그의 얼굴에 쌓여있던 먼지를 털어냈다.

 “아저씨, 이제 마을로 들어갈 건데, 그 전에 알아야 할게 있어.”

 그는 고개를 돌려 청년을 바라보았다.

 ‘얘 이름이 뭐였더라.’

 “정신차리고 들어봐 봐, 지금은 정말 혼란스러운 시기야. 성에서 이방인을 받는 것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거든. 물론 나는 유명하도 유익한 사람이지만 아저씨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나타난 사람들이 있는 성은 모두 함락당했으니까. 아저씨는 그 사실을 숨겨야 해.”

 “그래?”

 “. 아저씨 뭐라고 속일까?”

 그는 배가 고파왔다. 호페퍼가 가지고 있는 식량이란 것은 영양을 보충하기에는 괜찮은 느낌이었으나 맛은 영 아니었기 때문에 좀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싶은 것이 그의 현재 솔직한 심정이었다.

 “아버지 어때?”

 실제로 그들은 약간 닮은 것이 있었다. 첫인상이랄까? 풍겨오는 분위기가 신기하게 비슷한 그들이었다. 한 명은 조용하고 다른 한 명은 시끄러웠지만 그들은 죽이 잘 맞았다. 그의 말에 호페퍼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그건 들킬 위험이 커. 공통된 기억이 많이 필요하니까. -”

 그는 생각에 잠겼다.

 ‘아버지라.’

 호페퍼가 생각했다. 그는 가족이 없었다. 그는 심지어 고향도 없었다. 수도로 상경했을 때 그는 어렸을 때의 기억을 잃은 상태였다. 아니, 버린 상태였다. 그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기억은 기억을 지우는 마법을 자신에게 사용한 것이었다. 당시 그는 엄청난 마법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가족’, ‘고향에 관한 단어가 들릴 때면 사색에 잠기고는 했다. 호페퍼는 그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만약 자신에게 아버지가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봐?”

 그가 호페퍼를 불렀다.

 “, 미안. ‘아버지는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고. 제자로 하자.”

 “제자?”

 “. 나 제자 많거든. 아저씨보다 늙은 사람도 있었어.”

 “그럼 그렇게 하지.”

 “가서 어쩔 수 없을 때 아니면 입 열지 말고.”

 청년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성을 향해 걸었다. 호페퍼가 소개한 것처럼 거대한 성이었기 때문에 아주 멀리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색 점으로 선명하게 보였다. 그들은 점점 더 성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저씨는 가서 뭐 할거야?”

 “하긴 뭘 해 시간 지나면 깨는 데.”

 “, 꿈이라고 했지. 크크크.”

 그가 킥킥대며 말했다. 아저씨는 무시하고 계속해서 걸었다.

 “내가 마냥 아저씨랑 같이 있을 수는 없는데, 근데 두고 가면 적응도 못하고 굶어 죽을 것 같단 말이지.”

 “그러는 너는 가서 뭐하게?”

 “거기서 해달라는 거 해야지.”

 청년이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왔다.”

 둘은 성에 도착했다. 성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경비병은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요즘 영 흉흉해서 말이지…….”

 호페퍼가 중얼거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수도에서 온 마법사입니다.”

 “성함이?”

 “호페퍼라고 합니다만.”

 그 이름을 들은 경비병은 깜짝 놀라 내려갔다. 그리고 호페퍼는 아저씨에게 거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곧이어 성문이 열리고 검은 망토를 두른 남자와 그의 부하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왔다.

 “호페퍼님 환영합니다!”

 “, . 안녕하세요.”

 “수도에서 뵙고 정말 오랜만에 뵙는군요.”

 “오 그런 적이 있었나요?”

 “독대를 한적은 없었기 때문에 호페퍼님은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들어오시죠. 그런데……. 뒤에 있는 분은 누구시죠?”

 그들을 맞이하던 성주가 낯선 얼굴을 보고 물었다.

 “제 제자입니다.”

 “, 성함이?”

 ‘아차!’

 호페퍼가 생각했다. 그의 이름이 이상하다면 충분한 근거는 되지 않겠으나 그래도 의심을 살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었다.

 “진페퍼라고, 잘 모르실 겁니다.”

 “, …….”

 ‘이상한 이름이다.’

 성주와 아저씨가 생각했다. 애초에 호페퍼는 거짓말에 능숙한 사람이 아니었다. 조금 예의가 없지만 솔직한 언사로 유명한 그였다. 그들은 성주의 성에 있는 응접실로가 대화를 나누었다.

 

 “저희 성에는 무슨 일로?”

 “수도에서 보낸다는 지원군이 저희 입니다.”

 “!”

 호페퍼의 말에 성주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 호페퍼님이라면 안심이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혼자는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제 제자님과 같이 온 거 아니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호페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주는 우리가 성에서 묵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정말이야?”

 “거짓말이야.”

 호페퍼가 빠르게 답했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었다.

 “뭐야, 진짜 지원군이 오기로 한 눈치던데? 그쪽이 오면 금방 들통날 거 아니야?”

 “안 와.”

 그의 난데없는 단답에 잠시 대화가 중단되었다. 호페퍼는 바닥을 보고 있었다.

 “다 죽었어. 그 괴물 무리 한태. 갑자기 인간의 기가 대거 사라지길래 쫓아가서 그 무리를 발견했고, 그것들이 어디로 가는지 미행했을 때 아저씨를 만난 거야.”

 “…….”

 “가만히 있으면 이 성 사람들 다 죽어. 서로 좋은 거짓말이지.”

 “근데 너 혼자 군대가 할 일을 할 수 있다는 건가?”

 “성을 지키는 데에는 군대가 좋겠지. 확실히 군대가 하는 일은 할 수 없어.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뭔데?”

 “내가 지켜내는 것은 잘 못하지만, 파괴하는 건 잘하거든.”

 “아하, 네가 이 성을 파괴해서 괴물에게 함락당하는 것을 막을 생각이구나!”

 “그렇지.”

 호페퍼가 웃으며 답했다.

 

 “아니지! 아저씨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게 말이 돼? 내가 그런 짓을 왜 해?”

 “아님 말고.”

 아저씨가 나른한 듯 답했다.

 “적의 본거지를 박살 내는 거지!”

 “어딘지 알아?”

 “마을간에 교류가 끊긴 곳 중에 하나겠지.”

 “그런 곳이 많은 가봐?”

 “…그래. 예전엔 번성하던 성 중에도 폐허가 된 곳이 많아. 시체가 나뒹구는데도 정리할 인력조차 없고.”

 “그런가.”

 아저씨가 의자에 편하게 앉으며 말했다.

 “아저씨 아무렇지도 않아? 아무 느낌도 없어?”

 “뭐가?”

 “나도 나가면 냉정하다는 소리 많이 듣지만, 이런 얘기 들으면 흠칫하거든?”

 “꿈이잖아.”

 “.”

 정적이 흘렀다.

 “아저씨는 마법을 배워야겠다. 타고났어.”

 “타고나면 해야 하는 건가?”

 “재능이 아깝잖아. 아님 뭐하게? 아저씨 나 한태 안배우면 밥도 못 사먹을걸?”

 ‘진짜 아님 뭐하지…….’

 “그렇게 하지.”

 잠깐 고민을 했던 그는 그것을 수락하기로 했다. 딱히 할 일도 없었던 그였다.

 대화를 마친 그들은 서로의 짐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호페퍼야 간소하게나마 짐이 있었지만 그는 혈혈단신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저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꿈 속에서 그가 가진 생각은 사간이나 때우자.’ 였다. 아무리 특이한 경험이라도, 그에게는 꿈일 뿐이었다. 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굳이 놀랄 필요가 있겠는가? 그저 순간의 새로움을 즐기면 그만이었던 것이다.

 “근데 내가 재능이 있다고?”

 문득 호기심이 생긴 그가 호페퍼에게 물었다.

 “.”

 “어떻게 알아? 뭐시냐……. 기운으로 아는 거야?”

 “아저씨가 기운이 좋긴 해. 근데 그거 보다. 현실을……. 아니, 이 곳을 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재능이지.”

 “?”

 “전에 말하지 않았나? 마법은 연상이라고. 아저씨는 환각이라고 했고.”

 “그랬던 것 같기도 하네.”

 “굉장히 젊은 성격이지만 나이는 못 속이는군……. 바로 어제 한 얘기인데.”

 호페퍼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계속해봐.”

 “’환각이라는 시선으로 본다면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 우선 되야 한다는 거거든. 그래서 여기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마법을 사용할 수 없어.”

 “그런데 왜 내가…?”

 “꿈이라며. 꿈에서 안될 게 뭐 있어?”

 “, 그렇군.”

 그는 출출함을 느꼈다. 아침에 대충 식사를 했으나 나이는 못 속이는 것이었다.

 “배 안고프냐?”

 “-. 성에서 식사를 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호페퍼는 그의 복장을 훑어 보았다. 괴상한 옷이었다. 게다가 짐도 없이 한 벌로 버티는 것은 좀 더러워 보이기도 했다.

 “나가서 먹자. 아저씨 옷도 사고.”

 호페퍼가 문 앞에 서서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따라가면 즐거울 것 같다.’

 그는 생각했다. 이것은 꿈이었다. 꿈에서 즐거움을 찾으려는 것은 그리 고민할 일이 아니었으나 그는 생각이 많은 시기였고 현실에선 우울증 비슷한 것을 겪고 있었다. 꿈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 왠지 현실을 도피하려는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이 현실에서 우울한 것을 반증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꿈을 꾸는 것 아닐까?

 ‘나는 분명 사람이다. 나비가 아니야. 이건 확실한데……. 나비 쪽이 더 즐거운 것 같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호페퍼를 바라보았다. 호페퍼도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즐거운 걸 마다할 필요는 없지.’

 “네가 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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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2.06.13 05:01
    꿈에 빠져드는 과정이 마치 게임에 빠져드는 것과 비슷하네요 ㅎ
    이번화도 잘 봤어요~
  • profile
    클레어^^ 2012.06.13 05:05
    호오~. 꿈을 꾸면 가상현실로~.
    (클레어도 그런 경험 해 보고 싶네요... 아마 그러면 데이비드와 함께 노인공경킥을 날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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