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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창문을 보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딱 마음에 안드는 날씨다. 내부 공기가 습하다 못해 무슨 젤라틴 상태같은 곳에 내가 들어있는 듯한 기분이다.

 

'나 먼저 씻고 올께.'

 

싸구려 모텔방의 퀘퀘한 냄새와, 수십명이 자고 간듯한 이불커버와 배겟닢. 그리고 그들의 격렬했던 섹스를 생각캐하는 매트리스가 싫다. 얼룩덜룩한 벽지와 무엇이 묻었는지 모를 저 얼룩들이 싫다. 이런 곳에서만 있을 법한 알콜냄새 강한 스킨과, 안마방에서 보이던 저 회백색 로션도 마음에 안든다.

 

비를 피한단 핑계로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 들어온 내 탓이다. 그녀와의 섹스를 기대하며 들어온 장소이긴 하지만, 잇츠 낫 마이 스타일이다. 맘에 안든다.

이런곳에선 도저히 자신이 없다. 수십명의 채취가 묻은 이곳에선 자신이 없다. 카운터 아줌마가 웃으며 내손에 쥐어준 열쇠를 보았을때부터 예감해야 했다.

 

도저히 안되겠다. 숨이 막히고 헛구역질이 올라온다.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안되겠다.

핸드폰과 가방 지갑 옷을 챙기고 자리를 박차고 나선다.

 

그리고 그녀의 핸드폰에 문자를 보낸다. '미안 너랑은 잘수가 없겠다.' 그리고 핸드폰에서 그녀의 전화번호를 지운다.

 

과연 그녀가 싫었던 것인가. 아니면 모텔방이 싫었던 것인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녀와의 관계가 끊어짐에 대해서는 전혀 아쉬움이 남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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