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31 11:50

(비평) 마지막 한방

조회 수 532 추천 수 1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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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는?”
 좁은 사무실에서 한 청년이 팔짱을 끼고 담담히 말했다.
 “지구에 있는 것은 다 주도록 하지.”
 양복을 입은 사내가 웃으며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안 갈 수가 없네.”
 청년은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늘 오전 나사의 발표에 의하면 목요일 6월 2일 4시 경에 있을 운석 충돌에 대하여 그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나사의 계획인 속칭 ‘아마겟돈’ 의 모든 과정을 밝혀서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 발표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달 내내 속보였다. 이젠 더 이상 속보가 아니다. 이제와 정규 방송을 틀어준다면 그것은 그냥 정규 방송이 아니라 속 정규, 급 정규 방송이었다.
“운석n-21, 아메겟돈을 대하는 나사의 작전은 이렇습니다. 핵 미사일 세 게를 장착한 우주선을 쏘아 올려 세 번에 걸쳐서 폭격을 할 것인데 그 미사일에 따라 생기는 운석 괘도의 변수를 안에 타고 있는 우주인이 계산한다는 것입니다. 세발 모두 운석의 정 중앙에 명중 한다면 지구가 멸망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피해는 어느 정도 감수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요.”
 뉴스 데스크에 앉아 있는 박사가 겔럭시 텝으로 영상을 띄우며 설명했다.
“작전이 성공해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은 무슨 말이죠?”
단독 진행을 맡은 여성 앵커가 물었다. 그 말을 들은 박사는 책상에 있는 대본을 살짝 보고 다시 겔텝을 한번 누르며 설명을 시작했다.
“여기 이 n-21 운석을 보시면 지구와 비교해 봤을 때 아주 작아 보이지만 지금까지 운석들과 비교해 보면 아주 큰 크기 입니다. 하나의 미사일로 다 부실 수 없는 크기이고 여러 발의 미사일로 파괴를 해도 산발적으로 튀어나온 운석의 파편들은 지구에 상당한 피해를 입힐 것입니다. 물론 파편이 아니라 이 운석의 완전한 상태로 지구와 충돌한다면 딱히 예상할 것이 없고요.”
박사의 겔텝에는 용암덩어리로 가득찬 지구의 사진이 나왔다.
“이번 작전의 성공확률은 어느 정도 인가요?”
앵커가 고개를 끄덕이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정확한 수치는 나사가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정확한 수치나 상황에 대해서는 비밀로 하고 있기 때문이죠. 제 소견으로는 어렵다고 봅니다.”

다시 미국 나사, 청년은 보고서를 천천히 살펴보고 있었다. 보고서는 형광팬과 볼펜 필기로 도배되어 있었다.
“삐비빅!”
휴대폰에서 알람 소리가 나자 청년은 책상에 보고서를 팽개치고 눈을 감고 왼팔로 눈을 가렸다.
‘7시간 취침을 해야 한다. 내 컨디션을 최고로 조절해야 한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그의 보고서는 손에서 나온 땀으로 얼룩이 졌다.
수학 천재로 인정 받고 살인적인 IQ 지수로 기네스북에 오른 그. 그 똑똑한 머리는 이런 상황을 예상했을까? 오늘 아침 백악관에서 전화가 왔고 대통령과 통화를 한 일과 지구의 운명을 짊어질 가장 적합한 사람이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그는 알았을까? 이제 일주일 후 이 시각이 되면 그는 지구에 없을 것이다. 그는 7시간 취침을 하고 나사가 마련해준 취침시설에서 나와 훈련을 받았다. 무중력 훈련, 우주에서의 식사 훈련, 정신 강화 훈련, 그리고 미사일 발사 훈련.

7일 후 아침, 나사근처 평야, 수많은 사람들이 높게 솟은, 코카콜라와 소니, 삼성의 마크가 붙어있는 흰 막대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사의 발사대 앞에서 그는 자신감이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쳐다봤다. 그러나 그의 모습을 보는 누구나 그가 긴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입은 굳었고 머리에선 식은땀이 나고 있었다.
그는 간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선의 탑승 입구까지 갔다. 그리고 그의 탑승을 돕는 나사의 박사에게 물었다.
“지구 멸망을 앞두고 우주선에 자신의 브렌드를 박아 놓는 사람들이 심리는 무엇일까요?”
이제 지구의 운명을 짊어지고 우주로 나갈 순간에서 그는 모든 미소를 잃어 버리고 안면은 긴장으로 일그러지고 있었다.
“멸망하지 않는다면? 그 심리는 희망 아니겠나?”
박사가 웃으며 말했다. 모든 것을 맡은 그에게 박사는 평온한 표정을 짓고 그를 안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흥, 역시 장사꾼들은 현명하군.”
그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우주선에 탑승했다.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갔다. 그는 문을 닫기 전에 밖을 한번 보고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카메라로 확대해서 본 그의 손은 벌벌 떨리고 있었다.
“10,9,8,7,6,5,4,3,2,1 GO!”
코카콜라 소니를 포함한 지구의 모든 희망을 안고 우주선이 발사됐다.


우주, 한시간 동안 빠른 속도로 전진하던 우주선은 이제 머리 부분의 엔진에서 작은 불꽃이 나가고 지구와 운석의 가운데에 서서 정지했다.
‘일단 한발.’
그는 정해진 수치를 건들이지 않고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눌렀다. 운석과 가장 먼 거리에서 발사되는 미사일 이기에 이동을 위한 연료를 포함하고 있었고 한가운데 까지 침투를 하기 위해선 위력도 강력해야 했기 때문에 가장 커다란 미사일이었다. 그 커다란 미사일은 수 분 후에 운석에 명중했다
‘좋아.’
그는 컴퓨터에 손을 올리고 모니터에 집중했다. 시시각각 그래프의 수치가 변하고 운석의 파편들은 우주선을 위협했다. 그러나 그의 초인적인 계산능력은 아직 우주선을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좌표가 변했다.’
운석이 어느 정도 규칙적인 움직임을 갖기 시작하자 그는 컴퓨터로 미사일의 발사 경로와 속도 수치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컴퓨터는 즉각 답을 찾았고 그의 손은 발사 스위치 위에 올라갔다.
‘다른 변수는?’
그가 그래프와 운석의 상황을 보여주는 카메라의 화면을 보고 생각했다. 모두 예상대로였다. 발사 스위치를 눌렀다.
전보다 빠른 시간이 지나고 미사일은 명중했다. 화면으로 본 운석에는 수많은 균열들이 생겨났다.
‘이제 한발이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긴장감이 그를 습격했다. 한발이면 지구의 생존 여부가 결정난다. 그 한발은 그의 손 끝에서 결정이 난다. 그의 볼은 경련을 일으키며 씰룩 거리기 시작했다. 손을 벌벌 떨며 주머니에서 약을 꺼내 먹었다. 한결 진정된 그는 다시 그래프를 쳐다봤다. 이제 한결 더 가까워진 운석 때문에 그래프는 요동쳤다. 예상대로였다. 그는 다시 한번 규칙을 찾아냈고 컴퓨터에 수치를 입력했다. 즉각 답을 찾은 컴퓨터는 발사 신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으로 지구 최대의 헤프닝이 마무리된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운석을 화면으로 보며 버튼을 눌렀다.
‘음?’
그래프가 요동쳤다.
‘안돼.’
규칙에서 벗어난 움직임이었다. 미사일은 운석의 윗부분을 맞췄고 윗부분 운석은 산산 조각이 났다. 그러나 가장 큰 덩어리는 건재했다.

이제 3분이 지나면 운석은 그의 우주선, 지구의 희망을 지나쳐 마지막 종착지로 향하게 된다. 그는 하기 싫었지만 작전에 실패한 그의 영특한 두뇌는 이전과는 비교도 안되게 쉬운 문제의 답을 내렸다. 지구는 끝이다.



이제 우주선의 머리를 돌리지 않는 이상 운석 화면을 볼 수가 없다. 정면에는 광대한 우주가 펼쳐져 있었다. 아름다운 은하들을 보며 그는 노래를 불렀다.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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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2011.05.31 11:51

    처음 쓰는 SF

  • profile
    시우처럼 2011.05.31 18:39

    인류 문명의 상실인가요?

    그나저나 예전에 제가 쓴 '일요일 아침' 이란 글이랑 연계된 글인 것 같다는.

    그러니까 같은 사건을 다른 인물의 관점에서 쓴?

    뭐, 세세한 설정은 다르지만요.(운석이름 같은거)

  • ?
    다시 2011.06.01 05:42

    일요일 아침도 재미있게 봤지만요 이번건

    딥 임팩튼가? 미사일로 운석을 터트리는데 실패해서 우주선으로 자폭하는 얘기가 떠올라서 써봤어요 ㅋ

  • profile
    윤주[尹主] 2011.06.01 06:27

     허무하네요, 참;;;

     

     상실이라는 주제가 이런 식으로 쓰일 수도 있네요. 생각 못했던 방법입니다;;

  • ?
    乾天HaNeuL 2011.06.06 03:56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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