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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돌아가자마자 형은 아버지에게 불려갔다. 장남인 만큼 해야할 일도 많을 것이다. 그렇게 레이는 자신과 놀아주지 못하고 미안해하던 형을 머리 속으로 잊어버리려고 했다. 그리고 늘 가지고 놀던 하모니카를 들어 연주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선율이었다. 그 누구도 반해버릴 듯한. 그러나 레이는 형을 빼고는 자신의 연주를 들여준 적이 없었다.


 쾅!


 갑작스럽게 문이 열렸다. 샤이는 조금 급해보이는 듯 했다.


"형, 무슨 일이야?"


"레이...."


 아니다, 방금 그 얼굴은 조급했던 게 아니라 무서웠던 것이다. 레이는 형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것을 느낀 레이는 얼굴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갑작스럽게 다가온 형의 입술. 가벼운 입맞춤으로 형은 레이에게 자신의 모든 애정을 나타내보인 것이다.


"레이, 아버지는 무슨 일이 생기게 되면 널 두고 가라고 하셨지만.... 난 그럴 수 없어."


 샤이는 레이에게 속삭였다. 레이는 알고있었다. 아버지는 자신이 형에게 방해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역시 자신의 동생과는 그다지 친하다고 할 만한 사이는 아니었다. 아버지는 자신에게 애정을 쏟는 형을 못마땅해했다. 이번에도 형을 위해 날 버리라고 했었던 것이리라. 그러나 그 보다 중요한 건 지금 그 '무슨 일'이 벌어지기라도 했단 말인가.


"우선 집에서 멀리 떨어져야해. 레이, 형을 따라올 수 있겠어?"


 레이는 형에게 걱정을 주고 싶지 않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는 샤이가 이끄는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그들은 복도를 달렸다. 레이는 복도를 달리던 중 창 밖의 먼 곳에서 희미한 빛이 보이는 걸 발견했다.


"형. 저기 빛이...."


 샤이는 레이의 대답을 들었음에도 그냥 무시하고 달리기만 했다. 그리고 곧 뒷쪽 창고에 이르렀다. 샤이는 쌓여있는 나무상자들 사이에서 몇가지 허름한 옷과 돈주머니를 챙겼다. 그리고 자신은 긴 검을 허리에 차고 레이에게는 작은 호신용 단검을 쥐어주었다.


"레이."


 샤이는 작게 레이를 불렀다.


"난 너에게 그 단검을 쓰게 하고 싶지 않아. 넌 내가 지킬테니까. 그러니 내 곁에서 떨어지면 안돼. 알아들었지?"


 레이는 작게 대답했다. 레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형의 눈빛이 너무나도 슬프게 보인 듯 했다. 샤이는 말 한 마리를 끌고왔다. 그리고 레이를 먼저 말에 태운 후 고삐를 이끌고 문 쪽으로 향했다. 문을 열기 전 샤이는 작게 중얼거렸다.


"너에게 만큼은 알게 하고 싶지 않아...."


 샤이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곧바로 말에 타고 달렸다. 그리고 저택의 뒤에 있는 숲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저택의 넓은 들판을 채 벗어나기도 전에 샤이는 말을 멈추고야 말았다. 그를 멈추게 한 것은 삼촌과 자신들의 저택을 지키고 있던 호위병들이었다.


"비켜주십시오, 제라스 삼촌."


 그들의 삼촌인 제라스 베르페라드는 전형적인 출세지향적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에 걸맞는 능력과 뛰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는 자였다.


"이거이거, 조카들아 어디를 가는게냐? 삼촌이 왔는데 함께 놀지도 않겠다는거냐?"


"비키세요! 당신과 할 예기는 없습니다!"


 샤이의 눈동자는 떨리고 있었다.


"왜 그러는 거지? 이 삼촌이 뭘 잘못했다고 그러는지 모르겠구나."


 제라스의 입은 계속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에 반해 샤이는 온 몸이 떨고 있었다. 그 움직임이 말에게 전해졌는지 말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자, 어서 말해보렴. 내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느냐."


"다, 당신이...."


 말 조차 떨려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레이는 그런 샤이의 손을 꽉 쥐어주었다.


"형, 너무 불안해 하지마. 형은 항상 내 곁에서 날 지켜주겠다고 했잖아?"


 샤이의 떨림이 멈추었다. 제라스를 바라보는 샤이의 눈은 무서움과 두려움에서 증오로 불타올랐다.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거야."


 샤이는 말의 고삐를 당겼다. 그리고 제라스를 향해 달려갔다.


"레이 잠시만 부탁해. 그냥 잡고만 있어."


 샤이는 고삐를 레이에게 쥐어주고 빈 손으로 레이의 눈을 가렸다. 샤이는 옆에 매둔 검을 빼들었다. 그리고 앞을 가로막는 병사들에게 휘둘렀다. 샤이의 검은 병사들이 입은 갑옷의 좁은 이음새를 노려들었고 샤이의 검이 휘둘러질 때 마다 병사들은 쓰러져갔다. 제라스의 곁에 남아있던 병사는 어느새 스물에서 열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샤이는 줄어든 병사들 사이로 저택을 벗어나려고 했다. 제라스에게 검을 겨눌 시간이 없었다. 기회는 이번 밖에 없을지 모르지만 레이 만큼은 꼭 살려야했다. 그들로 부터 어느정도 떨어지고 곧 들판을 벗어날 때가 되었을 때 샤이는 레이의 눈을 가리던 손을 치워주고 품에서 주머니를 꺼내었다.


"레이. 이걸 너에게 줄게."


"이게 뭐야?"


 자신의 품 안에 들어온 주머니는 차가웠다. 샤이의 품안에 들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레이. 이건 네거야. 꼭 너에게 주고 싶었어."


 샤이는 레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몸이 기울어졌다. 중심을 잃은 샤이는 말에서 넘어졌다. 샤이는 레이에게 소리쳤다.


"레이! 꽉 쥐고 있어! 절대 멈추면 안돼!"


 샤이가 그렇게 말을 한다해도 멈출 수 없었다. 아니 멈추는 방법을 몰랐다. 그저 고삐를 꽉 쥐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레이를 태운 말은 샤이로 부터 점점 더 멀어져 갔다.


 


 


P.S:3갈래로 가려던 걸 2갈래로 그냥 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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