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25 07:28

(비평) 18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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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

 

 표정이 나도 모르게 일그러진다. 꾀나 늦은 시간이었지만 고속도로에는 어두워진 도로를 따라 빨간 후미등이 저 멀리 안 보이는 곳까지 늘어서 있었다. 후드득거리며 빗방울이 앞 유리창을 두들겼다. 납작해지며 퍼져나가는 빗물에 시야가 금세 먹먹해진다. 나는 와이퍼의 속도를 조금 높였다. 아까부터 조금씩 내리던 비가 이젠 제법 굵어졌다.  꽉 막힌 도로처럼 마음도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도로에 퍼져있어야 하는 것일까. 뭔가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내 눈에 마침 ‘가흥IC 5km’ 라는 표지판이 들어왔다. 빠질까? 그래도 고속도로 타고 가는 게 나으려나? 나는 결국 핸들을 오른쪽으로 틀었다. 갓길을 타고 가면 금방 도착할 거리였다. 나는 무작정 차머리를 집어넣고 뒤차의 경적 소리를 들으며 한 차선씩 왼쪽으로 빠져나갔다. 무슨 일이에요? 결국 소란스러운 소리에 아내가 뒤척이며 잠에서 깼다. 다음 인터체인지에서 빠지려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혀서. 아내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기지개를 편다. 교대해 줄까? 아내가 길게 하품을 한다. 괜찮아. 졸리면 이야기할게. 아내는 알았다며 다시 눈을 감았다. 갓길을 달려 나가자 창문 너머로 답답한 차량의 흐름이 뒤로 순식간에 물러나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용도로 갓길을 사용하면 안 될 테지만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풀려나가는 기분이었다. 신나게 달려나가자 얼마 안 있어 인터체인지로 빠져나가는 길목이 나타났다. 인터체인지로 들어서자 완만한 커브 길 너머로 작은 톨게이트가 보였다. 비 때문인지 가흥이라 쓰여진 판넬이 눅눅하게 전등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동그라미가 표시된 게이트로 차를 몰았다. 나는 창문을 열고 종업원에게 티켓을 건넸다. 전광판에 요금이 나타났다. 돈을 건네자 600원의 거스름돈이 돌아왔다. 차를 천천히 앞으로 몰아나갔다. 전방 교차로에서 좌회전입니다. 교차로에 다가서자 내비게이션이 길안내를 해온다. 낯선 길이였지만 크게 문제는 없으리라. 나는 잠시 백미러로 뒤를 살핀다. 뒷좌석의 딸아이는 여전히 잠에 푹 빠진 듯 유리창에 머리를 기댄 채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조금은 피곤한 느낌에 라디오를 켰다. 마침 11시를 알리는 소리와 함께 뉴스가 흘러나온다. 강원도 지방에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행히 국도는 한적하게 뻥 뚫려있었다. 너무 늦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았다.

 


- 1 -

 

 그 여자를 보았을 때 왜 그토록 흠칫했을까.

 

 웨이터가 와인을 따 코르크를 내 코앞으로 가져다 댄다. 내가 대충 향을 맡는 척 하곤 고개를 끄덕이자 웨이터는 우아한 손놀림으로 붉은 와인의 모가지를 길게 잡아 뺀다. 꼴꼴꼴. 마치 작은 폭포처럼. 와인은 글라스에 부딪쳐 작은 비명을 내지른다. 테이블 위, 고급스럽게 양각된 은제 촛대 위에는 라벤더 향이 퍼저나오는 보라색 향초가 심지를 태우고 있었다.

 

 나는 잠시 방금 전에 마주쳤던 여자의 모습을 떠올린다. 약속이 늦어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던 와중 스치듯 지나친 여자였다. 검은 옷을 입은 여자였는데 얼핏 보았던 얼굴이 좀체 떠오르지 않는다. 어떻게 생겼었더라. 아니, 무엇보다 내가 왜 그 여자 생각에 몰두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분위기가 좋아요.”

 

 주희씨의 목소리에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그리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빙그레 웃어 보였다. 오늘은 친구에게 부탁해 만든 그녀와의 첫 번째 만남이었다. 언제였던가. 동아리 방에서 그 녀석이 가족사진이라고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사실 믿기지가 않았다. 시궁창 냄새가 풀풀 풍기는 녀석에게 이런 여동생이 있을 줄이야. 그 후로 오늘의 약속을 잡기 어찌나 노력을 했던지. 점심도 사주고 술도 사고 집에 잘 들어가라고 택시까지 태워 보내길 몇 차례. 지금 이 자리는 그렇게 얻어낸 소중한 시간이었다. 처음 보는 여자, 그것도 얼굴조차 기억 안 나는 여자 생각으로 이 시간을 소비할 순 없었다. 나는 머릿속에서 검은 옷의 여자를 힘껏 밀어냈다. 오로지 그녀 생각만 해도 부족한 순간이었다.

 

 “이런덴 많이 비쌀텐데...”

 

 그녀가 옆머리를 귀 뒤로 쓸어 넘기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가볍게 컬이 진 그녀의 머릿결에서 기분좋은 향이 났다.
 
 “아뇨, 괜찮아요. 제가 저녁 한 끼 살 정도는 되거든요.”

 

 허세라고 해야 할까. 사실, 이곳은 내 수준으론 어림도 없는 호텔 스카이 라운지였다. 사실 방금 전 주문을 할 때도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녀에게 이정도 쯤이야 전혀 아깝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에게 내 안목과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인터넷 블로그들을 뒤져서 찾아낸 이 레스토랑은 그 목적에 무척이나 적합한 장소였다.

 

 웨이터가 주문한 음식을 가지고 나왔다. 에티파이저랍시고 전복요리가 나왔다. 비싼 가격에 비해 무척이나 조촐한 양이었다. 무슨 어려운 이름의 요리였는데 나는 마치 잘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아마 그녀는 이런 나의 모습에 감동을 받으리라. 요리는 전복 한 개가 치즈인 듯한 소스와 알 수 없는 재료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한 번에 쓸어먹어도 될 정도로 소소한 양이었지만, 이런 음식이라도 나는 교양 있게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했다. 포크로 전복을 고정시키고 나이프로 전복을 쓸어나갔다. 모든 행동에서 교양과 기품이 뿜어져 나오는 듯 했다. 그녀 역시 나이프와 포크를 집어 들었다.

 

 그 허접한 에티파이저를 무척이나 천천히 먹어치우자 본 요리가 나왔다. 물론 나라고 음식만 먹어치운 건 아니었다. 언제나 그녀가 지루하지 않게 화제를 이끌었고 그녀 역시도 즐겁게 대화를 즐기는 눈치였다. 그녀가 나에 대해 묻고, 내가 그녀에 대해 묻고. 의외로 그녀는 나와 공통점이 많았다. 야구를 좋아하는 거나. 여행을 좋아하고. 책 읽기를 좋아한다는 점. 그렇게 유쾌한 시간이 흘러갔다. 만나기전엔 말이나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떨렸었지만 의외로 내 입은 잘도 유쾌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와인 때문일까. 무엇보다도 그녀를 만나보니 너무도 편안한 느낌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알아왔던 사람처럼.

 

 “저희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나요?”

 

 분명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었을 것이다. 어릴 적 같은 학교를 다녔다든지, 유치원 짝꿍이었든지, 아님 같은 동네에 살았다든지. 게다가 쌍꺼풀 없는 눈매와 웃을 때 마다 작게 파이는 보조개는 무척이나 그리운 느낌이었다.

 

 “전 처음 뵙는 것 같은데요.”

 

 여자가 작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뻔한 작업 멘트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그녀의 말투와 목소리의 음색이 머릿속 낡은 창고에서 하나하나 꺼내지는 느낌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왜 여태껏 그걸 눈치 채지 못했지?

 

 “목소리가... 목소리가 제 아내랑 비슷하신 것 같아요.”
 “목소리가요?”

 

 다시 한 번 들으니 더 확실한 느낌이었다. 분명 이 목소린 지금 내 옆 자리에서 잠을 자고 있는 아내의 목소리와 많이 닮아 있었다.

 

 “얼굴도 많이 닮았어요. 정말로.”

 

 하나가 떠오르니 묻혀있던 기억이 하나 둘씩 연달아 쏟아졌다.

 

 “부인분이 저하고 닮았다고요?”

 

 아내와 똑같은 눈을 한 여자가, 놀란 아내의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예, 젊었을 적 모습이 주희씨하고 많이 닮았어요.”

 

 내 말에 그녀는 인상을 찌푸린다. 
 

 “결혼 안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안하긴요. 벌써 같이 산지가 10년은 다됐는걸요. 지금도 바캉스 가는 중에 잠깐...”

 

 나는 순간 석상처럼 굳어졌다. 바캉스... 그래, 난 바캉스를 가던 길이었는데... 차속에서... 운전을... 그런데 여긴... 어떻게...

 

 나는 놀란 마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넝쿨무늬 의자가 부르륵 뒤로 밀렸다. 도대체 난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지? 등에서 차가운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죄송해요. 저 먼저 나가....”

 

  사과의 말을 건내며 자리를 일어나던 나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어느새 내 앞에는 검은 옷의 여자가 앉아있었다. 아무런 표정도 없이 마치 언제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너무도 자연스럽게. 뭐야 갑자기.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거지? 나도 모르게 작은 비명이 새어 나왔다. 후들거리는 다리가 조금씩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대체 여긴 어디야. 내가 왜 이곳에 와 있는 거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출입구 쪽으로 걸어 나갔다. 휘청거리는 나를 웨이터가 부축했지만 나는 애써 그의 손길을 뿌리쳤다. 등 뒤에서 검은 옷의 여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머리털이 곤두선다. 조금이라도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간신히 입구에 도착한 나는 몸으로 출입구를 밀었다. 유리문의 차가운 기운이 몸을 타고 흘렀다. 전구가 나갔는지 문 밖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나는 조금씩 어둠속으로 걸어 나갔다.

 


- 2 -

 

 유리창 너머로 갓 태어난 아이들이 보인다. 나는 더듬거리며 요람의 이름표들을 읽어나갔다. 어디쯤에 있을까. 심장이 무척이나 두근거린다. 나와 그녀를 얼마나 닮았을지. 딸이니까 나보다는 그녀를 닮으면 좋을 텐데. 나는 그렇게 한참을 헤맨 끝에 오른쪽 중간쯤에서 그녀의 이름을 찾아냈다. 나는 조심스럽게 요람 안으로 시선을 향했다.

 

 아기는 아빠가 자신을 바라보는지도 모른 채 잠에 빠져있었다. 붉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몸을 작게 뒤튼다. 어떤 꿈을 꾸고 있는 거니? 나는 따뜻한 무언가가 가슴 가득 채워지는 것을 느꼈다. 주름진 얼굴에 오밀조밀 붙어있는 눈, 코 그리고 입은 누굴 닮았나. 몇 올 안 되는 머리털은 아마도 생머리인 듯 아내를 닮은 듯 했다. 나는 그 후로도 꾀 오랫동안 세상에 새겨진 나의 흔적을 훑어나갔다. 내가 죽어도 세상에서 살아갈 나의 분신. 나의 생을 이어나갈 작은 생명체. 나도 모르게 눈가가 뜨거워진다. 가까이 다가선 유리에 김이 서렸다. 손가락이 아이의 발가락 근처의 유리창을 더듬는다.

 

 “처음이신가 봐요.”

 

 누군가 옆에서 말을 걸어온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미소를 지으며 신생아실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네, 저쪽에 저 아이요”

 

 나는 손으로 딸이 누워있는 요람을 가리켰다. 내 손가락을 쫓아 그녀의 시선이 움직인다.

 

 “축하드려요. 아기가 참 예쁘네요.”

 

 잠시 내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던 여자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비록 처음 보는 여자였지만 자신의 딸이 예쁘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경계심이 풀렸다. 나는 다시 여자를 살폈다. 산모인가 싶었지만. 환자복을 입지 않은 걸 보니 아마도 산모의 가족인 듯싶었다.

 

 “애기 이름은 지으셨어요?”

 

 여자가 나를 향해 살짝 몸을 돌리며 묻었다. 복고풍의 옷차림을 한 여자의 외향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은 독특하긴 했지만 얼마 전 신문에서 저런 스타일이 유행이란 이야기를 읽어 적이 있었다.

 

 “네, 김예진이이요. 그런데 딸애가 좋아할지는 모르겠네요.”

 

 나는 머쓱하게 웃었다. 아내와 오랫동안 머리를 싸매고 만든 이름이었지만 너무 흔한 것 같기도 하고, 조금은 아쉬운 느낌의 이름이었다. 여자가 김. 예. 진. 딸아이의 이름을 한 글자씩 음미하듯 읊어나갔다.

 

 “예쁜 이름이네요.”

 

 그녀의 말에 나도 모르게 입이 귀에 걸린다. 누가 보면 너무 칠칠맞은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아무렴 우리 부부가 몇 달을 고민해서 만든 이름인데. 낯선이의 칭찬에 아쉬운 마음이 눈 녹듯 사라져간다. 

 

 “아들이세요?”

 

 나는 여자에게 말을 건넸다. 너무 이쪽 이야기만 한 것 같았다. 아마도 산모는 아닐 테지만, 그렇게 눈치 빠른 척 하지 않아도 이정도면 알아서 이야기가 흘러나올 것이다.

 

 “아뇨. 전 아니고요. 이모에요. 언니가 이번에 아들을 낳았거든요.”
 “아, 그러셨구나. 아무튼 축하드려요.”

 

 나는 진심을 담아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여자는 내가 묻지 않았지만 자신의 조카를 가리킨다. 신생아실 유리 너머로 남자아인지 여자아이인지 구분하기는 어려웠지만 남자아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아이가 꾀 늠름하고 건강해 보였다. 

 

 “남자답게 잘 생겼네요.”

 

 여자가 흐뭇하게 웃는다. 첫 조카라 그런지 정이 많이 간다며 애틋한 표정을 짓는다.

 

 “이름이 뭐에요?”
 “김명훈이요. 아버지가 지어주셨어요. 아, 아기한텐 외할아버지가 되려나?”

 

 아버지가 국어 선생님이라고 했다. 나이가 있으신 분이라 이름이 너무 고리타분한 것 같다며 여자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요? 제 이름도 김명훈인데. 신기하네요.”

 

 솔직히 조금 놀랐다. 이런데서 나랑 같은 이름의 신생아를 만날 줄이야. 아무래도 보통 인연이 아닌 듯 했다. 흔한 이름이긴 했지만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가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나는 다시 한 번 아기의 요람을 살폈다. 그러니까 어머니 이름이 김연주. 세상에! 엄마 이름도 나랑 같잖아. 놀라움을 넘어서 이젠 당황스럽기 까지 했다. 이런 기막힌 우연이라니.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저 우연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내 시선이 아이의 생년월일으로 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1974년 6월 13일]

 

 순간 나는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설마 내가 잘 못 봤겠지. 난 두 눈을 꼭 감았다 떴다. 하지만 다시 본 명찰에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숫자들이 쓰여 있을 뿐이었다.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한다. 여자라면. 방금 그 여자라면 뭔가 설명해 줄 수 있으리라. 난 고개를 옆으로 획 돌렸다. 하지만 여자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말도 없이 갑자기 어디로 간 거지? 여기저기 두리번거렸지만 어디에서도 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태그를 잘못 단 걸지도 몰라. 그렇지 않고서야 이건 뭔가 문제가 있다. 이 상황은. 도대체가 말이 안 된다. 나는 급히 간호사가 있는 병원 카운터로 몸을 돌렸다. 그런데 그곳에는.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있었다.

 

 놀라 뒷걸음치던 내 등으로 신생아실 유리가 닿았다. 온몸이 덜덜 떨렸다. 왜 저 여자가 이곳에. 아니, 아니야. 여긴 대체 어디야. 왜 난 이 곳에 있는 거지? 난... 분명히 차 안에서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만 복도에 털썩 주저앉았다. 복도 끝에서부터 천장의 전등이 하나 씩 꺼져오기 시작했다. 어둠과 빛의 경계에 선 여자가 나를 바라본다. 점점 다가오는 어둠. 결국 카운터 위의 불빛도 힘없게 사그라졌다. 검은 옷의 여자도 어둠과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마침내 어둠이 천천히, 하지만 뚜벅뚜벅 다가와 나를 집어 삼켰다. 

 


- 3 -

 

 “아악!”

 

 난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입이 바싹 말라있었다. 볼을 따라 축축한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누워있던 침대는 등 언저리가 땀으로 젖어있었다. 눅눅하게 와 닿는 시트의 느낌에 나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창문을 넘어 아침의 밝은 햇살이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으음... 무슨 일이에요? 괜찮아요?”

 

 내 비명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아내가 몸을 이쪽으로 돌리며 나의 안부를 물었다.

 

 “악몽을 꿨어.”

 

 목소리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마치 지칠 때까지 운동을 하고 난 것처럼 몸이 무기력했다. 걱정스럽게 날 바라보던 아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두 팔을 들어 나를 꼭 안았다. 아내로부터의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가 편안하게 나를 감쌌다. 떨리던 몸이 조금은 진정되는 듯 했다.

 

 “이젠 괜찮아?”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는 다시 한 번 나를 꼭 껴안고는 나를 마주보고 앉았다. 아내가 나를 보고 빙그레 웃는다. 그녀의 두 볼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은 보조개가 피어났다.  

 

 “아~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아내가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는 느긋하게 쭈욱 기지개를 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침 준비할 테니까 늦장부리지 말고 일어나.”
 “어.”

 

 내 대답을 들은 아내가 잠옷 차림으로 방문을 나간다. 아내가 사라지자 나는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다. 사실 아직까지 떨리는 심장이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았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불안한 마음의 작은 조각이 목에 걸린 듯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시계를 바라보자 어느덧 시간이 꾀 지나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찌됐든 출근은 해야 하니까. 언제까지 자리에 누워있을 수는 없었다.

 

 거실로 향하는 길에 딸의 방문을 연다. 아침잠이 많은 딸아이였다. 아직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천천히 딸이 자고 있는 침대로 향했다. 침대 위엔 옆으로 돌아누운 딸아이가 새근거리며 잠들어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오른손을 딸의 볼로 가져가 살짝 꼬집는다.

 

 “아아.”

 

 살짝 볼을 꼬집자 딸이 뒤척이며 인상을 찡그린다. 하지만 역시나 일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게, 안 일어난다 이거지?”

 

 나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든다. 꿈틀거리는 내 열 손가락이 이불속을 파고들었다. 목표는 딸의 겨드랑이였다. 딸이 몸을 바동거리며 킥킥거린다.

 

 “잠깐만요. 알았어요. 알았다니까요?”

 

 마침내 딸이 눈을 떠 나를 바라본다. 이쯤 되면 반 이상은 일어난 셈이었다. 이만하면 됐겠

지. 나는 두 손을 딸에게서 떨어트렸다. 딸은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진다는 듯 작게 한숨을 쉬며 몸을 쭉 뻗었다. 밤새 웅크렸던 몸이 길게 늘어나며 딸의 입에서 으으으 하는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잠 다 깼지? 아빠 이제 나간다?
 “네에...”

 

 딸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방을 나왔다. 다시 잠들더라도 나중에 엄마가 다시 깨워주겠지. 뭐, 잠을 다 깨워났으니 엄마가 깨우면 금방 일어날 것이다. 방을 나서는 내 얼굴에 작게 미소가 어렸다. 딸과 한바탕 하고나니 아침에 꾼 악몽은 상당히 잊혀지는 느낌이었다.  

 

 거실로 나오자 거실에서 요리를 하는 아내의 모습이 보인다. 도마 위에서 무언가가 톡톡거리며 썰어지고 좋은 냄새가 거실로 넘어들었다. 코를 크게 벌려 아침의 향기를 힘껏 들여 마신다.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살아있는 느낌이 온몸에 가득 차올랐다. 소파에 앉자 탁자위에 반듯이 놓인 신문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아내가 가져다 올려놓은 것이리라. 나는 신문을 집어 들었다. 가슴안의 불안감은 어느새 사라진지 오래였다.

 

 [지난 밤, 빗길에 미끄러진 일가족 전원 사망]

 

 신문을 넘지가 구석에 지난밤의 사건사고에 대한 소식이 실려 있었다. 쯧쯧. 안타까움에 나도 모르게 혀를 쳤다. 일가족이 전원 사망했다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그뿐이었다. 신문을 한 장 넘기자 그 가족에 대한 나의 연민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정치인들의 헛소리에, 꾀나 오른 주식에, 좋아하는 야구팀의 지난 경기 결과에 한 가족의 비극적인 사건사고는 그렇게 머릿속에서 쉽게 잊혀졌다.

 

 “아침 드세요.”
 “응.”

 

 나는 신문을 치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아침은 뭘까? 살짝 기대하는 마음으로 주방을 바라보았다. 소름 돋는 감각이 온몸을 뒤덮었다. 온몸이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아내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주방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착 가라앉은 공기만이 가득했다. 그래. 그랬다. 아내는 딸을 깨우러 갔을 것이다. 분명히 그럴 것이다. 불안감이 정수리를 뚫고 솟아오른다. 딸의 방으로 향하는 내 손끝이 마구 떨려온다. 아닐 거야. 아닐 거야. 죽을 것 같은 압박감이 목을 조여 왔다. 간신히 벽을 집고 딸의 방문 앞까지 걸었다. 딸의 방. 이 안에 분명히 아내도 딸도 있을 것이다. 방의 손잡이에 손을 올린다. 손등의 혈관이 튀어나올 듯 팽창했다. 나는 마침내 문을 힘껏 열었다. 열었고.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럴 수는 없었다. 심지어 딸의 이불은 너무도 깨끗이 정리된 상태였다. 정신이 아늑해진다. 쓰러질 것 같은 다리를 간신히 놀려 방을 빠져나왔다. 이건 아니야. 온몸에서 생명이 모두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잠시 벽에 기대 정신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마음은 전혀 진정되지 않았다.   

 

 간신히 되돌아온 거실은 밤처럼 어두워져 있었다. 나는 서둘러 거실의 전등을 켰다. 하지만 전등은 켜지지 않았다.

 

 “주희야... 예진아...”

 

 바닥에 주저앉은 채 나는 애타게 아내와 딸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갑자기 몸이 무척이나 춥게 느껴졌다.

 

 “다 어디로 간 거야. 어디로 갔냐고!”

 

 공포와 분노가 나를 뒤흔들었다. 눈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장난이지? 둘이서 나 놀리려고 장난치는 거지? 알았어... 알았다고. 내가졌어. 내가졌다고. 그러니까... 이제 끝내자... 응?”

 

 애절한 울림이 집안을 가득 채웠다. 울먹이는 내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퍼졌다. 응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극한의 좌절감이 온몸을 관통해 빠져 나간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그때 창가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였다. 누구지? 알 수 없는 공포가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그림자는 미동도 없이 서있었다.

 

 “주희야? 예진이니?”

 

 그림자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조금씩 두 눈이 어둠이 익숙해졌다. 나는 눈을 찌푸려가며 그림자를 살폈다. 그리고 마침내 내 시선이 도달한 그 곳에는 그 여자. 악몽에서 봤던 검은 옷의 여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아악!”

 

 난 엉거주춤 뒤로 물러나며 비명을 질렀다.

 

 “넌, 넌 누구야!”

 

 나는 온 힘을 다해 여자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두려움에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하지만 여자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그저 무표정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누구냐고! 우리 가족을 어떻게 한 거야!

 

  머릿속이 엉망진창으로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사방이 비틀거리며 나를 둘러싼 주변이 허물어진다. 창문이 녹아내리고, 소파가 바스라지고, 탁자가 증발되고, 에어컨이 뭉개지고, 모든 것들이 멀어지고, 작아지고, 흔들리고, 뒤집히고, 빙글거리며 돌고. 그렇게 나는 넋이 나간채 모든 것이 붕괴돼 사라져가는 것을 본다. 어느새 창문 앞에 서있던 여자도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먼지처럼 흩어진 공간이 모든 것들과 함께 소용돌이쳐 사라져간다. 그 흐름 속에 내 몸이 휩쓸린다. 그리고 나는 어디선가 사라져가는 누군가의 몸뚱이를 본다. 저 사람은 누굴까? 나와 똑같이 생긴 저 남자는 누구지? 나는 몸을 더듬거린다.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애타게 노력한다. 만져진다. 나는 만져진다. 만져짐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오직 그 뿐. 주변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내가 만지고 있는 이 몸뚱이는 과연 나의 것인가. 나는 더 이상 내 자신을 확신할 수 없다. 고작 만져지는 것으로는 확신할 수 없었다. 소리를 질러본다. 텅 빈 공간에 두려움으로 가득 찬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림도 없이 사라진다. 과연 이것은 나의 목소리인가. 존재가 점차 희미해진다. 다시 육신을 더듬는다.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없다면 나는 지금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 fin -

 

 얼굴에 차가운 무언가가 뚝뚝 떨어진다. 딱딱한 바닥이 온몸에 느껴진다. 남자는 조금씩 눈을 떴다. 무슨 일인지 그는 아스팔트위에 쓰러져 비를 맞고 있었다. 눅눅한 흙냄새가 코를 찔렀다. 바닥에는 어디선가 흘러나온 붉은 핏물이 고여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옆을 본다. 가로수를 들이받아 심하게 찌그러진 차안에서 아내와 딸의 모습이 보였다. 의식을 잃고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남자는 갖은 힘을 다해 그들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미처 얼마 가지도 못하고  빗속에 파묻혀 버렸다. 남자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떠올리려 애썼다. 그러고 보니 여자, 검은 옷을 입은 여자. 아니 여자였던가. 남자였던가. 반사적으로 핸들을 돌렸던 것이 기억이 났다. 사고가 난건가? 조금씩 몸에 힘을 줘본다. 하지만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몸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있었다. 차가운 빗물이 그의 망막을 타고 흐른다. 남자의 시야가 조금씩 흐려진다. 팔과 다리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몸 전체의 감각이 전무했다. 기도가 무언인가로 막혀 버린 듯 숨이 목젖 언저리에서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난... 난 어떻게 되는 거지? 남자의 눈동자가 마침내 깜깜해 진다.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그의 귓가로 어렴풋이 앰뷸런스 소리가 들렸다. 남자의 머리위로 깨어진 가족사진이 보인다. 어느 맑은 날 아침 셋이서 찍은 단란한 사진이었다. 그의 손목에는 망가진 깨어진 손목시계가 11시 0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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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쓰다보니 10장 꽉 채웠네요. 아마 제가 쓴 단편 중에 분량이 제일 많은 글인 듯...

 

그리고 첫문장이 잘 들이 맞지 않아서 쓸데 없는 꼼수를 부렸습니다. 그러니까 파트 1을 그 문장으로 시작한거죠. 그 결과 글의 첫 문장이 조건에 안맞게 됐지만, 그 점은 제 능력부족이라 어떤 비판도 달게 받겠습니다. 

 

아, 끝으로 이 글은 예전에 봤던 어떤 영화의 내용을 기반으로 했습니다. 영화 제목이 기억은 안나지만 뭐랄까... 어찌보면 표절이라고 해도 할말은 없겠네요. 물론 내용은 다르지만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
    乾天HaNeuL 2011.07.25 08:05

    오옷 길다!

  • ?
    드로덴 2011.07.26 02:11

    사고를 당하고 180초 동안 가사상태에서 과거와 현실이 뒤섞인 악몽아닌 악몽을 꾸다가 깨어나 죽음을 맞았다는 스토리?

  • profile
    시우처럼 2011.07.26 02:56

    네. 제 의도는 그랬는데 효과적으로 잘 전달됐는지는 모르겠네요.

  • profile
    윤주[尹主] 2011.07.27 05:40

     주마등이었나 보네요...신문 얘기 나오기 전까지 눈치 못챘어요 ㅎㅎ

     첫 문장이 달라서 어라, 하고 생각하긴 했네요. 뭐....비평 쓰면서 생각해 봐야겠네요. 과연 조건과 다른 모험을 한 효과가 있었는지....그것과는 상관없이, 글 분위기 자체는 좋네요. 본래 저도 이런 분위기 내보고 싶었는데 ^^;

  • profile
    시우처럼 2011.07.27 05:57

    어떻게든 첫 문장에 넣어볼려고 머리를 싸맸는데

    그렇게 되면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좀 생뚱맞아져서 말이죠.

    첫 파트에서는 아직 사고가 나기 전이다 보니... ㅋ

  • profile
    SinJ-★ 2011.07.28 10:19

    숨막혀서 더 못 읽겠잖아요 아오 현기증나

  • profile
    시우처럼 2011.07.28 17:12

    글이 너무 길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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