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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미션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과연 캐릭터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해결하는 각기 다른 방식들에 있었죠. 자유롭게 원작을 선택해, 그 원작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하나를 주인공으로 글을 쓰는 것이 이번 미션이었습니다. 그 결과, 캐릭터가 무엇이냐, 라는 질문에 대한 각자의 대답이 잘 드러나는 미션이 되었죠.


 한 번 살펴볼까요? 글 속에서 캐릭터의 역할, 기능을 기준으로 보면, 대다수 분들이 원작 속 히어로/히로인을 선정해 사용하신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가장 매력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영웅입니다. 몰입하기도 쉽고, 캐릭터에 대한 정보도 충분히 주어지죠. 저도 그랬고요 ㅎ 하늘 님께서 선정하신 졸작 <삼인삼색>의 경우에도 등장인물 반려도, 자신의 과거 이야기 속에서 일종의 영웅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다만 선정된 캐릭터를 자기 이야기 속에 끌고 온 뒤 각자가 부여한 역할은 조금씩 다릅니다. 인물의 성격을 조금 바꾼 경우도 있었고, 특정 역할을 강조한 경우도 있었죠. 아예 역할 자체를 바꾼 경우도 있었습니다.


 시우처럼 님의 <집으로>는 홀로 남은 인물이 다시 지구라는 사회(비록 멸망해버렸지만)로 귀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원작인 <마지막 한 방>에서 주인공은 냉소적이고 명랑한 성격으로 임무 수행 실패한 데 허탈해하면서도 정작 지구로부터 고립된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회의하지 않는 듯합니다. 우주 공간을 바라보며 콧노래를 부르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 말예요. 회의적 인물은 감동을 줍니다. 결국 <집으로>의 내용은 영웅의 귀환과 자기 희생이란 결말로 이어지며 감동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냅니다.


 건천하늘 님의 <아련한 기억의 단편>은 상처입고 몰락한 영웅이 자신을 구원해준 다른 영웅에게 의존하게 된다는 원작 내용 중 일부만을 떼어내 만들어낸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주인공의 비자발적 면모(의무, 사명감 등 외부 동기에 따라 움직이는)가 강조될 수밖에 없었고, 최종적으로 자아마저 잃고 방황하는 모습이 원작보다 매력적으로 드러났죠.


 한편 제이 님의 <우리가 잊은, 우리 최초의 지식>은 위의 글들과 조금 다릅니다. 원작에서 주인공 역할을 수행하던 캐릭터는 제이 님의 글에서 일종의 '정신적 스승'으로서 역할을 합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종종 그렇듯, 과거 영웅이었던 인물이 몰락 후 또다른 영웅의 성장을 돕는 조력자가 되는 것이 제이 님 글의 대략적 줄거리겠죠. 영웅이 성장함(추락했다가 탈출함)에 따라 조력자 자신 또한 잃어 버렸던 자아를 되찾은단 결말이 낯익으면서도 인상적입니다.


 차이는 캐릭터에 대한 각자의 관점 때문에 나타난 듯 합니다.

 '아, 저건 그 캐릭터가 맞구나!'를 증명하는 방법으로 세 분 모두 각기 다른 방식을 선택하셨습니다.


 시우처럼 님의 경우 캐릭터의 특수한 상황, 선택에 초점을 맞추신 듯 합니다. 현재 캐릭터가 수행하는 역할이야말로 원작의 캐릭터와 새로 창작된 캐릭터가 동일 인물이라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원작에서 주어진 상황, 선택이 매력적이었던 만큼 그 부분을 강조하셨던 듯 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캐릭터를 움직여갈 것인가, 란 작가적 호기심도 있으셨던 게 아닌가, 라고 말하면 비약이 되려나요? ㅎ


 건천하늘 님의 경우 캐릭터의 과거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계십니다.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면 같은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하늘 님께선 굵직굵직한 개인적 사건들을 끄집어 올리고 계시죠. 천계의 싸움, 추락, 정령과의 융합. 특히 매력적이었던 건 마지막 장면, 정체성을 놓고 고민하는 장면이었던 거 같네요. 원작이 집어내지 못했던 면을 잘 집어 주셨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차라리 그 부분에 좀 더 집중해 이야기를 꾸려 주셨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ㅎ


 제이 님의 경우, 습관과 버릇에 초점을 맞추고 계시죠. 질문할 때마다 숫자를 다는 버릇, 탐구하는 버릇.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란 말이 있듯이, 버릇이야말로 한 인물이 과거의 자신과 동일 인물임을 증명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울러 원작에 대한 독자 입장에서의 기대도 조금 담겨 있는 거 같습니다. '언제 이 지독한 상황이 끝날 것인가', '과연 언제 주인공은 생각을 그치고 안식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기대 말예요.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집으로>는, 인류가 종말을 맞는 과정을 주인공이 바라보는 장면이 시간대별로, 단계적으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일전에 비평계에 제시된 <180초>도 그렇고, 과거에도 시우처럼 님은 종말에 대해 이런 식의 단계적 접근법을 사용하신 바가 있었죠. 과거에는 매 단계가 신문의 표제 형태로 제시되었고, <180초>에서는 매 분을 좀 더 길게 늘여 각기 다른 환각을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하셨습니다. <집으로>는 <180초>와는 반대로 매일을 한 순간으로 압축해 보여주고 있죠. 긴 시간을 매우 짧게 압축시킴으로써 종말의 순간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긴장감, 조마조마함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이 제법 잘 쓰여진 것임에도 아쉬운 건, 다시 님이 쓰신 원작 속 주인공과 <집으로>의 주인공이 사뭇 다르게 보인다는 점입니다. 원작 속 주인공은 처음에 낯선 방문객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나사로 들어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비행 준비를 합니다. 천재적인 면모에 홀로 모든 염원과 고민을 짊어진 그의 모습을 보면 이 사람이 사회로부터 거리를 둔 상태로 홀로 살아온 인물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전 지구적 위기로 인해 사회로 어색하게 귀환하고, 결국 실패함으로써 돌아갈 사회조차 잃은, 완전한 고립 상태가 되지요.

 반면 <집으로>의 주인공은 사회에서 우주로 쏘아올려져, 미션 실패 후 고립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사회로 복귀하기를 희망합니다. 원작의 주인공이 서부극 영화에 등장하는 영웅과 닮아 있다면, <집으로>의 주인공은 보다 현대에 등장한 영화 속 주인공을 닮아 있습니다. 어떠한 계기로 사회에서 떨어져 나왔지만 그 때문에 한껏 고민하고, 집단과 유대 맺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인물 말예요. 같은 입장에 놓여진 두 주인공이지만, 그 내면은 사뭇 다른 인물인 것처럼 보여집니다. 그 출발점과 지향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요.


 <아련한 기억의 단편>은 원작의 암울한 분위기를 가져왔음에도, 그 속에 건천하늘 님 특유의 취향, 혹은 윤리 의식이라 할 만한 게 담겨 있습니다. 원작 속 주인공이 자신이 감당치 못할 상황에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인물이었다면, <아련한...> 속 주인공은 원작보다 사명감, 의무감이 더 강조된 인물입니다. 원작에선 주인공 스스로가 '개싸움'이었다고 증언하지만, <아련한...>에선 쓰러지면서도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한탄하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특히 어떤 장면을 선택하고, 어떤 장면을 선택하지 않았느냐 하는 점에서 작가 특유의 취향은 더욱 잘 드러납니다. 원작에서 주인공은 천계의 전투에서 봉인되었다 자신을 깨워주는 이를 죽이고 부활하는 저주를 받지만, 이 장면이 <아련한..>에선 빠져 있습니다. 대신 <아련한...>은 후반 정령과 융합해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원작에서 간과한 장면이 강조되어 있죠. 원작은 철저히 점점 가중되어가는 죄의식에 짓눌리는 인물을 그렸다면, <아련한...>은 철저히 정체성이 파괴되어가는 인물을 그리고 있습니다. 역할을 잃고, 기억조차 잃고, 외모조차 잃음으로써 완전히 타인이 되어 가는 캐릭터를 통해 말예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원작은 죄의식 속에서 우연히 장난처럼 구원받는 인물의 '속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아련한..>은 그러한 '속죄 의식'을 표현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나 의무로부터 자유롭습니다. 때문에 다른 관점에서 색다른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는 거죠. 이러한 2차 창작자가 있다는 건 작가로써 퍽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네 ㅎ

 조금 아쉬운 건, 차라리 마지막 장면을 맨 앞에 놓고 정체성을 잃어가는 과정을 일련의 회상처럼 꾸며, '나는 누구인가'란 고민에 보다 집중해 이야기를 꾸려 주셨다면 좋았을 걸 하는 점입니다.

 한 가지 더 개인적인 아쉬움을 적어 볼께요. 긍정적인 효과를 내긴 했지만 어쩐지, 하늘 님께서 선택하지 않은 장면을 의도적으로 회피하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자신의 은인을 살해한다'라는 장치, 그리고 그 전후로 나타나는 다소 잔혹한 장면들을 표현하길 꺼려하셨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요. 지금 쓰고 계신 글이 지향하는 바가 10대 청소년 대상이라 더 소재 선택에 민감하신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소재를 다뤄 보는 경험이 있다면 작가로써 유용하지 않을까요? 가끔은 자신의 윤리 의식에서 탈선해 보는 경험도 해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잊은, 우리 최초의 지식>은 원작과는 사뭇 다른 글입니다. 원작에서 무대는 폐쇄적인 우주선 내부입니다만, <우리가 잊은...>은 광할한 우주 속 한 혹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스케일이 그만큼 커졌습니다. 이 정도 스케일을 다룰 수 있는 건 SF 장르뿐일 겁니다. 장르의 특성, 장점을 잘 살리셨다고 생각합니다.

 그 압도적인 스케일 속에서 가장 가장자리 한 혹성에 소설은 초점을 맞춥니다. 한 개 혹성에 한 개 생명체. 그 설정이 어쩐지 <어린 왕자>를 연상시키는 데가 있습니다. 인간과 인간의 교류, 스승과 제자의 만남. 뭐 이런 것까지 더해서 말예요.

 혹성에 찾아온 방문객과 혹성에 거주하는 선주민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이 소설의 내용입니다. 원작과 전혀 다른 스케일, 전혀 다른 무대와 전혀 다른 분위기는 원작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당혹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 당혹감을 매력으로 바꾸어놓는 것은 다름아닌 작가의 입담이겠죠.

 자신이 인간이란 것도 잊고 고립되어 살던 주노, 자신이 인간이란 걸 너무나도 분명히 알고 있는 이본느(인간인 탓에 비극을 겪었으므로). 두 사람의 만남은 두 사람 모두에게 이득이 됩니다. 이본느는 다시 우주로 돌아갈 추진력을 얻고, 주노는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해답을 얻었으니 말예요. 옛 스포츠 영화에서처럼, 한 번 몰락했던 영웅은 새로운 영웅을 탄생시킴으로써 그 자신도 재기할 수 있게 됩니다. '선지자'라는 그의 별명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이유입니다.

 이 소설에서 압권은, 주노가 생각하기를 그만 두는 장면일 것입니다. 자신이 인간이란 걸 깨닫자, 주노는 생각하기를 그만둡니다. 생각하기를 그만둠으로써 그의 비극도 끝이 납니다. 감금당하고, 실험당하고, 마침내 우주 변방에 스스로 고립되기를 선택했던 비극적인 삶은 단지 생각하는 걸 멈추는 것만으로도 끝낼 수 있었던 것이죠. 이 소설의 원작이 1인칭 시점이란 걸 떠올릴 때 이 결말은 더욱 의미심장합니다. 원작은 주인공이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비극적 상황에 걸맞지 않는 그의 유머러스한 사고 흐름을 따릅니다. 생각하기 시작함으로써 출발한 소설은 생각하기를 그만둠으로써 종결되어야 합니다. 전혀 달라 보이는 원작과 <우리가 잊은...>이 접점을 갖는 지점이 바로 거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특히나 그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우리가 잊은..> 속 주노는 원작 속 주인공 습관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궁리하고, 질문 앞에 번호를 매기고. 어디서 무슨 모습을 하게 되건 인간은 인간이란 의미일까요? 어쨌건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원작을 아는 사람들이, <우리가 잊은..>속 주노를 보며 친숙하게 느낄 만한 점이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 소설이 원작에 비해 너무 멀리 나갔다는 점 정도겠죠. 원작자마저 낯설어할 정도로 이 소설은 원작에서 한없이 멀리 나아가 있습니다. 원작의 다소 명랑한 분위기는 축 가라앉아 있고, 주노는 과거 인간이었다는 걸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해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 작품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되 설정과 세계관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미션의 조건을 가장 매력적으로 활용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위에서 진행한 비평 중 다시 님 글에 대한 얘기는 없었습니다. 뒤늦게 제출된 탓도 있지만, 이 글이 다른 글들과 그 성격이 확연히 다르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아래 따로 정리해 둡니다.


 <언제나 제르딘 중심>은 위의 세 소설과 확연히 다릅니다. 원작 속 주연 캐릭터라 할 수 있는 주인공을 가져와 사용한 건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지만, 이 글은 히어로/히로인 캐릭터의 기능 그 자체를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소설 밖 사람들이 동경하고 흠모하는 대상으로써의 영웅의 면모를 그려냈다는 뜻입니다.

 <언제나...>는 소설에 접근하는 전통적인 해석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예술이란 현실을 해석하고 반영해 재현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고전적인 견해 말예요. <언제나...>속 주인공은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세계를 해석하고, 이를 자신의 작품에 반영해 재현하려 합니다. 바로 그 견해를 근거로, 다시 님은 원작 소설을 가지고 현실을 재구성하려 시도하셨습니다. 이건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가 원작 소설만큼이나 '여성적'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 합니다. 남성은 세계를 탐구하고 정복하지만, 여성은 자기 세계를 만드는 데 더 관심이 있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봤을 때 원작 소설은 다분히 '여성적'입니다. 그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이야기보단, 수많은 캐릭터가 뒤섞인 '또다른 현실'을 구축하는 데 무게를 실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다시 님이 쓰신 <언제나...> 역시 '여성적'인 소설입니다. 특정 인물에 대해 팬덤을 형성하고, 그 인물 중심으로 세계를 재편하는 시도를 주인공이 하고 있으니 말예요.

 위 두 가지 시도 모두, 그 방향이 소설을 쓰는 방법론을 향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째서 소설을 쓰게 되는가?', '어떤 식으로 소설을 쓰게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듯 말예요. 원작 소설을 가지고, 소설 외부의 이야기를 끌어냄으로써 이러한 방법론 이야기가 가능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도는 제법 괜찮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네요.

 문제는 그 접근 방향에 있습니다. 다시 님은 원작 소설을 가지고 그 원작자에 접근하는 시도를 하셨습니다. 이건 위험한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원작자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입니다. 단지 들려줄 뿐이고 그것으로 만족을 얻는 원작자가, 실은 독자에게 자신이 분석당하고 있단 걸 알게 되면 기분이 나빠지리라고 한다면 제 기우일까요? 프로이트 식 심리 치료가 당대 사람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자신이 감춰 왔던 심층 심리를, 꿈을 통해 읽어내는 이 의사에게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낀 거지요.

 물론 단순한 허구의 이야기다, 라고 넘길 만한 요소도 많이 있습니다. 소설 속 작가와 실제 작가가 전혀 다른 처지라는 점, 클레어님의 원작은 제르딘 중심이라기보단 작가의 애정을 받는 수많은 캐릭터들의 왁자지껄한 일상 속 이야기라는 점 등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쩐지 <언제나...>에는 형언 못할 찜찜함이 남아 있는 게 사실입니다.

 또다른 걱정은, 제르딘이란 등장 인물을 가지고 소설 밖 실제 세계를 그려낸 이 글이 미션의 제시 목적에 알맞은가 하는 문제입니다. 기존 작품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쓰라고 하셨을 때, 다시 님께선 기존 작품 인물뿐 아니라 그 인물의 가상적 롤 모델을 주인공으로 하는 것까지 허용 범위로 염두에 두셨던 걸까요? 제르딘과 철우 사이에 연관점,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연관성이란, 마치 게임 플레이어와 게임 속 아바타 사이 연관성만큼이나 아슬아슬하고 미약합니다. '이게 그 캐릭터다'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죠. 제이 님의 경우도, 원작 캐릭터와 작품 속 캐릭터 사이 거리가 멀린 합니다. 그러나 그 연관성을 우리가 쉽게 찾아낼 수 있었던 건, 그래도 제이 님은 소설이란 허구적 공간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어려운 시도였고, 흥미로운 시도였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가 과연 제시해 주신 미션 의도대로 되었는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이번엔 제이 님을 1위로 꼽고 싶습니다. 시우처럼 님 캐릭터는 원작 속 캐릭터를 기억하는 입장에선 조금 낯선 캐릭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늘 님의 캐릭터는 원작과 유사했지만, 정체성이란 매력적인 테마에 좀 더 집중해 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시 님이 캐릭터를 제시하신 방법은 도전적이었지만, 위험부담이 컸던 방식이었고 독자들에게 '같은 캐릭터다'라고 인정받기가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네요.

 반면 제이 님은 습관과 근원적인 기억이라는 소재로 원작 캐릭터와 연관을 둔 점, SF 장르의 장대한 시공간적 배경을 매력적으로 사용한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

 이번엔 누굴 1등으로 꼽을지 고민 많이 했네요 ㅎㅎㅎ
 마지막까지 어려운 선택이었어요. 개인적으로 고마운 하늘 님께 드리자니 속이 보이고, 제이 님께 드리자니 시우 님 글도 포기가 어렵고. 막판에 나온 다시 님 글도 의미가 있는데 아예 버리자니 아깝고.
 미션을 떠나서, 다들 좋은 글 올려 주신 거 같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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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시우처럼 2011.08.27 18:14

    그렇군요.

    사건에 집중을 하다보니 인물의 성격이나 성향이 원작과는 달라져버렸네요.

    아무래도 제가 쓰고자 했던 글의 분위기에 맞춰 인물을 바꿔버린 것 같아요.

    하지만, 윤주님 말씀을 듣고 보니 어떻게든 원작 주인공을 이용해 글을 썼어야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이번 과제가 사건 중심의 과제라기 보다는 인물 중심의 과제이다 보니

    이야기 전개에 맞춰 주인공의 성향을 바꾸기 보다는 이야기를 인물에 맞춰보는 것이 좋았을 것 같아요.

    그런 방법이 제 글쓰기 연습에도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잘 안 써지고 쓰기 싫은 부분에 도전하는 것. 그런걸 비평계에서 자꾸 도전해봐야 하는데...

    정작 글을 쓸 땐 저에게 익숙한 방법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 profile
    윤주[尹主] 2011.08.27 21:05

     이번 미션이 어렵다고 생각한 게,

     자기가 설계하지 않은 캐릭터를 가지고 자기 이야기를 만들기 때문이었어요.

     아예 처음부터 자기가 머릿속에서 설계해 글 쓰는 건 차라리 쉬우니까요 ㅎ


     누구나 자기 익숙한 방법에 의존하긴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이번엔 남의 캐릭터를 빌려와 자기 글만의 매력과 균형을 맞추는 것, 그게 관건이었다고 봐요.

     비록 미션이 원하던 바는 아니었다고 보지만, 시우 님 본인에겐 만족스러운 글이 아니었나 생각도 듭니다 ㅎ 함께 글 쓰는 입장에서도 다시 님 그 글 소재는 꽤 좋은 소재였다고 생각하거든요^^;

  • ?
    드로덴 2011.08.27 20:49

    비평 참가는 안했지만, 제이님이 제게 글쓰기에 앞서 물어봤던 것도 있고 해서 비평 그 자체보다 글이 담고있는 메시지를 읽으려고 했는데.. 못읽었습니다. 하지만 윤주님 해석을 들으니 메시지를 찾은 것 뿐만 아니라 방향을 제시받은 기분입니다. 비평 좋네요. 참가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 profile
    윤주[尹主] 2011.08.27 21:08

     도움 되셨나요?? 이런...제멋대로 떠든 거라 쑥쓰럽긴 한데, 나름대로 필터링해 도움 되는 의미 찾아내신 걸로 이해하겠습니다 ㅎㅎ


     가끔 일회적으로 참가하신 분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미션 2주마다 한 번씩 가량 제시되는 거 보고 계시다가 마음에 드시는 것 있으면 한 번 시험삼아 참가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요. 그러다 마음에 드시면 죽 같이 하셔도 좋고요^^;

  • ?
    다시 2011.08.27 21:34

    클레어님한테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면서 여성적인 시각을 부여하기 위해 정말 머리가 깨지는 줄..

    처음에는 단순하게 상황만 바꿔서 캐릭터들이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것을 구상했으나 그렇다면 캐릭터들이 많이 훼손 될 것이 분명했죠....... 뭘 어떻게 해도 훼손 될 것 같아 그대로 옮겨보는 시도를 했는데 이번 미션은 정말 어려웠네요. 발의자르르 찾아가고 싶어.. 잘 읽었습니다. ㅋ 연관성이 미약하다는 부분은 조금 아쉽지만요. 단순 생각의 차이이길.

  • profile
    윤주[尹主] 2011.08.28 08:16

     원작 속 캐릭터와 '동일한 인물'과 '닮은 인물'은 구분되어야 한단 생각이 들어서요; 다시 님이 선택한 '철우'란 캐릭터는 '동일한 인물'이라기보단 '닮은 인물'같아 보였습니다. 그게 좀 걸렸어요;

     물론 제가 미처 연관성을 근거할 요소들을 다 살피지 못해 잘못 결론내리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 ?
    乾天HaNeuL 2011.08.28 04:03

    ㅋㅋㅋㅋ

    제가 왜 그 부분 빼먹었냐면은요


    쓰다가 까먹었어요.


    시나리오 흐름대로 가다가


    "어?"

    이렇게 되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빼먹어도 사실 크게 상관이 없더라구여. ㅇㅇ;;


    뭐.. 죄의식이라는 부분은 비슷할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구해준 자를 죽인 죄의식에... 발키리의 사명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의식이니까요.


    ㅇㅇ;

  • profile
    윤주[尹主] 2011.08.28 08:21

     아...그렇군요 ㅎ

     어차피 하늘 님 글에서 중요한 건 '죄의식'이 아니라, 자아를 잃어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그 장면이 빠져서 안될 건 없겠죠 ㅎ


     저는 저 글을 쓸 때, 단순히 '죄의식'을 드러내는 것뿐 아니라, 피할 겨를 없이 죄의식이 축적되고 누적되는 장면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게는 꼭 그 장면들 모두가 필요했거든요;


     아무튼 두 글 차이가 단순히 주제 의식 차이였다는 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댓글 감사드려요^^;

  • ?
    Mr. J 2011.08.28 10:45

    윤주님 평은 항상 간지러운 부분을 바로 알고 긁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나서 좋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항상 정확하게 이해하시고 알아주시니 감사할따름.

    특히 결말 부분, 제가 의도한 그대로 받아들여주셨네요. 다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써야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어서, 역시 수련이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profile
    윤주[尹主] 2011.08.28 17:30

     글쎄요, 시우 님 평한 것에서 그렇게 많이 나아간 것도 아니지만서도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결말부의 의미가 제가 생각했던 그대로라니 저도 좋네요 ㅎㅎ 어찌보면 '너무 멀리 나아갔다'란 단점조차, SF기 때문에 가능했던 건지도 모르죠.


     좋은 글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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