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9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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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돈을 지불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적당한 타이밍에 전화를 걸어 나를 꿰어낸 주인공은 교문 앞으로 나와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실제 본인인지의 여부는 석양을 등지고 있는 탓에 확인하기가 힘들었지만, 이 시간에 교문 앞에 죽치고 있는 사람이 따로 있을 리 없었다. 학교 쪽으로 걸어 어느 정도 거리가 좁혀지자 그 실실 거리는 표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새까만 눈을 주시하고 있으려니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안도감을 뒤로 미루고 물어봐야만 할 것이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겁니까!”


 


비탈길을 빠른 속도로 걸어 올라가며 최대한 날이 선 말투로 치대었다. 하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충동적으로 그의 멱살을 잡아챌 때 까지도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실실 거리기만 하는 표정에 화가 났다. 멱살을 쥔 주먹이 떨릴 정도로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주먹을 날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는 씩씩거리고 있는 날 새카만 눈동자로 쳐다보며 주머니에서 유리병 하나를 꺼내 건네었다.


 


박카스라도 마실래?”


 


순간, 몸에 힘이 쫙 빠져버리면서 그 끓어오르던 화마저도 가라앉아버렸다. 감정 주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될 만한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그의 행동이 어이가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저 그렇게라도 풀어진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쥐었던 주먹을 피고, 숨을 고른 뒤 천천히 말했다.


 


질문에 대답 해주세요.”


그거라면 들어가서 천천히 얘기 하자. , 이거부터 마시고.”


 


그러면서 박카스 병을 억지로 쥐어주고 만다. 예의상 받아 들고서도 마셔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가 가만히 바라보는 모습이 아무래도 내가 병을 비우기 전까진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단숨에 들이켜버리고 말았다.


 


좋아. 그러면 이동해볼까? 병은 아무데나 버리지 말고 잘 가지고 있어.”


 


그제야 무언가 만족한 듯 뒤로 돌아 걷기 시작한다.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냉기가 한바탕 난리가 났던 몸을 진정시켜주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이마와 등에 땀방울이 고이고 있었다. 열을 내는 것 만으로 몸이 이토록 빨리 반응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아왔다. 이제 두 번째, 아니 세 번째 얼굴을 보는 것인데도, 매번 신선한 체험을 하게 해주는 사람이다.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가 안내한 곳은 학교 본관 4층의 시청각실 이였다. 문과 창문 모두 두터운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다. 온통 어두운 틈에서, 빔 프로젝터가 발하는 푸르스름한 불빛만이 스크린을 비추고 있었다. 인텔리가 동아리실 이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나 칠판 상단의 관리부서 칸을 보았지만, 비어있었다.


 


그냥 평범한 자연관찰 동아리야.”


 


그는 내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알아챈 듯이 말했다.


 


중학교 때도 그런 이름의 동아리가 있었던 것 같긴 한데, 평범한 동아리는 아니거든요.”


 


중앙에 위치한 테이블로 가 그가 꺼내어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그는 맞은편으로 가 앉았다.


 


평범하지. 눈에 띄지도 않고, 개인 활동을 하기에도 편해. 별로 신경 쓰는 사람이 없거든.”


 


왠지 속내가 시커먼 것 같은 대사를 내뱉는다.


 


궁금하다고 했던 게 뭐였지?”


 


별로 기억하기 어려운 말도 아니었는데 재차 물어보는 것은 확실히 하기 위함일 것이라고 마음대로 납득해버렸다. 그리고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당장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나한테 이상한 일이 일어날 거라고 얘기 했던 건 뭔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인가요? 내 전화번호는 어디서 알았죠? , 날 동아리 실로 데려온 이유는 뭡니까?”


 


정적이 감돌았다. 희미하게 프로젝터의 팬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조용히 내 눈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그의 눈동자가 너무나도 새까만 나머지 사실 저 자리에 눈동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구멍이 뚫려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치 어렸을 때 다큐멘터리 프로에서 보았던 동굴 같았다. 들어가면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것 같은 어둠이 그의 두 눈에 자리하고 있었다. 문득 다큐멘터리 프로가 아닌 다른 곳에서 본 적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교적 최근의 일이 아니었던가 하고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그저 착각일 뿐일지도 모른다.


 


우선, 간단한 것부터 대답을 해 보도록 할까?”


 


왠지 그의 눈동자가 정말로 그저 구멍이 뚫린 것일 뿐이어서 그의 머리 건너편이 보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름이 돋았다. 어느새 실실 거리던 것을 멈춘 그의 표정은 맥도날드에서 관상 얘기를 했을 때마냥 진지했다.


 


네 폰 번호는 네 담임선생님한테 물어봐서 얻은 거야.”


 


그 담임이라는 사람은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몇 시간 전 자세한 얘기도 듣지 않은 채 내 소재를 알려준 것도 그렇고, 어째서 자기 선에서 처리하면 안될 일을 멋대로 처리해 버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네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걸 알았던 건 아까 말했듯이 학문적인 문제였어. 관상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사실 관상하고는 조금 다른 내 독자적인 이론에 근거한 거지. 저번 주에 처음 얼굴을 봤을 때 딱 감이 오더군. 인생의 변화. 전환점. 올해는 너에게 그런 것들이 찾아오는 해야. 그 변화가 너에게 좋을지 나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과정이 복잡하고 너에게 있어 매우 힘든 일이라는 사실은 알 수 있었지. 그래서 그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싶었던 거야. 원체 참견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 얼굴을 보면 도와주고 싶어지는 탓도 있었지.”


 


그 독자적인 이론이라는 게 심하게 잘 들어맞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어떠한 일이 언제 일어날지 정확히 알고 있었더라면, 오늘에야 접촉해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이 일어나기 전에 얘기를 나누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자세한 것까지 알 수 있는 건 아니거든. 조금 더 자세히 관찰해 본다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야. 어때, 내 도움이 필요할지는 전적으로 네 마음에 달린 거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서, 동아리에 들어오지 않을래?”


 


과연, 동아리 실로 불러낸 이유는 그런 것이었던가? 내게는 동아리에 가입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럴 마음 조차도 들지 않았다. 그런 탓에 아무 동아리 소속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밑도 끝도 없는 제의를 받아들여야 하느냐면 그것 또한 아니었다. 물론, 밀실에 끌려들어온 입장이고, 거절한다면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유에서 승낙하는 것은 협박에 굴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신기하고 관심이 생기는 것은 관심이 생기는 것이고, 그것 때문에 새로운 인연에 엮이게 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물론, 쉽게 승낙할 생각이 드는 건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너무 내 얘기만 한 것 같네. 네 얘기도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얘기 해줄 수 있을까?”


 


목소리가 마치 눈동자 속에서부터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동굴 속에서 반사되어 돌아오는 목소리마냥 매우 깊은 곳에서 울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어느새 그의 눈동자가 내게 다가와 내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내 키보다 훨씬 위로,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자 그의 속눈썹이 보였다. 어느새 그의 눈동자 바로 앞에 서있는 나는 서슴없이 그 안으로 발을 내딛고 있었다. 거대한 푸딩을 통과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치 만화처럼 몰캉거리는 효과음이 크게 들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끄러지듯 폭신한 수정체를 지나 마침내 그의 눈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과연 실제 눈으로 들어가면 그런 느낌이 들까 하는 부분은 의문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의 눈 안쪽은 아무 것도 없이 깨끗하게 비어있었다. 주변으로 혈관이, 저 멀리 시신경 다발의 시작점이 보이는 것 같았다. 따듯했다. 숨을 들이마시자 미지근하고 달콤한 향이 섞인 기체가 흘러 들어왔다. 꽃 내음인가 싶었다. 희미하게 풀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눈을 감고 다시 한 번 크게 심호흡을 했다.


 


눈을 떴다. 그의 눈 안의 세계가 변해가는 광경을 목격했다. 혈관이 벽으로부터 뻗어 나와 가지를 치고, 또 다시 가지를 치고, 굵어지거나 가늘어지거나 하면서 모습을 바꾸고 있었다. 빛이 쏟아져 들어와 붉은 색이 가득하던 시야를 덧칠해나간다. 온갖 종류의 녹색이, 온갖 종류의 갈색이, 하늘색이, 흰색이, 형형색색의 빛깔이 주위에 녹아 들어 녹음이 우거진 대지를 만들어나간다. 꽃이 만발한다. 잎이 무성한 나무가 자라난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생기고 구름이 깔린다.


 


뒤를 돌아보았다. 눈동자가 있던 자리 또한 풀숲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미 눈동자 안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조용히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는 바람이 시원했다. 그의 눈을 통해 무한한 세상으로 넘어온 나는 그 깊은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풀이 밟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무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이 있었다. 매일 밤 꿈 속에서 본 검은 실루엣이 뛰어놀고 있었다.


 


그 실루엣들은 꿈 속에서 보던 것 보다 훨씬 명확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각각 키가 달랐고, 체형이 달랐고, 언뜻 성별까지 다른 것 같기도 했다. 두 번째로 작은 것이 커다란 나무 곁에서 그네를 타고 있었고, 가장 작은 것이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세 번째 실루엣은 나무에 기대어 앉아 책을 읽고 있었고, 나머지 둘은 약간 떨어진 자리에서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다가가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조심스럽게 그들을 향했다. 문득 그들이 날 바라봤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그 시선이 나를 지나쳤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목이 매달린 사람이 보였다. 아버지였다.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뒤로부터 웃음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다시 몸을 돌리고 싶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목 언저리를 무언가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


 


어떤 문구가 직접 머릿속에 주사되어 흘러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크게 뜬 눈 위로 또 다시 눈꺼풀이 올라갔다. 어두 컴컴한 공간 맞은편에 인텔리가 보였다.


 


“5분 정도 지났어. 꿈을 꾸는 것 같던데.”


 


그 말이 너무나 먼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것 같아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또다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꿈을 꾸고 있었던 모양이다.


 


요즘 자꾸 영문도 모른 채 잠이 드는 경우가 많네요.”


피곤하면 그럴 수도 있지.”


 


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고,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넘어가 주었다. 순간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5분 이라면 5분 같고, 5시간이라고 하면 5시간일 것 같은 그런 거리감이 느껴졌다. 깊이 잠든 것을 누군가 억지로 깨웠을 때와 같은 뻐근함이 온 몸에 잔재해 있었다. 멍하게 앉아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시간은 지나고 있는 걸까? 다시 잠에 빠져들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물었던 건, 오늘 나와 맥도날드에서 헤어진 이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하는 거였는데.”


 


오늘 그와 맥도날드에서 헤어진 뒤 찾아간 아버지의 사무실에서 본 것은……. 순식간에 기억이 돌아왔다. 마치 영화에서 플래시백을 표현할 때 수많은 장면들을 빠르게 넘기는 것처럼, 사무실의 문을 연 그 순간의 기억이 머릿속에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장면은 이윽고 꿈 속에서 보았던 풍경과 겹쳐졌고, 꿈 속에서 들은 웃음소리와 꿈 속에서 질렀던 비명이 겹쳐졌다. 구역질이 났다. 손으로 입을 틀어 막자, 맞은편의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괜찮다며 반대쪽 손으로 그가 다가오는 걸 막으려고 했지만, 그는 힘없이 허공을 젓는 내 팔 따위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의 손이 각각 뒷머리와 복부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옷을 사이에 두고 있음에도 온기가 강하게 전달되었다. 무척이나 따듯한 손이었다. 경직되어 있던 몸이 다소 풀어진 듯 했다. 더 이상 토할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그가 뒷머리로부터 손을 떼었다. 뒷목을 스치는 느낌이 어쩐지 꿈의 마지막 순간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과는 달리 소름은 돋지 않았다. 그 대신 쌓여있던 감정이 다시금 기어올라오고 있었다. 토악질 대신 눈물로 변한 놀람, 슬픔, 온갖 종류의 뒤섞인 감정들이 눈가를 적시며 볼을 타고 흘러내려 지면으로 낙하했다. 그는 그런 나를 그대로 감싸 안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머리를 쓰다듬는 손이 너무나도 친절했기 때문에, 그가 날 달래려고 하는 것이 나쁜 의도로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저 울고, 또 울어서 눈물이 고여 책상 면을 타고 흘러 다시금 바닥으로 향하는 길을 찾을 때까지 울었다. 멈추려고 시도했음에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아귀가 틀어져 끝까지 잠기지 않는 수도꼭지를 잠그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애써 내가 빨리 울음을 그치도록 다그치거나 하지 않았다. 계속 눈물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시청각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에 아무도 없니?”


 


담임의 목소리였다.


 


현수랑 호안이 그 안에 있는 거 맞지? 아까 너희들이 이쪽으로 올라가는 걸 봤다는 학생이 있어.”


 


재차 다그친다. 나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 또한 나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의 품으로부터 멀어지자 순식간에 몸에 한기가 돌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제서야 떠오른 거지만, 그의 품은 마치 아버지의 것과 같았다. 마지막으로 아버지에게 안겼던 것이 너무 오래 전의 일이라 기억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지만, 그저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저도 호안이도 여기 있는데, 무슨 일이시죠?”


남아있는 학생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뿐이란다.”


 


담임의 말을 들은 인텔리는 내 모습을 돌아보았다. 나는 되도록 빨리 자리를 정리하기 위해 애썼다. 소매로 눈가에 남은 눈물을 닦아냈다. 눈이 빨갛게 부어올라 있을 것이다. 그대로 담임에게 모습을 보여도 괜찮을지 의문이 들었다.


 


내가 먼저 가서 얘기 하고 있을 테니까, 천천히 정리해.”


그가 시청각실 밖으로 나가는 소리, 문을 열고 닫는 소리가 들리고, 희미하게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거니?”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회원 확보 중이었죠.”


 


동아리 회원으로 만들기 위해서 구슬리고 있었을 뿐이라고 말하는 것이 약간 불쾌했지만, 사실대로 얘기해버리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다 큰 남자가 다른 남자 품에 안겨서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 울어댔다고 얘기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소름이 돋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되도록 멀쩡해 보일만한 표정을 하고 시청각실 문을 열었다.


 


보통 이 시간에 교실 확인을 하지는 않잖습니까. 40여분이나 이른데요. 게다가 수위가 아닌 교사가 직접 순찰을 돌다니요.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문 밖에서는 인텔리가 담임을 다그치고 있었다. 다행히도, 담임은 내 얼굴에까지 신경을 쓸 여유가 없는 듯 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시계를 확인했다. 하지만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있었던 적이 없는 나는 이 시각이 교실 순찰을 돌기에 이른 시간인지 늦은 시간인지 알 수 없었다.


 


그냥 걱정이 돼서 올라온 것뿐이란다.”


 


별로 얘기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다는 것이 분명했다. 둘러댈 말 또한 없는 것이 분명했다. 그저 빨리 우리를 학교에서 내보내고 싶은 눈치였다. 인텔리는 왠지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지만, 굳이 학교에 계속 남아있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내가 오늘은 이쯤에서 돌아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려는 차에 학교 운동장 방향에서 경찰차 소리가 들려와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우리 셋 모두 그 소리에 귀를 곤두세웠다. 곧이어 구급차 소리도 들려왔다. 담임은 한숨을 내쉬었다. 보통 일이 생긴 것은 아님이 분명했다.


 


 


 


 


 


1/6은... 여기까지입니다. 미스테리물이라는 것을 처음 기획해 보았고, 그만큼 쓰는 데 즐겁지가 않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름대로 잘 끌고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학기 시작으로 인한 공백기 이후 다시금 글을 살펴보니 역량에 맞지 않는 것을 괜히 건드렸다는 생각만이 들더군요. 아직 제 역량에는 맞지 않는 장르인 것 같고, 더 이상 써내려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다시 전처럼 그저 제 즐거운 대로만 쓰고 있네요. 지금은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작도 좋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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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09.09.19 05:14
    읽는 사람이 모르는 어려움이란 게 항상 있으니까요. 아쉽긴 하지만 자신이 좀 더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이야기가 더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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