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1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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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용건이시죠?” 
     “말한 대로인데? 방과후에 만나고 싶다는 게 용건이지.” 

     노려보는 것은 경계심을 드러내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이다. 하지만, 내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저쪽이 무신경한 것인지, 인텔리는 가벼운 말투로 응수했다. 내 반응은 안중에도 없다는 투였다. 

     “그러니까, 방과후에 무엇 때문에 만나자고 한 것인지를 물은 겁니다.” 
     “보는 사람이 있는 데선 살짝 곤란할 수도 있는 얘긴데.” 

     그렇게 대답하고는 담임을 바라본다. 담임은 아직 상황파악이 잘 안되는 것인지 뻘쭘하게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고 서 있을 뿐이었다. 

     “뭐, 사귀자거나 하는 얘기는 절대로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러면 조용한데로 자리를 옮겨볼까?” 

     너무나도 일방적으로, 일말의 미안한 기색도 없이 주도권을 잡고 움직이는 것이 황당해 잠시 말을 잊었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손을 낚아채고, 일방적으로 나를 끌고 교실 밖으로 향하면서, 일방적으로 담임에게 말을 던진다. 

     “얘기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다음에 또 뵙도록 하지요.” 

     힘이 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반항할 수 없었다. 억지로 끌려가면서도 딱히 저항하거나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은 그저 그 상황에 어안이벙벙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복도를 지나 계단을 통해 끌려내려가면서 문득 아직 주변에 남아있는 학생들이 보기에 상당히 꺼림찍한 비주얼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손을 뿌리쳤다.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내 손을 놓았고, 계속해서 걸었다. 뒤를 돌아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앞으로 향하는 것이 심하게 제 멋대로인 일이었지만, 그것을 계속해서 따라가는 나도 무슨 생각인지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저 지금은 따라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을 뿐이다. 

     “생각해보니 근처에 딱히 조용한 데가 없네. 패스트푸드점이라도 상관 없나?” 

     마치 당연히 내가 따라오고 있다는 듯 계속해서 걸으며 얘기한다. 대답하지 않았다. 

     “무언은 긍정이라고 생각하겠어. 간단히 요기도 할 겸 겸사겸사 좋겠지?” 

     약간 더 빨라진 그의 발걸음이 학교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맥도날드로 향한다. 런치타임이 지나 상대적으로 가격대비 성능이 좋지 않은 가게에 들어가서 요기를 하겠다니 학생으로서 실격인 마인드라는 생각따위를 하면서 따라들어갔다. 1층 좌석이 반정도 비어있었지만, 그는 빈자리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빅맥 세트 두 개를 주문한다. 버거 종류야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저렇게 맘대로 시키는 걸 그냥 묵인해도 괜찮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차피 지적해봐야 일말의 신경조차 쓰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데는 5초도 걸리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의 뒤에 서 있었다. 

     “주문하신 빅맥 세트 두 개 나왔습니다.” 
     “자, 그러면 2층으로 가볼까.” 

     1층에도 자리가 있었는데 꼭 2층으로 가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하지만 이 부분을 지적하는 것 또한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묵묵히 그의 뒤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그가 향하는 대로 구석자리를 향했다. 그는 말없이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무수한 의문점들이 떠올랐다. 콜라를 한모금 입에 물었다. 

     “그래서, 도대체 절 이리 끌고 온 이유가 뭡니까?” 

     그는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입을 가리켰다. 입에 음식을 넣은 채로는 말하지 않겠다는 표시였다. 정말 예의가 바르시다고 얘기 하고 싶은 충동에 휩쌓였지만, 참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말없이 그가 입을 비우기를 기다렸다. 

     “뭐야, 여기 콜라가 맛이 하나도 없네.” 

     그렇게 콜라까지 다 마시고 약간 맹맹한 콜라의 상태를 지적까지 한 뒤에야 그는 양손을 음식물로부터 떨어뜨려놓았다. 그리고는 나를 똑바로 처다보았는데, 그 눈빛이 실실거리며 마이페이스로 일관하던 그의 모습에서 전혀 유추할 수 없었던 진지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의 눈동자는 내 모습이 깨끗하게 비춰보일 정도로 새까맸다. 그런 그의 눈동자를 주시하며 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침을 삼키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긴장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만나자고 한 건, 경고하기 위해서야.” 

     쉽게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도 모르겠을 뿐더러, 대답을 해야 하는 질문인지 조차도 알 수 없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너한테 별로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거라고 짐작할 수 있었거든. 지금 당장 고민 거리도 많을 거고, 앞으로 안좋은 일이 잔뜩 일어날 거야.” 

     고민 거리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도대체 뭘 보고 안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단정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물어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죠?” 

     그는 잠시 뜸을 들이며 내 얼굴을 찬찬히 훑었다. 여전히 날이 선 시선이 날 긴장상태로 몰아넣고 있었는데, 앞으로 몇 분만 더 그 시선을 받는다면 무슨 일이 생기건 상관 없이 그 자리에서 도망쳐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시선을 회피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 왜, 관상이라는 거 있잖아? 그에 관해 공부를 좀 한 게 있어서 대충 보면 어느정도는 상대방에 관한 걸 알 수가 있거든.” 

     내가 시선을 피한 동안 다시 실실거리는 얼굴로 돌아온 그가 한 말은 이제까지 그가 행했던 온갖 어이없는 것들 중에서도 단연 이해의 범주를 뛰어넘은 것이었다. 그것이 하도 기가 차서, 나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가 없었고, 그렇게 튀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던 내 인생이 순식간에 허사가 되어버리는 것 또한 막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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