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18 17:15

(비평)정화 이야기

조회 수 402 추천 수 2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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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화가 학교에 안 나온 지 1주일이 됐다.

 

정화는 부러움과 질투, 비난의 대상이었다. 오늘도 고등학교 정문 앞에는 남학생들이 모여있었다. 예비 연예인은 우리에게 그들의 전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학교에 직접 나오지도 않고.

 ! 결석이레!

  한 학생이 전화를 끊으며 말했다.

 ? 썅……”

 내가 하교 길에 본 남학생들은 지나가는 여학생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욕을 하며 돌아갔고 일부는 침을 뱉고 돌아갔다. 그래도 남아있는 이전 대비 극소수의 열명 정도의 남학생들은 낚시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는지 발꿈치를 들며 교문 안을 기웃거렸다. 경비아저씨도 교문 안에서 학교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화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 애다. 오늘도 교문을 나서며 우리 학교 학생들은 정화에게 질투를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막나가는 애가 그렇게 좋을까? 진짜 남자들은 얼굴만 보는구나…… 걔 학교도 엄청 빠지는데.

 특히 좀 예쁜 애들이 더 심하게 질투했다. 사실 옆에 서있으면 못생겨 보일 정도인 애들이었지만…… 또래 애들에게만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남자 선생님들도 엄청 좋아했다. 얼굴만 보면 실실……

 혼자 자취를 하는 정화는 자기 돈 내고 저녁을 먹어 본적이 없다고 했다. 지금은 회사원이랑 사귀고 있으니까 아마 그 아저씨에게 얻어 먹고 있겠지. 그 아저씨도 뭘 좀 먹고 있겠고. 평소와 같은데, 일상이 반복되는 일인데 걱정이 된다. 정화가 전화를 안받는다.

 

 한달 전에 선생님이 자기 집에 찾아온 적이 있었다고 했다. 가정방문차 담임선생님이 왔었다고. 치킨을 들고 계셨다고 했다. BBQ였다고 했다. 그리고 마루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다가.

까지 들었다. 그 이후로는 말을 안 했다. 미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내게 한 말은 매점에 가자는 말이었다.

 

 어제는 자기가 다른 선생님 집에 놀러 간다고 말했다. 잘생긴 총각 수학선생님. 전부터 정화를 유심히 봤던 것을 내가 유심히 봤었다. 사실 모든 남자들이 정화를 유심히 보지만. 암튼 그렇게 말하고 오늘 학교에 오지 않았다. 담임선생님은 하루종일 기분 나쁜 표정을 짓고 우리 반에서 수학 제일 잘하는 애가 질문을 했을 때 집에 가서 한번 더 풀어보라고 했다. 이런 반응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모두 당황했었다.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당시 선생님의 표정으로는 무슨 일을 하든 대수로운 일이었다.

“야, 오늘 이신정 선생님 학교 안 왔지?

 내가 지나가던 다른 반 친구에게 물어봤다.

“응. 너도 신정 쌤한테 관심 있구나. 크히히히. 쌤 아픈 걸까? 그제에는 멀쩡했는데.

 친구가 웃으면서 답했다. 아 괜히 물어봤다. 그렇게 갈림길이 나올 때까지 어색한 정적 속에서 집으로 걸어갔다. 정화네 집으로.

 똑똑똑.

 , 지연아!

 내가 문을 두드리자 정화는 바로 문을 열어줬다. 숫기 없는 나를 보고 조용한 친구가 좋다며 먼저 접근한 쾌활한 정화. 정화를 내가 너무 좋아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정화의 건강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야 왜 연락이 안되냐? 학교도 안 오고…… 혼자 사는데 사고라도 난 줄 알고 걱정했다.

 ? 연락? 아, 휴대폰을 꺼놓았지! 크크크크 담임이 자꾸 전화 걸길레 꺼놓은걸 까먹었다. 미안. 나는 애들이 나 걱정 안하고 전화 한 통 없는 줄 알고 조금 삐쳤었는데.

 정화의 모습은 아주 밝았다. 기분도 좋아보였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거겠지.

“학교도 안 나오고 뭐했어?

 나는 최대한 진심으로 순수하게 뭘 했는지 궁금해 하는 듯한 표정과 말투로 물었다.

“응? 어제 말했지 않았나? 신정쌤 만난다고……”

“아 맞다. 그랬었지.

 별 다른 일 없이 이신정 선생님만 만났다면 어떤 상황인지 대충 예상은 갔다. 워낙 자유로운 애니까.

 !쾅!쾅!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누군가 문을 세게 두드렸다. 정화는 누구세요? 하며

달려가 문에 있는 조그만 동그라미 렌즈를 통해 누군지 확인했다.

 “시발…… 지연아 미안한데 잠깐 방에 들어가 있어주라.

정화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나는 이유도 묻지 않고 방으로 뛰어갔다. 정화의 자취방에 있는 방은 너무 작아서 옷장으로만 쓰는 손바닥 만한 장소였다. 애초에 집 자체가 작으니까. 방 안에서 나는 어찌할 줄을 몰라 휴대폰을 꼭 쥐고 서있었다.

야 원정화! 너 뭐야? 뭐 하느라 학교를 안 와?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였다.

제가 학교 빠진 게 특이한 일이에요? 왜 이렇게 흥분해요?

너 이신정이랑 잤지?

담임 선생님이 비열하고 큰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 문 닫는 소리가 났다. 지금까지 문도 안 닫고 얘기를 나눈 모양이다.

지랄하지마.

계속해서 선생님이 말했다. 정화가 무슨 말을 하긴 한 모양인데 전혀 들리지 않았다. 당시에는 뭘 해야 할지 몰랐는데 지금에 와 돌이켜 보면 그냥 밖에 나가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

? 내가 널 강간했다고? 이 미친년아, 네가 먼저 유혹 안 했어?

계속해서 선생님 목소리만 들렸다.

신고? 니 꼴리는 데로 마음대로 해. 걸레 말 들어줄 사람 없으니까. 암튼, 그 새끼 계속 만나기만 해봐!

선생님은 미친 것이 분명했다.

나가요.

정화가 조용히 말했다. 이 목소리가 들리다니, 지금까지 정화가 얼마나 조용히 말했는지 알만했다. 얼마 있다가 ! 하는 소리가 들렸고 정화는 옷 방의 문을 열어줬다.

정화야 그럼 내일 학교에서 봐.

정화는 나를 보며 어찌 할줄을 모르고 완전히 당황한 모습이었다. 나 또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몰랐고 일단 인사를 했다. 최대한 정화가 불쾌한 감정을 가지거나 내가 위화감을 느낀다고 느끼는 것을 막고 싶었으나 마땅히 해야 할 말이 안 났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고. 정화는 일주일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나에게 미안하다는 문자가 정화와의 마지막 연락이었다. 여행을 가겠다고 했다.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통화를 했었는데 담임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수학의 어머니에게 어떤 불쾌한 사실을 알린 모양이었다. 이 후에 수학도 담임의 아내에게 말을 한 모양이었고. 그 통화가 있던 날 얼마 후부터 정화는 일주일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나는 교무실로 내려갔다.

선생님 정화가 학교에 안 나오는데 무슨 일 생겼나요?

 최대한 정상적인 척을 하며 내가 물었다.

모르겠다.

담임 선생님은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연락 안되나요?

그래. 연락이 안 되던데, 너 정화랑 친하지 않았니? 무슨 일인지 몰라?

선생님의 말투, 너무 티가 났다. 궁금해 하지 않는다. 선생님은 알고 있는 것 같다.  선생님은 분명히 알고 있다. 나는 마지막 통화에서 정화에게 힘내라고 했었다. 어디 있냐고 물어봤었다. 나는 항상 걱정했다. 선생님은 걱정했을까? 정화를 좋아하면서 정화 생각은 했을까? 정화의 입장을, 상태를 생각해 봤을까?

정말 무슨 일 생긴 것 아닐까요?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데, 이런 말을 이렇게 하면.

야 왜 그래?

선생님은 내가 갑자기 오열을 하자 당황했다. 나는 울면서 잠깐 담임 반대편에 수학의 자리를 봤다. 역시 비어있었다.

 

그 후 담임선생님은 학교를 옮겼고 정화는 한달 동안 학교에 오지 않았다. 나는 학교에 계속 다닌다.

?
  • profile
    윤주[尹主] 2011.05.19 17:22

     주인공일 '정화'가 살짝 가벼운 인물이란 인상을 주는데....이런 것도 가능하긴 하겠죠 ㅎㅎ


     이번에도 일찌감치 내셨네요. 슬슬 다른 분들 어떻게 하실지도 기대됩니다.

     그러는 전 아직 어떻게 시작할지도 생각 못하긴 했지만요;;;

  • ?
    다시 2011.05.19 18:47

    편지에서 절망과 함께 상대방의 마음이 불편했으면 하는 복수심이 보이기도 했고

    본인이 쓴 편지이기에 자신이 미화됬다고 가정하면 조금 개성이 생기겠다 싶어서요 ㅋ

  • ?
    乾天HaNeuL 2011.05.25 02:27

    저런 걸레X와 거기에 좋다고 히히거리는 줏대 없는 인간은...


    일단 여성은 거기를 시멘트로 막고

    남자는 가볍게 가위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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